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level reincarnated councillor RAW novel - Chapter 32
Book 7 Chapter 1
클리어가 끝나고 소멸을 기다리는 던전.
두 사람이 선택한 장소는 근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 폐던전이었다.
주상혁이 붉은 암석 지대로 이루어진 던전 내부를 보고 있자니 마이클이 따라 들어왔다.
“타임은 그쪽이 맞출 텐가?”
“그래.”
주상혁이 픽 웃었다.
3분.
우습지도 않다.
마이클을 이기는 게 목적이면 모를까 버티는 거쯤 간단했다.
주상혁에게는 무엇보다 주주의 안개가 있었으니까.
‘낙승이지, 뭐.’
3분이나 안개를 사용한다는 게 아깝긴 하다.
하지만 주주의 레벨 2~3개쯤으로 비밀을 지킬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그리고 혹시라도 참지 못하고 안개 안으로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때는 더 볼 것도 없었다.
팔맥을 봉인하고 마이클을 이곳에서 남몰래 죽여 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미즈키 때와는 다르다.
미즈키야 주주의 분신으로 감시하는 것만으로도 허튼짓을 못 하게 만들 수 있었기에 아량을 베풀었지만, 마이클은 지금 당장 재앙과도 같았다.
어디 가서 나불나불 불어 댈지도 모르는 마이클은 죽일 수 있다면 죽이는 게 좋았다.
주상혁이 핸드폰으로 3분짜리 타이머를 맞추고는 마이클에게 보여 줬다.
“어때 보이냐? 3분 맞지?”
10m쯤 떨어진 거리에서 어깨를 풀고 있던 마이클이 눈치껏 알아먹고 타이머를 확인했다.
마이클이 씩 웃었다.
“그래 보이는군.”
“그럼 시작하지.”
주상혁이 타이머를 돌렸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다가 주상혁이 화들짝 놀랐다.
금세 거리를 좁히고 접근한 마이클이 보였다.
“방심했군, 친구.”
“…….”
이미 내지를 준비를 마친 마이클의 큼지막한 주먹이 쏘아졌다.
파아아아악.
주상혁의 등 뒤로 거친 바람이 불어닥쳤다.
“크윽…….”
“막혔나? 제법이군.”
피할 수 없으니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조금만 느렸다면…….
‘그대로 졌겠어…….’
양손으로 막아 본 마이클의 주먹은 빠른 데다 묵직했다.
레벨 차이가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후들거리는 양팔에 잡힌 마이클의 팔을 보던 주상혁이 고개를 휙 들었다.
“비겁하게 기습하기도 있나?”
“타이머가 돌아가는 순간 시작되는 건 당연한 일.”
휴대폰이 담긴 주머니를 눈짓하며 말하는 마이클을 보자니 무슨 말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알 것 같으니 더욱더 화가 치밀었다. 마음만 같으면 얼굴에 주먹 한 대 갈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려면…….
콰득.
주상혁이 자신의 양손에 붙들린 마이클의 팔을 강하게 쥐며 크게 외쳤다.
“주주!”
주주의 안개가 필수였다.
이상함을 느끼고 마이클이 남은 팔을 내지르려다가 멈칫했다.
파스스스.
주주의 안개 때문이었다.
안개를 의식한 탓인지 마이클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일단 공격을 포기하고 물러날 생각인지 잡고 있는 팔을 빼내려는 기색을 보였다.
‘내가 놓칠 줄 알고?’
콰득…….
주상혁이 쥐고 있는 팔을 더욱 강하게 붙들었다.
‘내가 이겼어.’
주상혁이 승리를 직감했다.
이대로 마이클이 안개에만 닿으면 더 볼 것도 없었다.
그런데…….
뿌두드드득.
“이런 무식한…….”
마이클의 팔이 쏙 빠져나갔다.
주상혁이 안개의 범위 밖까지 단숨에 거리를 벌린 마이클을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봤다.
한쪽 팔이 흉측하게 꺾인 마이클이 보인 이유였다.
다 잡은 물고기를 놓쳤단 것에, 조금 실망하던 주상혁이 그래도 금세 표정을 회복했다.
“그래도 끝났어.”
조금 전 공격으로 볼 때 마이클은 오른팔 잡이.
한데, 팔이 저러면 승부가 난 거나 다름없었다.
‘여기서 죽이지 못한 건 아깝지만…….’
뭐 어쩔 수 없다.
내기에 이긴 것만으로도 소득이 완전 없는 게 아니었다.
‘뭐, 구경이나 하자.’
점점 마이클을 향해 다가가는 안개에 마이클이 어떻게 반응하나 지켜보는 것도 한 가지 재미일 것 같았다.
마이클의 반응을 지켜보던 주상혁이 와락 인상 썼다.
마이클이 다가오는 안개에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주먹을 내지를 자세를 취한 이유였다.
‘뭐, 뭐야, 왼팔?’
혹시 왼손잡이인가 하는 생각과 동시에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뭘 하려고 그러는 거지?”
주상혁과 마이클의 거리는 약 30m
저 거리에서 주먹을 내뻗어 봐야 주상혁에게 닿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쪽 팔을 포기하면서까지 물러난 마이클이 저렇게 행동한다는 건 분명히 믿는 구석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온다.’
마이클의 주먹이 있는 힘껏 질러졌다.
파아아아악.
조금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풍이, 아니 괴풍이 불었다.
유의 깊게 지켜보던 주상혁의 눈이 사시나무 떨리듯 진동했다.
주상혁의 주변에 깔려있던 안개가 일순간에 지워져 버린 이유였다.
스슥.
마이클이 또다시 주상혁의 앞에 나타났다.
“두 번째로군, 친구.”
마이클의 주먹이 주상혁을 향해 질러졌다.
* * *
“허억…… 허억…….”
마이클의 주먹을 겨우 받아 낸 주상혁이 거친 숨을 몰아 뱉었다.
손아귀가 터질듯한 통증이 밀어닥쳤지만, 어찌어찌 버텼다.
‘진짜 왼손잡이였나?’
물론 안개를 몰아낼 때처럼 입이 쩍 벌어질 법한 괴력은 아니었지만, 오른팔로 휘둘렀던 위력에 비하면 훨씬 더 강력했다.
주상혁이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팔에서 시선을 떼고 멀찍이 시선을 던졌다.
어느새 안개를 피해 바깥으로 물러난 마이클이 보였다.
‘아까처럼 팔을 잡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손해만 본 건 아니었다.
‘독이 효과가 있으려나?’
마이클의 왼쪽 팔에 독침을 박아 넣었다.
뻘겋게 부은 오른팔과는 다르게 반대편 팔이 검게 물들어 있는게 보였다.
‘근데 왜 저렇게 무덤덤하지?’
케르베르스도 맥을 못추던 맹독인데 마이클의 반응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아까 분질러진 오른팔을 대충 끼워 맞추더니 침을 뽑아 바닥에 뿌린다.
기가 차지 않을수가 없었다.
마이클이 자신의 검게 변한 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재밌군, 이번엔 독인가? 그럼 혹시 그 주변에 푸른 것도 독 안개?”
“아까부터 자꾸 말 거는데, 대부분 못 알아듣겠거든?”
마이클이 능글맞게 웃는 게 보였다.
‘그래, 그렇게 나오셔야지.’
마이클이 또다시 조금 전처럼 허공에 대고 주먹을 내지를 준비를 했다.
마이클의 모습을 본 주상혁이 남은 시간을 가늠했다.
‘3분이 이렇게 길었나? 얼마나 지난 거지? 대충 2분은 지났겠지?’
설마설마하니 안개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을 줄 몰랐다.
“이제 진짜 믿을 건 그거뿐인가?”
주상혁이 인벤토리를 켰다.
“솔직히 누가 만든 건지도 모르는 거 마시긴 싫었는데…….”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만약 부작용이 있더라도 독 내성이 있으니 큰 부작용을 낳지는 않겠거니 생각한 것이다.
꿀꺽꿀꺽.
『Lv.137 주상혁 (도핑 중).』
주상혁이 폴라나 포션을 마시기 바쁘게 마나가 들끓는 걸 느꼈다.
‘중급 폴라나 포션과 중복이 안 되는 건가?’
생각했던 것만큼 효과는 더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해볼 만했다.
마이클의 주먹이 마침내 내질러졌다.
안개가 흔적도 없이 흩어지는 것을 확인한 주상혁이 단단히 준비했다.
“오늘 자주 보는군.”
조금 전처럼 나타난 마이클이 내지르는 세 번째 주먹.
주상혁이 피해 보려다가 이번에도 포기하고 결국 받아 냈다.
“허억…… 버텼…….”
가쁜 숨을 뱉어 내던 주상혁의 눈이 큼지막해졌다.
마이클이 다친 오른팔을 꽉 쥐고 지른 이유였다.
‘당한다.’
주상혁이 손을 놓고 반응하기엔 이미 늦었음을 감지했을 때였다.
띠디디디, 띠디디디, 띠디디디.
주상혁의 얼굴 코앞에서 마이클의 주먹이 딱 정지했다.
마이클이 주먹을 내리고 이마를 짚었다. 입가엔 쓴웃음이 맺혀 있었다.
“하…… 이거 진짜 져 버렸군.”
* * *
주상혁은 그렇게 마이클과 헤어졌다.
솔직히 3분쯤 버티는 거, 그냥 가볍게 이길 줄 알았던 주상혁은 확실히 깨달았다.
‘자만하고 있었어.’
냉정하게 말해서, 내심 마음속 한편으로는 이쯤 되면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비밀이 외부로 드러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걸로 확실해졌다.
아직은 이르다.
적어도 20레벨.
풀 도핑을 끝낸 130레벨에서 그정도는 더 올려서 150레벨쯤 되어야 뭐든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상혁이 빈 포션 병을 바라봤다.
마이클과의 마지막 접전이 있기 전에 마셨던 포션 병이었다.
“이게 필요해.”
산삼이 레벨 업에 특화되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이제는 백이십 년 삼을 가공해서 먹어도 성장이 미비하다.
이런 마당에, 백이십 년 삼을 구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폴라나 포션에 관심이 가는 게 당연했다.
폴라나 포션에 대한 생각을 하던 주상혁이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나가 볼까?”
마이클을 먼저 보내고 앉아 있던 주상혁이 던전 밖으로 나왔다.
들어갈 땐 해 질 녘이었는데 제법 어두워져 있었다.
주상혁이 바깥으로 나와서 인벤토리를 손보고 있자 잠시 후 던전 앞으로 뛰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주상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요, 혜지 씨.”
주상혁은 한혜지를 불렀다.
주상혁이 일단 의원이라지만, 지금의 양팔을 치료하려고 마음먹으면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
하지만 한혜지는 아니다.
올봄에 봤을 때가 A급 초중반쯤 됐었으니까 지금쯤 S급에 도달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했다.
『Lv.71 한혜지.』
새벽의 로자리오를 사용하던 한혜지는 어느새 71.
S급에 도달해 있었다.
한혜지가 주상혁의 팔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세, 세상에 팔이 왜 이래요?”
“그 취객을 말리다가 좀 다퉜습니다.”
“취객이 무슨 SS급 각성자라도 돼요? 후, 정말…… 내밀어 봐요.”
주상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팔을 내밀자 한혜지가 주상혁의 팔을 치료했다.
금세 양팔이 치료되는 걸 지켜보던 주상혁이 조금 움직여보고 말했다.
“고마워요.”
“고맙긴요. 이 정도는 해 줘야죠, 사장님인데.”
“그렇죠. 제가 사장이었네요.”
주상혁이 인벤토리에서 미리 꺼내 놨던 초콜릿과 보충제를 넘기며 말했다.
“이것 좀 드세요, 등급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이건 공대장님들 거구요.”
한혜지한테는 구차한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지금껏 비밀을 잘 지켜 줬으니까.
“아시죠? 이것도…….”
“비밀이라는 거죠?”
* * *
내기가 끝나고 던전에 남은 주상혁과는 다르게 마이클은 곧바로 나왔다.
“쿨럭…….”
던전을 나오자마자 마이클이 참았던 기침을 하며 시꺼먼 피를 토해 냈다.
검은 피를 닦아 내며 마이클이 몸을 옮겼다.
‘생각보다 독 기운이 심하군.’
사실 마지막 일격은 허세였다.
솔직히 이미 독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서 그 주먹이 주상혁에게 적중했다고 한들 이겼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호흡이 점점 가빠짐을 느낀 마이클이 한적한 골목 담벼락에 등을 대고 숨을 골랐다.
3시간쯤 지났을까 슬슬 시야가 흐릿해지는 마이클에게 각성자가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
마이클의 연락을 받고 서울에서 급히 내려온 미국 소속 각성자였다.
“이, 이게 어찌 된 겁니까, 마이클.”
팔만 시꺼먼 줄 알았지만, 사실은 전혀 아니었다.
마이클의 옷에 가려져서 그렇지 던전을 빠져나올 때쯤 마이클의 전신은 이미 독이 퍼져 새하얀 피부가 시꺼멓게 변해 있었다.
“치료할 수 있겠나?”
“저…… 그게,”
보조 계열 각성자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정신을 놓으면 숨 쉬는 것마저 포기해 버릴 것만 같은 극심한 독이다.
태어나서 적수다운 적수를 몇 만나 본 적 없던 자신을 이렇게 몰아넣을 법한 독을 S급 수준밖에 안 되는 보조 계열 각성자가 치료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응급처치라도 계속하겠습니다. 본국엔 연락하신 겁니까?”
“그래. 가장 먼저 넣었지.”
마찬가지로 3시간쯤 지났으니 미국에서 바로 출발했다고 해도 5시간은 족히 걸릴 터였다.
‘긴 싸움이 되겠군…….’
끊어질 듯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버티던 마이클에게 응급처치를 하던 각성자가 물었다.
“도대체 누구입니까? 대체 누구기에 당신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겁니까?”
마이클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취객이라도 만났나 보지.”
* * *
미국은 최고의 국력을 자랑하는 국가인 만큼 다양한 각성자를 보유하고 있다.
SS급 각성자는 이제 3명뿐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희귀한 각성자들이 즐비한 것이다.
그중에는 당연히 독에 대한 능력을 가진 각성자들도 있었다.
마이클을 치료하는 데에는 이러한 각성자들이 투입되었다.
각성자들의 각별한 관리하에 일주일쯤 자택에서 요양하던 마이클이 말했다.
“내 상태는 어떤가?”
“겉으로는 괜찮아졌지만, 방심할 정돈 아닙니다.”
꼬박 일주일.
SS급 각성자가 그 정도의 시간을 요양했음에도 이 같은 답이 들려왔다.
겉으로 볼 때는 안색도 피부색도 이전과 같이 돌아왔지만, 아직 독 기운이 몸속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다.
마이클이 질문했다.
“그럼 완전히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나?”
“한 달 정도는 꼬박 요양하셔야겠지만, 마이클 당신이 홀로 요양할 수준까지라면 일주일 정도 걸릴 겁니다.”
“거, 실례가 많겠군.”
“별말씀을.”
각성자들의 각별한 보조를 받으며 자택에서 마이클이 회복에 전념할 때였다.
대통령 조지가 마이클의 집에 방문했다.
“잠시 시간 괜찮겠나?”
마이클이 전문가를 바라봤다.
“잠시 비켜 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한데 건강을 생각한다면 그리 오래 대화를 하셔서는 좋지 않을 겁니다.”
전문가가 물러나자 대통령과 거실로 향했다.
마이클이 서로 마주 보고 앉자,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은 많이 회복됐나?”
“유감스럽지만, 아직 골골대는 중입니다.”
“도대체 누구인가? 듣기로는 취객이 어쩌고 했던 거 같은데 그럴 리는 없겠지?”
“…….”
마이클이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짚이는 사람도 없나? 자네를 이토록 고생하게 만든 사람이라면 전 세계를 통틀어도 몇 안 될 텐데.”
“목소리나 분위기를 생각하면 여자인 거 같기는 했는데…… 자세히는 모르겠군요.”
“흐음…… 모른단 말이지?”
“예.”
진지하게 생각하던 조지가 말했다.
“그 여자는 어떻게 했나? 죽였나?”
“아닙니다. 독을 억누르는 것도 벅차 잡지는 못했습니다.”
조지가 또다시 침묵했다.
이번 침묵은 유독 길었다.
5분쯤 지났다.
길었던 생각을 마쳤는지 조지가 입을 열었다.
“그래, 뭐 중요한 건 일단 자네가 살아남았다는 것일 테니. 더 이상 캐묻진 않겠네.”
“감사합니다.”
“주상혁 이야기를 해 보지, 특별한 점이 있던가?”
“SS급 정도의 수준은 되어 보였지만, 저희가 예상하던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하긴 역시 그렇겠지.”
“…….”
조지는 그다지 실망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확신에 차서 마이클을 파견했던 건 아닌 이유이기도 해 보였지만, 그보다 다른 목적이 생긴 이유인 듯했다.
의문의 여성이라는…….
형식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주고받던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시라도 빨리 미국의 영웅이 회복하길 빌겠네. 몸조리 잘하게.”
“살펴 가시죠.”
조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클의 자택을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아 차량에 탑승한 조지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주상혁 따위에게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군.”
* * *
시간이 제법 흘렀다.
12월 말.
여느 때처럼 옥상에서 탕약을 달이던 주상혁이 한숨 쉬었다.
“설마 믿었던 클린트가 그렇게 말할 줄이야…….”
주상혁은 그날 이후로 포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 노력 중에는 클린트에게 의뢰한 것도 포함됐다.
주상혁은 개인이지만, 클린트는 그 머릿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거대 조직.
간단하게 찾아낼 거라고 생각하고 의뢰한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지.’
무려 3번의 도움권 중 하나를 써서 의뢰한 것인데 어제 오후 베르토프가 주상혁을 찾아왔다.
두 가지의 악재가 겹쳐 좀 오래 걸릴 것 같다는 말이었다.
첫 번째 악재는 의문의 포션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다는 것.
두 번째 악재는 배신을 수습한 직후라 인력 부족이 원인이었다.
“이제 어떻게 찾는다…….”
클린트가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으니, 기다리면 언젠가 정보를 물어 오겠지만, 주상혁도 가만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마이클이 언제 어디서 떠벌리며 다닐 줄 모르는 것이다.
“첫눈인가?”
생각에 잠겨있던 주상혁이 코에 닿아 사르륵 녹는 차가운 감촉에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확인했다.
올해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후…….
“머리도 복잡하겠다,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할까?”
한숨과 함께 마무리를 시작했다. 분주하게 움직여 뒷정리를 빠르게 끝내고는 주주를 불렀다.
“주주야, 가자.”
“…….”
이상했다. 평소라면 부르면 곧장 달려오던 주주가 오늘따라 반응이 없었다.
주상혁이 주주를 확인하듯 화단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주는 움직이지도 않고 화단 앞을 지키고 있었다.
주상혁이 이번엔 손등에 닿아 사르륵 녹는 눈에 주변을 확인했다.
‘이거 제법 쌓이려나?’
처음과 달리 큼지막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제법 쌓일 것은 분위기였다.
“폴라나가 걱정되는 건가?”
하긴 일단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폴라나의 씨앗이 된 건 나팔꽃이다.
나팔꽃은 대표적인 여름 식물.
눈 내리면 얼어 죽지 말란 법 없었다.
주상혁은 알고 있다.
평소 주주가 아침저녁으로 혼자서 화단 앞에 꼭 다녀온다는 걸.
주주의 애정과 관심을 알기에 주상혁이 기꺼이 움직였다.
화단으로 걸어가 천막과 몇 가지 도구를 연결에 지붕을 만들었다.
주상혁이 지붕을 만드는 걸 지켜보던 주주의 꼬리가 빨라졌다.
“자, 이제 됐지?”
왕!
주주가 이제야 안심이 됐는지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주상혁이 주주를 안아 들고는 옥상을 내려왔다.
“뭐가 좋을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3층 복도로 올라오던 쌍둥이와 옥상에서 내려오던 주상혁이 딱 마주쳤다.
주상혁이 쌍둥이에게 인사를 건네듯 슬쩍 물었다.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냐?”
화들짝 놀라는 두 녀석의 반응을 보고 주상혁이 말했다.
“왜들 그래?”
“아, 아뇨 아무것도…….”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니면 아닌 거지 표정은 왜 또 그러냐? 일단 가자.”
주상혁이 쌍둥이와 어색하게 방 앞까지 걷길 잠시.
자기들 방에 도착한 두 녀석이 자리를 피하듯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저희는 이만…….”
“나중에 봬요.”
주상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랑은 다른 녀석들의 반응이 묘했다.
‘뭐, 그렇다고 말하기 싫다는데 캐묻기도 그렇고…….’
주상혁이 관심을 끄고는 자신의 방으로 걷기 시작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 주상혁의 방은 조용했다.
습관처럼 TV를 켜고 샤워하러 들어간 주상혁이 30분쯤 지나 주주와 함께 나왔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탕약을 꺼내 마시던 주상혁이 때마침 TV에서 재생되는 뉴스를 보고는 중얼거렸다.
뉴스에선 교황 아르돈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아르돈이 방한했다고?”
아르돈 하니까 떠오르는 게 있었는지, 일전에 벗어 뒀던 반지를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그러고 보니 물어볼 게 있었는데.”
정말로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게 맞는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이 반지가 자신에게 필요할 거라는 것을 알았는지.
자신을 도와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 게 새록새록 떠올랐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 보고 싶긴 한데…….
유감스럽지만 지금은 힘들 것 같았다.
아르돈의 현재 위치가 어딘지는 명확하지 않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은 포션이 먼저니까.’
반지를 손가락에 대충 끼워 넣으며 주상혁이 생각을 마무리했다.
주상혁이 침대에 털썩 앉아 TV 리모컨을 조작할 때였다.
침대에 던져 둔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 왔다.
강혜영이었다.
“어 무슨 일?”
―저, 우리 크리스마스 전날에 약속했었잖아요?
“어, 그랬지.”
강혜영과는 일전에 강원도에서 약속했던 적이 있었다.
다음 트리를 만들 때는 조금 도와주겠다고.
그래서 강혜영과 이브에 약속을 잡아 놨었는데…….
―저 그날 아빠랑 약속이 생겨 버려서 안 될 것 같아요.
별일이었다.
주상혁과의 약속은 한 번도 펑크 낸 적 없던 강혜영이기에 더욱더 그랬다.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지만, 별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끊을게요?
주상혁이 끊어진 휴대폰을 침대에 대충 던져 놓고는 중얼거렸다.
“혼자 집에서 영화나 보지 뭐…”
* * *
장민주는 백호의 급격한 성장이 주상혁과 관련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주상혁에게 난데없이 찾아가 물어보자니 뭔가 속물처럼 보이진 않을까 조심스러워졌다.
‘사료라도 달라고 해 볼까?’
그래 일전에 분명히 주상혁이 그렇게 말했다.
사료 달라고 하면 줄 테니까 연락하라고.
“설마 한 입 가지고 두말하겠어?”
장민주가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주상혁의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무슨 기분 안 좋은 일 있어요? 목소리가 왜 그래요?”
―제 목소리가 뭐요?
“여자친구한테 차이기라도 한 목소린데?”
주상혁이 알아먹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저도 같이 만들기 싫었습니다.
“네?”
주상혁이 곧이어 말했다.
―됐고 그래서 무슨 일이냐니까요?
“전에 사료 준다고 했죠? 좀 나눠 주세요.”
―택배로 보내 줘요?
“안 돼요!”
―그럼?
“제가 갈게요.”
주상혁과의 통화를 종료하고 장민주가 옷장을 열었다.
큼지막한 옷장에 계절에 맞는 옷들이 잔뜩 있었다.
마음에 드는 걸 몇 개 골라서 거울에 비춰 보던 장민주가 백호를 소환했다.
“뭐가 가장 어울리는 거 같아?”
냐냐냥.
“주황색, 이거?”
주주가 꼬리로 만드는 동그라미를 확인하고는 장민주가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를 운전하고 2시간쯤.
청초길드에 도착한 장민주가 후관 3층 방문을 두드렸다.
주상혁이 문을 열었다.
“자요.”
주상혁이 다짜고짜 사료를 내밀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쾅.
장민주가 말릴 새도 없이 주상혁이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장민주가 문을 다시 두드리려다가 멈칫했다.
이미 사료를 받은 입장에서 마땅한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는 이유였다.
장민주가 몇 가지 변명거리를 생각하다가 결국 돌아섰다.
복도를 걸어서 계단으로 내려가다가 누군가와 딱 마주쳤다.
일전에 백호를 되찾으러 왔다가 돌아가며 잠깐 만났던 쌍둥이들이었다.
장민주가 가볍게 눈인사했다.
쌍둥이들이 말했다.
“형 만나러 오신 거예요?”
“네.”
“형은 만났어요?”
“아, 네…… 뭐, 만났죠.”
일단 얼굴을 보긴 했으니, 만나긴 만났다.
장민주가 어색하게 웃고 옆을 스쳐 지나가려는데 쌍둥이들이 장민주를 불렀다.
“저기요.”
“민주 누나.”
장민주가 돌아섰다.
“혹시 누나도 크리스마스에 시간 있어요?”
* * *
다음 날 강혜영의 방에 다섯 사람이 모였다.
강혜영을 비롯해 쌍둥이와 주화영 그리고 장민주였다.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던 중 장민주가 강혜영의 말을 끊었다.
“아니, 잠깐만, 생일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가 아니고?”
어제 계단에서 주민혁과 주재혁을 만났을 때.
장민주는 주재혁에게 파티 제안을 받았다.
장민주가 수락한 이유는 당연히 주상혁도 파티에 참석하겠거니 해서였다.
주상혁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만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일 파티라니?’
강혜영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요?”
“누구 생일 파틴데?”
“누구긴 누구예요. 상혁 오빠 생일파티지.”
주상혁의 생일 파티.
“뭐야 크리스마스가 생일이야?”
신기하긴 신기했다.
“여하튼 생일 선물은 알아서 준비해요. 뭐 그쪽은 똑똑하신 분이니까 알아서 잘 준비하겠지만, 그렇죠?”
저 자신만만한 표정, 한 대 때려 주고 싶었다.
주상혁의 생일 파티 이야기를 마치고 장민주가 집으로 돌아왔다.
‘뭐가 좋지?’
절대로 그 계집애보다는 괜찮아 보이는 걸로 줘야지 싶었다.
이건 자존심 때문에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조금 생각하던 장민주가 백호를 소환했다.
“너도 좀 의견 좀 내 봐.”
냐냐아.
“모르면 끝이야? 그래도 몇 달간 얹혀살아 봤으니까 잘 알 거 아냐.”
백호가 끙끙대며 생각하는 듯하다가 곧이어 눈을 떴다.
“뭔가 생각났어?”
냐냐.
백호가 꼬리로 ‘x’를 만들었다.
“그럼?”
백호가 폴짝 뛰어 침대 밑으로 내려오더니 방구석에 사료 봉지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백호의 옆에 쪼그려 앉아 지켜보던 장민주가 애원했다.
“아니, 먹지만 말고 진짜 생각나는 거 없냐니까아?”
열심히 밥 먹기 바쁘던 백호가 멈칫했다. 장민주가 반색했다.
“생각난 거야? 물 달라고 하면 혼난다?”
냐냐냥.
“산삼? 그게 필요하대?”
백호가 꼬리로 동그라미를 그려 답하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긴 그러고 보니까 전에 약초상에서도 잔뜩 뭘 샀었지?’
장민주가 급히 코트를 걸치고 협회로 향했다.
4층 약초상에 들른 장민주가 말했다.
“혹시 산삼 있어요?”
* * *
주상혁은 크리스마스를 방 안에서 보냈다.
중간에 따분할 때는 바깥 공기를 좀 쐬면서 탕약을 좀 달이기도 했고 혼자서 간식거리를 사러 밖에 나가기도 했다.
샤워를 하고 방으로 나온 주상혁이 침대에 철퍼덕 쓰러졌다.
‘그나저나 오늘따라 주주도 안 보이네?’
옥상의 폴라나를 확인할 때 말고는 항상 주상혁의 옆에 붙어 있던 주주다.
그런 주주가 홀로 어딘가 돌아다닌다는 게 신기했다.
“주주까지 없으니까 진짜 심심하네.”
TV 보는 주주를 골려 준다거나 때 되면 주주 밥을 챙겨 주는 것도 하나의 일상이자 재미였는데 그것마저 없으니 너무 무료했다. 아니 정확히는 허전했다.
“아…… 얼마 만이지?”
그러고 보니 예전엔 항상 이런 날이 일상이었지 않나 싶었다.
딱 박상운을 치료하기 전 그 무렵.
그때는 하루하루가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이상하네…….”
분명 이게 자신이 바라던 평화이고 시간일 텐데 허전함을 느낀다는 게 의아했다.
환생하면서 노력이 허망하다는 걸 깨달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기에 누군가와 얽히며 살아간다는 게 의미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데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
꿈도 사랑도 우정도 너무 최선을 다할 필요도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는 걸 겨우 깨달아 놓고서 다시 어느새 그걸 그리워하고 있다는 게…….
하….
“잠이나 잘까?”
정말 오랜만의 낮잠이었다.
퀘스트에 쫒기다 피로를 푼다는 낮잠이 아니라 공허함에서 도망치는 낮잠은.
* * *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던 주상혁이 가슴이 묵직한 기분에 잠에서 깼다.
‘얼마나 잔 거지?’
눈을 떠보니 방안은 컴컴했다.
겨울이란 걸 감안해도 너무 어두웠다. 해가 지고도 한참은 지난 것 같았다. 대략 밤8시쯤?
왕!
“잘 놀다 왔어?”
주상혁이 주주를 안아 들고 손짓하자 주주가 주상혁의 뺨을 핥았다.
“뭐 하다가 왔냐? 배는 안 고파?”
주주가 대답대신 폴짝 침대 위로 내려서더니 ‘왕!’ 하고 짖었다.
“따라오라고?”
주상혁이 주주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열어 달라는 듯한 주주의 몸짓에 주상혁이 문을 열어 줬다.
주주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여기로 가면 본관 아닌가?’
바깥 통로를 이용해서 본관으로 이동한 주상혁이 1층 구석의 방 앞에 섰다.
“여기야?”
왕!
방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지만 알 수 있었다.
‘누구지?’
제법 많은 숫자의 마나가 느껴지고 있었다.
왕!
“알았어 들어가면 되잖아.”
주상혁이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팡팡팡.
연달아 폭죽이 터졌다.
“생일 축하해요.”
깜깜한 방안.
거대한 케이크.
활짝 웃고 있는 사람들.
아버지 주재호를 비롯한 자신의 가족들과 각성 초기부터 쭉 도와주던 박상운.
강혜영과 강태섭. 구석에는 장민주와 송치수 일행과 한혜지도 있었다.
주상혁의 올라갔던 눈꺼풀이 다시 평소대로 내려와 졸리 눈이 되었다.
별말이 없는 주상혁을 보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감상을 터트렸다.
“뭐야, 엄청 깜짝 놀랄 줄 알았는데.”
“혹시 누가 들킨 거 아니야?”
쌍둥이가 화들짝 놀랐다.
“나, 난 아니야.”
“진짜?”
주상혁이 덤덤하게 걸었다.
거대한 케이크 앞에 섰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 크네……?”
“그거 화영이가 만들었어요.”
주재혁의 말에 주상혁이 주화영을 바라봤다. 주화영이 생긋 웃었다.
“근데 이거 촛불은 어떻게 꺼요?”
가뜩이나 큰 게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어서 키가 모자랐다.
주상혁이 주재호가 내미는 의자를 밟고 올라갔다.
주상혁이 케이크 촛불을 불려고 할 때였다.
누군자 주상혁의 등을 탁 밀었다.
“어, 어……?”
푸욱.
주상혁이 생크림 속으로 쓰러졌다.
꿉꿉하기도 하고 미끈하기도 하고 썩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푸하하하.”
주재호가 뒤늦게 웃으며 말했다.
“생일 축하한다, 아들.”
이상했다. 썩 나쁜 기분이 아니라는 게…….
* * *
주상혁이 케이크에 쓰러지면서, 생일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평소 주상혁이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도 금세 친해졌다.
특히 송치수와 주재호는 비슷한 또래라 그런지는 몰라도 금세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아무래도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송치수의 성격이 제대로 작용한 듯했다.
생일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주상혁은 파티장 구석에서 생크림을 닦아 내고 있었다.
“으…… 꿉꿉해.”
일단 겉옷은 벗어 내고 얼굴에 묻은 생크림을 닦아내던 주상혁에게 강혜영이 슬쩍 다가왔다.
“자요, 이건 제가 주는 선물.”
“이게 뭔데.”
“제가 손수 만든 목도리예요. 요리는 못 해도 뜨개질은 할 수 있으니까 만들어 봤어요.”
하긴 한때 꿈이 현모양처라고 말하던 강혜영다운 선물이었다.
“고맙다, 잘 쓸게. 탕약 달일 때 쓰면 딱 맞겠다.”
강혜영이 슬쩍 선물을 전달하자, 눈치 보던 쌍둥이들도 다가왔다.
“저희도 있습니다.”
“선물이요.”
주상혁이 포장지가 제법 큰 상자를 받아들었다.
“근데 너희는 머리가 두 개니까 선물도 두 개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어…… 그게…….”
“그래도 성능은 확실할 겁니다.”
“성능? 이게 뭔데?”
“약탕기요. 슬슬 바꾸실 때가 된 거 같아서 도기 장인에게 직접 주문한 거예요.”
주상혁은 두 달쯤 사용하면 약탕기를 다른 걸로 바꾼다.
어차피 그리 비싼 돈을 주고 마련한 것도 아니고 위생도 깨끗하게 관리한다지만, 새것보다는 못하기 때문이다.
“고맙다.”
“네!”
선물을 준 두 녀석이 오히려 격한 감동을 느낀 얼굴로 그렇게 물러났다.
“그쪽은 뭐 없습니까?”
주상혁이 옆에 뻘쭘하게 서 있던 장민주에게 그렇게 말하자 장민주가 말했다.
“없긴 왜 없어요?”
“그래요? 그럼 그건 조금 있다가 받읍시다.”
“왜요?”
“아무래도 그냥 샤워하고 오는 편이 나을 거 같아서요.”
주상혁이 자신의 모습을 보란 듯이 말하자 장민주가 수긍했다.
주상혁이 파티장을 나서 걸었다.
자신의 방에 도착한 주상혁이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긴 무슨 일입니까?”
주상혁이 깜깜한 방 안에 대고 말했다. 놀랍게도 아무도 없어야 할 방에서 답변이 들려왔다.
“파티, 방해했습니까?”
『Lv.111 아르돈.』
주상혁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파티장을 나온 이유가 아르돈의 마나를 느꼈기 때문이었으니까.
심지어 자신을 부르는 듯 노골적이기까지 했다.
“아뇨, 마침 잘됐습니다. 저도 궁금한 게 있었으니까.”
“그거 잘됐군요.”
아르돈이 방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먼저 질문하시겠습니까?”
“네.”
주상혁이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내 보여 줬다.
“정말로 제 미래가 안 보이는 거 맞습니까?”
“처음부터 질문이 날카롭군요. 그렇습니다.”
“근데 그럼 어떻게 제게 이게 필요할 거란 걸 알았습니까?”
아르돈의 말에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자 들려오는 아르돈의 말은 의외였다.
“지금은 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꼭 나중엔 답해 줄 수 있다는 듯 들렸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듯.
“나중엔 되고요?”
“그렇습니다.”
“그럼 그때가 언제인데요?”
아르돈이 조금 생각하는 시늉을 하더니 말했다.
“어디 보자 시기로 따지면 반년 후쯤이 되겠군요.”
주상혁이 반년이라는 시간에 대해서 이유를 생각하고 있자 아르돈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질문은 끝난 겁니까?”
“질문을 바꿔서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주상혁이 다시 한 번 말했다.
“저를 도와준 이유가 뭡니까?”
주상혁은 알고 있다. 교황 아르돈이라고 하더라도 이유 없이 사람을 돕는 건 아니다.
심지어 주상혁을 돕는 건 그에게 있어서 필요 없는 오지랖.
구태여 약속까지 따로 잡으면서 주상혁을 도울 이유 따위 있을 리 없었다.
“누군가와 약속했습니다.”
“약속?”
“제가 아는 사람입니까?”
“그건 말해 드릴 수 없지만, 제 은인이죠.”
아르돈이 물었다.
“질문은 끝나셨습니까?”
“대충은요.”
아르돈이 말했다.
“그럼 이제 제 차례로군요.”
주상혁이 끄덕였다.
“제가 오늘 이곳에 방문한 이유 궁금하시죠?”
“네, 뭐, 솔직히.”
“이유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알려 줄 게 있어서입니다.”
“알려 줄 거요? 저한테요?”
아르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뭐죠?”
아르돈이 항상 짓고 있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우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부터 반년 뒤, 당신이 죽을 거라는 소식입니다.”
“…….”
아르돈의 말을 끝으로 방 안은 잠시 적막이 찾아왔다.
“제가 죽는다고요?”
“그렇습니다. 이대로면 필시 죽겠죠.”
다른 사람의 말이라면 개소리로 치부하고 웃어넘겼겠지만, 아르돈의 말이다.
그의 능력은 주상혁도 겪어 봤다.
당연히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런 거치고는…….’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다.
일전에 식당에서 나눴던 이야기 때문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아르돈의 말에서는 모순이 존재하고 있었다.
“근데 이상하네요. 말이 앞뒤가 다르잖습니까?”
“어느 부분이 말이죠?”
“일전에 일본에서는 저한테 그랬죠? 사흘 내외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무려 반년.
오차범위도 하루 이틀 정도여야지 이 정도 차이면 납득하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질문을 받고 고민하던 아르돈의 시선이 주상혁의 주먹으로 향했다. 반지를 쥐고 있는 손이었다.
“그 반지.”
“반지요?”
“어째서 당신에게 필요할 거란 걸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과 같은 대답이 되겠군요.”
아르돈이 지금은 답해 줄 수 없다고 말했던 것.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미래시 말고도 미래를 알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듯한 말이었다.
주상혁이 확인차 콕 짚어 물었다.
“그러니까 미래시 말고도 미래를 아는 법이 있다?”
“그렇습니다.”
의외로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는지 아르돈이 순순히 인정하자 주상혁이 말했다.
일단 이건 그러려니 하고 짚고 넘어갈 게 있었다.
“저는 왜 죽는 겁니까?”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더군요.”
“살해…….”
이것 역시 솔직히 믿고 싶은 말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해지는 자신이다.
심지어 당장 지금만 해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각성자 둘셋 정도를 제외한다면 지지 않을 만큼 강한데 살해라니…….
“믿기 힘든 말이군요.”
“믿든, 믿지 않든 그건 주상혁 님의 자유입니다.”
주상혁이 입을 열려는데 짐작한다는 듯 아르돈의 말이 재차 이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끝내면 질문은 비밀이니 뭐니 하는 말로 변명만 늘어놓은 주제에 할 말만 멋대로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겠죠.”
“…….”
“그러니까 한 가지 더 알려 드리겠습니다.”
주상혁이 관심을 보였다.
“그게 뭐죠?”
“전에 제가 사흘 내외로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고 한 말 기억하시죠?”
조금 전에도 말했듯, 주상혁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주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제가 볼 수 있는 미래는 한 달 하고도 조금 이후까지도 가능합니다.”
“전에 말했던 게 거짓말이라는 겁니까?”
“아니요. 사실 거짓말이라기보다는 감췄다고 봐야겠죠. 제가 예견한 미래가 빗나갈 수도 있다는걸.”
솔직히 이건 좀 의외였다.
아르돈의 미래시는 만능.
단순히 세간에는 그렇게만 알려져 있었으니까.
“사실 제가 예견하는 미래시는 정확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사흘 내외의 미래는 100%에 가깝지만, 이후부터는 서서히 확률이 낮아지고 한 달 뒤쯤의 미래는 거의 기상청의 일기예보 수준, 사실상 맹신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확률이죠.”
“…….”
“그래서 저는 사흘 이후의 미래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위신이 서질 않거든요.”
침대에 앉아 있던 아르돈이 방긋 웃으며 일어났다.
“무려 반년 뒤의 미래입니다. 물론 저따위가 하는 예언과는 조금 다른 정확성을 자랑하겠지만, 부단히 준비한다면 혹시 모르지 않을까 싶군요. 다음에 볼때는 살아서 봤으면 좋겠습니다.”
* * *
아르돈은 그렇게 방을 떠났다.
주상혁은 홀로 남아 생각에 잠겼다.
“내가 왜 이러지……?”
주상혁이 반지를 쥐고 있던 주먹을 펴 보았다.
땀이 흥건히 맺혀 있었다.
반년 뒤에 죽는다는 말에 그답지 않게 긴장했다는 말이었다.
우연히 각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적에 갇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분명히 죽음의 문턱에 놓여 있었다.
심지어 그때는 반년도 아니고 고작 하루 남짓의 시간밖에 없었는데도 그런데도 주상혁은 그때는 침착했다.
‘근데 왜 지금은 이렇게…….’
마치 전생에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서서히 병들어 가던 자신을 느끼던 그 무렵의 느낌이었다.
분명 변했다.
동료와 정을 나눈다거나.
가족과 가끔 식탁에서 밥을 먹는다거나.
귀여운 소환수와 매일같이 껴안고 자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변한 것이다.
‘잃기 싫은 게 생겨 버렸다는건가……?’
주상혁이 문뜩 팔 자락에 묻은 생크림을 발견하고 살짝 핥았다.
“달콤하네…….”
죽음이라는 쓴맛에 비한다면 한없이 단맛이었다.
* * *
생각을 마친 주상혁이 샤워를 마치고 방을 나섰다.
3층 복도를 걷자니 강혜영이 마침 복도로 올라오는 게 보였다.
강혜영이 쪼르르 다가와서 말했다.
“여태 샤워했어요?”
“어.”
“근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원래 구석구석 꼼꼼히 씻는 타입이라.”
대충 답해 주고 걷자니, 따라 걷던 강혜영이 말했다.
“근데 무슨 일 있어요?”
“일? 그건 왜?”
“표정이 이상해서요.”
걸음을 멈추고 강혜영을 돌아보자니, 강혜영의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거 맞아요?”
“…….”
입술을 달싹이던 주상혁이 입을 닫고 잠시 후 슬쩍 다른 화제로 돌려 놓았다.
“근데 여긴 왜 온 거냐?”
“아! 그게…….”
주상혁의 말에 멈칫하던 강헤영이 털어놓듯 말했다.
“장민주 그 여자가 중간에 나가서 안 돌아오길래 나왔어요.”
“언제 나갔는데?”
“오빠 나가고 얼마 안 돼서?”
그러니까 장민주가 이쪽으로 왔을까봐 왔다는 말이었다.
“화장실이라도 간 거 아냐?”
“근데 그런 거치곤 좀 길었어야죠.”
하긴 나가자마자 바로 따라 나갔다면 30분은 더 됐을 것이다.
“변비인가?”
“그러게요…….”
다시 강혜영과 파티장을 향해 주상혁이 걷기 시작했다.
한참 무르익은 분위기의 파티장에 들어온 주상혁이 내부를 쓱 훑었다.
‘정말이네?’
장민주는 아직도 없었다.
자신을 쫓아온 거라면 눈치 못 챘을 리 없다.
아무리 노골적이었다고 한들 본관에서 후관에 있는 아르돈의 마나를 느낄 정도의 주상혁이다.
그런데 고작 바로 뒤의 미행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
‘에이, 뭐, 때 되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주상혁이 장민주의 생각은 내려놓고 파티장의 먹거리를 즐겼다.
2시간쯤 지났을까, 자정쯤 되어 파티가 끝이 났다.
사람들을 정문에서 하나씩 배웅했다.
강태섭과 강혜영 부녀를 시작으로 송치수 일행과 박지훈, 엄준식까지.
하나둘 돌려보낼 무렵 내내 보이지 않던 얼굴이 불쑥 다가왔다.
“뭐야, 어디 갔다가 이제 옵니까?”
장민주였다.
장민주가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밀었다.
“자요, 받아요.”
“이게 뭡니까?”
“선물이잖아요, 보면 몰라요?”
“말고 내용물을 묻는 거잖습니까?”
장민주가 한숨 쉬고는 말했다.
“산삼이요.”
“산삼?”
“필요 없어요?”
“아뇨, 그건 아닌데…….”
주상혁이 쇼핑백 안의 상자를 슬쩍 확인하고는 물었다.
“지금 뜯어 봐도 돼요?”
“맘대로 해요.”
『오십 년 삼.』
‘제법이네…….’
근래에 클린트가 높은 연수의 산삼을 몽땅 구해와서 그렇지, 오십 년 삼이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주상혁이 산삼을 확인한 뒤 상자를 다시 닫자 장민주가 말했다.
“그리고 그 뭐냐…….”
주상혁이 장민주의 말에 그녀를 바라보자 검지로 뺨을 긁적이는 게 보였다.
“뭐요? 또 할 말 있습니까?”
“후…….”
웬 난데없는 한숨인가 싶어서 기다리자 잠시 후 장민주가 말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요. 나도 노력해 보려니까.”
장민주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차를 몰고 가 버렸다.
* * *
주상혁은 웬일로 다음날 일찍 일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분명히 타살이라고 그랬으니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누군가에게 단순히 살해당하는 것이라면 그보다 더 강해지면 되는 일.
그리고 그거라면 다행히 주상혁의 전문이기도 했다.
약탕기를 챙겨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탕약이라도 달이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짤 생각을 이었다.
주상혁이 옥상 문을 열었다.
얼마 전 내린 눈 때문에 새하얀 옥상에는 주상혁이 평소 탕약을 달이던 곳을 제외하면 수북한 눈으로 가득했다.
주상혁이 주주가 화단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여느 때처럼 혼자서 약탕기를 세팅했다.
탕약을 본격적으로 달이기 시작한 주상혁이 스테이터스를 켰다.
쭉 살펴보던 주상혁이 중얼거렸다.
“가장 좋은 건 역시 레벨 쪽이긴 한데…….”
문제는 올리기가 너무 어렵다.
이제 어지간한 걸 먹어서는 레벨에 거의 미동도 없었고 무엇보다 수십 레벨을 올릴 거 아니면 이것만으로 안심하긴 글렀다.
‘차라리 산삼은 클린트 쪽에 의뢰하는 걸로 하고…….’
주상혁 자신은 그동안에 스킬 쪽을 올리는 게 맞았다.
주상혁이 스킬 쪽으로 눈을 돌렸다.
스킬은 크게 두 가지.
의술 관련 스킬과 의술과 관련 없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이 중에서 그나마 효율이 좋은 것들이라면…….”
당연히 의술 관련 스킬들이다.
뭐 솔직히 말하면 의술 관련 스킬을 제외하고 보면 공유받은 스킬뿐이라 주상혁이 당장 어떻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기도 했다.
“역시 침술을 올리는 편이 낫겠지?”
Lv.4 상급 침술 [active].
상급 이후의 단계가 존재할지는 의문이지만, 침술은 항상 비교적 좋은 효율을 보여 줬다.
당장에 스킬을 집중해서 육성해야 한다면 이쪽이 가장 좋을 터다.
‘그리고 그러려면 S급 던전이 필요한데…….’
주상혁이 강태섭과 S급 던전을 구할 방법을 의논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
휴일이었으니 항상 이 시간엔 일어나있는 강혜영을 통해 물어볼 생각이었다.
―야,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네? 뭔데요?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곧바로 강혜영의 답장이 도착했다.
주상혁이 강혜영에게 보낼 문자를 작성하다가 멈칫했다.
‘왜 저러지……?’
왕! 와왕!
조금 전부터였다.
주주가 이쪽으로 와보라고 자꾸 보채고 있었다.
주상혁이 하는 수 없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왕!
“그래, 알았어, 알았어.”
화단 쪽으로 걸어간 주상혁이 말했다.
“뭔데 그래?”
왕!
“보라고? 뭘?”
주상혁이 주주의 말에 화단을 바라봤다가 흠칫 놀랐다.
『청운해태의 이슬 폴라나.』
「청운해태의 이슬을 받아 자란 폴라나다. 일반적인 폴라나보다 빼어난 마나를 품고 있다. 완벽한 성장을 하면 영초로 거듭날 것 같다.」
폴라나의 정보가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