SSS-Class Suicide Hunter RAW - Chapter (289)
“목을 내놓거라! 사악한 이단의 교주야!”
헌터들이 칼을 휘둘렀다.
좌상단. 우상단. 후방. 단번에 세 군데에서 내 목숨을 노리고 칼날이 달려들었다. 까앙! 나는 허겁지겁 반짝이를 들어 제일 다급한 검격부터 쳐냈다.
“저 나쁜놈 아니라니까요!”
“간악한 사교도가 혀를 놀리는군.”
저들 가운데 리더로 보이는 자가 킁, 콧방귀를 뀌었다.
“모두 저놈의 말을 듣지 마라. 마호스께서 말씀하시길 저놈은 칼보다 혀가 더 무섭다 하셨다. 저놈이 한번 언변을 흩뿌리면 하늘이 뒤집어지고 땅이 희롱된다 했으니, 그야말로 악마를 잉태한 혓바닥이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홀려버릴지 모르니 단단히 조심하라.”
“아니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나와 칼을 마주한 헌터들이 침을 삼켰다.
그들은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봤다.
“무시무시하군…!”
“겉모습만 봐서는 그저 순진무구한 관상이건만. 저 순댕이 같은 얼굴가죽 너머에 그토록 사악한 악이 도사리다니…. 참으로 무섭구나!”
“댁들 단체로 눈이 삐었어요? 예?”
그런 와중에도 전투는 계속되었다.
마호스 신도들의 실력 자체는, 뭐, 별로 가공스러울 바 없었다. 옛날이었다면 꽤 고생했을 테지만 솔직히 오러를 다루는 레벨 자체가 나보다 월등히 떨어졌다.
[‘외로운 구도자’가 당신의 경지에 흥미를 느낍니다.] [‘미궁에 거하는 눈’은 당신이 정말로 초심자인지 의심합니다.]세 명, 여섯 명, 열두 명이 진형을 이루어 합공해도 버겁지 않았다.
평범한 무술과 달리 오러는 면(面)의 무예.
공간을 장악할 정도로 충분한 오러만 있다면, 아무리 적의 머릿수가 많아봤자 조금 귀찮아질 뿐이었다. 나는 그냥 어처구니없는 퀘스트 내용에 얼이 빠졌지, 딱히 곤경에 처하진 않았다.
“무슨……! 이게 정녕 50층에 갓 도착한 자의 무위란 말인가!”
그런 나에게 마호스 신도들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저들은 끊임없이 진형을 바꿔가며 이런 기술 저런 기술을 펼쳤으나 나는 유지부동이었다. 서로 치고받는 합이 쌓여갈수록 마호스 신도들은 초조해졌다.
“말도 안 된다. 역시 악마와 계약한 게 틀림없다!”
악마는 아니고 귀신 한 마리를 분양하고 있긴 한데.
“어찌 정상적인 방법을 써서 저런 경지에 올랐겠는가! 틀림없이 사마외도를 걸었을 것이다!”
좀 정상이 아닌 스킬들로 실력을 쌓은 건 맞긴 한데….
“어서 원군을 불러라! 저 이단의 교주는 사령(死靈)을 부린다고 한다. 자신이 죽인 자들을 지옥에서 끌어내어 사병으로 부리는 것이다!”
“허어!”
“이명이 사왕이라 했을 때부터 알아봤다만 실로 사악한 자로군!”
음.
아 다르고 어 다르지만 아예 틀린 말은 또 아닌데….
“서둘러라. 지금은 우리가 맞서 싸우고 있어 차마 주문을 외지 못하고 있지만, 잠깐이라도 틈이 나면 소환술을 시전할 것이다! 그전에 제압하지 않으면 우린 모두 죽은 목숨이다!”
…….
얼래?
‘검제 양반.’
-왜?
‘제가 방금 막 깨달았는데요.’
나는 스무 명의 신도들이 일제히 발현한 오러를 손쉽게 꺾어서 비틀었다. 스무 갈래의 오러에 일일이 대응하며, 역으로 꺾어, 신도들에게 되돌린 것이다.
“이럴 수가!”
신도들은 믿을 수 없다며 경악했다.
나는 멍하게 그들의 비명을 들었다.
‘혹시 말이에요. 설마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 진짜로 진짜 혹시나 싶어서 묻는 건데요.’
-어.
‘저 남들이 보기엔 존나 나쁜놈처럼 비쳐요…?’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냐?
배후령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완전 개씹 악의 보스삘이지.
‘어째서요!?’
-야. 좀비야. 내가 왜 널 좀비라고 부르는지 한번 더 깊이 생각해보거라.
‘어. 댁이 인성 파탄난 싸이코패스라서…?’
-내가 널 좀비라고 부르는 데엔 오만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너의 리치스러움을 비꼬기 위해서란다.
‘리치요?’
-그래. 리치 말이다, 리치. 언데드 주술사. 자기 목숨을 바쳐서 힘을 얻고, 자기가 죽인 시체들을 부하로 써먹는데 그게 리치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넌 그냥 악의 하수인이야.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말도 안 돼요! 전 용사입니다! 11층 오를 때부터 저는 용사라고 인증받았어요. 안 그러냐, 반짝아?’
[…….] [반짝이는 용사님이 참된 트루 용사님이라고 인정합니다.]어라.
이 아이가 대답하기 전에 살짝 망설인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영원한 평야의 군마’는 당신의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확인합니다.] [‘영원한 평야의 군마’가 퀘스트 범위를 늘립니다.] [경고! 당신이 연관된 퀘스트의 범위가 도시 전체로 확장합니다!]마호스 신도들을 하나씩 제압하고 있는 차, 불길한 경고음이 울렸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메세지였다. 하지만 나한테 썩 좋은 내용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저기다!”
아니나 다를까, 도시 방향에서 헌터들이 우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기에 리치놈이 있다!”
“악마의 하수인을 잡아라!”
“오오, 마호스이시여! 우리를 보호하소서!”
놀랍게도 헌터들은 모두 오러를 쓸 줄 알았다. 수준이 높으나 떨어지나 어쨌든 제각각 경신술을 쓰며 빠른 속도로 접근해왔다. 수십 명의 헌터들이 폴짝, 폴짝, 경공을 펼치는 광경을 보노라면 마치 바퀴벌레 떼가 깡총거리며 날아드는 것 같았다.
웬만한 호러 영화 뺨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서는 헌터가 오러를 쓸 줄 아는 게 기본이구만!’
더 무시무시한 건 그들 뒤로도 또 수십 명의 인파가 보인다는 점이었다.
“어이고야.”
나는 헛웃음이 나오는 걸 참았다.
물론 [백귀환생]을 쓰면 간단히 물리칠 수 있다.
있겠지만.
‘여기서 [백귀환생]까지 발동하면 진짜 얄짤없이 리치왕 취급받을 판이잖아….’
나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당장의 위험은 벗어날지 몰라도 왠지 나중에 더 골치 아파질 것 같았다.
아마 지금 이 싸움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세력도 있을 터.
그런 상황에서 내가 백귀들을 거느린 위용을 과시하면, 정말로 50층에서 악의 보스로 낙인이 찍히겠지.
결국 나는 하나의 해답에 이르렀다.
‘튀죠!’
매우 심플한 정답이었다.
‘얘들 잡는다고 뭐 저한테 득이 되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이 왜 싸워요.’
-낄낄 현명한 판단이군.
나는 허벅지와 햄스트링, 종아리, 발바닥에 오러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마호스 신도들이 잠깐 호흡을 가다듬는 틈을 노려, 타앗! 단번에 땅바닥으로부터 멀어졌다.
“아니!?”
“리, 리치가 도망친다!”
미안한 말이지만 마호스 신도들이 펼친 포위망은 솔직히 수준이 낮았다. 우부르카와 함께 마천진법(魔天陳法)을 개발한 내가 볼 때 그저 머릿수만 채워넣은 합공에 불과했다. 서로 같은 무술을 익혔으되 똑같은 심상을 공유하고 있진 않아, 기껏 수십 명이 협력했는데도 오러가 따로따로 놀았다.
‘하긴. 우리 지정족들도 마천진법을 익히기 위해서 몇 세대나, 수백 년 동안이나 혈화극을 즐겼는데. 평범한 헌터들이 진법을 흉내내긴 어렵지.’
새삼 아이들에게 뿌듯한 마음을 느끼며 전장을 이탈했다.
“쫓아라!”
마호스 신도들이 허둥지둥 추격했다. 그러나 놈들의 대장이 ‘쫓’이라 입을 때고 ‘라!’ 하며 소리친 시간 동안 이미 나는 멀찍이 떨어졌다. 순식간이었다.
개중에 그나마 수준이 높은 헌터가 몇 명 있어 나를 뒤쫓았다. 그것도 잠깐. 6초도 안 지나서, 내 등 뒤로는 추격자들이 외친 경악성이 들려왔다.
“맙소사. 속도가 뭐 저렇게……!”
“안 된다! 다른 지부에 연락해라! 이대로는 놓치고…….”
그 경악성조차 멀어져 안 들리게 되었다.
‘조금 더 신중히 움직여볼까.’
나는 추격을 떨쳐낸 뒤로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탓! 이리저리 황야를 가로질렀으며, 도시에 진입할 것처럼 달리다가도 바로 방향을 바꾸었다. 동서남북, 도시의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저마다 한 번씩 들렸다.
‘이러면 안 걸리겠지.’
겉옷까지 벗어서 옆구리에 말아넣었다. 임시방편이긴 해도 머리카락을 어지럽혀 스타일을 바꾼 다음, 오러로 고정시켰다.
‘오케이.’
아마 멀리서 척 보는 것만으로 나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동료들이라면 모를까. 마호스 신도들은 생판 타인이나 다름없으니.
‘됐나?’
그러기를 20분.
[‘영원한 평야의 군마’가 탄식합니다.] [‘영원한 평야의 군마’는 퀘스트 실패를 인정합니다.]내 예상이 맞았는지 메세지가 새로 갱신되었다.
[당신이 연관된 퀘스트가 변화합니다!]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연계 퀘스트 진행.] [퀘스트가 공개됩니다.]나는 힐끗, 눈앞에 떠오른 문자를 확인했다.
+
[사왕 추적령]난이도: A+
임무 목표: 안타깝게도 사왕은 포위망을 뚫고 도망쳤습니다. 용감한 전사들이 그를 둘러싸고 위기에 몰아넣었으나, 마지막까지 비축한 힘을 써서 달아난 사왕을 미처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사왕이 도시에 들어가 잠복한다면 50층은 크나큰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전염병보다 독하며 흑사병보다 악랄합니다. 인간이 개발한 그 어떤 치료제로도 손쓸 수 없는 악당입니다.
어서 사왕을 찾아 동지들에게 알리십시오!
전사들이여, 도시의 평화를 지켜내고 선을 수호하는 자는 오직 그대들뿐입니다! 이미 다른 세력들이 사왕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간악한 무리들과 사왕이 협력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재앙이 몰아닥칠 것입니다!
※단, 당신은 해당 퀘스트에 참가하지 못합니다.
※ 당신은 퀘스트의 [목표 대상]입니다.
+
뭐라고 해야 하냐.
딴지를 걸자면 끝도 없이 걸릴 거 같아서 자제하겠다만, 일단 내가 점점 더 전설 속에나 등장할 법한 악의 보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겠다….
“세상에. 도대체 이게 뭔 짓거리래요?”
나는 바지의 한쪽 무릎을 찢었다. 쫘악! 찢어진 바지를 돌돌 말아서 목에 스카프처럼 둘렀다. 스카프를 추스려서 입가까지 가리자, 적당히 위장이 되었다.
“왜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는 겁니까? 성좌들은 다 이래요?”
-성향은 전부 다른데 성격은 비슷비슷해.
“무슨 뜻입니까?”
도시에 들어섰다.
[당신의 몸이 공허독에 침식되기 시작합니다.] [현재 당신의 침식 진행률은 Lv.1입니다.] [당신의 오러에 공허독이 상쇄됩니다!] [침식이 정지합니다.]도시 입구엔 판자촌과 도떼기시장이 널려 있었다.
덕분에 나는 쉽게 군중에 묻혀 숨어들었다.
사방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물건을 사고파는 소리가 자욱하여 나는 편한 마음으로 배후령과 잡담을 주고받았다.
-아까 내가 성좌들은 일종의 게임마스터라고 말했잖냐. 얘들은 말 그대로 GM이야. 한명한명이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마스터지.
“마스터…….”
-그리고 성좌를 모시는 애들은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다. 마스터가 세션을 열어서 퀘스트를 내리면, 그 성좌의 신도들은 퀘스트를 보고 참가할지 말지 결정하는 거야. 자기 수준에 맞는 퀘스트인가. 정말로 내가 달성할 수 있는 퀘스트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눈에 익숙한 가게가 보였다.
노상주점.
건물도 없고 벽도 없다. 그저 테이블과 의자, 점장이 서 있는 바가 놓였을 뿐. 바로 내가 살천성을 잡기 위해 비공식적인 치트로 50층에 들렸을 적, 살천성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한 그 노천 주점이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성좌들은 성향이 제각각이거든.
“마호스는 어떤 성향인데요?”
나는 적당히 바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전투파.
배후령이 즉답했다.
-걔 퀘스트는 뭐 복잡할 게 없어. 물리쳐야 하는 적이 나타난다. 적을 안 물리치면 세상이 위험해진다. 그러니까 물리쳐라. 어? 도망 쳤네? 쫓아라. 오, 물리쳤네? 그럼 여기 보상. 존나 간단하지.
과연.
배후령의 말을 들으니 [영원한 평야의 군마]가 어떤 성좌인지 대충 감이 잡혔다.
-네가 잡은 걔 금발의 누구냐……. 금사매였나? 아무튼 걔처럼 사도 수준까지 이르면 퀘스트도 좀 복잡해지지만. 그런 애들은 드물고. 일반 신도들은 대부분 전투광이라고 보면 돼.
“흐음.”
-그런데 이 간단해 보이는 퀘스트들이 의외로 인기가 많아. 아니, 제일 많다고 해야 하나? 마호스가 딴 건 몰라도 보상은 확실하게 챙겨주걸랑. 난이도 맞는 전투에 값어치 나가는 아이템. 이 둘이면 신도들 낚아채기란 쉬워 보이더라.
나는 주인장에게 아이스티를 시켜 홀짝거렸다.
“무슨 소리인진 알겠는데…. 성좌들은 왜 그런 일을 합니까?”
-흐흐.
배후령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왜냐면 그게 제일 숭배를 받기 쉬운 방법이니까.
“네?”
-좀비 넌 성좌를 모셔본 적이 없어서 아직 모르는 거야.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라. 성좌들은 너희 헌터들을 위해서 일부러 퀘스트를 짜내고 보상을 만드는 거라고. 오직 너를 위해서. 너 인생 재밌어지라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배후령의 말이 이해되지 않은 것이다.
배후령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무스트라를 떠올려봐. 너 입장에서야 하무스트라가 괜히 쓸데없이 멸망한 세계에 내던져서, 자기 즐거움을 위해 너희가 고생하는 모습을 낄낄거리며 지켜본 거 같지? 근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완전 다르거든. 하무스트라는 너희한테 퀘스트를 주려고 ‘세계’들까지 수집하고 다닌 거야.
“…….”
-아무리 성좌라지만 그게 쉬울 거 같냐? 멸망한 세계들을 일일이 둘러보고, 그중 너희한테 난이도가 적당한 묵시록을 별도로 분리하지. 그것도 쌩고생이야. 힘든 일이라고.
“그건…….”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다.
-좀비야. 헌터들이 뭐 예쁘다고 성좌들이 그렇게까지 해줘야겠냐? 너희가 괴로워하면서 죽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보통 성좌들은 평범한 헌터보다 훨씬 더 쎄. 죽이려면 그냥 손짓 한 번으로 죽이는 게 편하지.
“……그러게요. 맞는 말이에요.”
-어떤 의미에서 성좌들은 너희한테 ‘헌신’하는 거야. 뭐. 걔들도 퀘스트를 내리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차적인 목표는 같아.
배후령이 말했다.
-바로 숭배다.
숭배.
-너도 성좌를 섬겨보면 무슨 뜻인지 바로 알걸. 성좌가 주는 퀘스트들을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다보면, 조금씩 자기가 [영웅]이 되어 가는 걸 느끼거든.
“…….”
-막 인생이 재밌어져. 내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뭔가 다른 사람, 이 세상에 정말로 의미 있는 인간이 되는 걸 느껴. 나보다 아득히 위에 있는 누군가가, 성좌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사건들을 만들어주고 나의 존재를 인정해준다……. 크흐. 이게 중독될 수밖에 없는 마약이지. RPG 뽕맛.
……그렇구나.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성좌들이 미리 정해놓은 레일을 곧이 곧대로 따라 걸은 적이 없기에, 저 황야에서 나를 포위한 헌터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성좌들과 신도들은 유대감이 어마어마해. 자길 인정해주고 보상해주는 성좌를 신도들은 당연히 숭배하지. 숭앙하고. 애정해. 이 숭배심이야말로 제일 순수한 신앙심 비슷해서, 성좌들은 이 숭배심을 양분으로 삼아 자기 존재를 유지하는…….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앙!
테이블 위에 놓인 내 유리잔이 흔들렸고, 땅바닥이 흔들렸으며, 주위의 다른 탁자들은 우르르 쟁반과 접시를 쏟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폭발음이 들려온 방향을 쳐다봤다.
29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