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Mechanic Player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압록강 임시 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시고 안전등에 불이 꺼지면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드디어 도착인가.”
“어우,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으아, 가서 빨리 밥이나 먹고 싶다.”
도착 안내 방송과 함께 기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비행기가 완전히 착륙을 하고 인솔자가 나타나 식별 띠를 나눠 줬다.
“다들 팔에 차시고 내리시면 별도의 안내가 있을 겁니다. 우리 항공사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닉스가 받은 식별 띠는 녹색이었다.
40위부터 50위까지에 해당되는 레벨.
기내를 벗어나자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허허벌판 황량한 대지.
좌측으로는 얼어 버린 강이 자리했다.
“자. 녹색 팀 모여 주십시오. 녹색 팀 모여 주십시오.”
“파란 팀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통제에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대기하고 있던 이들에 의해 팀별로 나눠져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소형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녹색에서부터 빨간색까지 도색이 되어 있는 차량들.
딱 봐도 어디에 타야 할지 알 수가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하나둘 차에 오르는데.
“잠깐만요! 다들 대기해 주십시오!”
어디선가 간부로 보이는 자가 나타나 그들의 탑승을 저지했다.
무슨 일이냐는 듯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그런 그들을 보며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혹시 제닉스에서 오신 분들 있습니까?”
사내의 말에 양태식이 손을 들었다.
“제닉스입니다.”
“아, 여기 계셨군요.”
“무슨 일인가요?”
“여러분들은 따로 모시라는 지시가 있어서… 자, 됐습니다. 다들 출발하시고. 제닉스분들은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다. 가시죠.”
사내를 따라 간곳엔 고급 벤이 한 대 자리를 하고 있었다.
“타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모두가 탑승하자 차가 출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희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창밖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태정이 버스와 다른 방향으로 빠지는 걸 보며 물은 말이었다.
“일단 숙소로 모실 예정입니다.”
“근데 저쪽이랑 방향이 다른 것 같은데요.”
“톱 20은 내부 기지에 숙소가 있습니다. 뒤에 따라오는 빨간 차를 빼곤 다들 외부 기지에서 주둔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군요.”
일단은 대우가 괜찮은 편이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최소 20위권은 보장이 된 셈이니까.
양태식의 얼굴이 흐뭇함으로 번지고 참모장의 어깨가 슬쩍 올라갔다.
처음 참가하는 국가전에서 이런 대우라니.
양태식의 손이 슬그머니 태정의 손 위에 올라갔다.
“다 자네들 덕분이야.”
“별말씀을요.”
출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로 들어서니 여러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낡고 부서지고 이곳저곳 관리가 되지 않아 사람이 살까 싶은 건물들.
생각한 것과 다르게 매우 초라한 모습이었다.
“울산이랑 별반 다르지 않네요, 형님.”
“그런 것 같네.”
그들의 짧은 대화를 들은 인솔 간부가 그게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곳은 훈련 시즌에만 운영을 해서 그렇습니다. 비록 겉모습은 이래도 내부는 싹 치워 놨습니다. 지내시기에 불편함은 없을 겁니다.”
여러 건물을 소개받으며 도착한 곳은 10층짜리 빌딩이었다.
이미 외부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태정 등이 내려 내부로 들어가자 경계를 하는 듯 시선들이 심상치가 않았다.
그중 대부분은 그들이 착용한 식별 띠에 가 있었다.
‘뭐야? 녹색 띠가 여길 왜 와?’
‘해도 너무하는군. 여기가 무슨 동네 애들 놀이터도 아니고.’
‘인맥빨이겠지? 나라 잘 돌아간다.’
대부분이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근데 뭐 어쩌랴.
능력이 되는 것을.
그들에게 배정된 곳은 3층 4개의 방이었다.
“이렇게 나란히 쭉 사용하시면 됩니다. 활동은 자유롭게 하실 수 있으나, 될 수 있으면 멀리 나가지는 마십시오. 언제 소집이 이뤄질지 몰라서요. 아, 그리고 이건 호출기입니다. 불편하신 게 있으시거나 뭔가 필요한 게 있으시면 이것으로 연락을 주십시오. 그럼 금방 사람이 내려갈 겁니다.”
“알겠습니다. 아, 저기.”
“네.”
“저희 길드원들은 언제쯤 도착하겠습니까.”
“지금 공항 사정이 좋지 않아서 확실히 답을 드릴 순 없지만, 서울에 연락해 한번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인솔자가 사라지고 양태식이 태정 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 짐이 도착하지 않은 것 같으니. 가볍게 방 구경이나 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지.”
“좋은 생각이십니다.”
“음. 지금이 30분이니, 정각에 5층 레스토랑에서 보자고.”
“알겠습니다.”
양태식과 참모장이 차례로 들어가고 남은 태정이 한상진을 향해 말했다.
“미리 말하는 건데, 가급적 시비에 휘 말리지 마라. 참을 수 있는 건 다 넘겨. 우리가 이곳에 온 건 훈련 때문이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니까.”
“걱정 마십시오. 제가 또 참을성 하나는 발군이지 않습니까. 아까 그 백두산 놈만 해도 다른 사람 같았으면 열 번을 죽이고도 남았을 겁니다. 저나 되니까 부처님의 자비를 베푼 것이지요.”
“그래. 부처님의 자비.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예. 형님.”
한상진과 헤어져 객실로 들어온 태정은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는 내부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침대도 있고 티비도 있고 변기까지. 나름 있을 건 다 있네. 이야, 근데 이거 수도꼭지는 진짜 오랜만인데. 아직도 이런 게 있네.”
십자가 형태의 돌려서 사용하는 수도꼭지였다.
보통은 세탁기에 연결을 하는.
당연히 샤워기와 욕조 따윈 없었다.
대신 세숫대야와 바가지가 있었다.
이 믿을 수 없는 엔틱함이란.
문득 물이나 나올지 궁금해지는 태정이었다.
끽-! 끽. 끽!
촤라라락!
“오. 수압 보소. 괜찮네, 괜찮아.”
그렇게 변기 물까지 내려 본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TV를 틀었다.
몇 개 안 되는 채널.
그마저도 서울에서 보던 방송은 볼 수가 없었다.
어딘가를 비추고 있는 CCTV와 녹화가 된 훈련 영상들.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쓰잘데없는 방송보다야 이런 것들이 더 재미가 있으니까.
“특수전 부대 운용이라, 멋있는데?”
대충 둘러보던 태정은 약속된 시간에 밖을 나섰다.
그러자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대기를 하고 있는 한상진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언제부터 있었냐.”
“한 5분 됐습니다.”
“그럼 먼저 가지, 뭐 하러 기다려.”
“누가 형님께 암습이라도 가하면 어떡합니까.”
“여기서 누가… 길드장과 참모장님은?”
“조금 전 올라가셨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도 가자.”
한상진과 함께 복도를 빠져나온 그들은 중앙 계단으로 향했다.
당연히 엘리베이터 따윈 없었다.
그렇게 계단에 도착해 레스토랑이 있는 5층으로 올라가려는데.
내려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빨간색 띠를 착용한 이들.
처음 그들은 반사적으로 몸을 벽에 붙이려다 태정의 띠를 보곤 앞을 막아섰다.
그 모습에 태정이 한상진을 벽으로 밀며 자신 역시 벽에 밀착했다.
먼저 지나가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나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안 지나갑니까?”
“너흰 뭐냐?”
왜 불행한 예감은 항상 비켜 가지 않는 것일까.
다짜고짜 반말질이었다.
하지만 일일이 반응해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태정이었다.
“보면 모릅니까? 사람입니다.”
“그거야 알지. 근데 너희가 왜 여기 있냐고. 위에 늙다리들도 녹색 띠던데, 한패냐?”
길드장과 참모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참을 수가 없었다.
“설마, 그분들에게 무례한 짓을 한 건 아니겠지?”
“오. 이것 봐라? 눈빛이 달라지네. 했으면 어쩔 건데.”
더 이상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었다.
“너희 어디냐?”
“어딘지 알면? 덤비게?”
“네놈들의 길드장과 참모장을 잡아다가 똑같이 해 주려고 그런다.”
“뭐라고!? 이런 또라이 같은 새끼가 약을 잘못 먹었나…….”
“청룡대주.”
“옛.”
“부처님의 자비는 여기까지다. 처리해라.”
태정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한상진의 신형이 번개처럼 튀어나갔다.
“크악!”
“악!”
“으아악!”
순식간에 걸레짝이 돼 나자빠진 이들.
어딜 어떻게 때린 것인지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만 기고 있는 사내들.
그중 하나가 악독스러운 표정으로 태정을 노려봤다.
“너… 너 이게 지금 얼마나 미친 짓인지…….”
태정이 쭈그려 앉으며 그의 말을 잘랐다.
“이봐, 난 너희들이 누군지 몰라. 톱 텐이든 톱 20이든. 근데 만에 하나라도 내가 올라갔을 때, 길드장님과 참모장님께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땐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우리 길드의 모욕죄는 굉장히 비싸니까.”
“미, 미친놈. 크악!”
끝까지 반항을 하는 놈의 머리통을 한상진이 냅다 걷어찼다.
“감히 형님께 그따위 소리를…….”
“됐다. 그만해라. 잔챙이 족쳐서 뭐 하겠냐. 올라가서 확인을 해야겠다.”
고통에 신음하는 놈들을 뒤로하고 5층으로 올라간 태정은 구석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양태식 등을 볼 수 있었다.
“어. 자네 왔나.”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는 참모장.
다행히 그들의 신상엔 아무런 이상이 없는 듯해 보였다.
“별일 없으셨습니까?”
“무슨 일?”
“올라오는데 이상한 놈들이 있어서요.”
“이상한 놈? 아, 혹시 갈색 머리 아니던가? 자네와 비슷한 또래의…….”
“맞습니다. 그놈들이 두 분께 무슨 짓이라도…….”
“아. 신경 쓰지 말게, 그냥 텃세일 뿐이니까. 이런 곳에선 흔히 있는 일이지. 아. 그러고 보니 자네와도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구만.”
“저와요?”
“명도 한라산 말이야.”
“예? 그럼 그놈들이 거기 소속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소개를 하더군.”
“그렇군요. 명도 한라산이라.”
잊을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하긴. 그놈들도 16위인가 그랬었지. 이렇게 또 만나나.’
태정이 옛일을 떠올리고 있는데, 양태식이 궁금하다는 듯 말을 물었다.
“혹시 자네를 알아보던가?”
“아뇨. 서로 모르는 얼굴이었습니다.”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겠지? 좋은 기억은 아닐 테니까.”
“그럴 리가요. 있다 해도 훈련 기간 아닙니까. 그것 때문에 조진 건 아닙니다.”
“음? 조져? 뭘 조져?”
바로 그때였다.
“야! 거기!”
식당이 떠나갈 듯 외친 소리에 내부에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입구를 향했다.
그러자 고급 무장을 한 헌터 하나와 그 뒤로 십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정확히 태정 등이 있는 구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우리를 말하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신고식 한번 제대로 하는군. 이렇게까지 싫어할 줄은…….”
“그럼 진짜 제대로 한번 해 볼까요?”
“음?”
돌아선 태정이 정면을 응시했다.
그러자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헌터들.
하지만 그들의 전진은 채 20보를 나가지 못했다.
상대의 손에서 자색 오러가 솟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멈칫하기도 잠시.
잘됐다는 듯 헌터들의 입가에 미소가 배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찜찜했는데 먼저 기술을 사용하셨다? 우리야 땡…….”
마찬가지로 무기에 기운을 싣던 사내는 말을 끝까지 이을 수가 없었다.
반월형의 자색 오러가 무서운 속도로 쏘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