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level reincarnated councillor RAW novel - Chapter 30
Book 6 Chapter 4
“…….”
아르돈의 여유로움에 의문을 품은 클린트가 주변의 기척을 살폈다.
하지만 작은 짐승의 기척마저도 읽히지 않았다.
클린트가 말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그래서 어떻게 살아남을 생각이지?”
아르돈이 말했다.
“당신과 거래를 할 것입니다.”
“거래? 나와?”
클린트가 어이가 없었는지 침소가 떠나가라 폭소했다.
이렇게 큰소리로 웃으면 누군가 웃음소리를 듣고 몰려올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웃던 클린트가 정색하며 말했다.
“내가 그걸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나?”
“제가 미래를 본다는 소문 들어 보셨습니까?”
클린트가 늘어트리고 있는 나이프를 쥔 손에 힘을 줬다.
“들어 봤지. 하지만 그럼에도 넌 죽는다.”
클린트가 단숨에 거리를 지우고 나타나 나이프를 찔러 넣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르돈의 목젖 앞에서 멈췄다.
“왜 피하지 않았지?”
클린트는 분명 찌를 생각이었다.
녀석이 조금이라도 움찔한다면 주저 없이 찔러 넣었을 것이다.
클린트를 멈춘 건 어디까지나 의문.
죽음에 초연하지 않았다면서 움직이지 않은 녀석의 모순되는 행동 때문이었다.
아르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했잖습니까? 저는 오늘 당신의 손에 죽지 않습니다, 클린트.”
아르돈이 굳은 얼굴의 클린트를 스쳐 방 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 전만 해도 무더웠던 것 같은데, 벌써 날이 쌀쌀하군요.”
아르돈이 의자에 앉아 말했다.
“닫고 들어오시죠, 대화나 하지 않겠습니까?”
“…….”
클린트가 콰득 나이프를 움켜쥐었다가 테이블 위로 던졌다. 마나를 싣지 않은 나이프가 테이블에 반쯤 박혔다.
클린트가 저벅저벅 걸어서 반대편에 앉아 말했다.
“그 자신감 들어 보도록 하지.”
“…….”
아르돈과 클린트의 대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시간으로 계산한다면 불과 5분쯤.
하지만 아르돈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한사코 표정이 굳어지기만 하던 클린트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테이블 위에 자신이 박아 넣은 나이프를 뽑아 아르돈의 목을 벨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 말 책임질 수 있나?”
아르돈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클린트, 죽음에 초연하는 건 인간의 범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
한마디로 목숨이 아까운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클린트의 고민이 길어졌다.
나이프를 뽑고 일어난 클린트가 날붙이를 갈무리하고는 돌아섰다.
“조만간 다시 찾아오지. 그때 내가 사신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기만을 바라라.”
클린트가 걸음을 옮기자 때마침 세리나와 경비들이 몰려들었다.
“비켜!”
클린트가 신경질적으로 세리나와 경비들을 밀치고는 사라졌다.
세리나가 말했다.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괜찮을 거라고요.”
* * *
암흑가의 최강 조직 클린트.
그 규모는 이미 유럽을 떠나 전 세계에 뿌리내렸을 정도로 크고 방대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클린트가 지금같이 거대한 조직이었던 것은 아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암흑가에는 수많은 조직들이 존재했었다.
‘클린트’라는 괴물이 암흑가에 출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모두 죽여 버려.”
“클린트, 이 개새끼들.”
수많은 피가 뿌려졌다.
클린트의 야망하에 수십 수백의 거대 조직들이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고작 5년.
불과 5년이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굵직한 조직을 모두 무너트리고 역사에 존재하지 않던 대조직이 탄생했다.
그게 바로 클린트였다.
그런데 한 달 전쯤.
클린트의 산하 조직들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클린트가 독에 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아니다. 사경을 헤맬 수준은 아니지만, 일신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더라.
이번에 산삼을 구하는 일도 그것과 관련 있다는 둥.
전혀 존재하지 않는 소문부터 꽤 구체적인 소문이 흐르고 있었다.
수십 년 전 클린트에게 저항할 엄두도 못 내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던 조직의 보스들에게도 이 소문은 전해졌다.
“클린트가 죽었다는 소문 들었겠지?”
“소문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상 완전 개소리는 아닌 거 같긴 하더군.”
“이틈에 엎어 버리는 게 맞지 않겠나?”
“아직 좀 더 상황을 지켜보는 쪽이…….”
클린트의 무력에 굴복한 조직의 보스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친클린트파, 또 하나는 반클린트파였다.
평소 반클린트파로 뒤에서 반기 들 기회만을 엿보던 보스 하나가 책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웃기는 소리!”
“자네는 좀 진정하는 게 좋겠군, 프레가.”
“진정? 진정하다가 절호를 기회를 놓칠 텐가? 사경을 헤매던 클린트가 회복하면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고!”
팔짱을 끼고 있던 보스 하나가 말했다.
“하지만 만약 헛소리라면?”
“…….”
“그건 감당할 수 있겠나?”
클린트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클린트라면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조직의 보스 일가를 세 살배기 코흘리개까지 싹 다 죽여 버릴 정도로 냉혈한이었다.
그나마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산하 조직으로서 명맥이라도 잇고 있는 건 클린트에게 겉으로나마 절대적으로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이었다.
골똘히 생각하던 프레가가 말했다.
“감당하지.”
“뭐?”
“감당하겠다고 내가 감당하겠다. 그러니 협조해.”
또 다른 보스가 말했다.
“감당하겠다? 어떻게 감당할 거지?”
“내가 단독으로 클린트의 저택을 접수하겠다. 대신 이쪽에서 클린트 저택을 뒤집어 버리는 데 성공하면 그때는 네놈들도…….”
“호응하지.”
남자의 말에 프레가가 다른 보스들을 바라봤다.
동시다발적으로 여기저기서도 동의가 쏟아졌다.
반클리트파의 모의가 끝이 났다.
프레가가 조직으로 돌아가는 리무진에 오르자 조수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됐습니까?”
“그래. 저택을 정리하면 다른 보스들이 돕기로 했다.
조수석에 타 있는 남자는 이십 대 후반쯤 되는 청년이었다.
클린트에게 저항하고 목이 잘린 의형제 타이탄의 자식이자 이제는 자신의 양아들이었다.
“그나저나 자신은 있느냐?”
“아버님께 클린트의 목을 가져다 바치겠습니다.”
프레가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조수석의 소름 끼치는 마나가 자신의 아군이라는 게 듬직했다.
―너를 뭐라고 부르면 되겠느냐.
―타이탄. 그렇게 불러 주시면 됩니다. 이제 그게 제 이름입니다.
프레가가 타이탄을 처음 만났던 25년 전을 떠올리며 흡족하게 웃었다.
* * *
보름 만에 만난 클린트가 넘기는 가방을 보고 주상혁이 표정을 구겼다.
“이게 다야? 뺑끼 친 거 아니지?”
“그게 전부다 얼마 전에 대규모로 산삼을 긁어모았기 때문인지 구하는 게 쉽지 않더군.”
주상혁이 가방 속의 산삼을 보고 아쉬워했다.
산삼은 모두 세 뿌리.
구십 년, 팔십 년, 백 년.
이렇게 세 뿌리였다.
물론 이것도 평소엔 구경도 못 하는 양질의 산삼이었지만, 이전에 받은 게 있어서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혹시 이거 말고 질 나쁜 것들은 없나? 그런 녀석들도 완전 필요 없는 건 아닌데.”
주주나 백호의 사료라도 만들면 도움이 되긴 한다.
“다음에 올 때 가지고 오지. 이번에도 보름이면 되나?”
“그래, 그쯤 해서 와.”
주상혁과 접선을 마친 클린트가 길가로 나와 걸으며 휴대폰을 들었다.
“벨레스, 그쪽은 별일 없나?”
―현재 들어오는 정보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주인님.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타이탄이라는 이름을 가진 각성자를 찾는 데 소홀히 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클린트가 표정을 구겼다.
“아르돈, 그놈…….”
그날 새벽 아르돈이 자신에게 해 줬던 조언은 간단했다.
―배신이 일어난다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미래에서 당신은 그자를 ‘타이탄’ 그렇게 부르더군요.
―그래서 내가 죽기라도 한다는 건가?
―모릅니다. 그날 누가 이기는지는.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말하는 아르돈의 말에 클린트는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타이탄.
기억에 남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째서 그가 기억이 남는지는 모른다.
다른 보스에 비해서 그리 뛰어났던 보스도 아니었고 뭔가 특출난 무언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어째선지 녀석의 마지막 말만은 기억에 남았다.
―그리 오래 목이 붙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거라, 클린트. 타이탄의 망령이 머지않아 네놈을 찾아갈 것이니까…….
자신의 나이프에 목이 떨어지기 전에 했던 녀석의 말.
심지어 그간 죽여온 수많은 보스들의 마지막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말이었지만 왜인지 클린트는 놈의 마지막만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타이탄이다.
아르돈의 입에서 그 이름이 튀어나왔다는 게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 어디 올 테면 와 봐라. 또다시 죽여 주마.”
* * *
주상혁은 또다시 산삼을 양갱으로 만들어 먹었다.
『Lv.121 주상혁(도핑중).』
“이미 한 번씩 먹어 본 거라 그런가 너무 안 올랐네…….”
아마 레벨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겠지만 마나와 오러가 무려 합쳐서 500 가까이 올랐음에도 3레벨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게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마나: 2599 [-]
+오러: 267
“당장에 클린트의 봉인을 한 번 더 풀어 주면 125인데…….”
이러면 클린트 쪽의 레벨이 4나 더 높아져 버린다.
“뭐, 아직 되찾을 마나가 있으니까 돌발 행동은 안 하겠지만…….”
여차하면 주주도 있겠다 당장은 문제가 없다. 문제가 되는 건 이다음.
클린트의 마지막 팔맥을 풀어 줄 때다.
그때가 되면 주주가 있다고 해도 솔직히 위협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는 수 없지 마지막 봉인은 최대한 부려먹고 풀자.”
정 불안해지면 그냥 기회를 봐서 목을 비틀어 버릴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
클린트의 조직도 부담됐지만, 온전한 클린트를 풀어 두는 것보다는 덜 위험했다.
“온 거 같은데 옥상으로 가 볼까?”
클린트의 마나를 읽고 옥상으로 주주와 이동한 주상혁이 클린트를 발견했다.
『Lv.125(-10) 클린트』
주상혁이 두 번째 봉인까지 풀어 주자 클린트가 말했다.
“이번에도 금제를 다 풀지 못한 건가?”
“이번엔 산삼이 더 적었잖아, 그런 줄 알아.”
주상혁을 바라보는 게 꼭 주상혁이 산삼을 빼돌리는 걸 눈치챈 듯한 눈이었다.
주상혁이 속내를 감추기 위해 더 뻔뻔하게 말했다.
“뭐, 해독제 만드는 게 내 맘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 뭐 어쩌라고? 애초에 안 달려들었으면 이럴 일도 없잖아?”
주상혁을 바라보던 클린트가 휙 돌아섰다.
“이번엔 조금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 오래 걸려도 상관없으니, 산삼이나 몽땅 구해 와. 그러고 다시 모르던 사이처럼 지내자고”
“…….”
클린트가 말없이 사라지자 주상혁이 안도의 한숨을 흘리고 씨익 웃었다.
“다음에 가져온 건 초콜릿 좀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한테 나눠 줘야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