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1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10화
1성급 게이트의 던전 브레이크.
위험성은 극도로 낮지만 몬스터는 인류에게 큰 위협이라는 것은 변함없다.
게다가 게이트를 뚫고 나온 몬스터는 렛맨.
여타의 몬스터와 달리 왕성한 번식능력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숫자 때문에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에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은 한 각성자 때문이었다.
이름은 타냐 래퍼드.
S급 헌터로 과거 미국에 반기를 든 전 마인이었다.
현재, 그녀는 건우와 같이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운전석에는 춘삼, 조수석에는 건우.
뒷좌석에는 그녀가 창문을 멍하니 쳐다보며 이동 중에 있었다.
두근두근.
여유로운 건우와 달리 춘삼은 손에 땀을 흘릴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하하하하, 가만히 있으니 분위기 참 어색하네요.”
“나도 어색해. 인마.”
타냐는 힐끔 두 남자를 보며 말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 뭐든 답해 줄 테니까.”
의외로 털털한 성격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건우가 질문을 던졌다.
“아, 그래? 그러면 왜 이번 게이트 공략에 지원을 나선 거야?”
“일자리가 필요했어.”
“S급 헌터는 어디서든 대우를 받고 일할 텐데? 너를 고용하려면 조건이 어떻게 되는데?”
타냐는 팔짱을 끼며 답했다.
“게이트 1회의 기본 참가 비용으로 10억. 난이도에 따라 금액은 더 증가돼. 파티 리더는 신중한 판단력을 가진 인물이어야 돼. 멍청한 리더 때문에 파티가 몰살당하는 건 사양이야.”
“커, 커헉! 10억이라니…….”
조건을 들은 춘삼은 입을 벌리며 경악했다.
세상에 아무리 S급이라고 해도 그렇지.
게이트 공략 1회에 10억은 터무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우는 표정에 변함없이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한국어는 어디서 배웠어?”
“제노글로시(Xenoglossy). 각성을 하면서 터득한 스킬이야. 난 모르는 언어라도 자연스럽게 듣고 말할 수 있어.”
“오오오오!”
춘삼은 진심으로 감탄한 건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내 완전 기억 능력이랑 비슷한 건가?’
건우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했다.
“가족은?”
“세 자리 수야. 구성원 일일이 언급해 줄까?”
“아니.”
집단을 이루고 있는 대가족이라도 되는 걸까?
궁금했지만 타냐의 답변이 아주 길어질 것 같기에 묻지는 않았다.
건우의 말문이 끊길 때쯤, 이번에는 춘삼이 질문을 던졌다.
“좋아하는 이상형은 어떻게 됩니까?”
“……나를 압도적으로 꺾을 수 있는 남자. 원하면 한 번 도전해 보든가.”
홱!
“형님 도전해 볼 의향이 있습니까?”
춘삼은 자연스럽게 건우에게 대답을 떠밀었다.
꽈악!
건우는 대답 대신 춘삼의 볼을 꼬옥 꼬집었다.
“이 자식, 수습하지도 못할 거면 그런 사적이면 질문은 하지도 마!”
“아아아아! 형님 아픕니다. 저 운전 중입니다.”
타냐는 힐끔 건우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최건우 그래서 대답은?”
“……궁금하냐?”
끄덕.
의외로 관심이 있었는지 그녀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건우를 주시했고.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아직 연애할 생각도 없고, 어지간하면 동료가 되고 싶은 사람이랑은 싸우고 싶지 않아.”
“……동료가 되고 싶다고?”
타냐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말을 뭐하긴 하지만 타냐는 주변에 무관심한 성향이었다.
고용주들은 그녀의 능력을 높이 샀지만.
그녀와 교류에 있어서는 항상 질색해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기 어려울뿐더러, 소싯적에는 미국에 큰 난동을 벌인 마인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난잡하고도 불길한 이력.
그렇기에 지금까지 만났던 고용주들은 타냐를 신용하지 않았다.
한데, 처음 대면한 자신을 벌써 동료로 받고 싶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의 만남은 서로가 서로의 역량을 재는, 일종의 면접이다.
건우는 그녀를 파티의 구성원에 넣을지 안 넣을지 판단해야 했다.
결렬 될 시, 타냐는 미팅참가비로 3000만원을 받고 귀국하면 그만이다.
“어지간히도 급했나보군.”
타냐는 결국 건우의 말을 사탕 발린 말로 치부했다.
그러자 건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명확히 이유를 말했다.
“강한 건 당연히 필수요소지만, 그와 별개로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거든. 너 아이 좋아하지?”
“……별로.”
슬쩍.
민망한 듯 타냐는 시선을 회피하다 눈을 살짝 치켜뜨며 입을 뗐다.
“그나저나 내 과거에 대해서는 왜 묻지 않는 거지?”
“나중에 친해지면 천천히 가르쳐 줘. 급한 거 아니잖아.”
“…….”
타냐는 잠시 말문을 잃었고, 춘삼은 이번에도 건우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형님. 그거 타고난 기질입니까?”
“뭐가 인마?”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건우가 찌릿 노려보자, 춘삼은 깨갱 짖는 강아지마냥 시선을 회피했다.
“그나저나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아직 확정은 안 났지만, 일단 멤버를 소개해야 하지 않겠어?”
끼익.
건우의 답변과 함께 춘삼이 차를 세웠다.
차가 멈춘 곳은 한국에서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각성자 체육관이었다.
입구 근처에서는 권정아가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왔냐?”
여전히 털털한 그 모습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안에서 기다리지. 뭐 하러 나와요?”
“지루하기도 하고 바깥바람 쐬는 게 낫잖아. 춘삼이 너는 사기 안 치고 잘 지내냐?”
“쿨럭!”
훅 들어온 기습적인 안부인사에 춘삼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부, 부끄러운 과거는 청산중입니다.”
“그래야지.”
그녀는 춘삼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우악스럽게 쓰다듬었다.
“끄아아아아악!”
격려 아닌 격려에 춘삼은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잠시 후 춘삼에게 손을 뗀 권정아는 타냐를 쳐다보았고.
“이쪽은…….”
뚜벅.
건우가 소개하려는 찰나.
타냐는 발걸음을 옮겨 권정아의 바로 앞에 섰다.
그녀들은 말없이 눈을 마주쳤다.
권정아의 눈빛은 마치 ‘뭐야? 이건.’이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신장은 권정아가 살짝 커서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우웅!
타냐가 도발하듯 전신의 기도를 해방했다.
권정아는 당황하지 않고 곧장 기세를 끌어올려 맞섰다.
쿠구구구.
압도적인 마나의 출력에 대기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S급 헌터들의 마력이 뱀처럼 서로 얽히고설키며 상대를 물어뜯으려 하고 있었다.
“형님. 마, 말려야 되는 거 아닙니까?”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은데.”
“혀, 형님?”
건우의 생뚱맞은 대답에 춘삼은 경악했다.
바로 그때, 세이비어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두 녀석 다 과거에 있었다면 꽤 위상을 떨쳤을 게다. 어쩌면 영웅의 반열에 올랐을 지도 몰라.
“쩝, 이래서 재능충이란.”
건우는 입맛을 다시며 두 여자의 마력을 관찰했다.
권정아의 힘이 순식간에 상대방을 압박하는 성난 파도 같다면.
타냐의 힘은 상대방이 눈치도 못 채게 상대를 옥죄는 그림자였다.
빠직!
두 여인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동차의 유리에 균열마저 일어났다.
“끄아아아악! 내 애마가!”
애마의 주인인 춘삼이 절망했다.
“인사는 거기까지.”
건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나무라자, 두 여인은 힘을 거둬들였다.
“대략적인 프로필은 보내놨으니 이름은 서로 알고 있죠?”
타냐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
권정아는 답변을 하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타냐를 쳐다봤다.
“테오도르는 알고 있지?”
타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과거의 악연이지.”
“멤버는 테오드와 정아 누나, 그리고 나까지 구성돼 있어. 이제 너의 생각을 듣고 싶은데.”
“…….”
타냐는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권정아의 힘은 확인했다.
확인 결과, 실질적으로 자신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승자가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할 강자였다.
그런 점을 감안해 봤을 때, 권정아는 파티에서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그렇다고 긍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었다.
타냐 래퍼드.
그녀는 지금까지 수많은 레이드 팀을 꾸려왔다.
레이드 성공은 80퍼센트를 웃돌았지만 실패도 번번이 있었다.
실패의 이유는 그녀의 역량 문제보다 파티의 내부 갈등으로 인한 분열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점에서 건우의 팀은 사사로운 정이 많이 엮여있는 팀이 확실했다.
‘어떻게 할까?’
타냐는 고심하다 슬쩍 건우의 얼굴을 쳐다봤다.
생각해 보니 나이로만 따져도 그는 이번 파티의 구성원 중에서 제일 나이가 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오도르와 권정아는 그를 확실히 리더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성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팀은 상당한 리스크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거절하라고 통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냥 이성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이 지금 말하고 있었다.
이 남자를 따르라고.
만약 건우의 제안에 응하면 사상 최강의 소수 정예 레이드 팀이 꾸려진다.
그리고 각 국가 간에 구성된 S급 레이드 팀과 경쟁을 해야 한다.
이것은 여러모로 그녀의 감정을 자극하기 충분한 요소였다.
피식.
어느새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나도 그동안 많이 지루했나보군.’
타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레이드 참가비용은 10억. 거기에 레이드에서 얻은 아티팩트나 보물의 가치를 금전으로 환산해서 5퍼센트의 인센티브까지 얹어 주면 참가하지.”
“좋아.”
건우는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손을 내밀었고.
꽈악.
타냐가 손을 마주잡음으로써 계약이 성사되었다.
***
인천공항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찰칵! 찰칵!
건우를 촬영하기 위한 기자들의 취재 열풍과 건우를 보러 온 많은 사람으로 인해 빚어진 혼란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건우를 만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건우는 이미 파르데비아에서 마련한 전용기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건우는 배웅을 위해 온 지혜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빠, 다음에 돌아오면 올가미로 꽉 붙들어 맬 거야.”
“올가미는 좀 너무하지 않니? 오빠가 사냥감도 아니고.”
“안 그러면 또 위험한 데로 갈 거잖아. 그냥 한국에서 레이드를 하면 안 되는 거야?”
지혜의 못내 서운하다는 말투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머리에 손을 올렸다.
“나밖에 할 수 없거든.”
“…….”
지혜는 쀼루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수그렸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어깨동무를 해 왔다.
화들짝!
깜짝 놀란 지혜가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권정아가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지혜야. 여차하면, 이 언니가 오빠를 구해 줄 테니까.”
“어, 언니요?”
서슴없이 다가와 말을 건네는 그녀의 호탕함에 지혜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동경하던 그녀를 실제로 만나니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내 사인 필요하다고 했지. 의미 없는 짓을 왜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기 잔뜩 해뒀어.”
옆을 보니 권정아를 마중 온 체육관 훈련생들이 사인판을 잔뜩 들고 있었다.
“…….”
지혜가 잠깐 입을 열지 못하자, 권정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필요 없으면 버릴까?”
“아니요! 절대 안 돼요!”
지혜는 혹여 빼앗아 가기라도 할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
당황한 듯 권정아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
한편 건우는 착잡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뭐야? 인마. 그 불만 가득한 눈빛은?”
“아닙니다. 아무것도.”
권정아의 질책에 건우는 삐진 듯 등을 홱 돌렸다.
보다 못해 세이비어가 말을 늘어놓았다.
-사내자식이 누구를 닮아 마음이 쫌탱이 같아?
“먼 옛날의 조상님을 닮았나 보죠. 뭐.”
-뭐 인마.
탁.
문득 지면에서 발을 떼니 권정아 역시 건우와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 뒤로 춘삼과 타냐가 따라왔다.
“오빠!”
순간 뒤에서 지혜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슬쩍.
등을 돌려 살피니, 지혜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잘 갖다 와!”
피식.
애써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이니 건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제아무리 S급 각성자라고 해도 가족의 걱정을 끼치다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녀석이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저 모습과 이 평화를 간직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다녀올게.”
건우는 웃음으로 화답을 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