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Class Suicide Hunter RAW - Chapter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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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놀라운 영상을 보고 계십니다!
-흑색마녀라는 이명으로 유명한 마녀가 11층 공략팀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저희 BBS에서 방금 입수한 최신 영상 자료인데요. 아! 이 부분을 확대해서 보겠습니다.
-예, 이 부분입니다! 잠깐 영상을 멈춰 볼까요.
한적한 대기실.
나는 멍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보이십니까? 흑색마녀가 다른 헌터 한 명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바로 이 헌터가 사왕(死王)으로 추정됩니다.
-만일 영상 자료가 조작되지 않았다면, 사왕은 11층의 스테이지 보스를 단칼에 사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헌터들 사이에서 흔히 원샷 원킬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보스 몬스터를 원샷으로 따낸 사례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캐스터와 해설자가 야단을 떨었다.
-즉, 최초라는 말씀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물론 흑색마녀가 도와주었습니다만, 직접 보스 몬스터를 상대한 헌터는 사왕 한 명으로 보입니다.
화면 아래엔 [사왕 오늘 오후 기자회견]이라는 속보 자막이 떠 있었다.
-여러분, 그럼 다음 영상도 함께 보시겠습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사왕. 어제 오후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전송석으로 바빌론에 귀환한 것인데요. 보시다시피 흑색 마녀와 검성이 동행하고 있습니다.
-꼭 두 사람이 사왕을 호위하는 것처럼 보이죠?
-예. 시청자 여러분께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해드리기 위해서, 잠시 음성을 키워보겠습니다.
누군가가 핸드폰으로 찍은 듯한 동영상이 흘렀다.
화면 한가운데에선 내가 무표정하게 걷고 있었다.
-여기 좀 잠깐 봐주세요!
-밀치지 좀 마! 뭐라고 말씀해주시죠!
-흑룡주, 공식 발표는 언제면 들을 수 있습니까!
-두 분이서 어떤 관계인….
픽!
더는 참지 못하고 리모컨을 팍 눌렀다.
나와 나란히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배후령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 왜 꺼? 한참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내가 입을 열었다.
“부끄러워서 죽을 거 같으니까요!”
이곳은 대기실.
검성에게 인정받은 지 벌써 하룻밤이 지났다.
오늘은 그간 탑을 공략한 경과에 대해 기자회견이 열리는 날.
본래는 거대 길드장들이 알아서 도맡아야 할 일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특별 게스트로 초대받았다. 조금 있으면 회견이 열릴 것이다.
-좀 뒈지면 어때. 넌 어차피 죽어도 안 죽잖아.
“그래도 싫습니다!”
회견이 열리기까지 할 일이 없어서 텔레비전이나 볼까 싶었는데, 이게 실수였다.
-아, 씨. 알았어. 그럼 딴 채널로 돌려라.
“어차피 모든 채널에서 제 얘기만 하잖아요!”
뉴스 채널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거의 모든 방송이 10층~20층 공략을 다루었다. 어디 텔레비전 방송뿐이겠는가? 인터넷을 켜도 사정은 똑같았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까 유명인이 되어 있다더니.
지금 내가 그런 꼴이다.
[수호의 여신은 당신의 업적이 그만큼 이례적이라고 지적합니다.]내 허리춤에서 성검이 우우웅, 떨었다.
[유명세란 영웅이 나날이 지불하는 세금과 같은 것. 영웅의 위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수호의 여신이 조언합니다!]“…….”
나는 심히 부담스러워져서 성검을 내려봤다.
“어젠 너무 피곤해서 얘기도 별로 못 하고 잠들었는데…. 거기, 여신 씨?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니야?”
[당신은 빛입니다!]성검이 더 강하게 진동했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꼭 아이돌을 덕질하는 팬 같았다.
[수호의 여신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속삭입니다. 제국의 누각에 올라서서 당신이 홀로 터트린 사자후! 이제부터는 너희들에게 ‘제국을 맡긴다’라고 선언한 당신의 모습은 참으로 늠름하여서….]“아아악!”
나는 귀를 막았다.
“그만! 그만해! 그건 내가 완전히 흥분한 상태에서 한 말이라고!”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검의 목소리는 귀가 아니라 머릿속에 직접 전해진 것이다.
성검은 쉴 새 없이 나의 흑역사를 속닥거렸다.
[수호의 여신은 말합니다. 모름지기 영웅이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법! 자기애가 없는 영웅의 말로란 언제나 비참하며, 주변 사람들마저 불행하게 만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자신감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대단히 굉장합니다!]그렇다.
수호의 여신은 다름 아니라 나의 광팬이었다.
“그만… 제발 그만 좀……!”
마치 한때 내가 염제를 덕질했던 것처럼, 성검은 나를 덕질했다.
그나마 내가 안 보이는 곳에서 팬심을 불태우면 상관없겠는데. 이 칼이 내는 목소리는 24시간 내내 나한테 생중계로 들려왔다. [수호의 여신은 고백합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을 두 번째 주인으로 모시게 되어서 행복하다고!]
맙소사.
누군가가 옆에서 진심으로 나를 찬양하는 목소리를 계속 들어본 적 있는가? 심지어 나 자신은 흑역사로 치부하고, 되도록 빨리 잊어 버리고 싶은 기억들을 끊임없이 중얼거리면서 찬양하는 것을?
차라리 죽여다오.
[특히 당신이 가을비의 마왕을 신하로 거두면서, ‘주군은 자기 사람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라고 중얼거린 순간은 그야말로 명장면….] 이건 진짜 안 된다.나는 배낭에서 어도유(御II油)를 꺼냈다. 어도유란 칼을 닦을 때 쓰는 기름. 헝겊에다 슬쩍 기름을 적시고 성검을 노려보았다.
“네가 먼저 시작한 거다. 이거.”
내 손이 칼날에 가까워졌다.
성검이 하얀빛을 깜빡거렸다.
[수호의 여신이 신변의 위협을 느낍니다.] [수호의 여신이 그만두라고 부탁합니다.] [수호의 여신이….]10분 뒤.
[수호의 여신은 당신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합니다.]반짝-.
나의 정성스러운 수건질 덕분에 성검이 깨끗해졌다. 칼날이 거울처럼 투명해져서 내 얼굴을 고스란히 비추었다. 그렇지만 성검은 치욕에 잠겨서 부들부들 떨었다.
“어휴. 이제 좀 조용하네.”
나는 한결 얌전해진 성검을 내려봤다.
“그래서 넌 성좌면서 왜 검이야? 원래부터 검에 빙의했어?”
성좌(星座)란 내가 이해하기로 스테이지의 관리자와 같았다.
아귀처럼 몬스터에서 출발하여 성좌가 된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 ‘검’이 성좌가 될 수 있을지 상상이 안 되었다.
이런 내 의문을 말해주자, 성검이 은은하게 하얀빛을 풍겼다.
[수호의 여신이 고개를 젓습니다.] [성좌는 해당 세계를 ‘대표하는 무언가’라고 이해하면 편합니다.]세계의 대표자.
[수호의 여신이 말합니다.] [자신은 본래 신으로 추앙받는 성령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국의 시조 ‘레판타 아이김’이 자신을 다섯 자루의 검으로 쪼개어서 봉인했습니다.] [자신은 그중 첫 번째 성검, ‘우상’입니다.]내가 눈을 깜빡였다.
“검 이름이 우상이야?”
[긍정.]그리고 수호의 여신은 다섯 자루의 검을 나열했다.
[제일검, 우상(偶像).] [제이검, 연민(懷惑).] [제삼검, 기원(祈願).] [제사검, 희생(樣姓).] [제오검, 구원(救援).] [이상이 다섯 자매의 검입니다.] [자매검들을 다 모으면 전성기에 버금가는 힘을 되찾을 수 있다고, 수호의 여신이 자랑합니다.]“호오.“
요컨대 지금 내 눈앞에서 반짝거리는 검은, 진짜 성검의 파편.
진정한 힘을 끌어내려면 나머지 네 자루의 칼도 찾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재밌네. 그래서 자매검들은 어디에 있어?”
대답이 안 돌아왔다.
멋쩍은 침묵이 대기실에 가라앉았다.
“여보쇼? 여신 씨? 댁 자매들은 어디에 있냐니까?”
묵묵부답.
내 눈이 가늘어졌다.
“…혹시 너도 몰라?”
잠시 후, 나직하게 목소리가 흘렀다.
[수호의 여신이 묵비권을 행사합니다.]“결국 모른다는 얘기로군.”
[가까이에 있으면 존재를 느낄 수 있다고, 수호의 여신이 항변합니다.]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당장 급한 일은 아니니까. 아무튼 최소한 1/5의 힘은 가지고 있겠네. 우상검 씨. 댁은 뭘 할 수 있어?”
[아이김 제국민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그건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지. 다른 건?”
파아아앗!
성검이 기다렸다는 듯 최대 출력으로 빛을 내뿜었다.
“아악! 내 눈!? 내 누우운!?”
나는 눈가를 감싸고 바닥을 뒹굴었다.
머릿속으로 성검이 으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호의 여신은 빛을 내뿜는 데 자신이 있다고 자랑합니다.]“그것도 지금까지 질리도록 봤으니까 당연히 알지!”
세상에. 순간적으로 눈을 오러로 보호해서 망정이지. 그만 실명할 뻔했다!
“아니, 제국민들한테 지지받는 거랑 반짝거리는 거 빼고 뭘 할 수 있냐고!”
정적이 흘렀다.
성검에서 어스름하게 빛이 났다. 사람으로 따지면 꼭 말을 더듬거리는 것 같았다.
[몬스터를 써는 데 자신이 있습니다.]“…….”
[인간을 써는 데도 자신이 있노라고 수호의 여신이 황급히 덧붙입니다.]똑똑. 똑.
어이가 없어서 침묵하는 가운데, 누군가가 대기실 문을 두들겼다. 난 얼른 성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 보면, 검이랑 대화하는 나의 모습은 미친놈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리라.
“누구세요?”
“나야.”
방문 바깥에서 마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부터 시끄럽던데. 무슨 일 있니?”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래…?”
마녀는 수상쩍게 여기는 듯했지만 더 추궁하진 않았다.
“5분 뒤에 기자회견이 시작한단다. 아마 기자들이 정신없이 질문을 쏟아부을 거야. 기자회견이 끝날 쯤엔 21층이 개방될 거고. 우리는 적당히 기자들한테 대답해준 다음에, 곧바로 21층으로 향하면 돼. 알겠니?”
“예!”
“대답은 정말 일품이라니까…. 꼭 늦지 말고 나오렴.”
방문 너머로 발소리가 들렸다. 터벅터벅. 마녀의 발걸음이 완전히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난 다음에야, 나는 다시 성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가만히 칼날을 쳐다보았다.
“정리하면, 빛나는 거 말고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거지.”
[수호의 여신은 부당한 의견에 항의를….]“됐다. 이제부터 넌 수호의 여신이 아니라 반짝이다. 성검이라는 이름이 아까워!”
생각해보면 이 성좌는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자기 세계를 지키지 못하고 가을비의 마왕한테 다 잡아먹히지 않았는가? 결국 내가 캐리해서 이 성좌의 세계를 지켜줘야만 했다. 아귀와 마찬가지로 이 성좌도 나한테 고개를 들 처지가 못 됐다.
“그리고 너무 시끄럽다. 검제 양반 한 명으로도 이미 내 머릿속은 용량 과다야. 자꾸 네가 수호의 여신, 수호의 여신, 하고 떠드니까 정신이 없잖아! 앞으로는 정말로 필요할 때 제외하면 말을 걸지 말도록.”
[수호의 여신은….]“어허. 콱 아이김 제국에 돌려줄까 보다. 알아들었냐, 반짝아?”
한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잠시 뒤에 성검이 부르르 떨었다.
[반짝이가 예 용사님, 이라고 대답합니다.]성좌를 득템하는 순간이었다.
2.
기자회견은 광장에서 열렸다.
중앙광장은 물론이고 골목까지 득실거렸다. 가뿐히 수만 명이 넘을 것 같은 인파. 광장 한복판에 세워진 무대로 우리가 걸어 나가자,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마녀, 검성, 나.
준비된 테이블에 우리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마녀였다. 마녀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흐르자, 광장 한켠에서 환호성이 치솟았다.
“흑룡주님!”
“꺄아아아!”
“여길 봐주십시오, 흑룡주님! 한 번만요!”
일군의 사람들이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마녀가 모델로 쓰인 잡지 표지 사진을 가져온 사람마저 있었다.
‘대단하네.’
아직 시대적으로 성녀(聖女)가 등장하기 이전이라서 그럴까? 여자 헌터로서 흑룡주는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마녀는 고개를 숙여서 인사한 뒤, 본격적으로 회견을 끌어나갔다.
“여러분 모두 아시다시피 저희는 10층부터 20층을 공략했습니다. 여러 언론사와 방송사, 소규모 언론에서 조명해주신 대로 굉장한 쾌거예요. 저희는 어떻게 해야 이 기쁜 일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여러분이 홍보해주시더군요. 예. 홍보비를 아껴주신 건에 대하여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대 앞줄을 점령한 기자단에서 살짝 웃음이 흘렀다.
“그렇지만 저희가 이번에 제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광장이 서서히 조용해졌다.
“지난 수년 동안 모두가 염원해온 10층 공략이 드디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20층까지 공략했다는 사실도 아닙니다. 희생자 제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기쁩니다.”
작은 유머 다음에 진심을 드러낸다.
연설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흑룡의 마녀는 처음부터 회견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었다.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최고 길드의 수장을 하는 건가?’
어제 나한테 이런저런 옷을 입혀보면서 푼수처럼 굴었던 사람과 정말로 동일인물인가 싶었다.
“여러분. 잠시만 아래를 내려봐 주십시오.”
마녀가 말했다.
“여러분이 밟고 있는 바빌론의 광장 바닥을 봐 주세요. 돌 하나하나에 이름이 새겨진 것이 보일 것입니다. 여태까지 희생된 전사자들의 이름. 탑을 공략하는 데 목숨을 바친 저희 선배들의 이름입니다.”
위이잉-.
기자단의 카메라들이 일제히 바닥을 비추었다.
“2층이 공략되었을 때도, 3층이 공략되었을 때도, 무수히 많은 이름들이 바닥에 새겨졌습니다. 이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저희가 있습니다. 저는 이분들 앞에서… 이렇게 선언할 수 있음을 진심으로 기쁘게 여깁니다.”
마녀의 목소리가 광장에 흘렀다.
“오늘, 우리는 누구의 이름도 광장에 새기지 않습니다.”
찰칵! 찰칵!
기자들이 광장 타일과 마녀를 번갈아 찍었다. 이로써 신문에 실릴 사진이 결정되었고, 오늘 회견의 분위기도 결정되었다. 군중이 마녀의 이명을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나설 타이밍 자체가 필요 없군.’
무표정을 유지하며 회견을 지켜봤다.
괜히 기분이 흐뭇해졌다.
‘역시 사람이 줄을 잘 서야 돼!’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힐끗, 하늘을 올려보았다.
[01:22:10]11층이 열릴 때와 똑같았다. 지금도 하늘엔 빛의 시계가 그려져 있었다. 숫자가 0시 0분 0초를 가리키는 순간 21층이 개방되겠지 .
‘회견 같은 거 얼른 끝내고 21층에 가고 싶네….’
순탄하게 기자회견이 흘러가던 때.
기자들의 질문과 마녀의 답변이 오가던 도중이었다.
“바빌론 데일리 뉴스의 존 에반스 기자입니다!”
어떤 기자가 벌떡 일어섰다.
“새로이 랭킹 3위에 오르신 사왕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응? 나?’
내가 기자를 쳐다봤다.
자연스럽게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도 나한테 몰렸다.
“사왕님이 이번에 갑자기 랭킹이 높아진 것에 관하여 얘기가 많습니다. 특히 [거대 길드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몰래 키워오던 대형 신인]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요!”
“어….”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사왕님은 거대 길드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웅성웅성.
광장이 좀 소란스러워졌다.
“거대 길드들이 단합하여 10층부터 20층까지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특히 사왕님은 20층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행사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공기가 한층 더 술렁거렸다.
쯧.
옆자리에 앉은 마녀는 무표정했지만, 나한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혀를 찼다. 그녀가 마이크를 끄고 중얼거렸다.
“어그로야. 대답하지 마렴. 알아서 처리할게.”
“아뇨.”
내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저런 사람은 계속 나올 텐데요. 한번쯤은 제 입장을 제대로 밝혀야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나는 마녀한테 손을 내밀었다.
“마이크 건네주세요.”
“…….”
내 의지는 확고했다.
21층 오르기 전에 저런 어그로는 확실히 싹을 끊어둘 것이다.
5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