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1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09화
치익!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 위로 기름에 달군 계란물이 노릇노릇 익더니 어느새 달걀말이로 변해 있었다.
보글보글.
그 옆에 있는 뚝배기에서 멸치로 다린 육수가 끓자…….
타악!
건우는 능숙하게 된장을 풀고서 미리 썰어 두었던 두부와 애호박, 꿀 등을 넣으며 간을 맞췄다.
식탁 위에는 굴비구이와 불고기 등이 올라와 있었다.
식탁에 앉아 있던 최지혜는 입꼬리가 축 처진 상태로 투덜거렸다.
“오빠는 못하는 게 뭐야? 정말 불공평해.”
“못하는 거라…….”
건우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요리를 잘하는 건, 짐꾼 때의 경험도 분명 도움이 됐지만.
결정적인 것은 요리 채널을 볼 때, 전수(?) 받은 요리 레시피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완전기억능력.
건우는 이 능력을 활용해 머릿속에 구상한 이미지를 그대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대개 일반인의 경우는 그 과정이 서툴게 옮겨져야 했지만.
건우는 그 과정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그가 못하는 게 과연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내뱉은 그의 한마디는 바로 이것이었다.
“연애는 잘 못하지.”
“…….”
“…….”
일순간 지혜와 춘삼이 경멸어린 눈빛으로 건우를 쳐다봤다.
그러자 건우는 더욱 경멸 어린 표정으로 춘삼에게 말했다.
“나가. 네 집 가서 밥 먹어.”
“아니! 형님 왜 지혜 씨는 놔두고 저만!”
“너랑 지혜랑 같냐?”
건우는 새삼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지혜조차 어이없는 표정으로 춘삼을 흘깃 바라봤다.
“춘삼 씨. 비겁하네요.”
“크흠.”
춘삼은 헛기침을 하며 굳게 자리를 지켰다.
“에휴.”
건우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저 녀석은 대체 언제 철들려는 건지…….
‘아니 철없는 양반이 한 명 더 있었지.’
건우는 거실 테이블에 놓여 있는 반지를 쳐다보았다.
짜악!
100인치의 거대한 TV 화면에서는 오현숙이 젊은 여배우의 뺨을 후려치고 있었다.
오현숙은 독기가 가득 서린 눈빛으로 말했다.
-천한 것!! 감히! 여우짓으로 내 아들을 꼬드겨서 우리 집안에 들어오려고 해!
-어머님, 그게 아니에요.
-입 닥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건우는 저도 모르게 소름 돋았다.
‘무, 무서워.’
-어후, 소름.
세이비어도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음성이 미미하게 흘러나왔다.
바로 그 순간.
삑!
춘삼이 채널을 돌려 버렸다.
-이 샹놈의 X끼야! 죽고 싶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어르신이 보고 있는데. @%#$#@%$@#$
한순간, 엄청난 육두문자가 흘러나오려고 하자 건우는 재빨리 반지를 움켜쥐었다.
“형님. 가끔은 뉴스도 들어 줘야 세상사는 느낌 들지 않겠습니까?”
다행히 욕은 듣지 못했는지 춘삼은 우물우물 음식을 씹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힐끔.
건우는 미심쩍은 눈으로 춘삼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 같은 경우는 사기 치기 위해 잡다한 지식 쌓으려고 봐 왔겠지.”
“쿨럭!”
느닷없는 팩폭에 춘삼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헛기침을 했다.
지혜는 그런 춘삼에게 물 잔을 건네주었고, 춘삼은 허겁지겁 물을 들이켰다.
피식.
그 광경에 건우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평소 적을 향해 짓는 교활한 웃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말 마음이 편안해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흘러나온 것이다.
전생부터 지금까지 줄곧 지키고 싶었던 일상이니까.
‘이번에는 망가뜨리게 놔두지 않아.’
다시 한번 이 평화를 지키겠다고 결의하는 순간,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소식입니다. 한국의 3대 길드 중 하나인 아크 길드에 대낮에 벌어진 테러로 인해…….
뉴스에서는 조작된 진실이 흘러나왔다.
선우혁의 사망.
그리고 승계 받을 후계자가 없어 그 뒤를 잇게 된 유지호.
건우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나오지 않았다.
화면에는 유지호가 전의를 상실한 아크 길드의 결속을 다지고, 그간 아크 길드에서 벌어진 악행에 대해 허리 숙여 사과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
예민한 화제일 법도 했지만 건우는 차분했다.
마음만 먹었으면 아크 길드는 건우의 손에 무너졌을 것이다.
그가 유지호에게 기회를 준 것은 단순히 아크 길드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길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높은 난이도의 게이트는 아직까지 대형 길드의 영역이었다.
건우의 표정이 무너진 것은 다음 뉴스였다.
-다음 소식입니다. 세간에서 가장 큰 화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전대미문의 게이트 발견으로 파르데비아 가문의 주최 하에 선정된 세 개 국가에서 S급으로 편성된 팀이 참가하였습니다.
“……?!”
홱!
건우와 춘삼은 크게 놀라 화면에 시선을 빼앗겼다.
화면에서는 아나운서가 살짝 동요한 눈빛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경위는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개인 자격으로 레이드에 참가의사를 표명한 팀도 있는데요. 알려진 바로는 팀의 리더는 최건우 헌터라고 합니다.
“…….”
어느새 지혜는 서늘한 눈빛으로 춘삼과 건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삐질.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건우와 춘삼은 고개를 돌렸다.
삑!
춘삼은 급하게 막장 드라마로 채널을 돌리며 말했다.
“혀, 형님. 요새 뉴스는 재미가 떨어지네요. 역시 막장의 맛이 있어야지. 하하하.”
“모처럼 맞는 말을 하네. 하하하.”
헛웃음을 터뜨린 건우는 슬며시 지혜를 쳐다봤다.
쀼루퉁.
이미 화를 돌이키기에는 늦었는지, 지혜는 볼을 부풀리다가 결국 언성을 높였다.
“집에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위험한 데로 가겠다는 거야!! 그리고 그동안 무슨 짓 하고 돌아다닌 거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지 건우와 춘삼은 고개를 수그렸다.
세이비어는 그 장면을 보며 영화를 보듯 바라보며 감상을 내놓았다.
-오! 막장드라마보다 재밌는 전갠데.
저녁 식사가 끝난 뒤.
건우와 춘삼은 삐진 지혜를 달래느라고 한창동안 애를 먹어야 했다.
그리고 결국 직접, 발로 뛰어나가 고급 아이스크림을 갖다 바침으로 어느 정도 화를 풀 수 있었다.
“하아.”
두 사람은 한 방에 모여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춘삼은 손에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요즘 기자들은 겁이 없네요. 파르데비아 가문의 눈치도 보지 않고 느닷없이 보도를 내다니.”
파르데비아 가문.
그 조상은 탑에서 건너온 교류자이며 은발의 적색의 눈빛은 혈통의 고유 특성이라고 전해진다.
그들은 마정석을 가공해 만든 에너지를 세계에 보급하는 중추.
그런 가문의 심기를 건드리는 짓은 되도록 삼가 해야 했다.
자칫 하다가는 말도 안 되는 것으로 트집 삼아 교역을 중단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파르데비아에서 그런 일을 한 전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건우는 쯧 혀를 차며 말했다.
“어찌 보면 외압에 굴하지 않는 언론이겠네.”
“그나저나 형님. 레이드에 참가할 멤버는 다 뽑은 건가요?”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한 명이 남았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여러 소동이 있었지만 일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권유를 받은 권정아는 호쾌하게 제안을 받아들였다.
건우는 그녀와 카페에서 만나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결국 이 누나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능력이 필요하다는 거네.
-둘 다예요.
-어쭈 이제 밀당도 할 줄 아나보네?
그리 말을 하며 권정아는 건우의 볼을 쭉 잡아당겼다.
-아픕니다.
권정아는 건우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답했다.
-좋아. 레이드에 참가할게. 왠지 흥미진진해지는데.
-……감사합니다.
그녀의 천진난만한 웃음에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돌적이지만 권정아의 성격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오히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은 건우의 미안한 감정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모처럼 선보이는 연상다운 그 모습에 건우는 감사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대상은 미국의 테오도르였다.
기나긴 고민 끝에 그는 이메일로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했다.
[Acept]무척이나 짧고 강력한 동의가 아닐 수 없었다.
“남은 한 명은 랜디 크루거가 형님한테 소개해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한 번 만나 보기로 했어.”
“네? 어디서요?”
씨익.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한국으로 온다고 했어. 듣기로는 미국에서 난동을 부린 마인 출신이라고 하더라고. 대체 뭘 기대하고 나한테 소개하는 줄은 모르겠지만, 재밌을 것 같아서 만나 보기로 했어.”
쩌적!
훅 들어온 말에 춘삼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
칙칙칙.
높게 솟아오른 자이언 드롭이 모두의 마음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추락하기까지 약 3초.
꿀꺽!
모두가 숨을 죽이는 순간.
후우웅!
놀이기구가 하강했다.
“꺄아아아악!”
사람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광경을 한 여인이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멀리서 봐도 확연히 미인이라고 느껴졌다.
풍성한 흑발을 모아 올린 머리.
맹수를 연상케 하는 금안.
이목구비가 뚜렷한 전형적인 남미계의 미인상이다.
낯선 한국에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놀이동산의 풍경만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움직일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읏차!”
그때 풍선이 나뭇가지에 걸렸고, 그것을 붙들기 위해 소녀가 손발을 허우적거렸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풍선을 손으로 집어 소녀에게 건넸다.
“가, 감사합니다.”
강렬한 그녀의 인상에 소녀는 당황했지만, 감사인사는 잊지 않았다.
그녀는 살포시 웃으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벤치에 돌아가려는 순간.
위잉!
느닷없이 긴급재난방송이 울려 퍼졌다.
-긴급 상황! 긴급 상황! 인근에 발생한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다수의 몬스터 떼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신속히 안전지침에 따라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캬아아아악!
방송이 흘러나오기가 무섭게 렛맨들이 산에서 공원으로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얼핏 봐도 그 숫자는 세 자리 이상이었다.
콰앙!
사전에 설치해 둔 방벽은 일제히 무너졌다.
“꺄아아악!”
“도망가!”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풍선을 들고 있던 소녀는 인파에 휘말려 그대로 넘어졌다.
“혜나야!”
“어, 어 엄마!”
당황한 소녀의 어머니가 소녀에게 손을 짚었지만 인파로 인해 거슬러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캬아아아아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렛맨들은 가장 약해 보이는 사냥감.
소녀를 노렸지만…….
후웅! 사삭! 사삭! 사삭! 사삭!
느닷없이 불어 닥치는 검은 삭풍이 렛맨 무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렛맨들의 몸통이 모조리 썰려 나가 허공에 널브러지는 장관이 펼쳐졌다.
그 앞에는 흑색의 나이프를 들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야성이 충만한 금빛의 동공은 사람뿐만 아니라 몬스터의 오금도 저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렛맨들은 부들부들 몸을 떨다 일제히 그녀를 덮쳤다.
바로 그 순간.
[기가 라이트닝을 발동했습니다.]콰르르릉! 파직!
일순간 그녀의 뒤에서 펼쳐진 거대한 전광이 단숨에 렛맨을 휩쓸었다.
그리고 전광에 닿은 렛맨은…….
스스스스.
그대로 잿더미가 되어 날아갔다.
여인은 눈매를 좁히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건우가 활짝 웃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웰컴 투 코리아.”
홱!
그녀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초면인데, 서로 통성명 정도는 하자고. 내 이름은 최건우야. 너는?”
굳게 닫힌 그녀의 입은 그제야 떨어졌다.
“……타냐. 타냐 래퍼드.”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