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0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06화
시간은 자정.
건우가 집으로 복귀한지 일주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고된 일이 마무리 되면, 휴식을 취할 법도 했지만.
지금 그는 전력보강을 위해 줄곧 이그너스의 영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바로 그때.
파직!
건우의 손끝에서는 금빛 마나가 번갯불처럼 번쩍였다.
띠링!
[인스파이어를 발동했습니다.]시스템 메시지음이 울려 퍼지자, 건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성공했구나.”
힘이 빠졌는지 건우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다 방에 비치된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허탈하게 웃어 보였다.
“꼴이 말이 아니네.”
일주일동안 전력보강에 매진한 결과,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이곳저곳 찢겨진 트레이닝복.
콧등에 걸친 뿔테 안경.
제대로 씻지 못한 앞머리는 헤어밴드로 이마 뒤로 넘겼다.
-사수 준비하고 있는 고시생 보는 느낌이구나.
세이비어는 저도 모르게 한마디를 남겼다.
“이번에는 붙어야 될 텐데. 걱정이네요.”
건우는 드물게 세이비어의 푸념에 어울려주고 있었다.
-어디 아프냐?
그 모습이 생소한지 세이비어는 유령의 모습을 드러내며 건우의 이마에 손을 얹는 시늉까지 했다.
“그럴 리가요.”
-그래서, 준비는 다 된 거냐?
“물론이죠.”
대답과 동시에 건우는 날이 벼린 눈빛으로……
“케이론.”
3계층, 슬리핑 포레스트의 보스를 호명했다.
우웅!
호명하기가 무섭게 건우의 눈앞에 게이트가 생성되더니, 케이론이 튀어나왔다.
달그닥.
지면에 딛는 발굽 소리가 묘하게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갑주와 가면을 착용하고 있는 이 반인반마의 몬스터는 예를 갖추며 건우의 명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4성급의 보스의 아우라는 전율을 돋게 할 만큼 위용이 넘쳤다.
스스.
하지만 그 위용이 넘치던 모습은 곧 꺼질 듯 사라졌다.
이그너스의 최종 보스는 어디까지나 건우다.
그의 하수인인 자신이 날을 세우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그 스스로 판단해 힘을 거둬들인 것이다.
건우는 왼손을 허리에 얹은 채 입을 뗐다.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나는 그 녀석들의 성정을 잘 알고 있어.”
그 녀석들.
그것은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내심 의문을 표할 법도 했지만 케이론은 그저 건우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니까 경우에 따라 선봉장인 너는 적이 움직이면……”
피식.
건우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말에 매듭을 지었다.
“몰살시켜.”
척!
케이론은 한쪽 팔을 들어 예를 취했고.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던 세이비어는 몸서리를 치고 말았다.
“쯧쯧, 저놈한테 걸린 놈들의 수난이 느껴지는구나.”
***
아크 길드의 회의실.
사제트와 선우혁은 마주 보고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달그락.
유리컵 안으로 위스키가 콸콸 쏟아지며 쌓여있던 각얼음이 무너졌다.
“전 됐습니다.”
사제트는 선우혁이 건넨 위스키 잔을 거절했다.
“허허허, 단 것만 먹으면 당뇨 걸리기 딱입니다.”
선우혁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잔에 있는 위스키를 목구멍 뒤로 꼴깍 넘겼다.
사제트는 흥미롭다는 듯 손등을 턱에 괴며 말했다.
“어째 아슬아슬하게 권좌를 지키고 있는 왕 같은 모습입니다.”
괄시의 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찌릿.
실제로 선우혁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노려볼 뿐,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언제나 풍파가 다가온다.
선우혁 그 자신은 아크 길드라는 거대한 범선의 선장으로 그 시련을 버텨냈지만.
지금은 그 범선을 이끌 동력원 중 하나를 잃었다.
선우유정.
바로 그의 장남이었다.
성격은 괴팍하기는 하지만 그의 공적은 길드에서 선우혁의 존재감을 북돋워주었다.
하지만 그의 행방이 묘연해진 순간.
휘청.
범선은 풍파에 크게 휘말려 가라앉을 위기에 처했다.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선우유정의 망나니 기질 성추행과 성추문 파동.
차남의 이중적인 기질까지…….
언론이 그동안 묵과하고 있었던 화제들을 연달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쯤 되니, 같은 길드조차 선우혁의 대표자질까지 의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쭈욱.
선우혁은 위스키를 들이키며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위태위태한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저희에게는 빌라이언 당신이 있잖습니까. 지금은 길드의 정예부대인 플래쉬나 암부였던 킬더스크를 웃도는 A급 각성자 집단이 탄생했습니다. 앞으로 공장처럼 쭉쭉 생산이 가능하게 혼신의 힘을 다해 돕겠습니다.”
“공장이라…….”
신묘한 어감에 사제트는 피식 웃었다.
아크 길드에서 실험체가 된 각성자들은 백 명.
이중 62명은 사제트의 인체실험에 정신이 미쳐 폐인이 됐다.
추리고 추려 A급 각성자로 강제로 역량을 끌어올린 인원은 총 48명.
허나, 이 또한 미완성된 결과로 그들의 수명은 길게 봐도 앞으로 1~2년이 한계였다.
애석하게도 실험체가 된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희희낙락하고 있다.
헌데, 길드 대표란 자가 그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부르르.
사제트는 미미하게 몸을 떨다가…….
“푸하하하하, 불량률이 50프로가 넘다니 턱없이 쓰레기 공장이군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물건이야 만들다 보면 점점 개선되게 되어 있습니다.”
쪼륵.
선우혁은 거기에 한 술 더 떠 빈 잔에 위스키를 따라 사제트에게 건넸다.
덥석.
사제트는 이번에 잔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느긋하게 잔을 돌리며 입을 뗐다.
“크크크크, 다시 한번 국내 최강 길드로서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는 걸림돌은 꼭 제거해야겠지요.”
선우혁은 주먹에 힘을 주며 말했다.
“……최건우. 그 녀석은 이 세상에 지워지게 될 겁니다.”
“아암 믿고 있습니다.”
쨍!
두 남자는 잔을 부딪치며 입가에 음산한 웃음을 띠었다.
***
홍대 인근.
대학에서 강의를 마친 최지혜는 동기들과 함께 귀가를 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 건지, 대체로 얌전한 선정에 비해 김주희는 들뜬 표정으로 입을 열고 있었다.
“지혜야. 이번에 너희 오빠 돌아오셨다며?”
“응. 근데 얼마나 바쁜 건지, 집에 돌아오지 않아.”
최지혜는 섭섭함이 묻어 나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나하고 소개팅 자리 주선해 줄 수 있어?”
흠칫!
그녀의 천진난만한 질문에 선정은 크게 어깨를 떨었다.
지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글세, 아무래도 그러려면 줄 길게 서야 할걸.”
“혹시 오빠가 다수를 만나고 있거나…….”
지혜는 고개를 저으며 해명했다.
“주변에 호감은 많이 사고 있는데, 우리 오빠는 누구를 만나는 것보다 일에만 몰두하고 있어,”
대답 직후 지혜는 은연중 한숨을 쉬었다.
건우는 일이 아무리 많아도 결코 그녀를 소홀히 대한 적은 없다.
미국에 있을 때도 꼬박꼬박 전화를 하며 안부를 묻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혜는 오히려 그런 건우의 모습이 걱정됐다.
만면에는 여유가 가득한 것 같지만.
건우는 늘 무언가를 쫓으며 초조해하는 기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나 몰래 떠나가는 거 아니야.’
한참 동안 뜸을 들이고 있는 지혜의 모습에 주희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혹시 여자가 아닌 다른 취향을 가진 거라든가.”
“그건…….”
지혜는 검지를 입술에 붙이며 무심코 춘삼의 모습을 떠올렸다.“푸훗!”
물론 그런 일은 없을 테지만.
묘하게 그들의 티키타카 한 모습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하, 그건 아니야. 소개팅까지는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꼭 오빠를 소개할게.”
선정의 표정은 시무룩해졌고, 주희의 표정은 절로 밝아졌다.
“약속이다.”
“호호호, 알았어.”
그때, 선정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말을 걸어왔다.
“근데, 지혜야.”
“응?”
“늘 들고 다니던 인형 어디 있어?”
지혜는 물끄러미 자신의 백을 쳐다보다 곧 동요하고 말았다.
“세, 세피아”
건우가 귀국한 후, 액세서리처럼 붙어 다녔던 세피아가 사라진 것이다.
혹시 길이라도 잃은 것은 아닐까?
“미안, 오늘은 너희 먼저 가.”
울먹이는 지혜를 본 선정과 주희가 당황하며 입을 뗐다.
“우리도 같이 찾아볼게.”
“너무 당황하지 마. 설마 그 까칠하고 도도한 애가 길을 잃었겠어.”
“고마워. 찾으면 연락 줘.”
타닥.
지혜는 발길을 돌려 세피아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
도심의 골목.
그늘이 드리워진 그곳에는 네댓 명의 남녀가 최지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범인과 달리 전신에 흉흉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얼마 전까지 D~C급 헌터로 활동하던 아크 길드의 길드원이었다.
특별한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아크의 구성원으로서 그저 죽어가는 처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가 찾아왔다.
빌라이어 스코필드.
그의 잔혹한 실험으로 그들은 끔찍한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나비가 우화하듯 그들은 재각성을 하여 A급의 힘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A급 헌터가 된 그들에게 하달된 첫 번째, 명령.
그것은 최지혜의 납치였다.
“얼굴이 참 반반하네. 저 나이에 죽기 참 아까워. 정말 죽일 수밖에 없는 거야?”
“대표님 성격 알잖아.”
최지혜의 발랄한 미소를 보며 길드원 중 한 명이 쓴웃음을 지었다.
선우혁의 두 아들은 최건우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뜻하지 않는 비보에 선우혁은 크게 낙심하며 건우에게 복수를 꿈꿨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평소 함무라비의 원칙을 추종하던 선우혁의 행동 이념을 보자면, 머잖아 최지혜의 목숨도 앗아갈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들 역시 이를 명백하게 범죄라고 자각하고 있었다.
허나, 그들은 선우혁의 명을 거절할 수 없었다.
선우혁은 막대한 투자를 해 그들에게 힘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S급이 될 때까지 절대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그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이것은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전원의 일치된 생각이었다.
“어, 저건 뭐야?”
바로 그 순간.
그들의 눈앞으로 아담한 인형이 총총 걸어오고 있었다.
“어이쿠 귀여워라. 이건 또 무슨 장난감이래.”
능글맞게 웃고 있던 길드원이 손길을 내미는 순간.
쩌저저저저적!
그들이 딛고 있는 지면이 전부 얼어붙기 시작했다.
“어?”
순식간에 발이 얼어붙었다.
그로 인해 모두가 경계심을 곤두세울 때.
카앙!
인형의 몸이 두둑 깨지며 회백색의 게이트가 생성됐다.
스스.
게이트 안에서부터는 혹독한 눈보라가 불어 닥쳤다.
그리고 얼음으로 조각된 여성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빙의 군주, 세피아.
평소 인간을 업신여기던 크리스탈의 눈빛이 오늘은 어떤 이유에선지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을 연상케 했다.
오싹!
그녀의 눈빛과 마주친 아크 길드의 길드원들은 전의가 사그라졌다.
이길 수 없다.
살아남을 수 없다.
그들은 난생처음 신이 태초에 인류에게 건네준 공포란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였다.
눈앞에 있는 몬스터는 절대적인 우위에서 인간을 사냥하는 포식자였다.
제일 앞에서 그녀를 지켜보던 길드원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목에 핏대를 세웠다.
“도망…….”
하지만 그는 말에 끝매듭을 지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쩌저저저적!
피부는 물론 폐부 깊숙하게 세피아의 빙결저주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빠지지지지직 콰아앙!
얼음덩어리가 된 그들은 그대로 몸이 깨져 게이트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후우우웅!
세피아는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지 더욱 힘을 방출하며 주변의 눈보라를 흩뿌렸다.
그러나 그때.
“세피아!”
인근에서 들려오는 지혜의 목소리에 인상을 구기며 마력을 거둬들였다.
스스스스.
어느새 게이트가 닫히고 세피아의 몸이 은빛으로 뒤덮이며 조금씩 줄어들었다.
잠시 후.
아슬아슬하게 마리오네트로 돌아온 그녀는 지혜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걱정했잖아. 세피아.”
홱!
지혜의 진심 어린 걱정에 세피아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곤 사뿐사뿐 걸음을 옮겼다.
걸음의 방향은 건우와 지혜가 사는 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려워서 다가가지 못했을 테지만.
피식.
지혜는 빙그레 입꼬리를 올리며 세피아를 안아들었다.
“역시 집이 좋지.”
풀썩!
자신의 신세에 한탄하는 건지, 세피아는 고개를 수그렸다.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