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1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16화
아틀란티스 게이트 돌입하기까지 약 하루.
건우의 파티는 파르데비아에서 마련해 준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시기는 이른 아침.
타다닥.
회의록을 작성하기 위해 춘삼은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들기며 주변을 살폈다.
미국의 S급 헌터, 성기사 테오도르는 사자 갈기처럼 뻗친 머리를 다듬지도 않고 홍차를 들이켜고 있었으며…….
타냐는 흑색 나이프로 자신의 손톱을 뾰족하게 다듬고 있었다.
권정아는 건우가 그래비티 마법을 부여한 아령을 들고 열심히 운동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 풍경을 보며 춘삼은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왜 S급들은 하나같이 괴짜 같은 거야.’
물론 여기에 해당되는 것은 하늘같이 떠받들고 있는 건우도 마찬가지였다.
흘깃 옆을 바라보니…….
“어. 그래. 지혜야. 아니, 또 위험한 거라니. 그런 거 아니야.”
그곳에서 건우는 허리를 굽실거리며 곤란해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여동생, 최지혜와 통화하고 있었다.
쾅!
결국 참다못한 춘삼이 테이블을 크게 내려치며 소리쳤다.
“제발 긴장을 좀 가지라고요! 긴장을 좀! 뭔 사람들이 수능 보는 고3보다도 더 긴장감이 없어요!”
“……?!”
갑작스런 호통에 S급 헌터들은 일제히 춘삼을 쳐다봤다.
평소라면 그들의 눈빛에 겁을 집어먹었을 테지만.
맞더라도 옳은 말은 해야 될 것 같았기에 입을 뗐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 건지, 인지는 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또 뭔 사기 치게?”
권정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도리어 춘삼을 째려봤다.
“사기가 아니고 현실을 언급한 겁니다. 현실을!”
할 말을 마침과 동시에 춘삼은 스크린에 준비해 둔 PPT 자료를 띄웠다.
“먼저 건우 형님!”
“으, 응?”
보기 드문 박력이 넘치는 모습에 건우는 당황했다.
“지금 이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쏟아부은 예산이 형님의 전 재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요. 게이트 공략 실패 시, 그 손해가 막심하다고요!”
“돈은 벌면 그…….”
“거기까지! 반박은 나중에 받겠습니다.”
“…….”
눈이 뒤집힌 건지 춘삼은 거침없이 발표를 이어 나갔다.
“눈앞에 있는 헌터님들의 실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공략에 방해되는 요소가 많습니다. 실제로 비행기에서 중국팀에게 습격당해서 파르데비아 가문에 도착도 하기 전에 그대로 나락으로 갈 뻔했죠. 다른 나라라고 안 그러는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국가 예산이 드는 이런 대규모 공략전에…….”
“너 그때, 잘 자고 있었잖아. 인마.”
“거기까지!”
춘삼은 검지를 들어 올리며 이번에도 과감하게 건우의 말을 끊었다.
빠직!
슬그머니 빡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옳은 말을 하고 있으니 건우는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경청했다.
한껏 기가 산 춘삼이 이야기의 핵심을 꺼내 들었다.
“아틀란티스 게이트의 등급은 5성 중 최상위라고 하죠. 그 말은 즉 현실에 있는 S급 헌터들의 파티가 힘을 합쳐야만 간신히 공략할 수 있는 던전이라는 걸 뜻합니다.”
‘확실히 그건 그렇지.’
5성급의 위험함은 건우는 예전에 겪어 봤다.
타락한 창기병 케이론.
지금은 이그너스를 수호하는 층계 보스로 전락했지만.
당시 건우는 케이론과 생사를 오고가는 전투를 벌여서 가까스로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5성급 게이트에도 분명 세부적인 분류란 게 존재한다.
그중 5등급 상위 등급에는 케이론을 현저히 뛰어넘은 기량을 가진 던전 보스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
고심 중 건우는 눈에 힘을 주며 생각했다.
‘어쩌면 디아도스보다 더 강한 놈이 나올지 몰라.’
이번 던전은 아직 시스템 창으로 살펴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던전이란 늘 수수께끼의 위험으로 가득 찬 곳.
어쩌면 시스템을 속이는 버그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춘삼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이런 중요한 공략전에 앞서 다른 나라에서는 파티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러분이 대체 하는 게 뭐가 있습니까?”
“……그건.”
권정아가 답하려는 순간.
척!
춘삼이 검지로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님은 늘 먹고 운동하고, 먹고 운동하고, 먹고 운동하고, 여기가 무슨 헬스장입니까?”
화악!
권정아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 뒤로 춘삼은 나머지 사람에게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타냐 누님은 눈치는 제일 빠르면서 정보는 혼자만 다 알고. 공략하는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인건비는 그렇게 비싸면서도 레이드 공략 때만 움직이겠다는 겁니까? 이런 비활동 시기에도 조언이나 팀 활성화에 신경 써 주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인건비가 극히 비효율적이군요.”
빠직!
타냐의 눈빛은 엄하고 무서워졌다.
홱!
춘삼은 보기 좋게 그녀의 시선을 회피하며 이번에는 테오도르에게 말했다.
“형님은 기왕지사 이 팀에 와서 합류를 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 봐요. 좀! 언제까지 미국팀 눈치 보고 있을 거예요.”
“미, 미, 미안합니다.”
춘삼의 뼈 때린 지적에 테오도르는 사과밖에 할 말이 없었다.
“아무튼 제 말은 공략을 하기 위해 저희가 좀 더 노력을 하자 이겁니다.”
-오랜만에 맞는 말을 하는군.
잠잠히 듣고 있던 세이비어도 그의 말에 동조했다.
“도가 지나친 게 좀 흠이긴 하지만요.”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춘삼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콧대를 세우며 자랑하는 모습이 얄궂으면서도 한편으로 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쿠구구구구.
왜냐하면 그 뒤에서 권정아와 타냐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릉.
타냐는 나이프를 허벅지에 있는 검집에 꽂으며 살며시 주먹을 쥐었다.
나이프를 집어넣었음에도 어째서인지 그녀의 손에는 날이 벼려 있는 것 같았다.
우드득.
반면 권정아의 주먹은 뼈째로 분쇄시킬 것만 같은 힘이 느껴졌다.
“응?”
본능적으로 위화감을 느낀 춘삼은 유언과도 같은 말을 남겼다.
“뭘까요? 사과나무를 심고 싶어지는 이 기분은?”
***
야심한 시각.
중국 팀의 회의장에서는 뒤숭숭한 기운이 감돌았다.
소룡은 모두의 눈치를 보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건우의 나이트메어에서 빠져나온 담화린이 이를 갈며 분개했다.
“죽여 버리겠어. 그 개자식!”
“어설프게 나서지 마. 리더. 너한테 그런 지독한 환술 마법까지 구현한 정도면, 우리 네 명이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이기지 못해.”
흥분한 그녀를 타이른 것은 마나연공을 하고 있는 마법사, 첸이었다.
중국에서는 7서클 마도사 불리며 한때는 마탑의 회원이 될 뻔했던 남자.
세계 헌터업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마법사가 바로 그였다.
최근 그들은 아틀란티스 게이트 공략전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로 이동 중인 건우 일행을 급습한 적이 있다.
결과는 대실패.
그들은 도리어 최건우의 분노에 사 죽을 위기에 처했다.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첸의 임기응변이었다.
움찔!
첸은 그때의 악몽이 떠올랐는지 아직까지도 가위 들린 것처럼 몸을 떨었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태양처럼 맹렬하게 타오르는 헬파이어.
그것은 주변의 산소를 급격히 빨아들이며 더욱 강대해졌다.
바닷물마저 증발시켜 싸라기 같은 소금이 주변 일대를 가릴 정도였다.
매쓰 텔레포트를 통해 바닷 속으로 진입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몸은 진작 증발이 되었으리라.
첸은 지나친 마력 소비로 지금까지 회복을 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또 다른 동료, 홍구는 술병을 입에 떼며 말을 걸어왔다.
“푸하! 둘 다 순 약해 빠져 가지고는. 그딴 자식 내 창으로 단숨에 토막 낼 수 있어.”
“흥. 그러면 그때 진작 끝냈어야지. 너야말로 그 자식 주먹에 나가떨어지지 않았나?”
담화린은 팔짱을 끼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울컥!
“이게?!”
덩치만큼 상당히 호전적인 성격인지 홍구가 몸을 박차고 일어섰다.
담화린은 그런 그에게 경고를 읊조렸다.
“……지금 나 건들지 마. 최건우 때문에 열불 나니까.”
“흥! 너만 S급이냐. 나도 S급이다, 요것아.”
두 남녀는 서로 죽일 듯 노려보았다.
쿠구구구.
그와 동시에 대기가 잔잔히 요동치며 금방이라도 해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징조가 일어났다.
“그만해. 그런다고 해서 최건우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흥!”
첸의 만류에 결국 두 사람은 등을 돌렸다.
화해할 마음은 기어코 없었다.
차라리 얼굴을 안 보고 사는 게 낫지. 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외면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정말인지.”
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걱정했다.
꼬옥! 꼬옥!
바로 그때 누군가 첸의 바지를 당겼다.
“무슨 일이야? 소룡.”
첸은 자신의 바짓단을 붙들고 있는 소룡을 쳐다봤다.
몹시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소룡은 눈치를 보면서도 할 말은 하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있잖아. 첸.”
“왜?”
“그 최건우라는 사람은 꼭 죽여야 되는 거야?”
무언가 망설이는 눈빛인 소룡에게, 첸은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
“아암, 죽여야지. 그 녀석은 우리한테 큰 걸림돌이 될 테니까.”
“…….”
잔혹한 말에 소룡은 할 말을 잃었는지 고개를 푹 수그렸다.
두 남녀의 말싸움으로 긴장은 한껏 고조됐다.
그래도 할 일은 하겠다는 듯 담화린은 리더답게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게이트의 공략과 거기에 따른 보수. 일거양득을 했으면 좋겠지만 사실상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할 거야.”
“…….”
자신의 힘을 과신했던 홍구도 이번만큼은 쉽사리 반박하지 못했다.
S급 헌터는 본래 각성자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존재다.
하지만 지금은 그 굴지의 강자라 불리는 헌터들이 무려 16명이나 한 장소에 모여 있다.
그렇기에 S급은 더 이상 특별한 이력을 갖지 못한다.
그중 단 한 명. 돋보이는 이가 있다면 바로 한국의 최건우였다.
그는 다 국가가 경쟁을 펼치는 아틀란티스의 공략전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또한 S급 헌터 네 명의 급습에도 오히려 그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까지 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 밑에 있는 파티원 역시 만만치 않다.
한국의 권정아는 명성이 다소 약하지만.
테오도르는 미국 최고의 성기사며…….
타냐 역시 최강의 용병이다.
그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팀도 자연 최건우를 우선적으로 경계하고 있을 거다.
한데, 그러고 있는 와중에 최건우…….
그놈이 먼저 모두가 있는 앞에서 도발의 말을 내뱉었다.
[초면에 이런 말을 하게 돼서 정말 죄송스럽지만 여러분이 이번 레이드를 통해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은 삼가셨으면 좋겠네요.]통보와도 같은 말.
건우의 도발은 모두의 심기를 자극하는 데 충분했다.
담화린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이야기를 했다.
“최건우 팀은 여러 가지로 변수야. 하지만 마냥 우리한테 불리한 게 아니야.”
첸은 담화린이 하고자 하는 말을 눈치챘는지 입을 뗐다.
“최건우를 노리는 건 우리만이 아니다.”
담화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마, 다른 국가도 우리가 어깨에 짊어진 부담만큼 부담스러워할 게 틀림없어. 그렇다면 누구의 제약도 받지 않는 던전에서 미국이나 러시아와 연합해서 그 팀을 박살 내버리면 돼.”
“글쎄 생각대로 될까?”
홍구는 부정적인 핀잔을 내뱉었다.
그러자 첸은 홍구에게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어차피 경쟁관계 속에서는 서로 부둥켜안을 때도 있고 뒤통수칠 때도 있는 법이야. 어느 쪽이든 도태되는 쪽이 잘못한 거야. 분명 누군가는 승낙하게 돼 있어.”
“아, 그런가.”
그 말에 소룡을 제외한 중국 팀은 사기를 끌어올리며 희희낙락 웃음을 지어 보였다.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