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Class Suicide Hunter RAW - Chapter (375)
3.
“잠깐만. 도대체 무슨 일이야?”
흑룡주가 당황하며 물었다. 라비엘의 방문으로 이미 숙소는 소란스러워졌다.
퇴근하고 안락하게 저녁을 보내던 친구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겠지.
“혹시 제국에서 무언가 큰일이라도 터진 거니? 반란이라거나. 암습이라거나. 그래서 갑작스럽게….”
“반란과 암습이 둘 다 터지고 그 위에 독살까지 곁들여졌다. 흑룡의 주인.”
“뭐!? 정말로!?”
“그리고 다행히도 세 가지 모두 얼마 전에 해결되었다. 지금은 다른 일로 공자를 찾아온 것이다.”
라비엘은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으며 나를 쳐다봤다.
어서 해명해보라는 눈짓.
비록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으나 라비엘의 심기가 꽤나 편치 못하다는 사실을, 나는 그녀의 심장소리와 숨소리로 알 수 있었다.
“다른 일이라고 해봤자 본인도 상세한 내막은 모른다만.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은 사람은 이쪽이다. 공자여. 내 목숨이 한 번 거두어지는 것을 그대의 목숨이 천 번 끊기는 것보다 꺼릴 그대가 어찌하여 [그런 부탁]을 했는지. 그저 궁금할 수밖에 없구나.”
어느덧 라비엘뿐만 아니라 동료들 모두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라비엘은 해명을 요구했으며 동료들은 설명을 원했다.
“음.”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제부터 작전 회의가 시작된 것이다.
“예, 라비엘……. 만일 제가 천 번을 저물어서 해결될 일이었다면 절대로 라비엘에게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허면.”
“영원히 라비엘을 만나지 못하게 될 뻔했습니다.”
공용 거실에 자리한 사람들의 시선이 내 얼굴을 찔렀다.
“지금으로부터 24시간 뒤, 저는 영구적으로 봉인을 당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침묵이 가라앉았다.
사람들의 반응 속도는 각양각색이었다. 가장 먼저 이해한 건 물론 라비엘이었다. 라비엘은 부채를 꺼내 턱을 짚으면서 “……역시 그런 것인가”라고 중얼거렸다.
“흐음.”
라비엘 다음으로 내 말의 진의를 파악한 사람은, 의외라면 의외, 의외가 아니라면 의외가 아니게도, 바로 성기사. 파트리시아였다.
파트리시아는 팔짱을 끼고 지그시 이쪽을 봤다.
“과연. 김공자에게 제일 효과적인 전술을 들고 나온 적군이 나타났다는 얘기군. 24시간 뒤, 라는 것은 방금 막 하루를 회귀했다는 뜻인가?”
“예.”
“너의 능력을 어느 정도 짐작하는 자가 있다면. 그리고 그 자가 충분히 강력하고 강대하다면 언젠가 반드시 맞닥뜨리게 될 난관이다. 신경 쓰지 마라, 김공자.”
파트리시아와 내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뒤늦게 다른 동료들도 하나둘 진상을 짐작하기 시작했다. 백작은 “아하”라고 고개를 끄덕였으며 흑룡주는 “아아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여기 모인 동료들에겐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을 밝혔기에 빠른 이해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오직 독사만 멍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이어이, 뭐야? 무슨 얘기냐구? 왜 너희들끼리 이해했다는 낯짝을 하고 있어? 이 어르신은 조금도 알아듣지 못하겠는데.”
“단순한 이야기다. 라오판. 김공자는 죽여도 죽지 않으며 죽을수록 도리어 더 강해진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봉인하는 것만이 유일한 상책이다.”
파트리시아는 별거 아니라는 듯 해설했다.
“누군가 도와줄 수도 없게끔 격리시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없도록 봉쇄하여, 유구한 시간 동안 마비시키는 것이다.”
“아……. 어어. 그래. 무슨 소린지 알겠다. 근데 넌 어떻게 김공자 얘기를 듣자마자 그렇게 빨리 알아먹은 거야?”
“그야 내가 김공자를 없애기 위해 세웠던 계획들 중에 포함된 전술안이었으니까. 직접 꾸며본 작전인데 모를 리 없지.”
“어. ……엥? 에엑? 뭐라고?”
“무시해라.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 이야기다.”
파트리시아는 한 차례 고개를 내젓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김공자. 누구인가? 누가 너를 봉인시키려고 했나. 너를 봉인시킨다는 건 떠올리기만 쉽지 실현하긴 극도로 난해하다. 그런 강적이 있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살천성이라는 자입니다.”
살천성이 어떤 자인지에 관해 한동안 설명이 이어졌다.
“…….”
“…….”
내 말을 듣는 내내 동료들은 표정이 심각해졌다. 체육복에 삼선 슬리퍼라는 최악의 패션 조합으로도 그 심각함을 차마 가릴 수 없지는 않았는데, 아무튼 전부 가리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제거된다는 건 곧 사자세계 전체의 붕괴를 뜻하기 때문에.
오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나라는 존재는 사자세계에 너무나 중요하다. 지나치게 핵심이다.
첫 번째. 5대 길드는 나를 중심으로 과거의 원한을 청산하고 협력한다.
두 번째. 아이김 제국은 [수호의 여신]을 신으로 받들고, [수호의 여신]은 나를 용사님이라 부르며 따른다. 이 권위 덕분에 나는 아이김 제국에 간섭할 수 있다.
세 번째. 라비엘의 제국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라비엘과 내가 정략결혼을 한 덕택에 양쪽 세계가 원만하게 소통하는 것 아니겠는가?
네 번째. 우부르카가 태어난 이세계는 더욱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나는 사자세계의 기둥이다.
수많은 이종족들과 이세계들 간의 화합이 오로지 내 목숨에 걸려 있다.
무너져서도 안 되며, 사라지는 것마저 용납되지 않는다.
“……참으로 공교로운 인연이다.”
무거운 침묵을 깨트린 건 라비엘이었다.
“지금 이야기가 나온 살천성은 내 오래된 선조이다. 우리 가문은 본래 평민이었으나 나라를 구한 영웅의 총애를 받으며 단숨에 권력의 중추에 다가섰지. 그리고 살천성은 우리 가문에 기원검(祈願劍)을 남기고 떠났다.”
기원검.
라비엘이 거울을 마주보며 자신의 심장에 내려찍은 바로 그 검이다.
“나는 기원검을 써서 한때나마 성좌가 되었다. 내가 성좌가 되었기에 나의 세계는 묵시록에 기록되었다. 묵시록에 기록되었기에 김공자, 그대와 만날 수 있었다.”
“네. 라비엘……. 인연이란 기이하다고 저도 언제나 느낍니다.”
그리고 김율은 원장님이 고아원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원장님으로 인해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기이함을 넘어 기묘하기까지 한 인과 아닌가.
“그래. 기괴한 인연이란 건 잘 알겠어.”
시종일관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나스타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어쩔 작정인데?”
“당연히 되갚아줄 생각입니다.”
그 한마디로 우리에게 밤은 없어졌다.
우리는 거실의 각탁에 둘러앉았고, 작전에 필요한 가신들이 소환되었다. 백작은 아예 [금화를 문 고양이]들을 불러들였다. 이번에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은 성좌의 천적. 그에 대해 조언을 구하려면 성좌의 입에서 듣는 게 최선이었다.
“살천성임까……. 와알. 딱 잘라 말해서 어렵슴다.”
‘살천성을 배제하려면 어떡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삼색 고양이가 꼬리를 살랑거렸다.
“살천성은 공식적으로 90층까지 클리어한 헌터임다. 그리고 90층까지 클리어한 헌터는,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아지트를 부여받슴다.”
“알고 있어요. 대도서관 같은 성역(星域)이잖아요. 그 성역으로 쳐들어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왈. 그렇슴다만…….”
고양이들이 나란히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냥이들은 저들끼리 시선을 교환한 뒤 조심스레 나의 눈치를 살폈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함다. 명천님. 지금까지 어느 헌터도, 심지어 성좌조차도, 살천성의 성역에 발을 들이지 못했슴다. 아니. 살천성의 성역에 관해 최소한의 정보라도 가진 성좌마저 얼마 없을 검다.”
“……어째서요?”
“살천성의 성역은 [은폐]가 본질이기 때문임다.”
은폐.
“멍, 더 정확히는 [무지]에 가깝슴다. 명천님도 알다시피 살천성은 사은품으로 나눠받은 티슈 쪼가리보다 지 기억을 더 쉽게 버려대는 미친놈 아님까? 살천성 자신도 살천성에 대해 모름다. 살천성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어떤 놈인지. 자기가 왜 성좌를 쳐죽이고 다녀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살천성 본인도 잘 모를 검다.”
“…….”
“그러니 무지(無知)야말로 살천성의 본질임다. 왕. 그가 어디에 있는지 저희는 모름다. 그가 눈앞에 있어도 그가 누구인진 모름다. 그가 있는 곳을 눈앞에 두더라도 아마 가는 것은 불가능할 검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도 그 아이를 모른다는 건, 김율이 교실의 창가자리에 앉아 있었을 때부터 변치 않은 것이구나.
“실뱀아.”
나는 손목에 걸린 뱀을 내려봤다.
“끼이익?”
“넌 살천성의 성역이 위치한 좌표를 알고 있지?”
실뱀이 혀를 낼름거렸다.
[‘미궁에 거하는 눈’은 자기가 좌표를 알지 못하는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각탁 위에 앉은 고양이들이 귀를 쫑긋거렸다.
“아아아. 확실히. 히시미트 크리츠라면 좌표 정도는 알 수 있겠슴다. 무지는 진실을 모르는 것이고, 비밀은 진실을 감추는 것이죠. 어느 쪽이든 진실이 외면당한단 점에선 공통점이 있슴다, 멍. 그리고 히시미트 크리츠는 진실을 폭로하는 성좌임다. ……라고 할까.”
[‘금화를 문 고양이’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당신을 쳐다봅니다.]“히시미트 크리츠만 있으면 대충 가지 못할 세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함다. 저희가 있으면 구매하지 못할 것이 없고요. 왈. 정말 알짜배기 성좌들만 수집하셨슴다, 명천님. 완전 개사기임다.”
“좌표만 알면 갈 수 있어?”
나는 고양이들의 탄식을 무시하고 질문했다.
자신만만하게 혀를 날름날름하던 실뱀이 살짝 고개를 수그렸다.
[‘미궁에 거하는 눈’이 그건 아니라고 부정합니다.] [‘미궁에 거하는 눈’은 코앞에 군사시설이 보인다 해도 거기에 보안을 뚫고 잠입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비유합니다.] [‘미궁에 거하는 눈’은, 자신은 거기에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뿐, 어떻게 해야 그곳에 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그러겠지.
살천성은 비밀을 숨긴 게 아니라 비밀이 될 만한 기억들 자체를 소거해버렸다.
실뱀은 ‘거기에 뭔가 있었다’를 감지할 수 있을지언정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폭로할 순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돌렸다.
‘살천성조차 버려서 잃어버린 것이 내 곁에는 있어.’
각탁 맞은편.
그곳엔 소집에 응하여 이곳으로 모인 가신들이 앉아 있었다.
나는 그중 이번 작전에서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김율 씨.”
“…….”
“아마도 당신은 살천성의 성역에 갈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김율은, 살천성의 [근원]은 묵묵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살천성의 성역이 얼마나 견고한 보안 시스템을 갖춰 놓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안다고 해도 뚫을 수 있단 보장 또한 없다.
하지만, 그 보안이 자동으로 통과시켜줄 인물이 누구인지는 너무 명확했다.
“저희의 작전은 간단합니다. 히시미트 크리츠가 좌표를 밝히고, 그 좌표로 김율 씨가 건너갑니다. 김율 씨는 교두보를 마련해주세요. 그럼 즉시 저를 포함한 공략대가 몰려갈 겁니다.”
“알겠다. 가주.”
“적이 비겁하게 13체로 공격해온다면 저희는 그보다 더 비겁하게 머릿수로 후려칠 뿐이에요. 저희가 갈 때까지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한 순간. 단 한 순간만 혼자서 버텨주세요.”
김율이 고개를 짧게 끄덕이는 와중, [금화를 문 고양이]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자, 잠깐만요. 기다려주십쇼, 명천님. 일단……. 저분에게 접근 권한이 있다는 건 알겠슴다. 하지만 살천성의 성역은, 일단 90층급 위계를 지닌 곳임다!”
“그래요?”
“왈! 당연함다! 그런 곳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함다.”
고양이가 핑크빛 젤리를 드러내면서 발가락들을 쫘악 펼쳤다.
“첫째. 자신의 성역을 탑에 제공하는 경우. [맛있는 꼬랑지를 가진 자]가 여러분들의 20층 대에, 제가 70층 대에 제 세계를 연결해둔 것과 같슴다.”
“맛있는 꼬랑지를 가진 자가 누구야?”
“하무스트라라고도 함다.”
“왜 그렇게 불리는…….”
“그게 지금 중요함까?! 이야기에 집중해주십쇼!”
대단히 중요한 느낌이 든다. 어느 정도인가하면 지금 이 순간에는 그것밖에 중요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신경쓰여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고양이는 아랑곳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둘째. 자신의 성역을 연결하는 경우. 60층 대가 그런 느낌임다. 보통은 휘하 세계를 연결하지만, 자신의 세계를 직접 연결하는 경우도 있슴다. [맛있는 도가니를 가진 자]가 이런 케이스임다.”
“그건 또 누구…….”
“무티아라고도 함다.”
맛있는 건가.
무티아의 도가니는 맛있는 건가…….
“첫번째가 탑에 대한 일종의 복무 의무에 가깝다면, 두번째는 성좌로서의 힘을 축적하기 위한 장사 수단에 가깝슴다.”
“비슷해보이는데…….”
“뭐 실제로도 비슷함다. 이거 관련해선 언제 명천이 실제 90층에 오르면 그때 더 자세히 알게 될 것이고……. 그치만 이 두 가지 방법에는 다른 의미에서 공통점이 있슴다. 성역에 대한 접근권을 자신이 설정할 수 있다는 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방법은?”
“셋째는 탑 전체의 관리자. 가령 기둥 등이 접근로를 마련해주는 검다. [맛있는 술이 되는 자]가 이 방법으로 여러분들께 잡혔지요.”
히시미트 크리츠가 캬아악 소리를 냈다. 고양이는 그런 히시미트 크리츠를 향해 입맛을 챱챱 다시면서 말을 이었다.
“그 밖에는 뭐. 똑같이 그만한 체급이 되는 검다. 명천님이라면 자격을 갖고 있겠지만 저 인간은 무리임다.”
나는 피식 웃었다.
요컨대 ‘김율은 살천성의 성역에 갈 권한은 있어도 90층급에 갈 자격이 없다.’
반면에 ‘나는 90층급에 갈 자격은 있어도 살천성의 성역에 갈 권한이 없다.’
서로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 하나씩 빠져 있다고나 할까.
“괜찮아요.”
하지만 달리 말하면,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메워줄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김율과 나는 이미 함께 묶인 존재.
서로를 서로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였다.
“김율 씨는 저의 사도입니다. 저의 수족이지요. 그러니 [헌터]가 아니라 [명천이라는 성좌의 사도]로서 가면 됩니다.”
“넵? ……아아아, 아하아! 과연!”
삼색 고양이는 나와 김율을 휙휙 번갈아 보더니 입을 벌렸다.
“만일 정말로 사도라면 가능함다! 성좌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사도도 성좌와 똑같은 자격을 지니게 되니 말임다.”
김율은 나로 인해서 기억을 되찾았으며 나에 의해서 수육했다. 이제 내가 성좌로서 완성된 이상, 김율은 나의 사도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김율뿐만이 아니다. 에스델도. 실비아도. 사마군도. 마천의 교인들도. 나에게 생을 얻어간 사람들은 이제는 하나같이 나의 사도다.
따라서, 이번 작전이 가능해진다.
“김율 씨가 먼저 거기로 건너갑니다. 저의 사도로서. 저희의 선봉으로서.”
마치 [폐허를 추수하는 소]가 라비엘의 세계를 침략할 적에, 자신의 사도인 금사매를 앞세웠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김율을 앞세워 살천성의 성역을 침공한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저를 불러주세요. 저를 강림시켜 주십시오. 그때, 저는 저의 사도들과 신도들을 데리고 단번에 달려가겠습니다.”
모든 퍼즐이 갖추어졌다.
[미궁에 거하는 눈]이 있기에 좌표를 알 수 있다. 김율이 있기에 성역에 입장할 수 있다. 내가 김율의 성좌이기에 그의 부름에 응답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사도이거나 신도이기에, 나와 함께 건너갈 수 있다.10층부터 80층까지 올라오면서 이룩한 모든 것들이, 지금의 작전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멍. 알겠슴다. 적어도 저희가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슴다!”
[금화를 문 고양이]도 작전의 성공을 보장했다.그러니 이제는 작전을 실행하기만 하면 될 터, 였는데…….
“사도? 신도?”
흑룡주가 망연하게 중얼거렸다.
“잠깐 기다려보렴. 난 김공자가 천국층을 깰 때 불려나가지 않았어! 사도도 신도도 뭣도 아니라고!”
“그럼 여기서 집을 보면 되겠구먼.”
백작이 여유롭게 부채를 부쳤다.
“참고로 당연하지만 나는 김공자의 신도 자격증을 끊어놨다네. 천국층에서 클리어를 인정해주는 것이 곧 김공자의 신도가 되는 일이었으니 말일세.”
“음. 맨 처음 신도가 된 사람은 나다.”
성기사는 여유롭게 부채를, 자기가 아니라 백작한테 부쳐주었다.
“생각해보면 아나스타샤는 심판역으로 불리지 못했군. 그런가. 자격 요건이 안 되는 것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아아. 가끔 자기가 김공자랑 제일 먼저 친구를 먹었느네 뭐라느네 떠들더만, 결국 진정한 동료애란 녀석은 이런 곳에서 증명되는 거 아니겠냐구.”
“아하핫. 저도 일단은 주인님의 신도입니다!”
차례대로 성기사와 독사, 이단심문관이 말했다.
“…….”
주위를 둘러보던 흑룡주는 문득, 모종의 감정에 타오르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마치 내게 배신당했다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 개종할게!”
당신 무교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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