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level reincarnated councillor RAW novel - Chapter 25
Book 5 Chapter 4
해가 질 때까지 분신이랑 한판 벌이던 장민주가 들어왔다.
“저 더는 못 움직여요.”
대자로 드러누운 장민주에게 주상혁이 머그잔을 내밀었다.
싫은 표정을 짓기는 해도 장민주가 군말 없이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마지막 하나만 더하면 오늘 할 일은 끝나겠네요.”
장민주가 삼키려던 걸 게워 내고 발작하듯 반응했다.
“할 게 더 있다고요?“
“너무 놀라지 마시고 여기 눕기나 해 봅시다. 어려운 건 아니니까.”
“뭐 할 건데요?”
“안마할 겁니다.”
장민주의 표정이 묘해졌다.
양손을 조금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는 게 또 말씨름 좀 해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별말 없이 누웠다.
조금 안마를 해 주자니 장민주가 말했다.
“혹시 그 여자도 안마해 줬어요?”
“그여자? 혜영이를 묻는 거면 안 해 줬습니다.”
장민주의 입꼬리가 순간적으로 올라간 착각이 들었는지 주상혁이 얼굴 쪽으로 시선을 슬쩍 옮기려고 할 때였다.
띠링.
제자 장민주와의 관계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Skill: 마나 사슬이 추가됩니다.
‘갑자기 이건 왜 올라?’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창을 껐다. 주상혁이 장민주의 얼굴을 바라봤다.
“뭐요?”
그새 표정을 지운 건지 아니면 애초에 착각이었던 건지 평소의 얼굴이 보였다.
예쁘긴 한데 어딘가 심술 좀 난 듯한 얼굴이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상혁이 다시 안마를 시작했다.
“안마 누구한테 배웠어요?”
“그건 왜 물어봅니까?”
“꽤 잘하네 싶어서요.“
『Lv.66 장민주.』
조금 더 하던 주상혁이 장민주의 레벨이 오르는 걸 보고 멈췄다.
과연 첫 번째 안마라 그런지 효과가 좋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자칫 갑자기 급격한 성장을하면 장민주가 눈치챌 수도 있었다.
주상혁이 손을 떼고 일어났다.
장민주가 말했다.
“뭐예요? 왜 그만 해요?”
“뭐, 해 뜰 때까지 해 주기라도 바랐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10분도 안 한 거 같은데 관두니까 그렇죠. 혹시 화났어요?”
“제가 화났으면 안마를 관두는 게 아니라 쫓아냈을 거니까, 그건 걱정할 거 없습니다.”
장민주가 생각하기 귀찮았는지 이번엔 천장을 바라보고 다시 드러누웠다.
거실을 쓱 훑어보던 장민주가 말했다.
“근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요?”
주상혁이 상체 스트레칭을 하면서 답했다.
“반대로 못 살 이유도 없습니다. 휴대폰 있고 티비 있고 다 있으니까.”
주상혁이 장민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장민주 씨야말로 괜찮겠습니까?”
“뭘요?”
“맞선 말입니다.”
장민주가 별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답했다.
“아, 그거 거짓말이에요.”
주상혁이 어처구니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거짓말을 왜 했습니까?”
“몰라요, 그냥 그땐 갑자기 하고 싶어졌었어요”
거참 보면 볼수록 이상한 여자다.
장민주가 일어나서 자기가 쓰기로 한 왼쪽 방으로 향했다.
“장민주 씨.”
장민주가 뒤돌자 주상혁이 던진 핸드폰이 코앞으로 날아왔다.
깜짝 놀라 받아든 장민주가 말했다.
“이걸 저한테 왜 줘요? 씻으러 가기전에 속옷이나 뭐다 주문하라고요.”
핸드폰에 켜진 앱을 대충 확인한 장민주가 말했다.
“알았어요.”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장민주에게 주상혁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말인데 그쪽 휴대폰으로 괜히…….”
장민주가 보지도 않고 대뜸 자기 핸드폰을 뒤로 던져 올렸다.
주상혁이 포물선으로 떨어지는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됐죠? 이제 말 걸지 마요.”
귀찮다는 듯 장민주가 방으로 쏙 들어갔다.
방에서 아침에 벗어 놓은 옷을 챙긴 장민주가 샤워를 끝내고 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깔아 놓은 이부자리에 들어간 장민주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비싼 걸로 사 버려야지.”
속옷이다 침대다, 닥치는 대로 구입하던 장민주의 배에서 때마침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 좀 배고프네…….”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다.
장민주가 거실로 나가서 먹을 것 좀 없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이부자리로 돌아와 누웠다.
“잠이나 자자…….”
장민주가 이불을 확 덮어썼을 때였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접시 하나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장민주가 이불을 다시 휙 덮어썼다가 잠시 후 신경질적으로 휙 내렸다.
결국, 접시 앞으로간 장민주가 말했다.
“딱 보니까 내가 사 온 거구만 선심 쓰는 척 주기는.”
장민주가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 먹고는 중얼거렸다.
“뭐, 먹어 줄 만하네.”
* * *
올리비아의 입국은 당연한 말이지만 국내에서는 상당히 뜨거운 감자였다.
다소 뜬금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올리비아의 입국 목적.
휴양이 목적이라고 답하긴 했다지만 주상혁일 게 뻔했다.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가는 주상혁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 인터넷은 새벽까지 시끄러웠다.
⌙전에는 비각성자라고 조리돌림 하더니 이번엔 각성했다고 띠껍게 구는데 헬반도의 매운맛 두 번 봤으면 탈출할 만도 하지 ㅋㅋ
⌙우리나라는 이게 문제임, 어떻게든 조회 수 하나 빨아 보려고 답변 유도성 질문하니까 이러지.
⌙다른 선진국에서는 어그로질 안 하는 줄 아네. 거기가 더 심하거든요?
⌙주상혁 지키기 청원이요. 빨리해 주세요, 100만 동의 넘었음!
⌙이걸 기레기 한 명이 해내네, 장하다!
“하…… 골치 아프군…….”
대한민국 각성자를 대표하는 협회의 회장인 강태섭도 이 일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조금전까지 만났던 대통령.
그는 고압적이지는 않았지만, 당부에 또 당부를 더 한 뒤에야 강태섭을 보내 줬다.
애국심이됐든 돈이 됐든 무엇이든 내걸고 붙잡아 달라고 말했다.
“말이야 쉽지…….”
애초에 주상혁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주상혁을 만나려면 최소한 어디 있는지라도 알아야 할 텐데 그런 기본부터가 안 돼 있는 게 문제였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라면…….’
올리비아도 이건 마찬가지라는 사실이었다.
그녀도 표면상으로는 입국한 뒤로 수일째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주상혁의 위치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할 텐데…….’
갚아야 할 빚이 있음에도 부탁할 일이 생긴 게 어쩐지 기분이 편치 않았다
* * *
강태섭도 강태섭이었지만 지금 상황에 최고로 다급해진 건 청초길드였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통의 전화가 걸려 와서 주상혁의 위치를 묻는다거나 궁금한 걸 물어 오는데 미칠 노릇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답답한 건.
“도무지 말을 해도 믿지를 않아.”
도대체 그럴 거면 왜 전화까지 넣어서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자세하게 전해 들은 게 없어서 말을 못 해 주겠다고 답을 하면 알았다고 끊고서 다음 날이 되면 같은 사람이 또 전화를 걸어온다.
“이거 참, 답답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물론 주재호가 직접 주상혁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있다.
그 이후에 전해 들은 걸로 구체적인 답변을 해준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래서는 곤란했다.
괜히 물어봤다가 주상혁의 결정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주재호는 주상혁이 행복하길 원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길 원했다.
미국으로의 이민이 국내에서는 질타를 받을 일이지만 주상혁이 행복하고 원하는 일이라면 부모로서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주재호가 휴대폰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네, 그 대표님…….
대화를 듣지도 않고 주재호가 말했다.
“모릅니다! 몰라요!”
앞으로 고생스럽겠지만, 한동안은 아들을 위해 감내할 생각이었다.
* * *
보름쯤 시간이 지났다.
장민주도 강원도의 생활에 조금 익숙해질 때쯤.
불청객이 하나 찾아왔다.
‘어떻게 찾아온 거지?’
아침 일찍 찾아온 불청객은 다름 아닌…….
『Lv.91 올리비아.』
단서가 없었을 텐데 마치 알고서 찾아온 듯하다.
“다행히 맞게 찾아온 것 같네요.”
그녀의 영어가 품에서 번역되어 들려온다.
아무래도 그녀의 정장 안주머니에 번역기가 있는듯했다.
‘나도 하나 장만할까?’
휴대폰의 사진과 주상혁의 얼굴을 대조해 보며 말하는 그녀에게 주상혁이 말했다.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왔습니까?”
“돈으로 안 되는 건 별로 없습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거액의 돈으로 누군가 구워삶은 듯했다.
주상혁이 말했다.
“들어오시죠, 신발은 벗고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타이밍이 참 좋다.
장민주가 조금 전에 주주랑 백호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조금만 타이밍이 안 맞았으면…….
“저, 주상혁 씨. 미안한데 신발 좀 빌려주면…….”
그러면 그렇지 운이 좋다 싶었는데 장민주가 갔던 길을 되돌아왔다.
“신발은 거기 있는 거…….”
“아뇨, 됐어요. 갑자기 갈 마음이 싹 사라졌어요.”
올리비아를 확인한 장민주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올리비아가 주상혁을 보고 말했다.
“애인인가요?”
현관에서 팔짱을 끼고 대화를 지켜보는 장민주를 보니 슬쩍 올리비아의 속내를 떠보려고 했던 계획은 접어야 할 것 같았다.
주상혁이 한숨 쉬었다.
“대화를 길게 할 만한 상황이 아닌 건 보이실 거고, 용건이나 빠르게 이야기하고 끝냅시다.”
“용건이라…….”
말을 읊조리던 올리비아가 옅게 웃었다.
“당신을 미국으로 데려가려고 왔습니다.”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올리비아가 직구로 던져 왔다.
그러면 그렇지 듣고 있던 장민주의 표정이 조금 더 구겨졌다.
수행원이 내미는 서류 봉투를 받아 든 올리비아가 주상혁에게 내밀었다.
주상혁이 그것을 열어서 확인했다.
“20억…….”
물론 단위는 달러였다.
즉 한화로 따지면 2조 4천억가량의 돈이었다.
일개 개인이 평생 일해도 천분의 1도 못 만질 만큼의 금액을 단순히 계약금으로 제시하다니 새삼스레 톱클래스 각성자가 됐을 느낄 수 있었다.
올리비아의 표정에 약간 옅은 웃음이 피어났다.
“어때요?”
“꽤 큰돈이군요.”
“앞으로 많은 국가에서 주상혁 씨를 찾아오겠지만, 이 정도의 대우는 아마 받기 힘들 겁니다. 우리 미국이나 가능하겠죠.”
본인도 불과 5년 전에 이민 간 주제에 ‘우리 미국’이라는 말이 참 쉽게도 나온다.
주상혁이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였다. 어느새 신발을 벗고 올라온 장민주가 서류를 낚아채 갔다.
장민주가 보란 듯이 쫙쫙 계약서를 찢어 버렸다.
여유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던 올리비아의 표정이 살짝 경직됐다.
“지금 뭐 하는 거죠?”
“그 정도 가지고 유난 떨기는.”
보란 듯이 비웃어 주고는 장민주가 주상혁을 향해 말했다.
“됐고 저딴 거 사인하지 마요. 제가 5,000억 더 얹어서 3조에 계약서 만들어 오라고 할 테니까.”
“장민주 씨, 독단으로 그런 말 하는 거 아닙니다.”
“독단일 거 같아요? 다 저번에 이야기가 오고 갔던 액수가 있으니까 하는 말이에요.”
앙칼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장민주가 올리비아를 도발했다.
“왜, 돈 더 없으신가요? 유니콘 대표님?”
올리비아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좋아요, 시간을 조금 더 주면 10억 달러 더…….”
“받고 5억 달러 더. 기왕이면 사비로라도 좀 얹어 보는 게 예의인 거 같은데 그건 안 되시나?”
유니콘이 미국의 3대 길드로 5년 안에 빠르게 성공한 건 다 돈 지랄 덕분이다.
당시 100억 달러라는 계약금을 받고 미국으로 간 올리비아였지만, 전액 길드 확장에 투자한 만큼 자본에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
올리비아의 입이 쉽게 열리지 못했다.
미국에서야 추가로 예산을 편성해달라면 정부 차원에서야 조금 더 해 주리라 생각했지만, 원금에 거의 2배가 되는 돈을 해 줄 리 없었다.
주상혁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알려진 바로 S급 각성자.
여기서부터는 사비의 영역이었다.
입술을 깨문 올리비아가 말했다.
“좋아요, 유니콘에서 10억 달러 추가해서 총 45억…….”
장민주의 입이 질세라 열리려는 걸 주상혁이 잡아끌었다.
“잠깐만요, 장민주 씨.”
“아니, 이거 놔 봐요.”
장민주를 더욱 강하게 잡아끌어 앉히고는 보란 듯이 고개를 한차례 흔들었다.
주상혁의 진지한 눈을 본 장민주가 웅얼거리다가 입을 닫았다.
주상혁이 한숨 쉬고는 말했다.
“중간에 방해가 있어서 대답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만, 애초에 거절하려고 했었습니다.”
“돈이 부족해서입니까?”
주상혁이 고개를 저었다.
“돈의 문제가 아니고 떠날 마음이 애초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전에 기자들 앞에서는…….”
주상혁이 말했다.
“그야 그건 당연히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이 나라 기자들은 쉽게 놓아 주질 않으니까요.”
올리비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거절한 거 후회할 거예요.”
“그러지는 않을 거 같지만, 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죠.”
올리비아가 일어나서 수행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주상혁이 현관문 너머로 세단을 타고 올리비아를 지켜보다가 돌아섰다.
흡족하게 웃고 있는 장민주가 보였다.
“잘했어요.”
어깨를 토닥이는 장민주에게 주상혁이 말했다.
“저기요, 장민주 씨”
“왜요?”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기분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산책이나 가세요. 농땡이 피우지 마시고.”
* * *
“그거라면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올리비아가 돌아가고 30분쯤 지났다.
강태섭이 뒤늦게 회관에 방문했다.
주상혁에게 올리비아와 있었던 일에 대해 들은 강태섭이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거절했다는……?”
“네.”
강태섭은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S급 각성자 개인에게 조 단위의 돈을 제안한 건 둘째 치고 그것을 거절했다는 점에 더욱 놀란 듯 보였다.
‘근데 그나저나…….’
주상혁의 눈이 강태섭을 향했다. 말을 안 했지, 조금 전부터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근데 편하게 말씀하셔도 된다니까요?”
웬만하면 내버려 두겠는데 강혜영이 신경 쓰여서 괜히 부담된다.
“큼큼…… 그래도 되겠나?“
“네.”
주상혁이 내친김에 입을 열었다.
“저, 그리고 저도 부탁 한 가지만 해도 될까 해서요.”
강태섭이 말했다.
“부탁?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해 주지.”
“일주일 후쯤 지켜보다가 올리비아가 출국했는지 안 했는지 좀 말해 주세요.”
딱히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는지 강태섭이 답했다.
“근데 연락은 어디로 해 주면 좋겠나?”
“제 번호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주상혁이 강태섭의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해 준 뒤였다.
“그리고 그때 말했던 그 답례 말이네,“
‘답례?’
잊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펜션에서 그런 대화를 주고 받았던 적이 있긴 했다.
“조만간 그거 때문에 만나 보고 싶은데…….”
“한번 시간을 내보겠습니다.”
* * *
강태섭이 가고 30분쯤 지났다.
산책갔던 주주랑 백호가 돌아왔다.
와왕.
현관문을 비집고 들어와 신발장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두 녀석을 안아 든 주상혁이 욕실로 날랐다.
눈이 녹으면서 진흙이 만들어졌는지 평소보다 더 엉망인 두 녀석을 주상혁이 씻기기 시작하자 뒤늦게 장민주가 들어왔다.
『Lv.68 장민주.』
장민주는 그사이 레벨이 조금 더 올라 그렇게 지쳐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물론 본인은 단순히 익숙해져서 그렇다고 느끼고 있겠지만…….’
주상혁이 피식 웃는 사이 전화가 걸려 왔다.
부엌 쪽으로 가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돌아오던 장민주가 거실에 놓인 주상혁의 휴대폰을 보고 말했다.
“전화 왔는데요?”
“그냥 그대로 놔둬요.”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장민주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약혜영
장민주가 전화를 받았다.
―오빠,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요.
“…….”
―여보세요?
장민주가 씨익 웃더니 웬일로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혁 씨, 언제까지 씻을 거예요? 전화 왔다니까?”
“아니, 끊으라니까 그걸 받으면 어떻게 합니까?”
주상혁이 빠르게 나와 휴대폰을 들고 귀에 가져다 댔다.
조용했다.
끊어졌나 했더니 그건 또 아니다.
“왜? 할 말 있어서 전화 넣은 거 아니냐?”
―조금 전에 그 여자 누구예요?
“장민주 씨인데? 아…… 이렇게 말하면 모르려나? 그 왜…”
전화가 갑자기 뚝 끊겼다.
* * *
3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노을 질 무렵, 회관 문을 열고 강혜영이 헉헉대며 들어왔다.
정류장이 거리가 제법 될 텐데 얼마나 급히 뛰어왔는지 찬바람에 얻어맞은 볼이 뻘겋다.
“야, 검정고시 합격하기 전엔 안 오기로 했잖아.”
“…….”
강혜영의 말이 없다.
누굴 저렇게 노려보지 싶어서 뒤를 바라봤더니 부엌에서 물을 마시던 장민주가 피식 웃고 있었다.
신발을 대충 벗어 버리고는 거친 걸음을 옮기는 강혜영의 얇디얇은 허리를 주상혁이 본능적으로 껴안았다.
장민주가 픽 웃었다.
“아주 급했나 보네. 누가 보면 네 애인인 줄 알겠다야.”
“이거 놔 봐요. 오빠.”
“놓으면 뭐 할 건데 머리채라도 잡으려고?”
“네.”
답변을 들으니 솔직히 부탁대로 놓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장민주의 머리채를 잡아 뜯어 주겠다니.
하지만…….
『Lv.65 강혜영.』
‘놓아줘 봐야 역으로 이 녀석이 당하겠지…….’
주상혁이 말했다.
“약혜영 일단 진정해 봐, 다 제대로 설명해 줄 테니까. 장민주 씨는 빨리 방으로 들어가요.”
“…….”
“안 들어가요!?”
“왜 소리 지르고 난리예요! 안 그래도 들어가려고 했거든요?”
장민주가 방으로 들어가자 강혜영도 조금 진정되어 갔다.
주상혁이 한숨 돌리고 놓아주자, 강혜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저 여자 편을 들어요?”
조금 억울했는지 표정이 조금 우울한 얼굴이다.
“장민주 씨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지금 싸워 봐야 네가 질 게 뻔했으니까 말린 거야.”
주상혁이 혹여나 장민주가 들을까 강혜영을 옆에 끌어 앉히고는 속삭였다.
“내가 나중에 머리채 쥐어뜯을 수 있을 때 말해 줄 테니까 싸우려면 그때 뜯자.”
“도와줄 거예요?”
“그래.”
어차피 이번 일만 끝나면 장민주와 강혜영이 싸우든 말든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장민주는 본인이 하는 일이 주상혁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도 모르고 국내 최고의 각성자처럼 살아갈 테고 주상혁은 편하게 청초길드에서 지내면 된다.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하자 기분이 풀렸는지 강혜영의 눈에 반달이 떠올랐다.
“저 벌써부터 기대돼요.”
“그러냐?”
주상혁이 좋아하는 강혜영의 얼굴을 봤을 때였다.
강혜영의 관계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Skill: 독초 기르기를 획득하셨습니다.
‘또 올랐네, 관계 레벨…….’
얼마 전엔 장민주 이번엔 강혜영이다.
주상혁이 스테이터스를 켜서 추가된 스킬을 보다가 문뜩 의문이 생긴 얼굴을 해 보였다.
주상혁이 스킬창을 닫고는 물었다.
“근데 혜영아.”
“네?”
“장민주 씨가 무슨 심한 말이라도 했나? 별말 안 하지 않았나?”
강혜영이 주상혁을 보다가 옅게 미소지었다.
“글쎄요, 저도 잘 기억 안 나요.”
정말로 기억이 안 나는 건지 말하기 싫은 건지…….
‘구태여 캐물을 필요는 없겠지?’
주상혁이 말했다.
“여하튼 강혜영 너 한동안은 여기 있어야 하는데 괜찮은 거 맞지?”
“네 괜찮아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 그랬어요.”
* * *
다음 날 아침, 주상혁이 아침 식사를 차려 먹을 때였다.
장민주가 하품을 하며 나왔다.
옆에서 밥을 먹는 강혜영을 조용히 흘긴 장민주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15분쯤 지났을까 간단하게 씻은 장민주가 도로 나왔다.
“식사 안 하실 겁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간 주상혁이 차려 준 밥을 군말 없이 먹던 장민주였다.
“됐어요. 머리채 뜯길 일 있나?”
아 어제 대화 들었구나.
“배고플 텐데?”
“한 끼쯤 굶어도 안 죽어요.”
주주랑 백호를 안고 산책을 나가자 강혜영이 말했다.
“어디 가는 거래요?”
“주주랑 백호 산책을 맡겼거든.”
“아…… 그건 좀 싫은데”
“왜?”
“주주가 저 여자랑 친해지는 거 뭔가 싫을 거 같아요.”
강혜영이 조용히 두 숟갈 정도 밥을 뜨더니 말했다.
“근데 오빠 정말 아무런 사이도 아닌 거 맞죠?”
“그래.”
답을 하고 보니 어이없었는지 이번엔 주상혁이 말했다.
“그보다 네가 보기엔 조금 전 그 대화가 무슨 사이인 사람의 대화냐?”
“오빠는 몰라도 저 사람은 아닐 수도 있잖아요.”
마치 장민주가 마음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글쎄…… 아닐 거 같은데 이전이라면 몰라도…….”
그런 거치고는 강원도에 처음 왔을 때보다야 많이 나아지긴 했어도 장민주는 여전히 땍땍대고 까칠한 느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한다면 여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럴 일 없으니까 신경 끄고.”
“알았어요.”
주상혁이 밥숟갈을 뜨는 강혜영을 보고 슬쩍 물었다.
사실 레벨이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강혜영 ― 관계 레벨: 5.
공유받은 스킬: 독 내성, 독성 강화 독초 기르기.
헤어질 때는 3레벨이었던 레벨이 그사이 5레벨이 되어 있었다.
“약혜영 너는 나 좋아하지?”
“네.”
조금 망설이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곧바로 말하는 게 의외다.
‘혹시 이거 연애 감정도 관련 있나?’
만약 그렇다면…….
주상혁이 장민주의 레벨을 확인했다.
장민주-관계 레벨: 3.
공유받은 스킬: 테이밍, 마나 사슬.
‘에이, 아니겠지?’
주재혁-관계 레벨: 3
공유받은 스킬: 굳건한 일념. 마나 스킨
주민혁-관계 레벨: 3
공유받은 스킬: 신속한 몸놀림, 기척 감소
만약 맞다면 주재혁이나 주민혁도 주상혁을 좋아한다는 게 된다.
아마 그냥 단순한 호감도 정도일 확률이 높았다.
주상혁이 고개를 주억이고 있자니 계란말이 하나를 집어 들던 강혜영이 젓가락을 멈칫하고는 말했다.
“근데 오빠는요?”
“뭐가?”
“오빠는 저 싫어요?”
주상혁이 입에 든 음식을 우물우물 씹으며 생각하다 목구멍으로 넘기고는 입을 열었다.
“좋아하냐고 물어본 거면 잘 모르겠는데 싫어하진 않아.”
벌써 몇 년을 같이 지냈는데 싫어할 수가 없다.
다만 전생에서도 여자랑은 인연이 없었다.
이게 연애의 감정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대답이 불만족스러우려나?”
“아뇨, 그 정도면 충분해요.”
* * *
오후 1시쯤 주주랑 백호가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다.
주상혁이 주주랑 백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는 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대 옆 방바닥에서 문제집을 펴 놓고 공부하던 강혜영이 물었다.
“어디 가게요?”
“잠깐 다녀올 데가 있어서.”
“저도 가면 안 돼요?”
“어차피 금방 다녀오니까 기다리고 있어. 밖에 돌아다니진 말고.”
“알겠어요.”
주상혁이 방을 나서 현관에 도착했을 때였다.
마침 들어오는 장민주와 마주쳤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괜히 저 녀석한테 시비 걸거나 하지 맙시다.”
“사람을 무슨 쌈닭 대하듯 하지 말죠? 은근히 기분 나쁜데.”
쏘아붙이는 장민주의 말을 듣고 주상혁이 별말 없이 외출했다.
주상혁을 유리문 너머로 조금 지켜보던 장민주가 습관처럼 부엌으로 향했다.
머그잔에 탕약을 덜어 마시던 장민주의 눈이 슬쩍 안방으로 향했다. 장민주의 눈살이 조금 찌푸려졌다.
주상혁의 침대에 그새 배를 깔고 누운 강혜영이 보였다.
핸드폰으로 기사를 들여다보는 강혜영에게 장민주가 한 소리 했다.
“주인 없다고 침대에 그렇게 막 누워도 되나?”
“안 될 건 뭔데요? 오빠도 알아도 별말 안 할걸요?”
“애초에 그 사람이 싫은 소리 하기 싫어하니까 그러겠지.”
장민주의 눈이 방바닥에 펼쳐진 문제집을 빈손으로 집어 들고 픽 비웃었다.
“하긴, 배운 게 없으니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네.”
“뭐예요?”
“멍청한 건 유전이라던데, 누가 데려갈지 불쌍하다고.”
강혜영이 침대에서 일어나 벌떡 일어났다.
장민주를 향해 달려들려다가 강혜영이 멈칫했다.
“운 좋은 줄 알아요. 약속만 아니었으면 안 참았어요.”
강혜영이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
“참아? 쫀건 아니고? 아주 언어의 마술사 납셨어? 쫀걸 참았다고 바꿔 말할 줄도 아시고?”
“그만해요? 저 진짜 안 참아요.”
“참지 않아도 된다니까? 중·졸.”
강혜영이 장민주의 도발에 끝끝내 폭발하려고 할 때였다.
와왕!
주주의 짖는 소리에 두 사람의 고개가 현관으로 휙 돌아갔다.
주상혁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방 문틀에 기대고 서 있는 장민주를 보고 주상혁이 말했다.
“뭡니까? 혹시 괜히 시비 거셨습니까?”
“참나…… 뭘 그렇게 노려보고 그래요? 그냥 모르는 문제가 좀 있다기에 봐 준 거뿐인데.”
장민주가 강혜영에게 문제집을 넘겨 주며 말했다. 강혜영도 거들었다.
“맞아요.”
주상혁이 두 사람의 분위기를 읽고 있자, 장민주가 머그잔을 들고 그대로 반대편 방으로 들어갔다.
“정말로 별일 없었던 거 맞지?”
“네, 당연하죠. 근데 어디 다녀오셨어요?”
“저 뒷산에 좀 잠깐.”
“뒷산에는 왜요?”
주상혁이 씩 웃었다.
“준비할 게 좀 있어서.”
* * *
강혜영과 장민주의 신경전은 그 뒤로도 자주 일어났다.
가장 빈번하게 상황이 발생하는 곳은 밥상이었다.
강혜영이 먹으려던 소시지를 장민주가 휙 낚아채 입에 넣었다.
“하…… 완전 유치해.“
강혜영이 이번엔 달걀말이를 집으려고 하자 장민주가 쏙 빼서 입에 넣었다.
“난 네 거 뺏어 먹는 게 젤 맛있더라.”
보다 못한 주상혁이 한 소리 했다.
“장민주 씨, 그만합시다.”
“뭐 그렇게 부탁하신다는데 그만할게요. 산책이나 가자.”
와왕!
냥!
장민주가 주주랑 백호를 데리고 같이 산책 가 버렸다.
강혜영이 말했다.
“오빠, 언제까지 참아야 해요?”
주상혁이 한숨 쉬었다.
어지간하면 사이좋게 지내 보라고 하겠지만 본 게 있어서 차마 말을 못 하겠다.
조금만 더 참았다간 강혜영의 머리칼이 쥐어 뜯겨 빠지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받아서 탈모가 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한 사흘 정도만 참아 보자”
강혜영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사흘 지나면 쥐어 뜯을 수 있는 거예요?”
“그건 아닌데…… 일단 그 안에 장민주 씨는 어떻게 해 줄게.”
강태섭과 약속한 지 보름이 지났다.
오늘쯤 해서 분명히 전화가 걸려 올 것이었다.
주상혁이 아침을 먹고 탕약을 달일 때였다.
점심쯤 되자 주상혁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강태섭의 이름을 확인하고 주상혁이 받았다.
―전에 그 부탁했던 건 말이네.
“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올리비아 말씀이시죠?”
―조금 알아본 결과 아직 국내에 머물고 있는 걸로 보여.”
“혹시 현재 위치나 그런 정보는 없나요?”
―유감이지만, 보름 전쯤부터 자세한 정보가 없더군.
“잘 모르신다는 말씀이시죠? 네, 네, 네.”
주상혁이 통화를 종료하고는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다.
“예상대로인가……?”
어쩐지 생각보다 올리비아가 순순히 물러난다고 했다.
‘아마도 이곳 어딘가에서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거란 말이지…….’
91레벨이었던 올리비아의 레벨을 떠올린 주상혁이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켰다.
스테이터스.
Lv.85 주상혁 (환생 의원).
―능력치
힘: 333 / 민첩: 411 / 지식: 353
행운: 301 / 회복: 46%
체력: 511 / 방어: 151
마나: 803 / 명성: 481
―스킬
Lv.2 중급 의술 [passive]
Lv.5 중급 조제술 [active]
Lv.1 중급 진맥 [active]
Lv.1 중급 침술 [active]
Lv.23 점혈 [active]
Lv.33 던전 한의학 [active]
+Lv.41 독 내성 [passive]-강혜영
+Lv.11 독성 강화 [passive]-강혜영
+Lv.2 독초 기르기 [passive]-강혜영
+Lv.31 굳건한 일념 [passive]-주재혁
+Lv.20 마나 스킨 [passive]-주재혁
+Lv.21 신속한 몸놀림 [passive]-주민혁
+Lv.11 기척 감소 [passive]-주민혁
+Lv.56 테이밍 [active]-장민주
+Lv.51 마나 사슬 [active]-장민주
―제자
강혜영-관계 레벨: 5
공유받은 스킬: 독 내성, 독성 강화 독초 기르기.
주재혁-관계 레벨: 3
공유받은 스킬: 굳건한 일념, 마나 스킨.
주민혁-관계 레벨: 3
공유받은 스킬: 신속한 몸놀림, 기척 감소.
장민주-관계 레벨: 3
공유받은 스킬: 테이밍, 마나 사슬.
주상혁도 시간이 지나면서 레벨이 많이 올랐다.
주주와 종속 계약을 하면서 79레벨이던 게 83레벨까지 올랐고 강원도에 들어오고 주주가 가끔 물어다 주는 영초를 꾸준히 보충제나 양갱으로 만들어 먹었더니 레벨이 적잖게 올랐다.
“뭐, 솔직히 싸우면 질 것 같지는 않은데…….”
명분이 없었다.
정황상 올리비아가 백호나 해태를 노리고 있는 게 확실해졌음에도 그걸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싸우면 죽여야 후환이 남지 않는 만큼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뭐, 이대로 있어도 당장에는 별일 없겠지만…….’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건 불쾌했다.
“슬쩍 낚아 볼까?”
주상혁이 탕약을 달이던 걸 정리하고는 회관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공부하던 강혜영이 주상혁이 냉장고를 뒤지자 말했다.
“뭐 찾아요?”
“전에 만들어 둔 게 있어서…….”
조금 더 냉장고를 뒤지던 주상혁의 표정이 밝아졌다.
“찾았다.”
랩으로 포장된 접시를 꺼낸 주상혁이 거실로 나왔을 때였다.
와왕.
주주의 짖는 소리가 났다.
“산책 다녀온 거 같은데 애들 좀 씻겨주라.”
“알겠어요.”
주상혁이 부엌에서 과도를 추가로 챙겨 거실로 나갔다.
비닐과 랩을 벗기자 그제야 내용물이 보였다.
『기운 가득 산삼 양갱 (폴라나).』
「뛰어난 영력을 지닌 오십 년 삼을 통으로 갈아 넣은 양갱이다. 환생 의원의 뛰어난 조제술과 한데 이루어져 엄청난 효력을 자랑한다. 쓴맛을 꾹 참고 먹으면 뛰어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마나 +50.
한 달 전쯤 주주가 물어 온 산삼으로 만든 양갱.
주상혁이 과도로 5등분 내고는 가장 먼저 강혜영을 불렀다.
강혜영의 입에 한 조각을 넣어 주고는 말했다.
“어때?”
“맛있어요.”
주상혁이 다음으로 막 씻고 들어온 주주에게도 한입 내밀었다.
“먹어 봐 이건 먹을 만할걸?”
와왕!
역시나였다. 주재료가 산삼이다 보니 양갱을 먹은 주주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남은 것도 탐내는 주주를 보고 안아 든 주상혁이 말했다.
“다음에 또 만들어 줄게. 오늘은 참자.”
꾸우우웅.
주상혁이 제 몫을 다시 강혜영에게 내밀었다.
“저 또 먹어요?”
『Lv.70 강혜영.』
“응, 약속한 게 있으니까.”
강혜영이 서로만 아는 비밀 공유에 기분이 좋았는지 옅은 미소를 그렸다.
강혜영이 양갱을 받아먹자 주상혁이 다음으로 얼쩡거리는 백호에게 양갱을 먹이고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접시를 장민주에게 내밀었다.
『Lv.70 장민주.』
보름간 시간이 지나면서 장민주는 레벨이 많이 올라 있긴 했지만 양갱은 필수였다.
장민주가 가장 중요한 미끼 역할을 해 줘야 했으니까.
“이게 뭔데요?”
“양갱입니다.”
S급과 SS급의 차이는 S급과 E급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이건 기분 탓이 아니고 주상혁이 닉스와 싸워 보며 느낀 바가 그랬다.
그리고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올리비아를 꿰는 데 미끼로 당첨된 장민주니까. 성장이 필요했다.
“먹어요. 귀한 거니까.”
“양갱이 귀해 봤자죠.”
장민주가 양갱을 집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더니 말했다.
“그래도 뭐 맛있긴 하네요.”
『Lv.72 장민주.』
하나를 온전히 먹지 못했더라도 양갱의 효과는 엄청났다.
장민주의 레벨이 두 단계나 오른 것만 봐도 그랬다.
“장민주 씨. 백호 테이밍 한번 해 봐요.”
“네? 지금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주상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장민주가 백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백호가 꼬리로 손을 쳐 내려고 하다가 장민주의 손을 허락했다.
‘된 건가?’
테이밍에 성공한 건지 아닌지 조용히 지켜볼 때였다.
당신의 관리 아래 백호의 새로운 계약자가 생겼습니다.
백호의 충성도가 하락했습니다.
백호의 친밀도가 하락했습니다.
백호와의 계약이 파기되었습니다.
연달아 메시지가 떠오른 이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본래라면 주상혁이라는 주인이 있는 만큼 계약이 불가능해야 맞았지만, 주상혁의 허락이 있기 때문인지 계약이 파기된 것 같았다.
“성공했나 보네요.”
“석 달 걸린다고 안 그랬어요?”
테이밍에 성공하면 신이 나서 방방 뛸 줄 알았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 성공해 어리벙벙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주상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따라와 봐요.”
* * *
주상혁이 걷기 시작하자 장민주가 백호를 안고 따라나섰다.
15분쯤 걸어 어느 밭 앞에 도착한 주상혁이 말했다.
“저기 보이죠?”
“던전 포탈 말인가요?”
“네. 지금부터는 실전 연습이나 하자고요.”
주상혁이 장민주를 던전에 데려다주고 회관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고는 장민주가 없는 걸 확인한 강혜영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오빠.”
“……?”
“그 사흘만 기다려 보라는 거랑 아까 양갱이랑 관련 있어요?”
역시 주상혁의 능력을 알고 있는 만큼 강혜영은 눈치가 빠르다.
“그렇긴 한데, 그전에 했던 약속 말이지…….”
주상혁이 머리채 잡는 건 나중으로 미루자고 말하려고 할 때였다.
강혜영이 방긋 웃었다.
“전 괜찮아요.”
다행히 주상혁의 사정을 잘 이해해 줘서 다행일 뿐이다.
주상혁이 회관으로 돌아와서 강혜영이랑 TV를 보고 있자, 한 시간쯤 지나 장민주가 회관으로 돌아왔다.
“표정이 좋네요?”
“뭐…… 테이밍에 성공했으니까요.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부분.”
뭐, 고마워야 하는 게 당연하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평생 노력해도 가능할까 말까 장담할 수 없는 일을 주상혁이 가능하게 해 줬으니까.
주상혁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럼 고마운 김에 부탁 하나만 합시다.”
“부탁…….”
잠시 고민하던 장민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뭔데요.”
“이곳에서 있었던 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그게 끝이에요?”
주상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민주가 말했다.
“만약에 싫다면요?”
“장민주 씨에게 실망하지 않을까요? 내가.”
* * *
장민주는 주상혁에게 그 부탁을 듣고 밤늦게까지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왜 그랬지?”
그까짓 입 다물라는 부탁 얼마든지 쉽게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었다.
주상혁이 자신에게 해 준 호의는 솔직히 돈으로 다 갚지 못할 만큼 크다.
무슨 수를 써도 답이 없던 자신을 S급으로 만들어 줬다. 이건 각성자로서는 생명의 은인만큼이나 감사한 일일 텐데 어째서인지 낮에는 그러겠다고 답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풀리지 않자 장민주가 벌떡 이부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이나 마셔야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자니 부엌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직 안 잤습니까?”
“목이 좀 말라서 나왔어요.”
물을 마시고는 방으로 들어가려는 주상혁을 불러세웠다.
“낮에 그 부탁이요.”
“…….”
주상혁의 걸음이 멈췄다.
“좋아요. 들어드릴게요.”
“장민주 씨.”
주상혁의 천천히 돌아섰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피어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이제 집에 돌아가셔도 돼요.”
천천히 다가온 주상혁이 손을 잡아 들고 핸드폰을 쥐여 줬다.
분명히 좋아해야 할 상황일 텐데 웃음이 잘 안 나온다.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 답했다.
“이야, 웬일이래? 지금 가도 된다는 거죠?”
“물론입니다. 그동안 고생했어요. 이런 곳에서 사시느라.”
태연한 척 냉장고를 열어 물을 마시고 있자니 방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곳에 왔을 때 복장 그대로였다.
방에서 자고 있는 백호를 끌어안고 회관을 나갔다.
“이 씨…… 짜증 나.”
* * *
올리비아는 그날부터 주상혁의 주변을 맴돌았다.
제대로 된 찬스를 노려 주상혁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물론 우방국에서 각성자를 살해한 일이 문제가 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자신이 있었다.
백호와 해태까지 얻게 되면 미국이 자신을 내칠 수 있을 리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기다리던 찬스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백호를 들고 주상혁의 애인이 새벽에 외출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주상혁도 아니고 그 여자라면 그야말로 낙승이라고 생각한 올리비아가 단숨에 장민주에게 향했다.
“안녕, 우리 구면이죠?”
난데없는 올리비아의 등장에 장민주가 경계했다.
“가능하면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은데 백호 얌전히 넘기시는 게 어때요?”
“웃기지 마요.”
장민주가 백호를 와락 껴안았다.
“아, 이런. 말로 해 주면 주제를 파악을 못 하는 잡종 과였나?”
올리비아가 마법을 사용했다.
하늘에서 형성된 수십 개의 거대한 빙산이 일제히 장민주를 향해 내렸다.
장민주의 품에 갇혀 있던 백호가 초록빛을 발하더니 거대해졌다.
샤샥.
꼬리 낫으로 백호가 빙산을 조각내고는 모두 베어 버렸다. 수십, 수백 토막 난 얼음 조각들이 우박처럼 내렸다.
“하하하…… 재밌네.”
크르르릉.
올리비아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던 백호가 달렸다.
샤샥.
눈 한번 깜짝할 사이에 올리비아를 꼬리 낫으로 베고 지나간 백호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등 뒤의 올리비아가 안개처럼 흩어졌다. 장민주가 다급히 말했다.
“백호 위야!”
두리번거리던 백호가 하늘을 바라봤다. 높이 뛰어오른 올리비아가 보였다. 올리비아가 마법을 쏘자 그에 맞춰 백호의 마나 포가 쏘아졌다.
피슈우우웅, 콰과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팽팽한 두 개의 기운이 충돌하며 폭발이 가로로 연달아 퍼져 가며 하늘을 수놓았다.
올리비아가 그 폭발을 보고 있을 때였다.
백호의 또 한 발의 마나 포가 폭발을 뚫고 올리비아에게 향했다.
올리비아가 피식 웃었다.
“유니콘!”
올리비아의 부름을 받고 유니콘이 소환됐다.
신장은 비록 350cm 수준, 일반 말보다야 확실히 컸지만, 환수종치고는 몹시 작은 모습이었다.
날아오는 마나 포에 유니콘이 그대로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마나 포가 터지기 직전의 물풍선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일순간에 뿔로 사라졌다.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올리비아가 말했다.
“처리해.”
올리비아의 명령이 떨어졌다. 유니콘이 백호를 향해 공중을 걸으며 질주했다.
수십 개의 유니콘 환영이 생기더니 곧이어 거대한 유니콘의 형상으로 합쳐졌다.
날아오는 서너 개의 마나 포를 그대로 세로로 갈라 버리고는 유니콘이 마침내 백호를 들이박았다.
백호가 아스팔트 도로를 뒤집어엎으며 수백 미터를 미끌린 뒤 쓰러졌다. 다행히 비틀비틀 일어나는 게 전투 불능 상태는 아닌 것 같았지만, 이걸로 사실상 승패가 갈린 거나 다름이 없었다.
“풉, 푸하하하.”
올리비아가 폭소했다.
“그게 다 주인을 잘못 만난 탓 아니겠어?”
이제 와서 급하게 잡종 소환수들을 덕지덕지 꺼내 놓은 장민주만 봐도 승부는 더 볼 것도 없었다.
올리비아가 장민주를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할 때였다.
푸히히히힝.
“유니콘……?”
올리비아가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유니콘이 엄청난 속도로 장민주를 향해 돌진했다.
열 마리에 넘는 호랑이 형태의 소환수들이 막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지만, 유니콘에게 치여 날아갔다.
눈앞에 도착해 콧김을 뿜는 유니콘을 보고 장민주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할짝.
고통이라기에는 조금 불쾌한 느낌이 느껴졌다.
장민주가 슬쩍 눈을 떴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유니콘이 어째선지 들러붙고 있었다. 다름 아닌 장민주에게.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적인 줄 알았던 유니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장민주가 정신 차린건 잠시 후였다.
올리비아가 사출한 마법이 뿔로 흡수되어 사라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나를 지켜 주는 거니?”
히힝.
“만지라고?”
유니콘이 들이미는 뿔을 장민주가 만졌다.
번쩍.
유니콘의 몸에서 주변을 밝게 비출 법한 찬란한 빛이 일어나고 잠시후.
장민주가 놀란 눈을 떴다.
“계약됐어……?”
* * *
올리비아가 이상함을 느낀 것은 백호를 날려 버린 직후의 돌진부터였다.
오늘따라 어쩐지 말을 잘 듣는다 싶었지만, 불안했다.
‘설마…….’
올리비아가 불안을 떨쳐 내듯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재수 없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닐 게 분명했다.
‘애인이랑 같이 동거하는 여자가 동정이라고?’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유니콘은 결국 배신했고 결국 장민주가 계약까지 하는 모습이 보였다.
올리비아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이…… 은혜도 모르는 망아지 새끼가!”
마법을 왕창 쏴 댔지만 소용없었다.
어지간한 뒷산 정도는 몇 방 맞히면 날려 버리고도 남을 위력의 마법이었음에도 유니콘의 뿔에 그대로 흡수되는 모습이었다.
역시 마법 계열인 자신은 유니콘과 상성이 안 좋다.
유니콘의 뿔은 모든 마법을 흡수하는 기능이 있었으니까.
전세가 역전됐다.
분을 삭이고 냉정하게 생각하던 올리비아가 선택한 것은 결국 도망이었다.
도망가는 올리비아를 향해 백호의 마나 포가 쏘아졌다.
바로 옆 지면을 타격한 마나 포의 폭발에 올리비아가 아스팔트 바닥을 굴렀다.
“이런 잡종 년이 감히…….”
도끼눈을 뜨고 장민주를 노려보려던 올리비아가 흠칫 놀랐다.
어느덧 자신의 눈앞에 질주하는 거대한 유니콘의 형상이 보인 이유였다.
* * *
주상혁은 일전에 외출했을 때 전이 아티팩트에 새로운 장소를 등록했다.
새롭게 아티팩트에 저장된 장소는 두 가지의 기준으로 선정됐다.
첫째, 회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 둘째,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장거리에서 관찰이 불가능한 곳.
이 같은 장소가 선정된 이유는 간단했다.
장민주를 미끼로 던지고 몰래 미행하기 위해서였다.
예상대로 장민주를 올리비아가 습격한다면 슬쩍 영상만 확보하고 장민주를 구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모든 게 주상혁의 예상대로 흘러갔지만 딱 한 가지 주상혁의 생각과 반대로 돌아간 게 있었다.
“근데 이건 진짜 의왼데…….”
바로 장민주와 올리비아의 승패였다.
솔직히 말해 주상혁은 장민주가 질 거라고 생각했다.
전력상 백호와 유니콘이 비등하다 셈쳐도 각성자들끼리의 피지컬이 존재하는 한 승패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유니콘의 변덕이 승패를 바꿨다.
설마 주인인 올리비아를 버리고 장민주에게로 갈아탈 거라고는 신이 아니고서야 예측하지 못할 결과였다.
외출할 때 구입했던 캠코더로 영상을 찍던 주상혁이 인벤토리에 캠코더를 넣어 놓고는 중얼거렸다.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이제 증거도 확보했겠다 본격적으로 나서야 했다.
유니콘에게 치여서 엄청난 거리를 날아간 올리비아.
장민주는 방금 걸로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SS급 각성자를 너무 얕본 생각이었다.
주상혁은 알고 있었다.
올리비아라면 어디서 아득바득 살아서 이를 갈고 있을 것이라고.
“후환은 정리해 두는 게 좋으니까.”
유니콘을 잃어버린 올리비아는 끈 떨어진 연.
이제 바람이 그쳤으니 처참히 떨어질 차례였다. 본인이 하려고 했던 일에 대한 죗값을 받고 지옥문 코앞까지 떨어질 차례였다.
“대충 이쯤일 텐데…….”
주상혁이 올리비아를 찾다가, 눈을 빛냈다.
때마침 터벅터벅 한쪽 팔을 부여잡고 걸어오는 올리비아가 보였다.
주상혁이 올리비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안녕, 구면이던가요, 우리?”
언젠가 자신이 뱉었을 대사를 들은 올리비아가 주상혁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너는…….”
전신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도깨비불을 달고 나타난 주상혁을 보고 반걸음 주춤거리며 물러난 올리비아가 멀쩡한 손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전방 수백 미터 앞을 도로든 뭐든 남김없이 얼려 버린 얼음벽이 나타났다.
올리비아가 광소했다.
“크히히하…… 까불고 있어. 너 따위가 나오면 뭐 무릎이라도 꿇을 줄 알았냐?”
“꿇어야 할 거 같은데.”
올리비아가 등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돌아섰다.
주상혁의 주먹이 명치를 가격했다가 떨어졌다. 올리비아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명치를 때린 건지 눈치도 못 챘을 게 분명했다.
올리비아가 주상혁을 노려보자 주상혁의 발이 턱밑을 올려 차 버렸다.
붕 날아가 아스팔트 도로 위를 통통 구르던 올리비아가 조금 전 얼음벽에 부딪혀 정지했다.
반사적으로 주상혁에게 마법을 사용하려던 올리비아가 흠칫 놀랐다.
조금 전까지 멀쩡했던 팔이 말을 안 듣는다.
“바늘……?”
세 개의 침이 박힌 어깨를 보던 올리비아가 황급히 입으로 침을 뽑으려고 할 때였다.
“쿠헉…….”
주상혁이 던진 침이 올리비아의 얼굴에도 하나둘씩 박히기 시작하더니 전신에 하나둘씩 박혀 갔다.
“그래도 그쪽은 운이 좋은 편이야. 나는 고문 같은 건 즐기지 않거든.”
“…….”
얼굴에 박힌 침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하는 올리비아였지만, 주상혁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구석에 몰린 고블린이나 지을 법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미안, 원래 이 바닥이 그런 거잖아. 영어권에서는 각성자를 그렇게 부른다며 헌터라고.”
주상혁이 침을 하나 손에 걸었다.
“사냥꾼이라면 자신이 역으로 사냥당할 각오도 하는 거 아니겠어?”
침이 올리비아의 이마로 던져졌다.
이마로 날아간 침이 3분의 1쯤 박혔다가 정지했다.
과연 SS급 각성자. 그새 미간에 마나를 집중했나 보다.
“칫, 구질구질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질질 끌어 봐야 귀찮겠다고 생각한 주상혁이 괜히 마비 기운이 약해지기 전에 주먹을 콰득 쥐었다.
이마에 박혀 있는 침을 향해 주상혁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퍼엉.
어찌나 세게 쳤던지 충격에 주변의 숲이 흔들렸다.
완전히 침이 박힌 올리비아가 미련이 남은 눈을 치켜뜬 채 쓰러졌다.
펼쳐졌던 얼음벽이 뒤늦게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올리비아의 무너진 계획처럼.
* * *
올리비아의 죽음은 의외로 빨리 퍼졌다.
미국의 각성자를 죽였다.
그것도 미국의 기둥과도 같은 4명의 SS급 각성자 중 한 명을 말이다.
당연히 국내 국외를 할 것 없이 이번 일로 세계는 단번에 시끄러워졌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이봐, 미즈키,”
“무슨일이지?”
“전에 네 동생을 죽였다던 그 각성자 말이야 이번에도 사고를 친 거 같은데?”
마찬가지로 옆 나라 중국에서도.
“그말이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그것 때문에 지금 한국은 미국과의 마찰이 생길까 시끄럽답니다.”
“풉, 푸흐하하하하, 올리비아가 죽었단 말이지. 코쟁이 녀석들 표정이 눈에 훤하구만.”
먼나라 영국에서도.
“그걸 저한테 말하는 이유가 뭐죠?”
“그건…….”
“애초에 물욕에 타락해 가문의 이름에 먹칠한 녀석입니다. 다시는 입에 올리지도 마세요.”
세계 곳곳에 있던 13명의 SS급 각성자들이 속속들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소문을 전해 들은 각성자들은 모두가 천차만별에 반응도 달랐지만, 한가지.
공통적인 정보가 정립됐다.
동쪽의 작은 분단국에서 새로운 괴물이 하나 등장했다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