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level reincarnated councillor RAW novel - Chapter 16
Book 3 Chapter 6
쓰러지듯 잠이 들었던 주상혁이 일어난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
잠에서 일어난 주상혁이 부러졌던 왼쪽 팔을 확인했다.
팔은 어째선지 깔끔하게 다 나아 있었다. 탱탱 부었던 것도 그랬고 통증도 일절 없었다.
‘뭐지?’
부러졌던 팔을 쥐었다가 폈다가 해 봤지만, 정말로 일말의 통증도 느껴지지 않자 주상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귀찮은 일이 줄어든 건 좋은 거니까.”
침을 놓아 고칠 수 있긴 해도 역시 번거로운 일이 없어진 건 좋은 일이다.
주상혁이 팔의 확인을 마쳤을 때였다.
방문이 열리며 강혜영의 모습이 보였다. 주주도 있었다.
“어? 일어나셨네요?”
왕! 왕!
정신이 든 주상혁을 발견한 주주가 신이 나서 안겨 들었다.
주상혁이 주주를 안아 들고는 강혜영한테 팔에 대한 걸 물었다.
“팔이 다 나아 있네?”
“아, 그거요?”
강혜영이 주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주가 정말 열심히 핥았어요.”
“핥아? 팔을?”
“네. 진짜 신기한 거 있죠? 저도 처음엔 말리려고 했는데 금세 나아지기에 말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보니 일전에 주주에게 실험 삼아 물어 보라고 했을 때 상처가 났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분명히 주주가 핥자 금세 아물었던 기억이 있었다.
‘의외로 효과가 좋은 건가?’
외상뿐 아니라 뼈까지 붙여 버릴 정도라니 굉장했다.
팔에 대한 의문이 풀리자 주상혁의 관심이 강혜영이 들고 있는 냄비로 향했다.
“근데, 그건 뭐냐?”
“죽이에요.”
“네가 만들었냐?”
“네. 드셔 보실래요?”
강혜영이 옆에 냄비를 내려놓았다.
“그릇 가지고 올게요.”
강혜영이 부엌으로 사라지자 주상혁이 냄비 안을 살폈다.
『강혜영의 특제 야채죽.』
‘의외로 외관은 괜찮네?’
혹시 무슨 암흑 요리를 제작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냄새도 제법 좋았다.
강혜영이 그릇을 가지고 돌아왔다.
숟가락으로 그릇에 옮겨 담는 강혜영을 보고 주상혁이 물었다.
“간은 본 거 맞지?”
“그럼요. 아마 맛있어서 기절하실걸요?”
주상혁이 그릇을 받아 들었다.
망설이던 주상혁이 만약을 대비해 긴장 상태를 유지해 한 스푼 물었다.
맛있어서 기절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교적 무난한 죽의 맛이 느껴졌다.
“어때요? 맛있죠?”
주상혁이 쿡쿡 웃었다. 강혜영이 물었다.
“맛없어요?”
“아니, 맛있네. 기절할 정도는 아니지만.”
“근데 왜 웃어요?”
“뭔가 너 하는 거 봐서는 제대로 된 요리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
“제가 뭐 어때서요!”
주상혁이 기억나는 것들을 대충 말했다.
“경매장에서 새내기를 집단 린치한다거나.”
“…….”
“아빠 치료비를 잃어버리는 칠칠찮음이라거나.”
“그만요…….”
“잘 모르는 사람 피서지까지 와서 얹혀살고. 또 그런 주제에 옷 빌려 달라는 뻔뻔함도 있고…….”
“알았으니까. 그, 그만 말해 주세요.”
고개를 푹 숙인 강혜영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 죄송해요. 그땐 정말로 별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아직 치료비를 협상하기도 전이어서….”
주상혁이 한 숟갈 더 떠먹고는 주주를 바라봤다.
주주는 어째선지 주상혁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죽이 먹고 싶어서 그런 건가 해서 주상혁이 물어봤다.
“주주도 한입 먹을래?”
도리도리.
그러면 그렇지 주주가 약초나 물 말고 다른 걸 먹을 리 없었다.
주상혁이 말이 나온 김에 전부터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근데 넌 그럼 학교는 어떻게 됐냐?”
“유급하지 않았을까요? 거의 이 년 전쯤부터 안 나갔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게 여러 가지로 대단하긴 하네.”
주상혁이 그릇을 깔끔하게 비웠다. 강혜영이 말했다.
“한 그릇 더 드실래요?”
“그럼 조금만…….”
말을 하던 주상혁이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고 벌떡 일어났다.
“왜, 왜 그래요?”
“화장실.”
* * *
주상혁이 정신을 차렸을 때쯤.
광주에서 증원 오기로 했던 각성자는 이미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증원 온 각성자는 딸랑 한 명.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과잉 전력이었다.
바로 유성의 유정이었기 때문이었다.
후둑…… 후두두둑…….
밖은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음….”
한 손에 우산을 들고서 퀸 프로그맨의 시체를 살펴보는 유정을 보고 오태식이 생각했다.
‘근데 보통 대표가 직접 오나?’
원래라면 광주협회에서 증원이 와야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유성 쪽에 일을 떠넘긴듯했다.
한참을 지켜보던 유정이 말했다.
“이걸 혼자서 해치웠다고요?”
“그, 그렇습니다.”
유정이 잔뜩 긴장한 얼굴의 오태식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제 나이랑 비슷한 것 같으신데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취조하는 게 아니니까요.”
유정이 펜션 쪽을 바라보다가 오태식에게 말했다.
“보스로 추정되는 다른 몬스터도 있다고 그러셨죠?”
“네.”
“안내해 주세요.”
오태식이 비 오는 산길을 유정과 한 시간쯤 올랐다.
물론 종종 만나는 몬스터도 있었지만, 유정의 상대는 못됐다.
유정의 바람 속성 마법에 그대로 두 동강이 나기에 십상이었다.
“여깁니다.”
오태식의 말에 유정이 머리가 터져버린 잭 프로그맨의 시체를 살폈다.
“아까 그거보다는 작군요.”
못해도 처음 봤던 녀석보다 두 배는 더 작아 보였다. 시체 외에도 한참을 주변을 살피던 유정이 중얼거렸다.
“음…… 이상하군.”
“이상하다니,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유정은 처음 봤던 프로그맨은 보스가 아닐 거라고 이미 단정 지은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킹 프로그맨보다 두 배는 더 거대한 크기이긴 했지만, 결정적인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왕관.
킹 프로그맨의 상징인 왕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왕관은 역시나 이번 녀석에게도 없었다. 머리가 터지면서 주변으로 날아가 버렸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닌듯했다.
‘그럼 보스는 따로 있다는 건데…….’
유정이 길게 이어진 산맥을 바라봤다.
이 넓은 산맥 어딘가에 처음 본 녀석보다 거대한 프로그맨이 존재할 것이었다.
‘이거 상당히 골치 아플 수도 있겠는걸?’
유정이 수색은 이쯤에서 마치고 만반의 준비를 다시 해서 오기로 했다.
“일단 다시 돌아가죠.”
“네.”
오태식이 다시 유정과 함께 미끄러운 산길을 어렵게 내려왔을 때였다.
오태식을 향해 돌아선 유정이 말했다.
“대표님, 하나만 부탁하고 싶군요.”
“네.”
“이것들을 해치웠다는 사람을 보고 싶은데요.”
* * *
화장실에 들어간 주상혁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어째선지 복통이 끊이질 않는 이유였다.
한 시간쯤 화장실을 쉴 새 없이 들락거리던 주상혁이 소리쳤다.
“야, 너 솔직히 말해, 나한테 악감정 있냐?”
“오, 오해라구요! 저는 그런 의도가…….”
강혜영은 걱정이 됐는지 화장실 앞에서 싹싹 빌고 있었다.
‘젠장…… 근데 그나저나 뭐지? 어째서 탕약도 안 듣는 거야…….’
배탈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상혁은 탕약으로 다스려 보기도 했었다.
혹시나 퀘스트의 실패 페널티가 일어났을 때 배탈이 생기면 복용할 생각으로 미리 만들어 둔 약이 있었던 것.
하지만 신기한 게 어째서인지 배탈은 멈출 줄 몰랐다.
화장실에서 직장까지 뽑아낼 기세로 비워 낸 주상혁이 화장실을 나오자마자 털썩 무릎 꿇었다.
주상혁이 강혜영을 노려봤다.
“너 다시는 요리 같은 거 하지 마! 알겠냐?”
“죄, 죄송해요!”
주상혁이 강혜영의 옆에 앉아 있는 주주를 바라봤다.
‘주주는 알고 있었던 건가?’
주주의 반응이 이상한 걸 보고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다.
“아씨…….”
주상혁이 다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 뒤로도 몇 번을 화장실을 들락거린 주상혁이 핼쑥해진 얼굴로 거실에 뻗었다.
“다 헐었어…….”
“괘, 괜찮아요?”
주상혁이 강혜영을 휙 노려보자 강혜영이 움찔 물러났다.
“그 진짜로 미안해요, 고의는 아니었어요.”
“그러게 나도 그게 참 아쉬워. 차라리 고의였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강혜영이 살의를 느끼고 호다닥 물러났을 때였다.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 확인하고 올게요!”
초인종 소리에 구원받은 강혜영이 현관으로 도망갔다.
강혜영이 문을 열어 주자 오태식이 가볍게 목인사 했다.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그 오빠분을 뵐 수 있을까요?”
오태식은 두 사람을 친남매 정도로나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이야기를 들었는지 주상혁이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걸어 나왔다.
주상혁의 초췌한 모습을 본 오태식이 말했다.
“역시…… 그렇게 싸움이 거칠었으니 당연한 건가?”
격렬했던 전투를 떠올리면 멀쩡한 게 오히려 이상했다.
멋대로 착각한 오태식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주상혁이 말했다.
“그래서 용무가 뭔데요?”
오태식이 말했다.
“만나 뵙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만나 뵙고 싶어 하는 사람? 저를요?”
“네.”
오태식이 답하자 주상혁이 오태식의 뒤편을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어디 있는데요?”
“지금은 저 혼자 왔습니다.”
오태식이 꾸물대며 말했다.
“그, 정체를 숨기시는 거 같기에…….”
주상혁이 물었다.
“그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인데요?”“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유성의 유정이라고…….”
대한민국에 딱 세 명 존재하는 S급 마법 계열 각성자.
주상혁이 알고 있는 유정은 그중한 사람뿐이었다.
“그 사람이 저를 왜 보고 싶어 하죠?”
“자세한 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에 도착해서 보스로 추정되는 시체를 살펴보더니 제게 부탁했습니다.”
주상혁이 말했다.
“한 5분쯤 있다가 오라고 하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 * *
주상혁이 5분 후에 오라고 한 이유는 간단하다.
장에서 신호가 한 번 더 왔기 때문.
‘근데 그나저나 신기하네.’
주상혁의 탕약은 환생 보너스가 붙으면서 거의 신기에 가까워졌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탕약의 효과를 무시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을 나가던 주상혁이 문고리를 잡고 멈칫했다.
‘잠깐……? 혹시 그건가?’
시험해 볼 가치는 충분할 거 같았다.
주상혁이 나중에 시험해 보기로 하고 일단 화장실을 나왔다.
방으로 가서 벗어 놓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주상혁이 거실로 나왔다.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주상혁이 거실에서 앉아 기다리자 강혜영을 따라 유정이 곧이어 들어왔다.
『Lv.76 유정.』
‘정성호랑은 차이가 제법 나네?’
정성호보다 5레벨이나 더 높았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주상혁에게 양해를 구한 유정이 자신의 찻잔이 놓인 곳에 양반다리로 앉았다.
“처음 뵙습니다. 유성의 대표 유정이라고 합니다.”
주상혁을 보고 유정이 말했다.
“별로 놀라지 않으시군요.”
“이미 들었거든요.”
유정은 오태식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하튼, 저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고요?”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요.”
“가능하면 본론만 간단하게 해 주시죠. 어떤 녀석 때문에 컨디션이 말이 아니라.”
“알겠습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유정이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저희 유성과 함께 일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 * *
주상혁은 전에도 유성 측으로 제의를 받아본 적이 있다.
광주에서 오염된 마나에 대한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
비슷한 제안을 받은 것이다.
주상혁은 그때의 기억이 강렬해 이름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김진……성이었던가?’
주상혁은 그때처럼 거절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유성에 소속될 마음이 없습니다. 너무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
“전에도?”
주상혁이 말하고 있는데 유정이 묘한 반응을 보였다.
“저희 쪽에서 언제 제의를 했었나요?”
하긴 독단으로 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아닌가?”
주상혁이 말보다는 증거를 보여 주는 게 빠를 거 같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기다려 보시죠.”
방으로 들어간 주상혁이 가방의 보조 주머니들을 뒤졌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 넣었을 텐데…….’
주상혁이 겨우 명함을 찾아내서는 확인했다.
“맞네, 김진성.”
다시 거실로 나온 주상혁이 명함을 내밀었다.
“확인해 보시죠.”
유정이 턱에 손가락을 댄 채 생각에 잠겼다. 명함을 잠시 바라보던 유정이 말했다.
“처음 보는 이름입니다.”
“네?”
“실제로 명함에는 인사과장이라고 적혀 있지만, 저희 유성의 인사과장 자리는 삼 년째 공석입니다.”
길드마다 다르겠지만, 유성쯤 되는 조직이다.
인사과장이 힘없는 자리도 아니고 삼 년째 공석이라는 것이 의아했다. 주상혁이 물었다.
“왜 삼 년씩이나 공석이죠?”
“왜라…….”
유정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가 보인 유정의 반응은 가히 충격이었다.
“왜였더라……?”
“네?”
“진짜 왜였지? 기억이 날 듯한데…….”
전동욱만큼이나 지적이고 깔끔하게 생겨서는 이런 얼빵한 모습을 보이니 할 말을 잃어버릴 지경이었다.
‘표정을 보니 단순한 연기는 아닌 거 같은데…….’
주상혁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대표는 저따위로 일해도 되는구나 싶었다.
끝끝내 생각하던 유정도 본인이 생각해도 이상했는지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했다.
“여하튼 김진성이란 이름은 저희 쪽 사람이 아닙니다만,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거절하겠다는 의미는 제대로 전해진 듯했다.
유정이 말했다.
“혹시 이유라도 알 수 있겠습니까?”
“뭔가…… 길드가 대충대충 돌아가고 있는듯한 느낌이라서요.”
유정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혹여라도 관심이 생기면 연락 주시죠. 사칭범은 저희 쪽에서도 손써 보겠습니다.”
주상혁이 명함을 주머니에 대충 집어넣었다.
“그럼 인사는 이걸로 하고.”
유정이 말했다.
“본론입니다.”
“또 있다고요?”
“네 사실 첫 만남에 스카우트에 성공할 거라고는 기대조차 안 했습니다.”
유정이 멀끔한 미소를 입에 걸자 주상혁이 말했다.
“본론은 이쪽이라는 말이겠군요.”
끄덕.
유정이 입을 열었다.
“킹 프로그맨에 관한 일입니다.”
“킹 프로그맨? 그거 제가 이미 해치웠는데?”
* * *
약 하루 가까이 비가 계속 내렸다.
덕분에 계곡의 수심은 다시 차올랐다.
그 결과 어제 상류에서 발생한 시체 대부분은 펜션인근까지 떠내려왔다.
그중에는 유정이 찾는 것도 있었다. 킹프로그맨의 사체였다.
‘있다…….’
거대한 머리에 꽉 끼는 왕관은 틀림없는 킹 프로그맨이었다.
‘이럴 수가…… 정말로 그 남자가 해치웠다고?’
펜션에서 만난 남자의 말이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킹 프로그맨보다 거대한 프로그맨이 있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물론 덩치가 거대하면 강하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뛰어난 각력과 엄청난 완력으로 싸움을 하는 프로그맨이다.
이런 종족에게 덩치가 크다는 것은 강함과 직결된다고 봐도 무방했다.
유정이 프로그맨의 사체들을 한쪽으로 옮기는 각성자들에게 물었다.
“그거요? 비를 맞으니까 거대해지던데요? 맞지?”
“비는 아니고 습기 때문인 거 같긴 했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답변은 전동욱을 혼란스럽게 하기 충분했다.
‘비를 맞자 거대해졌다고?’
주변의 습기가 늘어나면 거대해지는 프로그맨.
이것도 당연히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이 특이한 개체에 대해서 유정이 짚이는 건 한가지였다.
‘엘리트 몬스터…….’
던전에서 간혹 보스보다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엘리트 몬스터라고 부르고 있었다.
엘리트 몬스터를 해치운다고 탈출 포탈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보스보다 거대할뿐더러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그 때문에 만약 던전에서 엘리트 몬스터와 맞닥뜨리면 생환율이 말도 안 되게 낮아진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고작 전 세계적으로 일 년에 한 번꼴.
그리 높은 확률은 아니었다.
‘이거 참 그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거지?’
일반적인 킹 프로그맨의 수준은 A등급의 초입을 갓 벗어난 각성자 수준.
하지만 보통 엘리트 몬스터는 그 던전의 보스보다 한 단계 더 강하다고 추정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설마 S급?’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유정이 펜션을 향해 휙 돌아섰다.
“열두 번째 S급의 등장이라…… 횡재했는데?“
* * *
주상혁은 유정이 돌아가자 화장실에 한 번 더 다녀왔다.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강혜영을 보고 주상혁이 말했다.
“따라와 봐.”
“그…… 미안해요.”
“그런 거 아니니까 이리 와 봐.”
주상혁이 강혜영을 데리고 부엌으로 향했다.
“다시 만들어 봐.”
“네?”
“아까 죽 다시 만들어 보라고 내가 보는 앞에서.”
“알겠어요.”
강혜영이 만회할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눈을 반짝였다.
열심과 성의를 다해 요리하는 게 보였다.
주상혁은 그런 강혜영이 죽을 만드는 걸 하나하나 꼼꼼하게 지켜봤다.
적당한 불과 재료들.
강혜영은 그것을 적재적소에 넣고 요리했다. 마지막으로 간을 맞춘 강혜영이 먼저 시식을 했다.
후후 불어 식힌 강혜영이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거리던 강혜영이 환하게 웃었다.
“맛있다.”
강혜영이 불을 딱 껐다.
“네, 이번엔 진짜 완벽해요. 한번 드셔 보세요.”
지켜보던 주상혁이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진짜로 특이한 건 없었어…… 그럼…….’
주상혁이 가스레인지에 올려진 죽을 놔두고 어디론가 걸어가자 강혜영이 따라 걸었다.
“어디 가요?”
“기다려 봐.”
주상혁이 자신의 방으로 가서 짐 가방을 뒤졌다.
침술키트를 얻으면서 침의 인벤토리 비중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몇 통씩은 들고 다닌다.
침통을 꺼낸 주상혁이 은으로 된 침을 확인하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강혜영이 쫄래쫄래 다시 부엌으로 따라왔다.
“그러니까 뭐 하는데요?”
“기다려 보라니까. 중요한 거야.”
주상혁이 죽이 담긴 냄비에 침을 쑥 넣고 열을 셌다.
하나, 둘, 셋…….
침을 도로 뽑은 주상혁이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은색 침이 시꺼멓게 변해 있었다.
주상혁이 강혜영을 바라봤다.
주상혁의 행동을 지켜보던 강혜영도 몹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꼼짝없이 ‘암살 시도범’으로 몰릴 판.
“아, 아니에요. 저 억울해요!”
“알아.”
주상혁이 강혜영의 어깨에 손을 탁 올렸다.
“아주 훌륭해.”
“네?”
“넌 어쩌면 최고의 독쟁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 * *
주상혁이 처음 화장실에서 생각하다 떠올린 가설.
‘가능성 있겠는데?’
처음엔 단순히 탕약이 안 듣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자 이유는 금세 떠올랐다.
주상혁의 능력은 환생하면서 전반적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그건 던전 안에서 구한 재료를 다룰 때 최적화되고 있었다.
던전 밖에서 구할 수 있는 약초나 약재들로는 잘 쳐줘 봐야 반쪽짜리 능력이란 말이었다.
즉 능력이 100% 발휘된 탕약이 아니었기에 효과가 없었다는 말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걸 바꿔 말하면…….’
강혜영의 능력은 미흡하긴 해도 100% 발휘된 능력이었다.
강혜영의 수수께끼의 능력이 자신과 상극이 되는 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닿은 것이다.
그리고 그 가설은 실험 결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주상혁이 죽을 만드는 과정을 쭉 지켜봤지만, 이상한 점은 없었다.
그럼에도 집어넣은 은침은 이게 독극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니 능력 모른다며.”
“그렇긴 한데…….”
강혜영이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주상혁이 말했다.
“니 능력 독극물을 만드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거야.”
“독이요?”
“그래.”
주상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실제로 네가 죽을 만드는 과정은 별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완벽하다고 생각마저 들었어. 하지만…….”
주상혁이 냄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정도의 독극물이 탄생했다. 역시 그것밖에 없어.”
주상혁이 확신을 다지기 위해 강혜영을 바라봤다.
“너 선천 각성자지?”
“그, 그렇죠.”
“요리나 약물을 만들어 본 적은?”
“초등학생때 집에서 과자를 조금 만들어 본 적은 있지만…… 도우미 아주머니가 거의 다 만드신 거나 다름없으려나……?”
주상혁이 말했다.
“확실해.”
강혜영이 털썩 주저앉았다.
“그럴 수가 현모양처가 되고 싶었는데…….”
주상혁이 쪼그려 앉아 말했다.
“약해영, 낙심하지 마라. 말했듯이 이름값 할 수 있는 아주 최고의 능력이야.”
특히 주상혁과의 호흡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주상혁의 무기는 결국 침이다.
그리고 침이라는 무기의 특성상 어제처럼 상대가 자신보다 더 강하거나 하면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게 단점이었다.
‘그런데 독을 장착한다고?’
당장에도 높은 수준의 각성자인 주상혁에게도 배탈로 이 정도의 고통을 줄 정도다.
능력을 앞으로 더욱더 발전시켜 나간다면 머지않아 큰 힘이 될 게 분명했다.
강혜영이 말했다.
“정말요?”
“그래. 그리고 요즘 세상에 누가 직접 만들어 먹냐? 생각해 봐 요리만 못 할 뿐이지 얼마나 좋아. 너의 독에 각성자들이 범벅이 되어 쓰러지는 거야. 눈나 나죽어~ 환청소리 안들리냐?”
주상혁이 격려하자 다행히 환청이 닿았는지 강혜영도 기운을 차렸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먼저 능력부터 갈고닦아야겠지.”
주상혁은 전생부터 의원질을 해 왔기 때문에 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조예가 있다.
독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이해하는 게 먼저였기 때문.
‘그리고 일단 당장에 좋은 게 있지.’
주상혁이 방으로 돌아가서 폴라나 몇 개를 꺼냈다.
주주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바라보기에 하나를 물려준 주상혁이 나머지를 강혜영에게 넘겨줬다.
“첫 번째는 이거다.”
강혜영의 독극물 프로젝트의 첫걸음.
그건 바로 폴라나였다.
* * *
주상혁이 강혜영에게 폴라나를 건네줬을 때였다.
띠링.
주상혁의 눈앞에 한가지 알림창이 떠올랐다.
Q. 제자 양성–강혜영.
「당신의 뛰어난 능력을 알아본 강혜영은 당신에게 가르침을 원하고 있습니다. 의원과 독은 떨어트릴 수 없는 존재. 그녀의 성장을 도와 독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달성 조건: 강혜영을 도와 첫 번째 합작을 만들 것.
달성 보상: Skill: 맹독, 스테이터스에 제자 시스템 추가.
제한시간: 72시간.
단 실패 시 맹독 스킬 관련 퀘스트는 다시 생겨나지 않는다.
“폴라나네요? 이걸로 어떻게 하면 돼요?”
퀘스트 창을 바라보던 주상혁이 강혜영의 물음에 답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죽 만드는 것처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죽이요?”
본래 정상적으로 독을 제조하려면 도구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애초에 정상적인 재료로 요리를 만들었는데 그 정도의 독 기운을 자랑했다.
거기에 처음부터 독성이 있는 폴라나가 첨가된다면 살상력은 대폭 상승할 것이었다.
강혜영이 다시 냄비에 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상혁이 의자를 빼고 앉아 퀘스트창을 바라봤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es/No.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
사흘이 뭐야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이미 강혜영의 죽은 ‘살인 병기’에 가까웠다.
주상혁이 ‘Yes’를 클릭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알림창을 닫고 제법 시간이 지나자 강혜영이 불렀다.
“다 만들었어요.”
“그래? 어디 보자.”
주상혁이 냄비를 확인했다.
잘게 썰린 야채 속에 폴라나가 보이는 거 같기는 한데 외관이 그냥 죽이라서 그런지 독이라는 느낌은 딱히 들지 않았다.
‘퀘스트도 별 반응이 없는 거 봐서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거겠지?’
주상혁이 별말이 없자 강혜영이 물었다.
“왜요?”
“잠깐만 기다려 봐.”
주상혁이 방으로 가서 챙겨 왔던 약탕기 세트를 가져왔다.
‘혹시 몰라 챙기길 잘했어.’
큰 면포를 준비한 주상혁이 빈 뚝배기 위에 펼치며 말했다.
“그 죽 한 그릇 정도만 여기 위로 부어 봐.”
“면포 위로요?”
“그래.”
강혜영이 시킨 대로 한 그릇 정도의 죽을 면포 위로 부었다. 주상혁이 막대로 면포를 쥐어짰다.
후두두둑. 뚝. 뚝. 뚝.
죽의 엑기스들이 뚝배기 위에 떨어졌다.
시꺼먼 석유 같은 게 한둘 골로 보내기 충분해 보였다.
몇 차례 반복해서 죽의 엑기스를 추출한 주상혁이 뚝배기를 바라봤다.
뚝배기엔 절반 정도 시꺼먼 엑기스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야…… 누가 만들었는지 끔찍하다, 야.”
“놀리는 거 아니죠?”
독을 바라보는 주상혁의 눈에 알림 하나가 떠올랐다.
띠링.
Q. 제자 양성-강혜영 (완료).
‘이럴 줄 알았지 사흘이나 필요도 없다니까?’
주상혁이 손쉽게 해결한 퀘스트의 보상을 수령했다.
Skill 맹독이 추가됩니다.
‘제자’시스템이 추가됩니다.
Skill 독 내성이 추가됩니다.
‘독 내성?’
처음 들어 보는 보상이었다.
퀘스트에는 단연코 이런 보상이 적혀 있지 않았던 것.
주상혁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의문을 가졌을 때였다.
띠링.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Q. 임상 시험.
「환생 의원 주상혁은 제자 강혜영과 합작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아직 독이 가진 성능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임상 시험으로 독에 대한 성능의 기초를 정립하자.」
달성 조건: 임상 시험을 완료하자.
달성 보상: Skill 독 분석.
달성 수치: 0/100.
제한시간: 72시간.
단 실패 시 독 분석에 대한 퀘스트는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다.
‘임상 시험까지 해 보라고?’
주상혁이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
“이걸 어디에다가 실험해 보지?”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유정이었다. 하지만…….
‘아니지, 아니야.’
곧바로 도리질 쳤다.
사람에게 하는 건 역시 조금 무리가 있을 거 같았다.
윤리적인 문제도 문제였지만, 유정이 그대로 죽어도 문제, 안 죽고 살아도 유정을 적으로 삼을 각오를 해야 했다.
‘어쩔 수 없네, 귀찮긴 해도…….’
역시 몬스터밖에 없었다.
주상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빈 실린더를 다수 들고 온 주상혁이 그곳으로 독극물을 조금씩 옮겼다.
“됐다. 이걸로 백 개 맞지?”
『특제 야채죽 엑기스(폴라나).』
「강혜영이 만든 야채죽의 엑기스다. 폴라나가 통으로 들어가 매우 강력한 독성을 지녔다.」
*타입: ?
“어디 가시게요?”
“이거 실험해 보려고.”
“저도 가면 안 돼요?”
주상혁이 조금 고민하다가 말했다. 워낙에 활동적인 녀석이다 보니 방 안에만 있는 게 답답한 듯했다.
“그래, 뭐 그러던가.”
* * *
주상혁은 우산을 쓰고 다 함께 이동했다.
“오, 찾았다.”
몬스터를 찾던 주상혁이 프로그맨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물러나 있어.”
“네.”
본래라면 침으로 곧바로 죽여 버렸으니, 물러나고 말고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독을 시험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곧바로 죽여서는 곤란했다.
주상혁이 점혈을 사용해 프로그맨의 움직임을 봉인했다.
“키에에엑.”
프로그맨이 당황해서 괴성을 질렀지만, 전신에 피어난 불꽃은 움직임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 그럼.”
주상혁이 인벤토리에서 평범한 침을 꺼냈다. 준비한 실린더의 독을 잔뜩 바른 주상혁이 프로그맨을 바라봤다.
어째선지 프로그맨의 괴상스러운 얼굴에 두려움이 피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주상혁이 침을 콕 쑤셨다.
주상혁이 잠시 지켜보자니 프로그맨의 눈, 코, 입, 귀 모든 구멍에서 초록색 피가 흘렀다.
금방이라도 요단강 건널 것 같은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효과가 강한데?’
주상혁이 혹시 몰라 펜션에 돌아가면 베이칼로 정화의 탕약을 만들어 둬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어느새 다가온 강혜영이 프로그맨을 보고 말했다.
“우웩, 징그러…….”
“야, 내가 멀리서 기다리라고…….”
주상혁이 강혜영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돌아섰을 때였다.
퉤엣
프로그맨이 뱉은 독은 강혜영을 향하고 있었다. 강혜영이 독을 그대로 뒤집어썼다.
“야! 씨…….”
프로그맨의 목을 후려서 두어 바퀴쯤 돌리며 버리고는 주상혁이 황급히 뛰어갔다.
방심이었다.
확실하게 처리하고 여유를 부렸어야 했다.
강혜영이 다쳤다면 주상혁의 책임도 분명히 있었다.
떨어트린 우산 뒤에 가려진 강혜영을 확인하기 위해 주상혁이 우산을 옆으로 치웠다.
“야, 괜찮아?”
웅크리고 있는 강혜영의 손을 치우고 확인한 주상혁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뭐지?”
주상혁이 머뭇거리던 입을 열었다.
“스프라이트 샤워하셨어요?“
* * *
소동이 있고 잠시 후였다.
주상혁은 스테이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때문인가?’
Lv.15 독 내성 [passive]-강혜영.
독에 대한 내성을 가집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그 효율이 올라갑니다.
아까 주상혁이 퀘스트를 통해 획득했던 ‘독 내성’.
그건 새로 추가된 제자 시스템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제자
강혜영: 관계 레벨 1.
공유받은 스킬: 독 내성.
제자 시스템이란 요약하자면 관계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많은 스킬을 공유받을 수 있는 듯했다.
당연히 강혜영에게 공유받은 스킬이니, 강혜영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가지고 있는 스킬일 확률이 높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얘는 지가 시식하고도 멀쩡했었으니까.’
대충 이해가 되긴 했다.
주상혁이 강혜영에게 꿀밤을 놓았다.
“깜짝 놀랐잖아.”
“죄송해요.”
주상혁도 반성하는 강혜영을 딱히 더 나무라진 않았다.
‘근데 그나저나 퀘스트 보상이 알짜배기네…….’
보상으로 얻은 제자 시스템도 그랬고 새로 생긴 맹독도 그랬다.
Lv.15 맹독 [passive].
「모든 무기를 사용할 때 자동으로 인벤토리의 독을 소모한다. 사용할 독은 인벤토리에서 지정할 수 있다.」
현재 지정된 독: 『특제 야채죽 엑기스(폴라나).』
“귀찮게 꺼내서 바를 필요가 없는 건 편하네.”
“네? 뭐가요?”
“아무것도 아니다.”
스킬 맹독을 확인한 다음부터는 임상 시험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침술키트를 사용해 급소를 피해 던지는 걸로 수치를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균적으로 십 초쯤인가?”
독은 불과 십 초 안팎으로 효과를 보일 만큼 맹독이었다. 나타나는 증상은 주로 출혈이었다.
띠링.
『특제 야채죽 엑기스(폴라나).』에 대한 데이터가 채워집니다.
임상 시험에 대한 여유가 생기자 돌아온 이득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왕왕!
약초를 발견한 주주가 짖자 강혜영이 모종삽으로 그걸 채집했다.
“어디 확인 좀 해 보자”
주상혁이 강혜영이 들고 있는 검은색 봉투 안을 바라봤다.
리타에 대한 숙련도가 5% 증가했습니다.
몰피스에 대한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켈트에 대한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겸사겸사 던전 한의학에 대한 것도 쌓아 가던 주상혁이 말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아직 임상 시험을 사십 마리 정도밖에 안 하긴 했다.
그러나 애초에 늦게 외출이 시작된 만큼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주주와 강혜영이 답했다.
왕왕!
“알았어요.”
* * *
다음 날 강혜영이 죽 엑기스를 짜내는 것을 보고 주상혁이 칭찬했다.
“오, 그래그래. 잘하네.”
강혜영이 독을 한차례 짜내고는 말했다.
“근데 이거 얼마나 만들어요?”
“한 번 만들 때 많이 만드는 게 좋겠지.”
“음…… 근데 이거 빈 실린더가 얼마 없는데요?”
주상혁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애초에 폴라나 판매에 문제가 생기거나 했을 때를 대비해 이것저것 챙겨 온 것이니, 그 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것.
“아, 그건 걱정할 거 없다.”
그래서 어제 이미 박지훈에게 이곳으로 택배를 보내라고 말해 둔 참이었다.
주상혁이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자 강혜영이 말했다.
“어디 가세요?”
“잠깐 외출할 일이 있다. 힘들면 적당히 하고 주주랑 놀고 있어.”
“네.”
답답할 텐데도 강혜영은 어제 일 때문인지 딱히 따라가겠다고 조르진 않았다.
밖으로 나온 주상혁이 날씨를 확인하고 투덜거렸다.
“비 오는 날 나가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던전 한의학도 그렇고 임상 시험도 존재한다. 차일피일 미룰 수 없었다.
주상혁이 펜션 주변에 깔린 각성자들을 확인했다. 주상혁이 미룰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장마 때문에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거 같지는 않지만…….’
장마가 끝이 나면 적극적으로 던전 브레이크를 진압할 게 분명했다.
‘유정이 나서기 시작하면 금방이겠지’
주상혁이 비옷을 걸치고 걷기 시작했다.
상류 쪽으로 놓인 포장도로를 삼 분쯤 걸었을 때였다.
누군가가 주상혁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디 가십니까?”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있는 유정이었다.
“꼭 말해야 합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흥미가 좀 생겨서 말이죠.”
유정이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어제도 상류 쪽에 다녀오셨죠?”
“그래서요?”
“오늘은 저도 따라갈 수 있나 해서요.”
유정은 평소의 깔끔한 정장 차림이 아닌 평상복 차림이었다.
아무래도 날씨 때문인듯했다.
“안 된다고 하면 포기하실 겁니까?”
유정이 씩 웃었다.
“그럴 리가요.”
불편한 하루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