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level reincarnated councillor RAW novel - Chapter 50
Book 10 Chapter 4
주상혁은 가장 먼저 던전 한의학을 구매했다.
상, 중, 하 몽땅 구매해서 모조리 배웠다.
직접 채집을 하지는 않아서 숙련도가 부족해 보충제를 강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장점은 있었다.
“중급 스탯과 상급 스탯이 생겼단 말이지…….”
벌써부터 효율 좋은 중급 스탯과 상급 스탯을 쌓을 수 있다는 건 저번 회차에 비하면 엄청난 메리트였다.
또 스킬북도 쓸 만해 보이는 건 미리 익혔다.
가령 당장에 전투에 사용할 투척이라거나,
전투에 도움이 될법한 패시브용 스킬이라거나,
잼이 차고 넘치니 당장에 구하기 힘든 백 년 삼도 잔뜩 구매해서 초콜릿, 양갱, 차로 만들었다.
“상점에서 백 년 삼 이상은 안 판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해도…….”
그간 산삼 공급에 쪼들리며 살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숨통이 확 트이는 것만 같았다.
와왕!
“그래, 맛있어?”
주주에게는 오랜만에 특식이 전해졌다.
산삼이 듬뿍 들어간 사료였다.
주주가 배부른 표정으로 발라당 드러눕자 배를 조금 긁어 주던 주상혁이 등교 준비를 시작했다.
30분쯤 걸려 준비를 마친 주상혁이 기숙사를 나섰다.
좀 쉬었다고는 해도 고작 일주일인데,
일주일 만에 등교하는 등굣길이 어쩐지 어색했다.
‘하긴 조금 생각해 보니 어색함 따위나 신경 쓸 때가 아니네…….’
주상혁이 퀘스트 창을 켰다.
Q. 자격 증명 [승급 퀘스트] – page1
치료한 환자: 8571/10000
일주일 전보다는 조금 오른 수치가 눈에 보였다.
대호길드와 청초길드에 들고 있는 보충제를 전해 주며 수치를 채우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한 수치였다.
‘남은 건 어떻게 채우지……?’
오랜만에 생각에 잠겨 반까지 터벅터벅 걸을 때였다.
문뜩 어수선함을 느끼고 정신을 차렸다.
“우리 반인가?”
인원이라고 해 봐야 네 명이다.
그중에서 시끄러운 녀석들이 있느냐고 한다면 또 그것도 아니다.
어수선함과는 거리가 멀어야 할 교실일 텐데…….
의아하게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교실 내부를 확인한 주상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런 거구나?’
* * *
일주일간 정신없이 지내느라 주상혁은 상황을 몰랐지만, 보충제의 파장은 주상혁의 생각 이상으로 컸다.
추가적인 판매는 없을 것이라는 못을 박았지만, 여기저기 직접 체험했다는 후기가 들끓자, 보충제를 불신했다거나 조금 지켜보겠다는 생각으로 굼뜨게 행동했던 사람들은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었던 것.
물론 그 후회에서 끝이 났다면 주상혁의 반인 5반이 시끄러울 일도 없었다.
옆에서 보충제를 먹고 성장한 사람들을 부러워한 나머지 주상혁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일이 알아서 풀리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가릴 것 없이 몰려든다.
주상혁은 그저 못 이기는 척 슬쩍 보충제를 팔면 되는 일이었다.
물 흐르는 대로 판매를 시작하고 보름쯤 지나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엔 학생들만 오더니 이제는 교내 교사들까지 찾아온다.
학교 밖에서도 국내의 길드 대표들이 좀 얻어 가겠다고 많이들 오고,
가끔은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다.
“안 판다니?”
며칠 전에 와서 사 갔던 외국인 대표가 또 사러 왔길래 단호하게 거절했다.
“대표님은 전에도 한 번 구매하셨잖아요.”
“돈은 두 배, 아니 세배를 내도 상관없으니까.”
“안 되는 건, 안 돼요.”
겉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라는 듯이 포장했지만,
사실 퀘스트에 득이 되지 않으니 적당히 둘러댔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억지 부리는 손님을 물리기에는 충분했다.
결국 시무룩해진 노란머리 외국 남성이 빈손으로 돌아가자 기다리던 다음 사람이 곧바로 밀어닥쳤다.
팔고, 팔고, 또 팔았다.
평소라면 보충제를 만들어야 할 시간에 교실에 남아 보충제를 팔았다.
띠링.
Q. 자격 증명 [승급 퀘스트] – page1 (완료)
치료한 환자: 10000/10000
마침내 퀘스트가 완료됐다.
마지막 손님을 받고 주상혁이 마침내 숙소로 돌아갔다.
퀘스트야 진작에 끝이 났지만, 클리어한 기념으로 조금 더 어울려 준다는 게 제법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래도 뭐, 어때.”
중요한 건 퀘스트를 클리어했다는 것이지 다른 게 아니었다.
“거참 오래도 걸렸다.”
퀘스트를 완료하시겠습니까?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방에 도착한 주상혁이 감격을 젖어 퀘스트를 완료했다.
그럼 다음 퀘스트는 뭐려나……?
잠시 기다리자 새로운 퀘스트가 떠올랐다.
Q. 음양의 균형 [승급 퀘스트] – page2
「모든 약초에는 음기와 양기가 존재한다. 최후의 영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기에 가까운 음양의 조화가 필요하다. 재료 열 가지 이상을 사용해 완벽한 균형을 이룬 단약을 완성해라.」
달성 보상: 최후의 영약 레시피.
퀘스트를 쓱 읽어 본 주상혁이 중얼거렸다.
“뭐야……? 이것만 깨면 레시피를 그냥 준다고?”
눈을 감았다 뜬 후 다시 봐도,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달성 보상은 그대로였다.
“쉬워도 너무 쉬운데?”
그깟 단약이 뭐라고,
보관과 복용이 편하라고 작은 환약으로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단약을 만드는 게 어렵다거나,
만들지 못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이라고 내건 게 고작 열 개 이상의 재료를 넣은 단약?
음양의 균형을 이룬 단약?
애초에 체질에 맞게 기운을 다스리고 약재를 다루는 게 한의학이다.
주상혁에게 이딴 건 그냥 애들 소꿉장난에 불과했다.
“단방에 클리어해 주지.”
답을 알고 시험을 보듯 약재함에서 재료들을 하나둘 꺼내 담으려고 할 때였다.
주상혁이 약재를 하나 짚는 순간.
약재에서 푸른빛이 보였다.
만지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빛은 주상혁이 약재를 손에서 내려놓자 사라졌다.
“뭐지, 이건?”
약재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면서 상황을 파악하던 주상혁이 무언가 짚이는 듯한 얼굴로 두 칸 옆의 약재함을 열었다.
약재를 집으니 이번엔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는 게 보였다.
“그거구나?”
푸른색은 음기.
붉은색은 양기.
친절하게 약재에 어떤 기운이 흐르는지 알려 주고 있는 것이었다.
피식.
“어이구, 친절도 하셔라.”
하지만 이런 것 알려 주지 않아도 원래부터 알고 있던 정보다.
약방에서 지낸 세월이 어느 정도인데……
기본적으로 외우고 있는 상식 중의 상식이었다.
주상혁이 약재를 예정대로 모아서 단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혹시나 몰라 특별히 신경을 써서 만든 단약을 내려놓고 주상혁이 퀘스트창을 켰다.
조금 기다리면 분명히 퀘스트가 완료될 거라고 생각한 이유였는데…….
“어째서지?”
아무리 기다려도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는다.
혹시 열 가지의 재료를 채워 넣는다는 걸 깜박했는지,
그도 아니면 만드는 도중에 무슨 실수를 하진 않았는지,
손가락을 접어 가며 갖가지 이유를 점검하던 주상혁의 표정이 돌연 딱딱해졌다.
“설마……?”
주상혁이 단약을 조심스럽게 만졌다.
단약에서 붉은빛의 기운이 보였다.
* * *
주상혁은 그동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만큼 기를 다루는 데 능통한 사람이 없다고.
환약을 만들든,
탕약을 달이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니 설령 특별한 경우더라도 항상 탈이 나지 않도록 최적의 기운을 조절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주상혁은 오늘 깨달았다.
그건 단순히 자신의 착각.
그간 자신이 음양의 조화를 완벽하게 맞췄다고 생각한 약들은 모두 엉망이었다.
그동안 용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건 단순히 인간의 몸이 생각한 것보다 둔감했기 때문.
살짝 약 기운이 모자라거나,
반대로 살짝 기운이 넘쳐도 적당히 회복하고,
적당히 중화할 만큼 큰 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인가?”
그 증거로 말할 것 같으면 주상혁의 보충제가 결정적인 증거였다.
보충제는 남녀노소 누가 복용해도 문제가 없도록,
가능하면 어떤 체질에도 부작용을 보이지 않도록 음양의 조화를 맞춘 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만든 보충제마저도.
같은 날,
같은 재료를 가지고,
같은 능력치를 가진 보충제를 만들었음에도 어떤 놈은 만지면 붉은 계열의 빛을 띠고,
어떤 놈은 푸른 계열의 빛을 띠고 있었다.
“미치겠구만…….”
그나마 보충제들을 확인해 보면서 깨달은 것이라면 이것이다.
음의 기운에 치우친 보충제 중에서도,
혹은 양의 기운에 치우친 보충제에서도,
빛의 밝기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파란 놈, 그보다 조금 더 연한 놈, 하늘빛을 띠는 놈 등등.
반대로 붉은색의 경우엔 붉은 놈, 황토색, 노란색 등등.
색이 무색에 가까워질수록 의미하는 것은 기운의 균형이 잘 이루어졌다는 것.
“그래, 천천히 하나둘씩 만들어 보자.”
상황을 파악한 주상혁이 다시금 재료들을 꺼내와 단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금은 기운이 보인다.
만드는 도중에도 약재가 섞이며 내뿜는 기운이 보이는 마당에 못할 것도 없겠지.
초저녁부터 시작해서 다음 날 동이 틀 때까지 단약과 씨름하던 주상혁이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하아…… 또냐?”
분명히 중간까지는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떨 때는 붉은 단약이 만들어지고,
어떨 때는 푸른 단약이 만들어진다.
“이게 이렇게 힘들었던 건가?”
기진맥진해서 천장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자니 문뜩 그런 생각이 든다.
“가만? 같은 약재라고 모두 기운의 양이 같은가?”
주상혁이 약재함 하나를 서랍에서 꺼내 그대로 뒤집어엎었다.
양손으로 이것저것 만져 보던 주상혁이 미세한 차이를 확인하고 이마를 탁 짚었다.
“이러니 균형이 잡힐 리가 있나…….”
하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같은 약재라 하더라도 뿌리내리고 자란 환경이 다른 녀석들이 한데 모여 이리 섞이고 저리 섞여서 주상혁에게 넘어온 녀석들이다.
오히려 같은 게 이상했다.
“그래도…….”
이러면 해결책은 간단했다.
“직접 약초를 캐면 되잖아?”
* * *
약초를 직접 캐기로 한 주상혁은 여름방학을 한 달쯤 앞두고 자체 방학을 시작했다.
어차피 최소 출석 일수만 채우면 퇴학당할 일도 없었고,
지금에 와서는 주재호에게 회귀자라는 사실을 밝힌 지 오래다.
설령 주상혁이 퇴학당하더라도,
더 나아가 스스로 자퇴를 하더라도 교육을 강요하진 않을 것이다.
‘잘린다고 해도 별 상관 없겠지.’
일단 가까운 지리산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맞은편을 바라봤다.
『Lv.66 강혜영.』
몇 달간 주상혁에게 이것저것 얻어먹었다고 그새 강해진 강혜영이 보였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콧노래를 흘리는 강혜영을 보자니 녀석이 물어왔다.
“왜요?”
“너는 안 따라와도 되는데?”
안 그래도 된다는데 굳이 학교까지 무단결석하면서 따라나선다.
이거 참 강태섭을 볼 낯이 없었다.
“내가 너희 아빠 볼 낯이 없어.”
“학교만 안 잘리면 되죠, 뭐…… 그리고 한 달 뒤면 방학이잖아요.”
그렇긴 한데…….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면 본인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생각을 접자.’
다시 약초에 관한 생각을 하며 한 시간쯤 시간을 보냈다.
차가 멈춰 섰다.
운전자가 문을 열어 주자 내린 주상혁이 약초상 세 개쯤 존재하는 산길을 확인하고 말했다.
“여기예요?”
“네, 이곳이 약초상들이 자주 돌아다니는 길이랍니다.”
뭐,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약초상 바로 옆에 난 길을 타고 약초를 캘 생각은 없다.
“해 지기 전까지는 올게요.”
“몸조심하십시오.”
꾸벅 고개 숙이는 운전자를 보고는 주상혁이 강혜영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어디 보자…….
막상 산은 오르지 않고 나무가 우거진 입구 어귀를 쓰윽 5분쯤 돌던 주상혁이 걸음을 멈췄다.
“여긴가?”
흔적이 보였다.
약초상이 따로 낸 길이 분명했다.
워낙에 길도 좁고,
입구 쪽이야 자연스러워서 보통 사람이라면 찾기 힘들겠지만…….
“내 눈은 속일 수 없지.”
주상혁이 길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잘 가려 둔다고 가려 둔 거겠지만, 작정하고 열어 버리니 금방이었다.
좀 미안해도 어쩔 수 없지.
본래 동업자 마인드가 있다면 해서는 안 될 짓이다.
‘근데 내가 이곳에서 아예 죽치고 살겠다는 건 아니잖아?’
좀 미안해도 하루만 사용하기로 했다.
주상혁이 강혜영과 함께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5분쯤 지났을까?
돌연 눈앞에 알림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띠링.
관계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Skill: 맹독을 습득하셨습니다.
‘또 올랐네……?’
같이 산을 타고 있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관계 레벨이 오른다.
강혜영과 사제 관계를 맺게 된 건 넉 달 전쯤 보충제를 함께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런데 벌써 관계 레벨이 7이란 말이지…….
이 정도면 회귀 바로 직전의 레벨보다도 높다.
―제자
강혜영-관계 레벨: 7
공유받은 스킬: 독 내성, 독성 강화, 독초 기르기, 맹독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에 강혜영을 슬쩍 바라봤다.
‘저번 회차랑 관련이 있는 건가?’
아니 그런 것 치고는 저번엔 회차에서는 속도가 무뎠는데…….
한번 관계를 쌓은 대상이라 관계 레벨이 쉽게 오른다는 가설은 아무리 봐도 아니었다.
시선을 느낀 강혜영이 물어 왔다.
“왜요?”
주상혁이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는 돌아섰다.
“아무것도 아니다.”
* * *
신건우는 지리산에서 활동하는 40대 약초상이다
오래전 약초 채집과 관련된 능력을 각성해 본의 아니게 약초상을 하게 되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만족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약초상으로 전향하는 일반적인 케이스가 마법 계열과 관련이 깊다면 신건우는 무려 특질 계열.
약초의 냄새를 맡을 수가 있어서 냄새가 섞이지 않는 가까운 거리의 약초라면 놓치지 않고 채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신건우는 적어도 지리산 일대에서는 제일 유명한 약초상이다.
돈도 남들의 시기를 살 정도로 벌다 보니 만족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오늘도 아침 일찍 가게를 나서 목표 지점까지 걸어가던 신건우가 흠칫 놀랐다.
“뭐, 뭐야, 저 길이 왜?”
신건우가 약초상 인근에 개척해 놓은 루트는 족히 열 개가 넘는다.
씨가 마르지 않도록 적당히 돌아가면서 캐려는 목적이었는데,
사흘 전에나 올랐던 길이 누군가에 의해 파헤쳐져 있었다.
신건우가 입구까지 바쁜 걸음으로 달려가 확인했다.
“발자국을 보면 그리 오래되진 않았는데…….”
어제는 종일 비가 쏟아졌다.
덕분에 촉촉한 흙 위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내 이놈들을 당장…….”
신건우가 혼쭐을 낼 생각으로 길을 올랐다.
발자국을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되었기에 뒤를 밟는 건 간단했다.
30분쯤 걸었을까,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커플 하나가 보였다.
‘뭐야…… 그냥 근처에 놀러 온 애들인가?’
간혹가다 놀러 온 애들이 산을 뒤집어 놓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심이 몰려오는 한편 그래도 쫓아내는 게 좋겠다 싶어 뒤를 쫓아 따라붙었다.
“여긴 애들이 노는 곳이 아니다.”
“놀러 온 거 아닌데요? 약초 캐러 왔…….”
여자아이의 입을 남자아이가 황급히 틀어막았다.
‘약초를 캐고 있다고?’
킁킁.
그러고 보니 저 남자아이의 손에서 여러 약초의 냄새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여러 약초의 냄새가 섞인 게 벌써 꽤나 캔 게 분명했다.
신건우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신건우가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이런 상도덕도 없는 놈들을 봤나…….”
가파를 산을 오르면서도 힘든 기색이 없기에 각성자겠거니, 싶어서 나름 힘을 줘서 휘두른 것인데,
남자아이는 어떻게 피했는지 모를 정도로 홀연히 피해냈다.
“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너무해? 누가 감히 큰소리냐!”
또 한 번 지팡이를 휘둘렀지만, 이번에도 헛방이었다.
“산이 당신 거야? 국가 거지?”
근본적으로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기에,
신건우의 얼굴이 열에 뻗쳐 시뻘게졌다.
신건우가 또다시 지팡이를 들어 올리려고 할 때였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그거 한 번만 더 휘두르면 나도 피하고 있지만은 않아.”
움찔.
서늘한 기운이 전신을 스치는 듯한 감촉이었다.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반쯤 들어 올린 신건우의 손이 자연스레 내려갔다.
“알았으니, 그럼 이제 돌아가라.”
“싫은데요?”
남자아이가 씩 웃었다.
“어디서 얼렁뚱땅 돌려보내려고? 아까 그 지팡이질 맞았으면 보통 사람이면 골로 갔겠던데?”
“…….”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각성자라는 걸 알고 세게 휘두른 감도 있었으니까.
남자아이가 돌아서며 도발적인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툭 까놓고, 꼬우면 그쪽이 먼저 캐면 될 일 아닌가?”
약초상 신건우,
도발을 받고 물러날 이유가 없었다.
신체 능력이라면 저 꼬마가 더 높은 건 분명하지만,
자신에게는 각성 능력은 물론이고 나름의 노하우도 있다.
남자아이가 산을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거리를 조금 벌려서 신건우도 걷기 시작했다.
킁킁…….
사방에서 약초의 냄새가 몰려들었다.
“말굽버섯? 이쪽인가?”
밀려드는 약초 중에서 가장 비싼 말굽버섯의 냄새를 쫓아 이동한 신건우가 바삐 호미질을 했다.
크기도 큼지막하고 상태도 우수한 게 웃돈을 팔 수 있을 것 같은 녀석이었다.
말굽버섯을 등 뒤의 가방에 넣은 신건우가 오만하게 웃으며 남자아이를 바라봤다.
신건우가 화들짝 놀랐다.
“상황버섯……?”
갑자기 아랫배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말굽버섯보다 배 이상 비싼 게 상황버섯이다.
“질 수 없지, 조금 전부터 영지버섯 냄새가 어디서 나던데…….”
신건우의 표정이 딱 굳었다.
“오빠, 이거 영지예요.”
“오, 이걸 네가 어떻게 알아?”
신건우의 라이프에 여자란 없었는데,
어린놈들까지 옆에서 지지고 볶으니까 배는 더 열이 받는 것 같았다.
신건우가 자신의 뺨을 후렸다.
“진정하자, 진정해. 집중하는 거자.”
놈의 페이스에 말리면 그거야말로 지는 거다.
신건우가 후각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걷기 시작했다.
헉…….
“뭐지? 이 냄새는 산삼인데?”
각성자들의 몸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산삼의 가격이라고 하면 강남에 집 몇 채 구하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나다.
제법 먼 거리인데도 이렇게 냄새를 맡은 거 보면 족히 백 년은 거뜬할 게 분명한 상황.
평소라면 길에서 벗어날 이유가 없었지만, 녀석 덕분에 루트를 이탈한 게 도움이 됐다.
‘이것만 내가 챙기면 저 빌어먹을 놈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다.‘
신건우가 눈에 핏줄을 세우고 산삼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산삼의 냄새가 점점 가까워질 때였다.
신건우의 눈앞에 산삼이 딱 들어왔다.
“저…… 사, 산삼…….”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새하얀 강아지가 앞발로 파헤치더니 물고는 어디론가 뛰어간다.
신건우가 강아지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안 된다, 이놈아! 내놔라……!”
정신없이 달리던 신건우가 무언가를 보고는 털썩 무릎 꿇었다.
산삼을 물고 있는 강아지,
그런 강아지를 안고 있는 남자아이,
이어서 산삼을 넘겨받은 남자아이가 연수를 가늠하더니 말했다.
“이거, 백오십 년은 넘겠는데?”
신건우가 그대로 목덜미를 잡고 쓰러졌다.
* * *
갑자기 목덜미를 잡고 쓰러진 신건우를 발견한 주상혁이 황급히 달려가 맥을 체크했다.
다행히 침 좀 맞고 안정을 취하면 금세 회복할 것 같았다.
“거참, 번거롭게 하네.”
주상혁이 신건우에게 침을 놓고 기운이 돌쯤 갈무리한 뒤 말했다.
“주주, 분신하나만.”
주상혁의 부탁에 소환된 분신이 왕왕 짖었다.
“이 사람 좀 우리가 타고 온 차까지만 옮겨 주라.”
와왕!
알았다고 답하는 기특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주상혁이 분신의 꼬리에 백 년 삼 세 개를 쥐여 줬다.
어차피 주상혁이야 상점에서 마음껏 구매할 수 있는 산삼이기도 했고,
덕분에 백오십 년 삼도 얻었겠다.
이 정도는 보상해 주는 게 좋겠지.
주주의 분신이 출발하자 주상혁이 다시금 산 위쪽을 바라봤다.
“그럼 전세도 냈겠다. 가 볼까?”
주상혁이 산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약초꾼 신건우의 루트는 생각보다 노다지였다.
고루고루 다양한 약초가 자주 발견되었다.
“이 좋은 곳을 혼자 쓰려고 하다니 심보가 아주 고약해.”
갖가지 약초가 끊이지 않고 보인다.
물론 나름 숙달된 전생의 경험도 한몫하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분명히 좋은 터는 확실했다.
주상혁이 아쉬움을 토했다.
“근데 양기가 강한 녀석들은 좀처럼 보이질 않네?”
끽해 봐야 기운이 미비한 녀석들 밖에 보이질 않았다.
전반적으로 나무가 우거진 산지라그런 거겠지 이해하면서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중턱쯤 닿아 쓰윽 한 바퀴 둘러보던 주상혁이 멈칫했다.
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지대가 보인 이유였다.
급히 그곳으로 향했다.
“오…… 이 녀석도 꼭 필요했는데.”
따가운 햇볕이 피부 위로 느껴지는 것만 해도 상당한 양기를 가진 게 분명했다.
기운이 풍성한 녀석이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댔다.
약초에서 새어 나오는 강렬한 붉은빛을 보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어디 보자 이 정도면 9단계쯤 되려나……?”
주상혁은 약초를 같은 종류라도 10단계로 구분해서 적재했다.
완벽한 균형을 이룬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세밀한 분류가 필요한 이유였다.
인벤토리를 켰다.
약초들로 가득 차 있는 인벤토리가 떠올랐다.
인벤토리를 확장하시겠습니까? Yes/No
“오늘만 벌써 3번째 아닌가?”
오기 전부터 상당히 많은 칸을 확장시키고 왔음에도,
인벤토리는 여전히 가득 차 있었다.
종류당 10칸씩 먹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여하튼 그랬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제 인벤토리도 공짜라는 거지.”
정확히는 잼을 필요로 하긴 하지만,
어차피 꼼수로 얻은 잼이기 때문에 공짜나 다름없었다.
적재를 마치고 다시금 약초를 캐기 시작했다.
7단계.
8단계.
9단계.
자리가 좋아서 그런지 하나같이 양기가 가득한 약초들이었다.
주상혁이 마침내 마지막 남은 약초를 손으로 들었을 때였다.
“어……?”
강렬한 빛이 보였다.
10단계.
오늘 처음 보는 강렬한 수준인지라 10단게로 분류해도 하자가 없을 법한 녀석이었지만…….
“음…….”
솔직히 사용할 일이 있으려나?
양기 10단계라면 아무래도 사용할 일이 없을 확률이 높다.
주상혁이 다루는 약초들은 양기든 음기든 1단계 2단계짜리 기운이 미비한 약초들이다.
양기 10단계를 쓰게 된다는 말은 그런 약초들로 단약을 만들면서 10단계의 약초를 추가로 넣을 만큼 균형이 일그러져야 한다는 말인데…….
“아무래도 그건 힘들지.”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까 조심스럽게 채집해서 인벤토리에 넣어 두는 것으로 채집을 마쳤을 때였다.
“슬슬 다른 데로 가 볼까?”
와와와왕!
슬슬 자리를 뜨려는데 낯익은 강아지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저 멀리 시선을 던지니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조그만 주주가 보였다.
신이 나서 동동 뛰어오는 주주의 꼬리에는 큼지막한 산삼이 들려 있었다.
백이십 년 삼?
오늘따라 주주가 큰일을 자주 해 준다.
코앞에 도착한 주주가 산삼을 내려놓고 낮게 엎드렸다.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것이겠지.
“그래, 잘했어.”
왕!
머리를 쓰다듬어 줬더니 신이 나서 빙글빙글 도는 주주를 보며 산삼을 챙겼다.
나중에 양갱 만들어 먹어야지.
주주가 구해 온 것이니 반으로 나눠 먹으면 딱일 것 같았다.
인벤토리에 산삼도 적재하고 천천히 일어났다.
품에 주주를 안고 다시금 자리를 뜨려던 주상혁이 허전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어디 갔지?”
중간까지는 뒤를 따라오는 것 같았는데
강혜영이 보이질 않는다.
뭐 알아서 앞가림 정도는 잘 하겠지만,
“찾으러 가야겠지?”
산에서 조난이나 당할 만큼 약한 녀석은 아니라도
따라온 녀석을 방관하는 것도 좀 아니기는 했다.
“혹시 약해영 어딨는지 알아?”
왕!
“오고 있다고?”
지금은 주주의 레벨이 더 높다.
주주가 그렇다니 잠자코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저 멀리서 강혜영이 뛰어오는 게 보였다.
“어디 갔다 왔냐?”
“이거요, 빠트리고 가길래 남아서 캐다가 좀 늦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함께 약초가 가득한 바구니를 내민다.
내가 이렇게 많이 빠트렸나?
앞으로는 더 세심하게 체크하기로 하고는 받아든 바구니의 내용물을 확인할 때였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상혁이 강혜영을 바라봤다.
“왜요?”
“네가 이게 약초인지는 어떻게 알아?”
아까 영지버섯 때도 그렇고,
묘하게 신경 쓰인다.
강혜영은 약초에 대해서 조예가 없다.
기숙사에서는 당연히 건조된 약재들을 봤을 뿐이고,
저번 생이라면 모를까 이번 생에는 약초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하지도 않았을 텐데…….
강혜영이 눈을 맞추다 생글생글한 미소를 그렸다.
“왜일까요?”
* * *
‘기억이 돌아온 건가……?’
저번부터 조금씩 돌아오는 기색은 보였지만,
지금의 반응을 볼 때 거의 확실해 보였다.
물어보려다가 달싹이는 입술을 닫았다.
“뭐, 말하기 싫으면 말고.”
가자.
앞장서서 걸으면서 약초를 다시 캐기 시작했다.
조금 전 일로 생각이 조금 싱숭생숭할수록, 그럴수록 약초를 캐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정신없이 약초를 캐다 보니 어느덧 하산할 시간이 되어있었다.
해가 지기 전에 바쁘게 내려가 차량에 올랐다.
근처에 숙소를 잡아 뒀는데 차는 그곳을 향해 이동했다.
숙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인벤토리의 약초를 확인하고 있자니 강혜영이 일어나 옆으로 앉았다.
“맞은편에 자리 넓잖아.”
인벤토리를 점검하며 불평하듯 말했더니 강혜영이 말했다.
“치…… 거짓말쟁이.”
“뭐가 거짓말쟁인데?”
“몰라요.”
이 녀석을 알고 난 뒤로 이렇게 불만 섞인 말투를 한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항상 고분고분하고 긍정적이던 녀석이 이러니까 묘하게 신경 쓰이긴 했다.
“그래서 여하튼 반대편 안 간다고?”
“안 가요!”
그러면서 옆으로 더 당겨 안는다.
맞은편으로 가서 앉을까 싶었지만 그래봐야 어차피 따라올게 뻔하고,
편히 갈 생각은 접고 그냥 약초를 체크하기로 했다.
약초는 하루 동안 채집한 것 치고는 제법 많았다.
‘이 정도면 얼핏 충분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금방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며칠은 더 채집하러 다녀야 할 수도 있겠지.
‘아니면 그냥 약초상을 싹 털어 볼까?’
신건우라거나,
아니면 이 근방의 다른 약초상들이라거나,
이곳저곳 뒤지면서 건조하기 전 약초를 그대로 매입한다면,
질은 조금 떨어져도 쓸 만한 약초를 구입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일은 한번 무작정 돌아다니기보다 약초상 쪽을 공략해 보는 걸로 생각을 마무리하니 때마침 차가 정차했다.
예약한 호텔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리 으리으리한 호텔은 아니었지만,
이 근방에서는 제법 고급 호텔이다.
외관이 제법 화려한 호텔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키를 수령해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자 주주가 왕왕 짖었다.
“주주는 목욕 준비하고 있을래?”
와왕!
욕실 문을 열어 줬더니 주주가 욕조에 물을 받는 게 보였다.
씻을 준비는 주주에게 맡기고 주상혁은 도로 거실로 나와 인벤토리를 켰다.
하루 종일 움직인 만큼 조금 쉬고 싶은 감도 있었지만, 아직은 할 일은 남아 있다.
인벤토리에 손을 쓱 집어넣은 뒤 꺼냈다.
손에는 전이 아티팩트가 두 개 들려 있었다.
일단 하나는 숙소를 찍어 놓고,
남은 하나는 이동을 준비한다.
반투명한 막이 시꺼멓게 변하고 잠시 후,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청초길드의 후관 옥상이었다.
후관 옥상에는 약초의 건조실이있다.
주상혁이 약초를 하나둘 널기 시작했다.
30분쯤 겹치지 않게 넓게 펼쳐 넌 주상혁이 마찬가지로 전이 아티팩트로 귀환했다.
숙소로 돌아온 주상혁이 옷가지를 인벤토리에서 꺼내서 욕실로 들어갔다.
좋아하는 오리 인형까지 욕조에 둥둥 띄워 놓고 기다리던 주주가 보챘다.
“안 돼, 그래도 욕조엔 씻고 들어가야지.”
먼저 주주를 끌어다가 꼬질꼬질해진 털을 깨끗하게 씻겨 주고,
이어서 뜨끈한 물에 자신의 몸도 씻어 낸다.
와왕!
“그래 들어가자.”
마침내 욕조로 들어가자 주주도 곧이어 따라 들어왔다.
따듯한 욕조 물에 몸을 의지하자 근육의 피로가 쫙 풀리는 기분이 몰려오고,
이어서 나른함이 그 자리를 채운다.
“오늘은 딱히 할 일도 없겠다 느긋하게 즐겨야지”
평소라면 보충제를 만든다거나,
이전까지라면 탕약을 달인다거나,
항상 바쁘게 시간은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미 조제술이 최고 레벨에 도달하면서 무의미한 탕약 달이기는 할 이유가 없었고,
보충제도 굳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만들 이유가 없다.
덕분에 정말이지 오랜만에 반신욕을 여유롭게 즐길 때였다.
띵동.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룸서비스를 시킨 적은 없는데 싶어서 마나를 확인해 봤더니 강혜영이다.
하는 수 없이 목욕을 마치고 챙겨 온 옷을 걸쳤다.
강혜영도 방금 막 씻었는지 머리에 물기가 약간 남아 있었다.
“무슨 일?”
“할 말이 있어서요.”
표정을 슬쩍 살폈더니 딱히 화가 난 것 같지는 않고 그냥 평소의 강혜영이다.
그새 짜증이 풀린 건가?
“안으로 들어오든가.”
거실로 돌아와서 수건과 드라이기로 주주의 털을 말리는 걸 끝내니 잠자코 지켜보던 강혜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왜?”
강혜영이 방바닥을 팡팡 치며 말했다.
“여기 누워 봐요.”
전에도 무슨 할 말이 있을 때면 나란히 누워서 재잘거리던 녀석이었기에 조금 뜸을 들였더니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빨리요.”
뭐 잡아 먹는 것도 아니고 강혜영의 요구대로 누웠더니 강혜영도 따라 누웠다.
“기억 안 나요?”
“기억? 무슨 기억?”
“우리 약속했잖아요.”
강혜영이 옆으로 돌아누워 맑고 깊은 눈으로 바라본다.
기억 안 난다고 잡아떼면 울 것 같은 눈이었다.
“진짜 기억 안 나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