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Class Suicide Hunter RAW - Chapter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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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스승님이 당장 수술을 받지는 못했다.
“죄송해요. 쪼, 조오금만 쉬어야겠어요···.”
무림맹주의 시술이 끝난 게 바로 방금이었다. 약제사와 약왕, 둘 다 수술을 집도하느라 지쳤다. 약제사는 픽 쓰러져서 곯아떨어졌고, 약왕은 온천에 들어가서 말없이 입만 버엉 벌렸다.
“······.”
스승님은 인상을 찡그리고 무림맹주를 내려봤다.
“노친네. 단전을 잃어버렸다길래 친히 보러 오셨도다.”
“병문안 첫 손님이 기막히군. 오냐, 눈깔로 맘껏 즐겨라.”
“기분은 어떠하냐?”
무림맹주는 돗자리에 누워서 낄낄거렸다.
“가뿐하다. 우화등선(弱化登仙)이라도 할 것 같구만.”
“지랄병이 깊구나. 환골탈태도 못 한 놈이 뭔 우화등선···.”
무림맹주가 피식 웃었다.
“그러는 넌 낯짝이 가벼워졌어. 마두야. 너도 시술을 받을 결심이 섰느냐?”
“···그래.”
스승님이 한숨을 쉬었다.
“방금 1년 치 공력을 쏟아부어서 원 없이 칼을 휘두르고 왔다. 본좌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내공과 노닐었노라.”
“호오!”
무림맹주가 눈을 빛냈다.
“그건 필히 절경이었으렷다. 병상에 누워서 구경하지 못한 게 한이구만. 그래서? 무엇을 참하였냐?”
“겨울을 베려 했으나, 베지 못했다. 생사경(生死境)은 멀고도 멀었다.”
“어이고, 아깝구나. 뭐. 기운 차려라. 명색이 전인미답의 경지 아니냐? 그게 말만큼 쉬운 일이면 강호의 역사가 벌써 여섯 번은 뒤집어졌지.”
무림맹주가 낄껄 웃었다.
노인의 웃음을 내려다보며 스승님이 입술을 열었다.
“남궁운. 네놈은···.”
“전혀 아쉽지 않다.”
무림맹주는 딱 잘라 말했다.
“세상이 요 꼴로 망해버렸는데 3년을 버틴 게 기연이다. 새외의 의원들이 치료해준 것이 기연이야. 늘그막에 제자를 들여, 꼼짝없이 끊어질 줄 알았던 정파무림의 맥이 이어진 것 또한 기연이다! 기연들이 겹치면 그것이 곧 기적 아니겠는가. 나는 기적에 감사할 뿐이야.”
“······.”
“흠.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두 네놈과 끝내 정마대전을 결판내지 못한 것이군. 뭐, 완벽한 인생이란 없다. 우리 제자들이 알아서 잘 마무리해주겠지.”
“그래. 그럴 것이다.”
스승님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쓸쓸한 미소였다. 그러나 나를 돌아본 스승님의 눈동자엔 강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
“이것이 본좌의 삶이 도달한 결말이라면 받아들이마.”
그건 기껍게 받아들이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에 가까웠다.
아무리 달콤한 사탕이어도 여러 번 녹여서 삼켜야 한다.
스승님은, 자신한테 다가온 인생의 결말을 잘게 곱씹고 있는 것 아닐까.
“음.”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 . 저는 잠깐 어딜 다녀올게요.”
“으흠? 지금 세상에 갈 곳이 어디 있다고 다녀온다는 것이더냐?”
“제자가 바람 좀 쐬고 오려니 생각하세요. 걱정하진 마시고요.”
“···걱정하지 말라니까 괜히 더 염려되는구나.”
스승님이 조용히 눈썹을 내렸다.
“사뭇 위험한 일에 발을 담그려는 것은 아닌고?”
“스승님 시술이 끝날 때까진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나는 포권을 취했다.
아직 손놀림이 어색하지만, 마음만은 충분히 담겼다고 자신한다.
“편안히 시술받으세요. 스승님. 다시 눈을 뜨셨을 때는, 불초 제자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스승님은 자신의 결말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내가 당신의 인생을 돌려줄 때다.
6.
나는 동굴을 나와서 설원을 건넜다.
눈밭을 건너면서, 나는 이 세계가 멸망하기 전의 모습을 떠올렸다. 무림(武林). 그곳에는 수풀이 우거졌을까. 강호(江湖). 그곳에는 물이 흘렀을까.
“주군.”
설원의 건너편.
“명을 집행했사옵니다.”
언젠가 수풀이 우거지고 강물이 흘렀을 그 자리, 눈밭 한가운데, 아귀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전부 찾아왔어?”
“예.”
아귀는 머리를 숙인 채 대답했다. 머리카락에 하얀 눈발이 더러 묻었다. 그녀가 얼마나 오래 부복하고 있었는가 몇 점의 눈송이가 증명했다.
“저의 주군께서 분부하신 대로.”
내가 일전에 아귀한테 명령한 것이 있었다.
「근방에 무공을 쓰는 강시들이 대중없게 널려 있을 거다.」
「그들을 찾아」
「검은 도복을 입은 마인을 찾아. 하얀 도복을 걸친 협객을 찾아라.」
정마대전이 이어진 지난 3년.
그동안 많은 강시들이 ‘실종’되었다.
무림의 시체들은 눈바람에 떠밀렸고 눈보라에 휩쓸렸다.
“주군께서 마도(魔徒)라 이르신 강시, 439명. 백도(白徒)라 이르신 강시, 478명. 도합하여 917명의 실종자.”
그뿐만이 아니었다.
“실종되지 않고 근방에 소집되어 있던 마도의 강시, 560명. 역시 근방에 모여 있던 백도의 강시, 521명. 다 합하여 1998명. 전원.”
아귀는 조금 더 머리를 숙였다.
그녀의 얄상한 어깨 너머.
“이곳에 대령했나이다.”
설원에 강시들이 도열되어 있었다.
나의 스켈레톤 군단이 강시를 양옆에서 붙잡았다. 아침이었다. 햇살에 약한 강시가 움직일 리는 없었지만, 만에 하나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더라도 단방에 진형이 무너지진 않을 거다.
“좋아. 잘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강시를 한 명씩 내 앞으로 데려와라.”
“예. 명을 받듭니다.”
스켈레톤이 시체를 끌고 왔다. 시체가 내 앞까지 당도했을 때, 나는 이미 성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겨울이 차가웠다. 그러나 겨울 공기에 미끄러진 내 칼날은 더 차가우리라.
······바라야······
어디선가 바람이 불었다. 비가 내리면 호수에 고이듯, 바람은 불어 골짜기로 휘몰아친 것이다. 골짜기에 고이면서 세상의 바람은 인간의 목소리를 닮는 양했다.
······바라야······
멀리. 바람이 경(經)을 외었다.
밑으로 떨어질 적에 소리는 모두 인간의 소리를 닮는다.
나는 바람이 굴러떨어진 소리를 엿들어, 칼을 휘둘렀다.
······아가바라야······
일도양단(一刀兩斷).
강시의 머리가 갈라졌다.
“후우,”
시체 된 것들을 베고 또 베었다.
쉼 없이.
강시의 머리가 터지면서 파편이 튀었다.
“다음!’’
“예!”
스켈레톤이 빠르게 다음 시체를 가져왔다. 아귀가 뼈의 군단을 조율했다. 내가 리듬을 타면 아귀는 재빨리 시체들을 대령했고, 내가 지친다 싶으면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더 빨리! 오늘 노을이 지기 전까지 전부 해치울 거다!”
“네, 주군!”
바람이 흐르듯 우리의 처형식은 이루어졌다.
도합 1998명의 시체.
아무리 움직이지 않으며 반항하지 않는다 해도, 한 자루의 칼로 베어 넘기는 것이 마냥 쉽진 않았다.
“후윽, 후우··· 후우···!”
그동안 쭉 고민해왔다.
‘어떻게 해야 완벽한 결말에 다다를 수 있을까.’
어떤 결말이어야 스승님은 완전히 만족할 것인가.
‘한 사람의 인생이, 어찌 되어야 완전해질 수 있을까?’
단 한 점의 거짓됨 없이 나는 그것을 원했다.
그러기에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내가 제자로 들어가기만 해선 부족하다.’
스승님이 미쳐서 날뛰는 것은 배드 엔딩이다. 확실하게 나쁜 결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제자 입문]이 과연 해피 엔딩인가?
말 그대로, 스승님은 이 결말에 행복하고 만족할까?
‘아니야.’
노멀 엔딩(Normal Ending).
[제자 입문]은 결코 완전한 엔딩이라 할 순 없다. 가까스로 결말의 기준을 만족할 뿐이다.이걸로 끝났다고 선언해도 성좌 도서관장은 아마 받아들일 테고, 22층은 이대로 클리어될 것이지만···.
“흐읍! 후욱···!”
나는 절대로 만족할 수 없다.
“주군, 조금만 더 힘 내소서! 이제 절반밖에 안 남았나이다!”
[ 반짝이가 전력으로 용사님의 분투를 응원합니다! ]어느덧 노을이 졌다.
하늘이 붉은빛으로, 설원이 보라빛으로 물들었다.
“후우, 후우욱···! 후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일곱 시간? 여덟 시간? 그쯤 흘렀겠지. 아무튼 쉬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내 옷은 땀과 육편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마지막 열 명이옵니다! 주군!”
10명.
눈앞을 바라봤다. 과연 마도와 백도가 각각 5인밖에 안 남았다. 나는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칼자루를 꾹 쥐었다.
조금 더.
“다섯입니다!”
조금만 더.
“마지막! 정말 마지막 한 명입니다!”
검은색 도복을 입은 마교인의 머리를 분쇄했다. 강시의 얼어붙은 뇌가 얼음처럼 깨졌다. 1998명째의 강시를 베어 넘긴 직후, 나는 무릎에 힘이 풀려 눈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억, 허어···! 훅, 후으으으···.”
“고생하셨습니다, 주군! 참으로 고생 많으셨사옵니다!”
아귀는 깡충 뛰어다닐 기세로 기뻐했다. 한나절 넘도록 고생한 것은 피차일반인데 말이다.
내 그림자에 거두어진 이래 언제나 무뚝뚝했던 아귀였다. 저렇게 솔직히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왜. 뭐가 그렇게 즐거워?”
나는 숨을 가다듬고 물었다. 그러자 아귀는 자신의 표정이 잠시 풀어졌다는 걸 깨닫고, 얼른 다시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갔다.
“···주군께서 보여주실 풍경을 떠올리니 절로 마음이 풍족해졌습니다. 저는 주군의 사부 되는 분을 직접 뵙지는 못했습니다만. 분명 기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기뻐하는 것이 아니읍고··· 정말로, 많이.”
“그러게.”
나는 눈밭에 뻗은 채 미소 지었다.
“많이 기뻐해주시면 좋겠다.”
치료제가 개발되었다.
스승님의 제자로 인정 받았다.
마지막으로 배후령의 허락도 얻어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결코 쉽지 않았다만.
드디어— 이 세계의 엔딩을 볼 준비가 끝났다.
7.
일주일이 흘렀다.
“흐음. 단전이 폐하니 심히 허전하긴 하구나.”
일주일 동안 스승님은 무림맹주와 함께 요양했다. 다행히 요양소를 따로 구할 필요는 없었다. 노천탕이 있는 여기 동굴이야말로 최고의 휴양지였다.
“운기조식에 들어도 내공이 좁쌀만큼도 안 쌓이노라. 내공이 없으니 공연히 불안해지고. 어허, 이것이 무공을 펼치지 못하는 폐인들의 심정이로고….”
“난 차라리 지금이 더 마음 편하다. 솔직히 그동안 살아도 산 기분이 아니었어! 하루 내내 경추혈을 틀어막아야지, 심장을 움직여야지. 아이고, 아이고야.”
무림맹주가 온천에 몸을 담고 탄식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숨을 쉬어도 되니까 이제 좀 사는 거 같구만! 이게 다 새외의 아이들 덕분이다.”
“수, 수고하셨어요···.”
약제사는 꿈지럭거리면서 스승님의 진찰을 끝냈다.
“오늘 진료는 끝났어요. 두 분 모두 아무런 이상 없구요. 이 정도면 완치됐다 봐도 좋아요. 마, 만약 강시들한테 또 물리더라도 다시 감염될 일은 없을 거예요···.”
“고맙구나.”
스승님이 손을 들어 약제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음찔. 약제사는 잠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저 노친네와 본좌가 너에게 생명의 은을 입었다. 생면부지인 타인을 돕기가 쉽지 않으련만.”
“아, 아뇨···. 당연한 일을 한 건데요···.”
“당연한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굉장한 거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을 당연하게 행한다면 더욱더 굉장하다. 아해야. 어린 나이에 대단하도다.”
“엑. 그러니까, 아뇨, 그게···.”
약제사는 꼼짝 못 하고 스승님의 쓰다듬을 받았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긴 해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꼭 사이좋은 자매 같아서 보고 있으면 흐뭇해졌다.
“음.”
하지만 계속 흐뭇해하고만 있을 순 없지.
“사장님. 그럼 이제 두 분 모두 움직이셔도 괜찮아요?”
“아. 네, 네에! 혹시나 몰라서 요양 기간을 좀 길게 잡은 거니까요. 몸 움직이시고 운동하셔도 지장이 없어요.”
오케이.
“스승님. 맹주님. 잠깐 저랑 산책 나가시죠.”
“산책?”
스승님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제자와 바깥바람을 쐬는 거야 아주 기쁘다만… 왜 노친네랑 가자는 것이더냐? 공자야. 기분 좋은 산책길도 저 노물이랑 다니면 오물길이 되어버린다.”
“얼씨구. 늙은 마두와 어린 마두가 동행하는 산보라면 나야말로 사양하마. 아둔한 사제끼리나 잘 다녀와라.”
예상 그대로인 반응이 나왔다.
“아니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꼭 두 분이서 와주셔야 해요.”
“흐음···?”
스승님과 무림맹주가 시선을 맞대었다. 내가 평범한 산책을 제안한 게 아님을 눈치챈 듯했다. 두 사람은 뭔지 모르지만 재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았다. 우리 제자한테 뭔가 꿍꿍이가 있으렷다. 노물과 산보하는 거야 본의가 아니다만, 기꺼이 불민한 제자에게 속아주마.”
“뭐. 어린 마두가 꾸민 일이래 봤자 시시하겠지. 하나도 기대 안 한다.”
우리는 동굴을 나갔다.
추웠다. [천마실록]에 떨어진 첫째 날이 그러했듯 오늘 또한 겨울이었다.
그 날과 달라진 점이라 하면, 스승님도 무림맹주도 내공을 쓰지 못한다는 것. 영원히 쓰지 못한다는 것.
나는 오른손으로 스승님의 손을 쥐었다. 왼손으로 무림맹주의 손을 잡았다. 그래야 오러를 써서 온기를 전해줄 수 있었다.
“스승님.”
“그래.”
“맹주님.”
“오냐.”
“두 분께서 말씀하셨지요. 정마대전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라고. 아쉽지만 그건 제자가 된 저희들이 다음부터 이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두 사람은 내 온기에 기대어서 추운 겨울길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달라요.”
일주일 만에 외출하는 것이라 낯선 걸까. 아니면 내공 없이 걸어야 하는 자신들의 몸이 아직은 낯선 것일까. 스승님과 무림맹주의 발걸음이 조금은 서툴렀다.
“정마대전은 두 분의 의식이에요. 설령 저와 천무문주가 싸운다 해도, 그것은 평범한 비무일 뿐이지, 절대 대전이 되지 못해요. 두 분의 비무만이 정마대전일 수 있습니다. 마교와 정파를 여태까지 지켜낸 장본인은 두 분이니까요.”
“제자야···?”
“감사합니다.”
우리는 설원에 도착했다.
“3년 동안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감사해요.”
한때 시체들이 숲처럼 펼쳐졌던 그곳. 인영(人影)의 숲. 이제 이곳은 시체 한 구 없이 깨끗해진 눈밭에 불과했다.
“매일 아침마다 강시들을 찾아와 다시 모아주셔서 감사해요. 만일 두 분께서 포기하셨으면, 강시를 그저 단순한 시체로 취급해서 실종되도록 내버려 두었으면, 절대로 그들을 되찾지 못했을 거예요.”
당신들이 잃어버린 삶.
당신들이 누려야 할 풍경.
그것을 돌려주기 위해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백귀환생(百鬼還生).”
나의 그림자가 설원으로 퍼졌다.
[스킬을 발동합니다.]그늘에서 눈사람과 같은 조형들이 하나, 둘, 솟구쳤다. 어떤 그림자는 흑색 도복을 입었다. 어떤 그림자는 흰색 옷소매를 펄럭였다. 그들은 서서히 사람의 형태를 갖추었고, 자신들의 손을 내려다보며 놀라워했다.
“제자야, 대체 이건……”
하지만 그중 누구도 스승님과 무림맹주만큼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꿈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단전을 잃은 후유증이라 넘겨도 상관없어요. 제가 기묘한 도술을 익히고 있어서, 죽은 사람의 기억과 몸을 잠시간 불러들여 생전과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여기셔도 괜찮아요.”
“스승님. 맹주님.”
백귀환생이 완료되었다.
“아직 마도천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교의 정예 교인. 일천 명.
“아직도 무는 협을 잊지 않았으며, 협은 무를 잃지 않았습니다.”
정파의 정예 무인. 일천 명.
“마교의 명운은 한낱 강시 따위한테 끝나지 않고, 정파무림 역시 시체들에게 파먹히지 않습니다.”
진정한 정마대전.
그것이 두 사람의 소망이다.
“만일 마교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단지 정파의 칼날에 의해서고, 정녕 정파가 멸망해야 한다면 오직 마교의 손끝 때문이어야 합니다.”
“…….”
“마교의 교주께 아뢰옵고 무림의 맹주께 바라오니.”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포권을 올렸다.
“강호의 마지막 주인이 누구인지 겨루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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