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1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12화
콰콰콰콰콰쾅!
빗발치는 파괴음이 연달아 허공에 울려 퍼졌다.
건우의 일격은 말 그대로 융단폭격과 같았다. 습격자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으며 고통스러워했다.
-크아아앙!
그중 건우의 발판이 된 용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어떻게든 건우를 떼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크윽! 미친 새끼가!”
“됐어. 서투르게 도발하지 마. 오늘은 여기까지다.”
세 명의 인영 중 한 명이 혀를 차며 재빨리 손을 뻗어 마법을 시전했다.
스슥!
그의 마력은 용과 두 사람을 감싸더니 이내 안개처럼 사라졌다.
‘매쓰 텔레포트?!’
건우는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현 시대의 각성자 중에서는 공격계 마법이 아닌, 중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공간계 마법을 쓰는 이는 극히 드물다.
거리 좌표를 계산할 정도의 머리가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생업을 위해 던전을 공략하는 헌터가 습득하기에는 다소 무리였다.
스윽.
용은 500미터가 넘는 부근에 다시 몸을 드러내더니…….
쏴아아아아.
곧장 해안을 가로질렀다.
“이 자식아 진정해!”
건우의 힘에 적잖이 놀랐는지 용은 혼란을 가다듬지 못한 듯 보였다.
세 명의 습격자들은 그런 용을 달래며 가까스로 건우에게 벗어나고 있었다.
피식.
건우는 그런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냥 가면 섭섭하니 선물을 줘 볼까나.”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적에게 자비를 베풀 만큼 건우는 관대하지 않았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분노와 적의.
건우는 아직 그 감정들을 힘껏 표출하지 못했다.
우웅.
그 분노를 건우는 손아귀에 힘껏 마력으로 표출했다.
[헬파이어를 발동했습니다.]화륵.
그 손에는 검붉은 화염 다발이 하나로 집합해 거대한 구의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헬파이어.
일전에 세이비어가 사용했던 화염계 최강의 마법.
머릿속에는 헬파이어를 구성하기 위한 수많은 마력 패턴이 일렁거렸다.
이미 익혀 둔 패턴이었기 잊을 일은 없다.
그동안은 마력이 부족해서 사용하지 못했을 뿐.
디아도스를 처치하고 레벨 100에 달한 지금에 와서는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어느새 건우의 손에는 동산 크기의 헬파이어가 맺혀졌다.
쏴아아아아.
열기의 여파 때문인지 바닷물이 조금씩 증발되며 주변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조금씩 복원되고 있는 비행기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권정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아, 목말라. 저 녀석 화나면 엄청 화끈하게 구네.”
“저게 저 남자의 진면모인가?”
타냐는 흥미롭다는 듯 팔짱을 끼며 관전의 자세를 취했다.
한편, 깜깜한 새벽을 환하게 밝히는 건우의 헬파이어에 습격자들은 일제히 당황했다.
“미친, 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방법이 없는 거야?!”
“크윽, 젠장!”
당황한 두 인영과 다르게 매쓰 텔레포트를 시전한 마법사는 연달아 매쓰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순식간에 거리는 5km로 벌어졌고.
주륵.
힘을 연속으로 사용한 부작용인지 마법사는 입가에 피를 흘렸다.
건우는 그런 그들에게 종언의 한마디를 날렸다.
“잘 가.”
싱긋.
웃으면서 내뱉는 한마디와 함께…….
화르르륵.
헬파이어는 그들을 집어삼킬 듯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젠장, 도망 가!”
마법사는 크게 소리를 내질렀고.
이내.
화르르르르륵!
헬파이어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
새벽 중 벌어진 소란의 폐해는 어마무시 했다.
건우가 빗어 낸 헬파이어로 인해 하늘에서는 곧장 적란운이 생성되더니…….
쏴아아아아.
이내 비가 되어 쏟아졌다.
세이비어는 그런 건우에게 말을 내뱉었다.
-너는 일단 자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해라.
“지구야. 미안해.”
건우는 짤막하게 사과를 내놓은 뒤, 역중력 마법을 시전해 복원중인 항공기로 돌아왔다.
권정아는 건우를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몸은 멀쩡한 것 같고, 녀석들은 해치웠어?”
건우는 잠시 고심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놓친 것 같아요. 인기척이 사라진 게 좀 수상쩍었어요.”
“왜? 헬파이어에 타서 사라진 거 아니야?”
그녀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건우가 아닌 타냐였다.
“지상에서였으면 답 없이 잿더미로 산화됐겠지. 마지막 마법사가 매쓰 텔레포트로 피신한 곳은 바닷속이었어. 제아무리 헬파이어라고 해도 바다를 완전히 증발시킬 수는 없으니까 피해는 격감시킬 수 있었을 거야.”
“아…….”
상황을 이해한 권정아는 감탄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야기는 그만하고 일단 따뜻한 데서 이야기하지 않겠어요? 여기 조금 춥네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회귀의 링이 빠르게 회전하더니…….
스스스스.
비행기는 금세 원래의 모습으로 원상 복구됐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쉰 건우는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드르렁 쿨.
침대에서는 춘삼이 코를 골며 깊은 수면에 취하고 있었다.
“…….”
건우는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방금 전 비행기가 박살 나 추락직전에 놓였건만.
어떻게 그 굉음과 폭풍이 몰아닥치는 중에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걸까?
세이비어는 유령의 모습을 드러내며 멍 때린 표정으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건 어떻게 생겨 먹은 외계생명체야?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이번에는 그 질문에 부정할 수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춘삼에게 이불을 덮어 주며 조용히 방밖으로 나섰다.
***
시간은 새벽 4시 20분.
항공기에서 벌어진 참사로 하마터면 많은 인명 피해가 날 뻔했지만, 건우의 기지로 항공기를 운영하던 인원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크게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건지 혼란을 수습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비행기 조종은 AI가 맡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
권정아의 방.
온갖 헬스 기구들이 바닥을 뒹굴고 잡지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곳에 모인 건, 중간지점인 그녀의 방에서 회의하기 편했기 때문이다.
힐끔.
방을 살피던 타냐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감상을 늘어놓았다.
“위생불량이군.”
빠직!
권정아는 이빨을 갈며 말했다.
“아, 위생불량이라서 미안하게 됐네요. 그래도 이것도 치운다고 치운 거거든.”
콰앙! 와르르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옷장에 숨겨 둔 아령과 잡다한 물건들이 쏟아져 내렸다.
“…….”
부끄럽기는 했는지 권정아의 얼굴이 상기됐다.
건우는 모른 척 외면했지만.
“좀 치우고 사는 게 어때?”
타냐는 구태여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을까?”
권정아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분개했다.
“자자, 진정하시고요. 싸우려고 모인 게 아니잖아요.”
결국 파티의 리더인 건우가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후우.”
권정아는 간신히 호흡을 고르며 화를 다스렸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자, 건우가 입을 열었다.
“습격자의 정체에 대해서 짐작은 하고 계시죠?”
“글쎄…….”
권정아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난색을 표했다.
건우는 이해한다는 듯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드에 참가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권정아에게는 이번 레이드에 대한 내막을 자세히 알려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던 타냐가 팔짱을 끼며 답했다.
“이번 레이드에 참가하는 세 개 국가 팀 중 하나겠지.”
“미국, 러시아, 중국이라고 했지?”
권정아의 질문에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습격한 이유는 본격적으로 레이드를 시작하기 전에 경쟁자들을 추려내기 위해서일 거예요.”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데?”
“그만큼 이번 던전에서 취할 것이 국가에 이득이 될 거라고 판단한 거겠죠.”
“전에 들어 봤을 때, 탐사로봇을 이용해 던전 내부를 순찰한 게 전부라며. 아직 그 가치를 확인해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
타냐는 눈매를 좁히며 답변을 내놓았다.
“파르데비아 일족도 참가하기 때문이야.”
이번 레이드에서는 각 팀마다 파르데비아의 일족이 한 명씩 기록관으로 참여한다.
이는 그들 스스로가 아틀란티스 던전이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누군지는 알아냈어. 넌 가까이 가서 봤을 거 아니야?”
권정아의 질문에 건우는 고래를 저었다.
“복면 때문에 얼굴을 보지도 못했어요. 영어로 말하는 건 일부러 혼란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 같고요.”
“누가 됐든 무슨 상관일까? 어차피 다른 국가라고 해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타냐의 말에 권정아는 우드득 주먹의 관절을 풀며 답했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걸리면 뒤통수 맞은 만큼 두들겨 패야지. 그걸 가만히 있어? 네 가족이 당해도 그렇게 차갑게 굴 거야?”
“아니.”
가족을 언급하기 무섭게 타냐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푸훗.”
그 모습이 한순간 귀엽게 느껴져 건우는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두 여인은 동시에 건우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웃지 마!”
***
아프리카 해역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섬이 위치해 있다.
섬의 면적 29,000㎢.
거주하고 있는 인원은 약 300만 명.
면적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구가 밀집해 있지만.
공항과 항구.
마정석을 가공하기 위한 산업기반까지 비치된 이곳을 비웃을 수 있는 국가는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세계유일의 에너지 생산지이기 때문이다.
섬의 이름은 파르데비아.
그 이름은 이곳 일족의 이름을 그대로 따와 지칭하게 된 것이다.
섬의 중심부에 건립된 화려한 성에는 파르데비아 일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외교관조차 쉽사리 발을 들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이 중심부를 성역이라고 칭하고는 했다.
실제로 성역이란 이름에 걸맞게 성을 호위하는 대다수 병력이 각성자였다.
게다가 방공시설까지 갖춰져 있으니, 전쟁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이곳에 발을 들이밀 사람들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뚜벅뚜벅.
성내에는 벌써 여러 사람들이 발을 들였기 때문이다.
무단침입은 아니다.
오늘은 가주의 용인 하에 각 국가에서 S급 헌터들이 팀을 꾸려 방문한 것뿐이다.
성내 응접실.
“크하하하, 기분 죽인다.”
가장 먼저 존재감을 돋보이는 건, 미국의 S급 헌터 에드먼 칸이었다.
다부진 체격에 호탕한 웃음은 그의 성격이 털털하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보여 주었다.
실제로 그는 전 세계 고위직들도 발을 딛기 어려운 파르데비아 성내에서 맥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중국 진영은 차를 훌쩍 마시며 무덤덤하게 앉아 있었다.
그 옆에 있는 러시아 진영은 차갑게 벼려진 눈길로 경쟁자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쿠구구구.
몇 번이고 언급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전부 S급 각성자들이다.
단순히 위압감을 표출한 것만으로 같은 각성자라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숨 막혀.’
실제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리리스 파르데비아는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양옆으로는 이번에 기록관으로 선택된 그녀의 형제, 자매들이 있었지만.
그들 중에서는 단 한 명도 리리스를 걱정해 주는 이는 없었다.
바로 그때.
집사장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 팀이 도착했습니다.”
끼익!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종들이 문을 열어젖혔다.
“……?!”
드디어 시작인가?
이 순간 모두의 이목이 한 군데로 몰렸다.
뚜벅뚜벅.
모두의 시선을 받은 건우는 코트를 팔락거리며 걸어왔다.
그 뒤로는 권정아와 타냐가 레이드 복장을 갖추고 뒤따라오고 있었다.
뚜벅뚜벅.
건우는 자연스럽게 단상 위로 발걸음을 향했다.
“……?”
뜬금없는 돌발행동에 집사장은 당황하다 자리를 비켜 주었고, 건우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입을 뗐다.
“최건우입니다.”
싱긋.
짤막한 소개와 함께 입꼬리는 장난스럽게 올라갔다.
“초면에 이런 말을 하게 돼서 정말 죄송스럽지만, 여러분이 이번 레이드를 통해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은 삼가셨으면 좋겠네요.”
발언 직후.
쿠구구구구.
자리에 참석한 모든 S급 헌터들이 건우에게 적의를 표출했고.
‘뭐, 뭐 하는 거야! 저 인간!’
재회를 기대했던 리리스의 머릿속은 백짓장처럼 하얘졌다.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