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1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13화
뜻하지 않는 건우의 인사는 선전포고가 돼버렸다.
경쟁자들의 적의가 한껏 쏟아졌지만.
뚜벅.
건우는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단상에 내려왔다.
세이비어는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하여간 국지도발을 거는 수준은 어딜 가든 변하지 않는구나.
“원래 제 성격이잖아요.”
건우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세이비어의 말에 공감했다.
부조리한 것에 있어서는 무릎을 꿇고 싶지 않았고.
도발을 가한다면, 더 큰 도발로 맞서는……
그런 고집스런 면모는 F급 짐꾼인 시절부터 있었다.
“정말인지. 저를 섭외할 때부터 그 배짱은 변하질 않는군요.”
단상에 내려오니 언제 온 건지, 테오도르가 쓴웃음을 지으며 건우에게 손을 건넸다.
건우는 그와 악수를 취하며 답했다.
“원래 제 성격이 이러니까 이해해 주십시오.”
“애초에 그 배짱이 마음에 들어서 합류한 겁니다.”
악수를 마친 건우는 손을 떼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잠시 실례할게요.”
양해의 한 마디를 남긴 뒤, 건우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리리스가 있는 쪽이었다.
움찔!
그녀의 곁에 있던 파르데비아의 자제들은 일제히 어깨를 떨며 당황했다.
그들의 눈에 건우는 예의 없는 동방의 외지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풍요로운 파르데비아에서 계속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삼엄했다.
리리스가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형제, 자매들에게 말했다.
“저를 찾아온 거니까 너무 호들갑 떨지 마세요.”
울컥!
형제, 자매들은 불쾌한 반응을 표출했지만 리리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넌 언제나 마이페이스구나.”
“그런다고 당신이 어울려 주지도 않잖아요. 흐음.”
말을 끝마친 리리스는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건우를 관찰했다.
“……?”
의미심장한 표정에 건우는 고개를 까닥이며 그녀의 말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생각보다 미남이시네요.”
“뭐야? 갑자기.”
비아냥거리는 건가?
……싶었지만 루비 같은 눈이 반짝거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 진심으로 나온 감탄사인 듯 보였다.
슬쩍.
건우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회피했다.
이렇게 대놓고 칭찬을 받으니 조금 민망했기 때문이다.
“어라, 지금 쑥스러워하시는 거예요?”
리리스는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얄궂게 웃어 보였다.
“쑥스럽기는. 고맙다. 너도 참 예뻐.”
“훗, 당연하죠. 이래 보여도 제가 어머님을 가장 많이 닮았거든요.”
리리스는 그 칭찬이 당연하다는 듯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도도하게 답했다.
“…….”
그녀의 마이페이스에 세이비어조차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진짜 너의 천적인가 보구나.
“그러게요.”
건우는 조용히 공감을 표시했고.
스윽.
리리스는 대뜸 스커트 자락을 붙들며 우아하게 인사를 건넸다.
“초면에 상대방의 외모를 평가하다니 무례한 점 사과드릴게요. 아무래도 가면을 벗은 모습은 처음 보니 생소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갑자기 안 어울리게 왜 그래?”
“파르데비아의 혈족인 제가 은혜를 끼친 은인에게 인사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하면,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거잖아요.”
고집스런 그 모습에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
깜짝 놀란 리리스는 눈을 부릅떴고 건우는 차분하게 말을 내뱉었다.
“어렵게 말할 필요 없어.”
얼굴이 잔뜩 상기된 리리스는 어렵사리 입을 뗐다.
“……그때는 고마웠어요.”
“천만에.”
둘 사이에 훈훈한 분위기가 펼쳐진 순간.
“휘익!”
등 뒤에서 조롱하는 듯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적발, 갈색 눈빛을 가진 남자.
전신에는 핏빛처럼 붉은 아우라를 펼치고 있었다.
그것은 순수한 투기로 위협이 아닌 도발의 목적으로 선보이는 것이리라.
“이야 설마 한국의 히어로에게 이런 특이한 취향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내 이름은 알고 있나?”
“글쎄 잘 모르겠는데.”
“드미트리 레보스키야. 이번 러시아 팀에서 리더를 맡고 있는 헌터지.”
드미트리는 괄시하는 눈빛을 보내며 건우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용건은 뭐지?”
“느닷없이 이렇게 선전포고를 해 주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다들 안 그래?”
그의 도발에 각국의 리더들이 건우에게 다가왔다.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은 치파오를 입고 우아한 미를 뽐내는 여인이었다.
“중국 팀의 리더, 담화린. 경솔한 도발이었어. 우리를 자극한 건…….”
“로웰 아이만이다. 네놈이 테오도르를 꼬드긴 녀석이군.”
은백발에 얼음장처럼 차갑고 푸른 눈동자는 건우의 모습을 단단히 새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압박 아닌 압박에 리리스는 다시금 긴장했다.
‘이, 이 사람들 이러다가 여기서 싸움이라도 벌이는 거 아니야.’
건우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듯 도발을 가했다.
“이상하네. 여기 중에 누군가는 분명 나한테 호되게 당했을 텐데.”
“……?!”
“……?!”
“……?!”
세 남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애초에 공정한 경쟁을 바라지도 않아. 단 선을 넘으면 어떤 대가를 치를지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거야.”
경고를 남긴 건우는…….
스윽.
그대로 양손을 움직여 드매트리의 옷깃을 고쳐주었다.
그 모습이 묘하게 멱살을 쥐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드미트리는 낯빛을 굳히며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건우는 조곤조곤 그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다시 한번 저속하게 날 도발하면 그 잘난 낯짝 부숴 버린다.”
“이게?!”
예상치 못한 폭언에 드미트리의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하지만 선뜻 주먹을 내뻗지는 못했다.
이곳에 헌터들이 모인 조건 중 하나는 무력 사용 금지.
섣불리 무력을 썼다가는 아틀란티스 문명을 탐사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기회조차 잃어버린다면, 제아무리 그가 S급 헌터여도 고국에서 징벌은 피할 수 없으리라.
“잘해 보자고.”
건우는 그의 어깨를 두 번 툭툭 두들기며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리리스는 눈치를 살피다가 급히 발을 동동 굴렸다.
“가, 같이 가요.”
“…….”
각국의 리더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그의 등을 주시했다.
면전에서 가장 큰 모욕을 받은 드미트리는 전신에 마력을 해방했다.
그러자 그가 들고 있던 포도주가 담긴 잔은 단숨에 균열이 가더니…….
쨍그랑!
단숨에 깨지며 가루로 흩날렸다.
안에 담겨 있던 포도는 이미 마력에 의해 증발된 뒤였다.
‘애송이가 감히 날 도발해?’
면전에서 모욕을 받은 것은 처음인지, 드미트리는 이성을 쉽사리 주체할 수 없었다.
“그만 진정해.”
“이러다가 레이드 자격도 박탈당하겠어.”
러시아 팀의 동료들은 흥분한 그를 가까스로 만류했다.
***
아틀란티스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한 레이드 멤버가 모두 파르데비아의 성에 집결했다.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긴장을 풀기 위해서인지, 응접실은 연회장으로 변모됐다.
어디에서도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산해진미의 음식들.
우걱우걱.
춘삼은 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넣고 있었다.
“…….”
테오도르, 타냐, 권정아는 친목을 위해 건우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그시.
하지만 대화가 오고 가는 대신, 그들은 미심쩍은 시선을 건우에게 건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건우의 옆에 붙어 있는 리리스 파르데비아 때문이었다.
그녀는 시종일관 투덜거리면서도 건우의 옆에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한 권정아가 건우에게 기습적인 질문을 던졌다.
“로리콘?”
“거참, 위험한 소리를 해 주시네요.”
건우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그녀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반면, 리리스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왜요? 빼앗길까 봐 겁나요?”
빠직!
어처구니없는 도발에 권정아는 분노를 표출했다.
“생각보다 여우 끼가 있네. 요 녀석. 설마 던전까지 우리를 쫓아올 생각은 아니겠지.”
간신히 감정을 추스르고 추슬렀지만 그녀는 리리스의 말을 하나, 하나를 곱씹고 있었다.
하지만 리리스의 도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연히 저는 기록관으로서 이 파티에 합류할 거예요. 던전 탐사에 파르데비아 일족이 기록관으로 참가시켜야 된다는 건 알고 있죠?”
리리스의 말에 타냐는 인상을 찡그렸다.
“방해되니까 사양하고 싶은데.”
테오도르도 타냐의 말에 적극 공감했다.
“우리는 아이를 보살피면서 레이드를 치를 수 없기는 하지. 이건 단순한 놀이가 아니야.”
“제가 리스크라도 된 것 마냥 말씀해 주시네요.”
그들의 말에 리리스는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너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이번에는 권정아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리리스를 도발했다.
울컥!
리리스는 주먹을 꽉 쥐며 이야기했다.
“이래보여도 저는 파르데비아에서 손꼽히는 천재예요. 아틀란티스 문명을 발견하면, 그 문명을 해독하고 관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죠.”
-호오. 그 말대로라면 정말 쓸 만한 능력이구나.
그녀의 말에 세이비어는 탄성을 자아냈다.
건우 역시 솔깃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문명을 보고 해독할 수 있다는 것은 저명한 고고학자에게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탑의 세계는 방대하다.
탑에 있는 랭커조차 탑에 있는 세계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없을 정도다.
하물며 탑의 역사에서 지워진 던전의 문명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건우는 리리스를 힐끔 쳐다봤다.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녀는 살짝 눈물을 흘리며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피식.
귀여운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프라이드가 있는 성격이라 딱히 거짓말할 성격은 아니야.’
건우는 팔짱을 끼며 모두의 앞에 말했다.
“난 찬성이야.”
“…….”
모두가 낯빛을 굳혔고, 리리스의 안색이 순간 밝아졌다.
신임을 받는 자리에 있는 만큼 건우는 명백히 이유를 밝혔다.
“이번 탐사에서 더 많은 보상을 취득할 수 있는 지름길을 제공해 주는 거잖아. 신변은 내가 책임지고 보호할 테니까 날 믿어 줘.”
건우의 말에 세 남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권정아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리더가 저렇게 말한 만큼 동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타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고.
“흐음.”
테오도르는 건우에게 흥미롭다는 눈치를 주었다.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건우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바로 그때.
“가주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집사장의 발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은백발을 흩날리며 한 남자가 계단에 올라섰다.
나부끼는 은발, 그리고 짙은 홍색의 눈빛.
그리고 창백한 그의 피부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어 주었다.
의상은 슈트 대신, 신부나 마법사처럼 검고 긴 의상을 입고 있었다.
리리스는 숨을 삼키며 말했다.
“……아버지.”
“뭐?!”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얼핏 보면 그의 모습은 이십대 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홱!
주변을 살펴보니, 리리스의 형제자매도 긴장하며 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 반응만 봐도 남자의 정체는 쉽사리 파악할 수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오르비스 테레 파르데비아.
바로 현 파르데비아의 가주였다.
단상에 오른 그는 호흡을 고르며 말을 내뱉었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현 파르비아의 가주 오르비스 테레 파르데비아입니다. 먼저 번거롭게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은 탑에서 내려온 한 예언 때문입니다. 그 예언은 바로 이겁니다.”
‘예언?’
갑자기 무슨 예언?
갑자기 생뚱맞은 주제에 모두가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울 때.
오르비스는 괴랄한 내용을 내뱉었다.
“심해 부근에서 성난 바다뱀이 눈을 뜨고 바다를 가로지른다. 그 몸부림으로 지상의 절반이 침수될 것이며 뱀의 조상은 사람을 다시 만들기에 이른다.”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