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0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04화
미믹의 두 간부는 낯빛을 굳히며 홍염을 등에 지고 있는 건우를 경계하며 생각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일범풍순(一帆风顺)
본래 그들의 계획은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매우 순조롭게 풀리고 있던 참이었다.
미믹이 그들에게 내린 명은 단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칠대마왕의 유산 중 하나인 반지의 탈취.
두 번째는 방송국에 있는 목격자들의 숨을 모두 끊는 것이었다.
본래라면 조기에 달성했어야 될 목표였지만.
테이머의 고질적인 나태함이 결국 최건우라는 화를 불러 왔다.
‘저런 녀석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거야?!’
테이머는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커서에게 물었다.
“커서, 저 자식이 언급한 쓰레기는 누구를 지칭하는 거지?”
“아마 우리인 것 같은데.”
빠득!
테이머는 이를 갈며 건우를 노려보았다.
“건방진 아시아인이 감히 우리를 모욕해?”
“테이머 조심해. 저 남자 보통내기가 아니야.”
“시끄러워! 당장 저 자식 숨통을 끊어 버려!”
테이머의 이마에 박힌 보석이 빛을 발하는 순간…….
쿠워어어어어어어!
몰려 있던 오크들이 대거 건우를 향해 몰려왔다.
곤봉과 도끼 등 그들이 가진 흉기가 사각 없이 건우의 몸을 도륙하려는 참이었다.
“피, 피하세요!”
뒤에 있던 오현숙이 크게 놀라 건우를 만류했고.
건우는 피하는 대신 오크 무리를 향해 손아귀를 뻗었다.
[사이클론을 발동했습니다.]후우우웅! 콰드드드드득!
손아귀에서 매섭게 뻗어 나온 소용돌이는 단숨에 오크무리를 찢어 버렸다.
위력은 거기서 그친 것만이 아니었다.
후우우우웅!
“뭐?!”
건우의 사이클론은 단숨에 미믹의 두 간부를 에워싸며 도주로를 봉쇄했다.
“빨리 뚫어!”
위화감을 느낀 테이머는 즉각 바깥에 있는 몬스터에게 명을 내렸다.
콰지지지지직!
바깥에 있던 오크들이 바람의 벽을 뚫으며 어떻게든 봉쇄로를 확보했다.
육신이 바람에 갈가리 찢겨나가고 있었다.
빠득!
테이머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커서!”
“준비 끝났어!”
부름에 화답하겠다는 듯 커서의 열손가락에 녹색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호흡기를 통해 연기를 흡입한 오크들은……
쩌적!
일제히 석화되어서는 몸 전체에서 균열을 일으키며 바람의 장벽을 막아 내었다.
부질없는 노력은 아니었는지 테이머와 커서는 몬스터를 방패 삼아 빠져나왔다.
그 광경을 엿본 건우는 슬며시 눈매를 좁혔다.
“뭔가 특이한데요.”
-어떤 점이 말이냐?
“전생의 경험까지 통틀어도 몬스터를 조종하는 것과 일정 범위로 저주를 확산시킬 수 있는 재주를 가진 각성자는 처음 봤어요.”
-흐음. 얼핏 봐도 여기 기준으로는 A급이다. 그리고 저 두 사람의 호흡은 S급도 단숨에 궁지로 몰고 갈 수 있겠지.
“결국 저 조합은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겠네요.”
후우웅!
건우는 한숨을 쉬며 소용돌이를 거두었다.
슬쩍!
문득 촬영장 중앙을 살폈을 때는 이번 사건의 타깃이었던 아티팩트가 사라진 뒤였다.
“저, 저기 몸은 괜찮으신가요?”
바로 뒤에서는 오현숙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그럭저럭 괜찮아요.”
[앱솔루트 실드를 전개했습니다.]대답과 함께 촬영장 중앙으로 무색의 장벽이 펼쳐졌다.
“이, 이건?!”
오혜숙과 출연진들은 일제히 당황해 눈을 부릅떴고, 건우는 그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이 장벽 안으로 몬스터는 넘어올 수 없으니 안심하세요. 대피로는 미리 확보했으니 몬스터 사체를 보더라도 기절만 안 하시면, 탈출할 수 있습니다.”
살았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까스로 얼굴에 활력을 띄웠다.
그 와중에 건우는 오현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건이 끝나면 잠깐 얼굴 좀 뵐 수 있을까요?”
“왜, 왜 그러시죠?”
당황한 오현숙에게 건우는 쑥스러운 듯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말했다.
“……꼭 사인을 받고 싶어서요. 저희 할아버지가 광팬이시거든요.”
“…….”
오현숙은 한순간 벙찐 표정을 짓다 곧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얼마든지 해 드릴게요.”
확답을 들은 게 마음이 놓였는지 건우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
타닥!
도주로를 확보한 미믹의 두 간부는 정신없이 발을 굴리고 있었다.
아오오오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다이어울프 무리가 둘러싸며 보호하고 있었다.
A급 각성자답게 그들의 속도는 다이어 울프와 호각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허억, 허억.”
입가에 단내가 풀풀 풍기며 전력으로 발을 박차도 추적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히 심리적인 프레셔가 아니었다.
전방좌우.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의 길목을 보호하고 있어야 할 몬스터들이 검상을 입고 주검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상세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광경은 더욱 해괴했다.
피로 떡칠된 몬스터의 손바닥 자국.
공포에 서린 채, 싸늘하게 식은 몬스터의 안구.
마치 몬스터가 겁에 질려 도망치다가 벌어진 현상 같았다.
“젠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한눈팔면 안 돼. 지금은 퇴각이 우선이야!”
흥분한 그를 달래기 위해 커서가 등을 돌린 순간…….
쩌적!
어째서인지 허공 언저리에 눈꽃이 피어오르며 주변의 열기를 모조리 강탈하기 시작했다.
[프리즌 필러를 발동했습니다.]쩌저저저적!
그와 동시에 그의 오른팔은 그대로 빙결의 기둥에 갇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작스런 고통에 커서는 울부짖으며 오른팔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진정해! 커서! 그대로 있다가는 체내에 있는 피마저 얼어붙는다고!”
“끄아아아아악! 젠장! 차라리 팔을 잘라 줘!”
“……칫!”
테이머는 혀를 차며 어쩔 수 없이 커서의 요구에 응했다.
콰직!
그가 조종하고 있던 오크가 단숨에 커서의 오른팔을 잘라 냈다.
푸쉿!!
상처 단면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분사됐다.
“허억, 허억!”
커서는 얼굴에 자신의 피를 흠뻑 뒤집어쓰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팔을 잃었다는 상실감보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훤히 엿보였다.
“젠장! 어디 있어! 이 개자식! 당장 죽여주겠어!”
테이머는 빠득 이를 갈며 뒤를 주시했다.
“어딜 보는 거야? 나는 여기 있는데.”
뚜벅뚜벅.
하지만 우습게도 마법을 시전한 당사자, 최건우는 뒤가 아닌 그들의 정면에서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오싹!
“……?!”
커서는 안색이 새파랗게 지렸고, 테이머는 다이어 울프와 오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죽여!”
취익! 크아아앙!
세뇌로 인해 공포심마저 지워졌는지 오크들과 다이어 울프는 건우를 향해 덮쳐들었다.
스윽.
건우는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인벤토리에서 사인참사검, 적과 청을 꺼내 들었다.
우웅!
유대의 힘으로 한층 강한 힘을 빗어 낸 사인검에서 검붉은 오러와 검푸른 오러가 각각 피어올랐다.
스팟!
건우의 신형은 단숨에 오크와 다이어 울프 사이를 강행 돌파했다.
니제르 일식, 암섬(Dark slash)
서걱!
두 자루의 검이 교차하며 빚어 낸 일합은 모든 몬스터들을 예외 없이 토막 냈다.
사지와 머리가 절단 났음에도 몬스터들은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인지조차 못한 듯 보였다.
“…….”
미믹의 두 간부는 토막 난 사체들과 쏟아지는 혈우를 맞으며 눈 밑이 어두워졌다.
실로 압도적인 힘이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꼬였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카앙!
건우는 두 자루의 검을 지면에 꽂으며 미믹의 두 간부에게 말을 걸었다.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니까 이름을 밝힐 필요는 없어.”
그 눈빛은 자비 없이 싸늘했으며…….
“하지만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는 제법 흥미가 있어.”
그 입가는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조소로 가득했다.
‘이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테이머와 커서는 각자 몸을 떨며 자신들을 사로잡은 공포를 떨쳐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에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트레일러에 게이트를 싣는다는 발상은 아무도 못했지. 실제로 불가능할뿐더러 그럴 시도를 해 볼 생각도 못 할 테니까. 조직 이름이 미믹인 건, 이런 해괴한 것을 감추면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인 걸까? 진짜 작명센스 최악이네.”
울컥!
테이머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입 닥쳐! 어디서 튀어나온 S급 헌터인지 모르지만 미믹의 활동을 방해하는 네놈은 곧 우리 타깃이다.”
“타깃?”
건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의미심장한 단어를 되뇌었다.
“미믹에 접근한 녀석은 지금까지 다 잡아먹혔어.”
“하아. 주제 파악을 못하는 걸까나.”
“무슨 소리지?”
건우는 정말 딱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눈매를 좁혔다.
“너희들이 진심으로 날 소화시킬 역량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중력마법을 발동했습니다.]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건우는 부스러진 콘크리트 파편에 중력마법을 시전한 뒤, 그대로 걷어찼다.
콰앙! 콰직!
날아간 파편은 테이머의 옆구리 살점을 짜부라트리다 그대로 관통했다.
“크아아아아아악!”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고통에 테이머는 격앙을 토해 냈다.
건우는 두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커서가 떨어뜨린 죽은 자의 손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이번에 그들이 노렸던 공간도약 기능이 담겨 있는 반지를 끼고 있는 손이었다.
-등급 : 유니크
-설명 : 공간도약을 통해 타인에게 간섭하되 타인의 접근을 용인치 않는 벨페고르의 성정이 깃든 반지. 칠대마왕의 무구 중 하나로 불린다.
-내구도 120/120
*공간도약 범위, 소지자의 역량에 따라 공간도약의 규모가 결정된다.
*소지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반지를 착용할 수 없다.
*현 소지자: 노티어
‘노티어?!’
낯익은 이름에 건우는 눈을 부릅떴다.
“푸훗!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다가 곧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실성한 것처럼 보이는 그 모습에 테이머는 미미하게 몸을 떨었고.
스팟!
커서는 단숨에 발을 박차 줄행랑을 쳤다.
“아아 정말 대단한 우정들이네.”
건우는 그들에게 괄시의 웃음을 남긴 뒤, 반지에 금빛 마나를 집약시켰다.
파지지지지직!
벨페고르의 반지는 거부반응을 일으켰지만 의미는 없었다.
[소유권을 부여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벨페고르의 반지를 습득하셨습니다.]스륵.
건우는 슬그머니 손에서 반지를 빼내 오른손 검지에 착용했다.
“마, 말도 안 돼!”
도망가야 돼.
눈앞에 있는 저것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괴물이다.
테이머는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커서가 도망간 방향으로 발을 박찼다.
그는 부상을 꼭 누르고서 황급히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도망쳤다.
뚜벅뚜벅.
건우는 느긋하게 발을 옮기며 그에게 나지막한 음성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트레일러에 자리 잡힌 게이트는 몬스터를 소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너희들의 도주로지? 아마 너희들이 통과하면 게이트는 그대로 사라지게 돼 있는 구조고.”
주륵.
‘뭐야? 이 녀석 어째서 우리의 밑천까지 다 꿰뚫어 보는 거야?’
한데, 어째서일까?
긴박한 상황임에도 테이머는 건우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하아.”
이번에도 건우의 한숨이 들려왔다.
“이쯤 말하면 슬슬 눈치채야 되는 거 아니냐? 탈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으아아아아악!”
테이머는 양쪽 귀를 막고 단숨에 바깥에 있는 트레일러로 진입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게이트에 진입한다.
그러면 저 괴물과도 영영 이별을 고할 수 있으리라.
환희에 가득 찬 마음으로 트레일러에 들어선 순간……
싸아아아아.
그가 제일 목격한 것은 얼음동상이 되어 숨이 멎어 버린 커서였다.
그 옆에는 얼음으로 깎아 만든 여왕의 조각상 같은 몬스터, 세피아가 팔짱을 끼며 도도하게 서 있었다.
“……커, 커서.”
테이머는 실성한 듯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리고 뒤늦게 트레일러에 진입한 건우는 세피아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만 끝내. 세피아.”
그 명령에 따라 세피아는 테이머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히익! 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
테이머는 이마에 박힌 보석에 붉은빛을 발산하며 세피아를 세뇌하려고 들었다.
저벅저벅.
하지만 세뇌의 빛은 세피아의 정신을 흐트러뜨릴 수 없었다.
네까짓 게 나를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도도한 그 눈빛은 마치 그런 말을 내뱉는 것 같았다.
“으아아아악!”
경악한 테이머는 아비규환 비명을 내질렀고.
푸욱!
세피아는 주저 없이 얼음송곳으로 테이머의 이마를 보석과 함께 꿰뚫었다.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