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1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15화
‘뭐, 뭐야? 이 자식!’
건우와 눈을 마주친 담화린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마안.
그중 마주친 것만으로 살아 있는 것들을 경직시키는 사안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스윽.
건우의 검은 어느새 그녀의 목을 살짝 찌르고 있었다.
다행히 검신은 검집 안에 그대로 있는 상태였다.
오싹!
일순간 죽을 뻔했다는 것을 감지한 담화린은 가슴이 싸해졌다.
하지만 담화린은 당황하는 티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원래 이렇게 예의가 없나?”
싱긋.
건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거두었다.
“예의가 없는 건 누굴까?”
그러고서는 소룡과 담화린을 한 번씩 훑어보았다.
움찔!
시선에 노출된 소룡은 바들바들 떨며 어쩌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응?”
처음 대면하는 걸 텐데?
춘삼은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소룡의 반응은 뭐랄까?
마치 귀신을 보고 기겁한 사람의 반응과 유사했다.
그때, 건우가 지그시 눈매를 좁히며 춘삼에게 말했다.
“라면 가지고 온다더니, 어디서 농땡이 치기에 늦게 들어오는 거야? 라면은 어쨌어?”
춘삼은 포개져 있는 컵라면 융기를 보여 주며 말했다.
“한 입 먹는다는 게 어느새 사라졌네요.”
“……하아.”
건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방에 들어가 있어.”
“형님. 제가 후딱 한 그릇 해 오겠습니다.”
빠직!
왜일까?
이놈은 꼭 쓸데없이 한마디를 덧붙여서 사람을 자극한다.
“들어가 있어!”
건우는 결국 언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후다닥.
춘삼은 발에 부리나케 방으로 기어 들어갔다.
“…….”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건우는 짐짓 눈을 뜨며 소룡 쪽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 상처. 역시 나한테 당한 건가?”
움찔!
소룡은 크게 놀라 바들바들 떨었다.
반면, 담화린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무슨 소리지?”
건우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각성자 중에는 가끔 야수화가 가능한 케이스가 있잖아. 만약 저 녀석이 S급 각성자에 용으로 변신이 가능하다면 꽤 이야기가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소룡은 반사적으로 담화린의 뒤로 자신의 모습을 감췄다.
담화린은 끝까지 일관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용이라니 터무니없는 소릴 해 주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원래 있던 능력은 조금 다른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탑의 기술을 접목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데.”
“소설 쓰는 걸 좋아하는군.”
“지금 여기서 내가 난동을 부리면 결과가 드러나겠지. 살아남으려면 뭐든 해야 될 거 아니야.”
“…….”
담화린도 이번에는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건우의 눈빛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이다.
이 괴물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건드리다가는 시체조차 온전히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담화린은 본능적으로 그 생각을 가슴 깊이 새겼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건우는 맹렬히 화가 들끓어 올랐기 때문이다.
습격자의 주체는 이미 중국 팀으로 밝혀진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건우가 분노한 이유는 비행기의 습격 때문이 아니었다.
분노의 이유는 소룡의 존재 그 자체였다.
“……너희들은 저렇게 어린아이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알기나 하는 거냐?”
“부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어떤 선택도 주저하지 않아.”
소신 있는 그녀의 발언에 건우는 차갑게 비웃었다.
“염병하고 자빠졌네.”
“……?!”
모욕적인 발언에 화린은 얼굴에 핏기가 솟아올랐다.
뚜벅.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룡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파르르르르.
소룡은 건우의 존재에 기겁해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건우는 손아귀에 마력을 밀집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스스스스스스.
손에 맺힌 금빛의 마력은 단숨에 소룡의 몸을 뒤덮었다.
그러자 소룡이 전신에 입은 상처가 차차 사라지더니 어느새 완치되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우의 행동에 담화린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적을 치료하다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지금 무슨?!”
복원을 마친 건우는 다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흥분하지 마. 이번 한 번은 넘어가줄게. 그런데 다음은 없다.”
할 말을 마친 건우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빠득!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담화린은 등을 돌려 소리쳤다.
“네까짓 게 뭔데?!”
푸욱!
그 순간 새카만 마귀의 손이 그녀의 눈깔을 뽑아냈다.
“꺄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담화린은 피가 철철 흘리는 얼굴을 붙들고 절규를 토해 냈다.
***
“꺄아아아악!”
성내에서 담화린의 끔찍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머릿속이 혼란으로 뒤덮인 그녀는 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고.
소룡은 그런 린을 붙들며 달래기 시작했다.
“린, 린 왜 그래?”
“눈이, 내 눈이 사라졌어?!”
“누, 눈? 멀쩡한데?”
그녀의 양쪽 눈은 눈물이 고였을 뿐, 멀쩡히 자리 잡혀 있었다.
건우는 그런 그녀를 등진 채로 시선도 건네지 않았다.
그때 세이비어가 말을 걸어왔다.
-배워놓으니까 쓸 만한 데 많지. 요 녀석아.
그의 희희낙락한 어조에 건우는 피식 웃어 버렸다.
“그러게요.”
방금 전 건우는 담화린에게 나이트메어를 시전했다.
통상 S급 헌터였기에 마력 저항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저주 시전 횟수가 50회가 넘어가니 그녀의 마력내성도 결국 통용되지 않았다.
나이트메어를 시전할 때, 건우가 그녀에게 준 암시는 앞서 말한 경고와 상관없는…….
‘흥분하지 마.’
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담화린이 건우의 끝없는 도발에 넘어갔기 때문에 나이트메어가 발동됐다.
‘뭐 사필귀정 아니겠어.’
건우는 묵묵한 표정 그대로 문고리를 잡았다.
바로 그 순간.
“한밤중에 하는 장난이 조금 짓궂으시군요.”
“……?!”
홱!
깜짝 놀란 건우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국의 히어로, 최건우 헌터님.”
눈앞에는 점잖고 차분한 미신사가 있었다.
루비 같은 광채를 띠는 옅은 홍안,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기다란 은발.
건우를 놀라게 한 이는 바로 파르데비아의 가주, 오르비스였다.
“아, 안녕하세요. 여기는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오르비스는 활짝 웃으며 용건을 밝혔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도 될까요?”
***
오르비스의 방.
그곳에 발을 들이게 된 건우는 방에 짙게 깔린 적막감에 기묘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넓디넓은 성채에 존재하는 건, 책상과 의자…….
그리고 침대가 전부였다.
‘하나 더 있구나.’
장식품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스테인드글라스가 달빛에 반짝 존재감을 표출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기다란 탑과 두 사람을 표현되어 있었다.
탑을 등진 남자는 거만한 자세로 서 있었고.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남자에게 바싹 엎드리며 경배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단순한 장식은 아닐 게다. 넌 저 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중얼거리듯 답했다.
“……관리자.”
“정확히 꿰뚫어 보고 계시군요.”
건우의 추측에 답한 것은 세이비어가 아닌 오르비스였다.
오르비스는 차를 후룩 들이켜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저것은 파르데비아의 계보입니다.”
“계보요?”
“탑의 관리자가 내려와 한 인간과 연을 맺게 되는 과정이죠. 그렇게 탄생한 게 파르데비아입니다.”
“그나저나 저를 보려고 한 용무는 뭡니까?”
“두 가지 이유로 뵙고 싶었습니다. 우선 제 딸 리리스를 구해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이 은혜는 결코 져 버리지 않을 겁니다. 보답으로 무엇을 해 드려야 할지 긴히 고민이 되는군요.”
“딱히 대가를 바란 건 아니니까 됐어요. 두 번째 용무는 뭐죠?”
“하하하, 상당히 급하군요.”
“한국 사람들 특징이에요.”
-그치. 그러니까 막장드라마의 전개가 신속한 거지.
덧붙인 세이비어의 말을 건우는 자연스럽게 못 들은 척했다.
오르비스는 그런 건우를 보며 말했다.
“최건우 헌터가 F급에서 S급으로 갑작스럽게 강해진 이유에 대해 들어 보고 싶어서요.”
“……?!”
예상치 못한 물음에 건우는 동공을 크게 떴고.
오르비스는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왠지 최건우 헌터는 저랑 같은 세상을 보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윽.
건우의 말에 대답을 하기에 앞서 오르비스는 건우의 반지를 검지로 가리켰다.
“물론 그것 외에도 강해진 이유는 몇 가지 더 있겠죠. 예를 들면, 이그너스의 반지라는 저 유니크 아티팩트에 담겨 있는 위대한 이의 영혼이 준 도움이라던가.”
‘역시 이 남자도 시스템창이 보이는 거구나.’
건우는 지그시 눈매를 좁히며 오르비스를 쳐다보았다.
인간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존재감.
게이트의 정체가 아틀란티스라는 것을 밝혀내기까지.
그것은 분명 시스템 도움과 보정이 없었더라면 상당히 힘든 일이었을 거다.
“너무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계할 필요가 없다면, 오르비스 당신이 힘을 얻은 경위를 밝혀 주었으면 하는데요.”
건우의 직접적인 요구에 오르비스는 활짝 웃어 보였다.
“좋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 뭡니까?”
“이번 아틀란티스 게이트를 성공적으로 공략을 마쳐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공략을 하지 못하면, 이에 대해서는 영구적으로 함구할 겁니다.”
“…….”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씨익.
그러다가 건우는 그대로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약속 지키셔야 될 겁니다.”
“물론이죠.”
오르비스와 계약을 마친 건우는 긴장이 풀렸는지 그에게 조금 사적인 질문을 던졌다.
“저…… 죄송한데, 혹시 즐기는 취미생활이 없으신가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그야…… 주변에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냥 재벌도 아닌 자원 독점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둬들이는 초재벌의 방이 이렇게 황량하다는 것은 좀처럼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건우의 물음에 오르비스는 양손에 깍지를 모으며 아까보다 훨씬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취미라면 있습니다.”
“아, 그래요?”
-뻔한 거 아니겠어. 재벌이 골프나 치던가. 낚시 아니면 남들이 흔히 즐길 수 없는 레저를 하겠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세이비어는 오리비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윽.
그때 오르비스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그대로 책장에 꽂혀 있는 두꺼운 책자를 가져왔다.
웬 앨범?
우표 모으기 취미라도 있는 걸까?
팔락.
오르비스는 앨범을 팔락 넘기며 내용을 보여 주었다.
안에 있는 물건의 실체는…….
“……리리스.”
갓난아이부터 지금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성장과정이 무섭도록 실려 있었다.
“정말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그는 어느새 표정이 풀어져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
건우는 어이가 없어 멍한 표정을 지었고.
-딸 바보였구나.
세이비어는 상황에 가장 부합한 말을 내놓았다.
끼익.
“아버지, 이 자료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바로 그때, 리리스가 백과사전보다 두꺼운 책을 안으며 오르비스의 방으로 들어왔다.
스윽.
리리스와 눈이 마주친 건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이건 어렸을 때, 리리스가 이불에 지도를 만들어 놔서 찍어 둔 기념사진입니다. 시녀장한테 혼나서 울고 있는 사진들이 귀엽지 않습니까?”
그녀의 존재를 눈치 못 챈 오르비스는 팔불출처럼 웃으며 그녀의 흑역사를 자랑스럽게 늘어놓고 있었다.
“…….”
리리스는 자신의 사진이 수록된 앨범을 보고 눈 밑에 그늘이 졌다.
화악!
그리고 얼굴이 점차 새빨개진 그녀는…….
“지금 뭐하는 거예요!! 이건 압수! 압수예요!”
라고 소리치며 부리나케 달려와 앨범을 빼앗기 위해 한창이나 소란을 피웠다.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