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Class Suicide Hunter RAW - Chapter (332)
3.
알고 있었다.
「안타깝군.」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봐라. 누가, 어떤 존재가 이런 탑을 세웠는지 몰라도 아무튼 엄청난 공을 들이지 않았겠는가.」
「본래라면 조금 더 감탄하면서 우러러봐야 할 광경일 텐데.」
「우리는 이미 10층에서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말았어.」
거의 항상 무표정을 유지하면서, 투구를 쓴 채,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얼굴을 최대한 보여주지 않는 사람.
언제나 몸에 갑옷을 둘렀고.
「포커페이스에는 나름 자신이 있는데.」
「김공자. 혹시 독심술 스킬을 지니고 있는가?」
어쩌면 그보다 더 견고한 성벽을 마음에 두른 자.
「어쩔 수 없군.」
나의 동료.
파트리시아.
고귀하고 고결한 우리의 성기사.
「나에게는 상대방의 거짓말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
「나를 자경단 부길드장까지 올려준 스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의심은 인간을 갉아먹는 독이요, 진실은 가장 강력한 해독제다. 지금까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12층에서 협조할 수는 있게 될 것이다.」
가을비의 마왕과 접전을 벌이기 직전.
수 년 만에 스테이지를 돌파한 헌터들은 흥분해 있었고, 그러기에 마왕이 파놓은 함정에 간단히 걸렸다. ‘퀘스트 자체가 마왕의 함정일지도 모른다’라는 가능성은 고려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우리를 배신하여 마왕의 편에 섰다고 알려졌을 때, 거대 길드의 수장들은 간단히 서로를 의심하였다.
「어리석긴! 내가 말했잖아! 절대로 마왕의 보상을 고르지 마라고.」
「감히, 누가, 우리를 배신했는지 아직 모르지만, 그 작자한테는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물해주겠어.」
아직 서로 믿을 수 없는 시절이었다.
이단심문관은 만신전의 지하에서 이단이라는 명목 아래 사람들을 심문했고, 흑룡주가 거느린 암살대가 바빌론의 밤을 헤집었으며, 백작은 다른 길드들의 자본을 잠식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 분위기. 이 공기. 탑 초반부를 공략했을 때 그 느낌이야.」
「그러게 말일세. 5대 길드가 10대 길드였던 시절이랑 비슷한 느낌인걸.」
「그 시절엔 참 많이도 죽었지. 많이도 죽였고. 안 그래?」
서로가 학살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잘 알았다.
「성기사! 당장 거짓말 탐지기로 전원을 심문해줘. 한 명도 빠짐 없이! 만일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성기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거나 회피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사람을 죽여버리겠어!」
그러니까.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다.」
나는 알고 있었다.
「우선, 나는 배신자가 아니라는 걸 밝히고 시작하지.」
당신 같은 사람이 학살자들을 잊어줄 리 없다는 것.
납득할 리 없고, 설득될 리 없고, 용서할 리 없다는 것.
지금 당장 학살자들을 징벌할 힘이 없다면 그 힘이 쌓일 때까지 참을 테지. 인내할 것이다. 5년이든 10년이든 와신상담하여 언젠가 기회가 오는 순간까지 기꺼이 기다린다.
「포커페이스에는.」
「나름 자신이 있는데.」
주위에서 [성기사만은 믿음직스러운 인간이다]라고 생각하도록.
설령 기회를 놓치더라도 아쉽다는 낯빛을 비추지 않고.
설령 기회가 온다 하더라도 흥분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해야 할 것을 한다.
「정말로 인생이란 모르는 일이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흑룡주와 화해해서 다시 친구가 되지 않나. 다른 길드장들과의 사이도…….」
「……정말로.」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말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
그러므로.
유리의 미궁, 63번째 스테이지의 어느 막다른 골목에서 성기사와 쏙 빼닮은 인형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인형이 들고 있는 종이 팻말을 보게 되었을 때.
나는 놀라지 않았다.
전혀. 조금도.
『나는.』
팻말엔 간결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동료 전원을 암살할 계획들을 17가지 세워두고 있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파트리시아의 모습 그 자체였다.
4.
삐끄덕.
“놀랐느냐?”
성기사와 똑같이 생긴 인형의 입이 움직였다. 자신의 모습도 목소리도 드러내지 않는 뱀이 인형을 통해 속삭이고 있었다.
“이 인간은 나의 모범적인 신도이지. 원칙적으로 50층을 넘어오지 못한 인간들에게 성좌가 멋대로 간섭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 그러기에 스킬이나 가호라는 형태로, 간접적으로 접촉하는 것이다.”
“…….”
간접적인 신앙 전파.
성좌의 입장에서 스킬과 가호라는 것은, 일종의 수단인가.
50층에 도달하는 세계보다 도달하지 못하는 세계가 훨씬 많다. 많을 것이다.
성좌들의 입장에선 그 많은 세계의 신앙 자원이 아깝겠지.
그러기에 권능을 써가면서까지 스킬을 만들어 배포하며, 내가 한 때 히든 스테이지 보상으로 얻었던 [사신(蛇神)의 가호]와 같은 축복을 뿌리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 인간은 간절했느니라.”
끼기긱. 끼익.
내가 새로운 사실을 머리 한켠에 새겨놓는 동안, 마리오네트 성기사는 즐겁다는 듯 말했다.
“나는 누군가를 특별 취급하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 성좌다만, 그럼에도 이 인간은 ‘특별’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토록 간절히 소원을 비는 자는 제법 오랜만이었어! 10년도 더 전에, 이 인간은 입술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깨물어 피를 흘리고 또 흘리면서, 존재한다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빌었노라.”
탑에서 대숙청이 터진 시기.
“아무도 모르게 악인들을 처단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라고 말이다.”
“…….”
“말하자면 이 인간은 암살자가 되길 원한 것이다! 비밀스러운 살해. 베일에 가려진 처형자. 기획 살인. 나는 죽음을 관장하는 성좌는 아니나 모든 모략과 암살에는 내 권능의 손길이 닿는다. 기꺼이 힘을 빌려주었지!”
나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거짓말 탐지기]는 당신이 준 스킬이군요.”
“그렇다. 어디 그뿐이겠느냐!”
인형의 입에서 마찰음이 흘러나왔다.
“이 인간이 보유한 스킬은 그야말로 나의 권능이 찬연하게 나열된 목록이나 다름없다. 상대방이 자신한테 품은 호감을 숫자로 표현하여 볼 수 있다. 상대방한테 자신의 스킬을 공개할 적에, 이 인간은 원하는 대로 스킬 설명을 곡해하고 왜곡할 수도 있다. 비밀 탐지. 정보 왜곡. 조작. 계략. 참으로 아름답지 않느냐!”
“…….”
“네놈이 친우라 생각하는 자들은 너의 죽음을 계획하고 있었다!”
[미궁에 거하는 눈]이 희롱했다.“너에게 순수한 호의로 다가간 놈은 단 한 명도 없었노라.”
어떤가, 라고 뱀의 성좌는 물었다.
“너의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너의 죽음부터 생각했으며, 살해 방법을 완벽하게 고안한 다음에야 네게 티없는 미소를 지었지. 사왕. 네놈이 이명을 받기도 전에 말이다!”
그래.
“이것이 네놈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우정의 정체다!”
아무리 볼품없는 단검이라 해도 칼날이 생살에 스치면 아프다.
머리로 이미 알고 있고, 마음으로 이미 갈무리했더라도, 설사 지금 내가 듣고 있는 말이 오직 나를 뒤흔들기 위한 도발에 지나지 않음을, 이렇게라도 도발해야만 승산이 있어 상대방은 사실상 발악하는 것에 불과함을, 다 알고 있다 해도.
칼날은 칼날이며 상처는 상처다.
아프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네놈이 원한다면 저 인간들이 품고 있는 비밀을 말하지 아니하고 침묵해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네놈이 원치 않더라도 저 인간들이 품고 있는 비밀을 모조리 네 눈앞에서 폭로해버릴 수도 있느니라!”
내가 과연 견딜 수 있는가일 것이다.
“두려운 것을 마땅히 두려워하거라. 너희 인간은, 너는 그 정도는 현명할 것이다. 자신의 운명에 비해 과분한 이름을 부여받은 것아. 그 검을 내려놓고…….”
“당신이 뭘 압니까?”
인형의 만들어진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뭐?”
“당신이 파트리시아의 뭘 그렇게 잘 아냐는 말입니다.”
나는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매만졌다.
하얀색에 은실 자수가 놓인 손수건.
부드러운 감촉을 손끝에 감으면서,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이는 궤적에 따라,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혔다.
마음의 온도를 조종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훨씬 더 깊이, 저는 파트리시아를 알고 있어요.”
“하. 웃기는구나! 당장 그것들이 어떤 살인계획을 세웠는지도 모르지 않았더냐.”
“파트리시아는 유수하를 이용했습니다.”
“……뭐?”
나는 기억을 떠올렸다.
굉장히 오래 전인 것처럼 아득한 일.
내가 4000일의 회귀를 결심하게 되었던 바로 그 순간에, 현장에, 성기사는 있었다.
「물 능력자들은 혼자서 스킬 쓰지 마!」
「그렇지, 한번에 타이밍 맞춰서! 그렇지!」
유수하에 의해 할렘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최상위 랭커들 중에선 오로지 성기사와 약제사만 화재 현장에 달려왔다. 성기사는 모를 테지만 사실, 그때 나는 성기사를 처음 보았다.
불길 앞에서 두 명의 랭커는 대화했다.
「이상하네요. 왜 성녀 씨가 아직 안 올까요…?」
「오늘 밤에는 무슨 일이 있다고 말하더군.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데이트 아니겠나. 요즘 녀석은 염제랑 같이 다니는 날이 부쩍 늘었으니.」
「…그 염제라는 남자, 저는 싫어요.」
당연하게도 두 사람은 유수하를 알고 있었다.
「성녀 씨는 더 좋은 분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눈이 너무 높군. 랭킹 1위보다 더 좋은 남자라면 도대체 누구를 만나라는 얘기인가?」
성기사는 유수하에 대해 ‘나쁜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유수하 같은 인간을 증오할 당신이, 세상에 유수하를 싫어하는 자가 있어야만 한다면 반드시 선택될 사람이면서, 경멸의 기색을 일절 드러내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염제.」
오히려 공손했다.
「보다시피 예전 슬럼가 구역에 방화가 일어나서 말입니다.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깍듯했다.
「도와주면 난 뭘 얻는데?」
「내일 전 세계 언론사와 방송사에 [화재를 진압한 염제, 큰 선행을 베풀다]라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나갑니다. 세상 사람들한테 신선한 충격을 주는 동시에 당신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지요.」
어째서 ?
왜 그랬는가.
염제가 어떤 인간인지 눈치채지 못해서?
한때는 그렇게 여긴 적도 있었다.
염제의 연기가 너무도 대단하여 세상 사람들을 속였고 파트리시아도 속은 거라고, 그렇게 여기어 분통에 잠긴 적 또한 있었다.
“성녀가 유수하를 독살하려 했을 때, 유수하는 한 번 당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회귀해서 성녀에게 복수했지요. 그때 유수하는 어째서 인지 [나를 독살하라 명령한 사람은 흑룡주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뭐? ……네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그 사실을 누가 귀띔해준 걸까요.”
이제는 파트리시아가 속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날 밤에, 유수하는 성녀한테 말했습니다. [잘 생각해서 대답해라. 난 만독불침은 없어도 거짓말을 탐사하는 스킬은 갖고 있거든. 만약 구라를 치다 걸리면 뼈까지 불태워주마.] 하지만, 유수하에겐 거짓말 탐지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얘기를…….”
“그 스킬을 가진 사람은 파트리시아였어요.”
정반대.
파트리시아가 모두를 속였다고, 생각한다.
“제가 회귀하기 전의 세상에서 아마 검성 어르신은 유수하한테 죽임을 당했습니다. 어르신은 강해요. 비록 유수하가 회귀 스킬을 가지고 있다 해도, 혼자서 검성 어르신을 당해내기란 극히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도 어르신은 당했고, 실종 처리를 당했으며,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소문만 무성했습니다.”
“…….”
“마침 파트리시아는 검성을 잘 알고 있었어요. 검성이 자경단장일 때 바로 직속 수하였으니까요. 검성의 약점이 무엇인지, 검성의 스케줄이 어떤지, 전부 잘 알았을 테고. 대숙청에 가담한 검성에게 칼날을 갈고 있었습니다. 염제가 검성을 사냥하는 일에 파트리시아가 협력했다 해도 놀랍지 않아요.”
모두가 파트리시아한테 속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살해당해서 죽은 사람을 [실종 처리]시켜, 마치 죽지 않은 것처럼 위장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경단 길드도……. 마침 파트리시아의 수족이었고요.”
“…….”
“또 다른 세상에선.”
탑주(塔主)가 내게 보여준 세계선.
내가 유수하의 길드원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는 IF 시나리오.
그곳에서 성녀는 창을 들고 유수하를 습격했었다.
“어째선지 성녀는, 자신의 할아버지, 검성 어르신을 죽인 살인자가 유수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유수하!」
「당신이 제 하나뿐인 할아버님을 살해했습니다!」
“누가 알려준 걸까요.”
누군가가 염제를 이용해 검성을 없애고 싶었다.
그 누군가는, 염제를 이용해 흑룡주를 제거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성녀에게 복수심을 심어주어 염제와 흑룡주 사이를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만들고 싶었다.
“누가 알려줄 수 있었을까요.”
IF 시나리오에서 거대 길드들은 붕괴했다.
이단심문관은 만신전에 잠입한 테러리스트에 의해 죽었고, 흑룡주 또한, 암살자에 의해 처리당했다.
이단심문관도 흑룡주도 어느 누구보다 보안에 철저한 사람들일 텐데.
“마침, 탑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신원을 검사하여 보증하는 길드는 자경단이지요.”
어떻게 테러리스트와 암살자가.
탑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거대 길드의 중추에 숨어들 수 있었는가.
“그럴 수 있는 능력과 지위를 가진 사람은 한 명뿐입니다.”
신뢰받는다는 건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하는 동기를 가진 사람도, 길드장들 중엔 한 명뿐이고요.”
보증할 수 있다는 건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탑주는 저에게 [유수하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환상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환상에서조차 탑이 망가지고, 거대 길드들이 붕괴되는 모습을 숨기진 못했어요. 왜? 이왕 환상을 보여줄 거라면 최고로 완벽한 세상을 보여주면 될 텐데, 왜 굳이, 하필이면 망가진 세상을. 저한테.”
왜냐하면 탑주는 인간의 소망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비록 피에 물든 원(怨)이라 할지언정, 파트리시아가 마음에 품은 소원은 [학살자들에게 응당의 보복을 내린다]였으니까.
단지 그 소망을 무시하는 것만은 탑주에게 불가능했다는 걸.
“…….”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히시미트 크리츠.”
입술을 열었다.
“지금 말한 모든 것을 당신은 모르겠지.”
“…….”
“내가 여태껏 쌓아올린 신뢰가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도발하고 싶었을 거다. 내 동료들이 가진 비밀들을 하나씩 벗겨내어, 나한테 전시하여, 더 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지경으로, 가능하다면 몰아넣길 원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
파트리시아에 대해서.
친우들에 대해서.
“그들이 지은 표정들을 알고 있으며, 그들이 지은 적 없는 표정까지도 전부 알고 있다. 자기 자신들에 관해 모르는 것까지 나는 봐서 알아.”
모르기에 손을 내민 것이 아니다.
모르면서 믿음을 준 것 역시 아니다.
“이럴 리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짓을 하지 않을 사람이라서 믿은 게 아니야.”
나는 검을 쥐었다.
“이럴 수 있는 사람을 이러지 않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그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나는 그들 곁에 있는 것이고, 그들도 나를 믿는 거다.”
“네놈…….”
“당신이 폭로할 수 있는 비밀 중에 나를 무너트릴 수 있는 칼날은 없어.”
“같잖은 애송이가!”
“인간은 네가 만든 유리 정원에 전시되기 위한 인형이 아니야.”
있는 힘을 다하여.
미궁의 길바닥을 검으로 찍었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전시되기 위해 살지 않고, 누구도 다른 사람을 전시할 자격 따윈 없어.”
쩌저저저, 적-.
내가 내려찍은 땅을 중심으로.
“이제부터 너를 떨어트려주마.”
유리의 세계가 찢어졌다.
33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