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1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17화
파르데비아에서 약 60km 떨어진 바다.
후웅.
바로 위 상공에서는 파르데비아의 전용기 4대가 원을 그리며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오늘은 고대해 왔던 아틀란티스를 탐사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각국 S급 헌터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쏴아아아아아!
해상에서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빨아들이며 잠식시키는 홀.
그 중심에 미미하게 게이트가 엿보였다.
타냐는 꺼림칙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개미귀신이 파 놓은 함정 같아. 진입하는 순간 곤충 몬스터가 날뛸지도 모르겠어.”
“아, 그놈들 체액 튀는 거 진짜 기분 찝찝한데.”
권정아는 벌써부터 구역질이 난다는 반응을 보였고.
“…….”
리리스는 벌써부터 겁에 질려 안색이 새파래졌다.
건우는 그런 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넌 어떻게든 지켜 줄 테니까.”
발그레.
가슴이 설렜는지 리리스는 얼굴을 붉히며 되물었다.
“왜, 왜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예요?”
이유는 리리스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너한테 무슨 일 생기면 세계대전이 발생할 것 같거든.”
“그게 무슨 소리죠?”
“저거 너희 아버지께서 직접 마련한 거지.”
지이잉!
입을 떼기가 무섭게 거대한 항공모함이 저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틀란티스 던전에 의해 생성된 급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멀찍이 있지만, 그 존재감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
리리스는 인생무상의 표정으로 지었다.
대의명분상 던전 브레이크 발생 시, 빠져나온 몬스터들을 경계하기 위해 내놓은 수단이라고 하지만.
리리스는 항공모함까지 준비한 오르비스의 속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 ‘내 딸에게 무슨 일 있으면 가만 안 둬.’
……라는 무시무시한 속뜻이 내포돼 있을 거다.
-너무 규모가 엄청나서 할 말이 없다.
그것은 전생에 다사다난한 삶을 겪어 온 세이비어에게 있어서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풍경에 리리스는 좌절한 얼굴로 말했다.
“……저 가출하고 싶어졌어요.”
“참아라. 그러다 진짜 세계대전이 일어나.”
리리스를 달래며 건우는 머릿속으로 오르비스를 떠올렸다.
오르비스 테레 파르데비아.
처음부터 끝까지 이 남자의 술책에 모두가 말려든 것 같아 찝찝한 기분이다.
항공모함을 준비한 것은 몬스터를 경계하기 위함도 있지만.
이는 파르데비아 자녀들을 기록관으로 동행해야 하는 각 팀에 대한 경고였다.
혹여 사적인 감정으로 기록관을 살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들은 전쟁마저 불사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선보인 것이다.
‘뭐든 세상이 멸망하는 것보다 나아.’
산다.
반드시 모두와 살아서 돌아간다.
결의를 마친 건우는 이번에 동행하는 S급 헌터들을 쳐다봤다.
“저는 한 번 내뱉은 말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저 거대 문명 속에 뭘 가져갈지 모르지만. 이왕 하기로 한 거…….”
씨익.
한 템포 말을 끊은 건우는 입가를 이죽거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장난꾸러기 같아서 얄밉기도 하고,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
“싹쓸이해 볼 참입니다.”
“욕심 많아서 좋겠네. 이 누나한테 많이 떼 줘야 된다.”
권정아는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한 것처럼 보였다.
“인건비에 맞게 내 가치를 증명하면 그뿐이야.”
덧붙여 한마디를 남긴 타냐는 춘삼을 흘깃 노려보았다.
그녀는 아직까지 춘삼이 퍼부은 독설에 앙금이 남은 듯 보였다.
오싹!
춘삼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고개를 홱 돌렸다.
테오도르는 예전에 봤던 활기찬 미소로 답했다.
“당신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군요.”
“다들 준비가 끝났는데, 너는 어때?”
건우는 피식 웃으며 이번에는 리리스를 쳐다봤다.
오기라도 생겼는지 리리스는 팔짱을 끼며 당당히 말했다.
“저, 저도 준비 다 끝났거든요.”
“그래. 그럼 부탁할게.”
건우는 미리 꺼내둔 아틀란티스 게이트의 열쇠를 리리스에게 넘겼다.
게이트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평소에 형성되는 대다수 게이트는 헌터들의 진입이 무척이나 쉬웠다.
간혹가다 진입 직후 입출구가 봉쇄되는 레드게이트가 있으며…….
그보다 한 단계 위험등급이 높은 블루게이트가 있다.
블루 게이트.
그것은 입구에서부터 헌터들이 진입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게이트에 들어가는 특정조건을 완비하지 못하면 던전에는 진입 불가.
방치할 시에는 당연히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다.
그 때문에 블루 게이트가 발생하면, 특정 조건을 알아내기 위해 마탑의 회원이 현장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틀란티스 게이트 역시 블루 게이트에 속한다.
오르비스는 이 던전에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을 두 가지라고 언급했다.
첫째, 아틀란티스의 열쇠의 소지 유무.
둘째, 아틀란티스의 열쇠 발동이 가능한 자의 존재 유무.
아이러니하게도 이 열쇠를 발동이 가능한 건, 파르데비아의 혈족뿐이었다.
우웅.
리리스가 열쇠를 붙들고 마력을 주입하는 순간.
거대한 구체가 건우의 파티를 둘러쌌다.
기묘한 광경에 모두가 탄성을 자아내던 중, 세이비어가 건우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마 파르데비아의 일족의 혈통 능력과 관련 있을 게다. 아틀란티스의 열쇠뿐만 아니라 아티팩트의 숨은 잠재성까지 발현이 가능한 게 아닐까 싶구나. 하지만 성채에 머물면서 마주친 수많은 파르데비아의 혈족에게서는 저 아이처럼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그래서 저렇게 어린애가 기록관으로 선택된 거고요.”
건우는 어째서 오르비스가 애틋하게 여기는 리리스를 위험한 던전 공략에 참가시킬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됐다.
“후우. 그럼 슬슬 출발해 볼까요.”
호흡을 고르던 리리스가 열쇠에 더욱 마력을 전가하자, 구체의 형체는 단숨에 소용돌이로 낙하했다.
같은 시각.
남은 세 대의 비행기에서도 같은 형체의 구체가 떨어졌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쟁체계가 구축돼 있는지 모두의 시선이 한데 얽히고설켰다.
‘니들 맘대로 해라.’
건우는 그들이 아직까지 주제 파악도 못한 멍청한 놈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과연 알까?
세상이 멸망할 때, 국가 간의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없는 일인지.
또한 그것이 얼마나 비열하고 졸속하며 어리석은 행위인지…….
하나, 건우는 구태여 이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이들의 탐욕은 인류 구원의 뜻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게이트 진입까지 약 1초.
풍덩!
거대한 소용돌이에 원형의 결계가 그대로 휩쓸렸다.
[아틀란티스 게이트 진입에 성공하셨습니다.]귓가 언저리에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음과 함께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
빛 무리에 덮쳐진 건우 일행은 게이트를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다 젖었어요.”
리리스는 물에 빠진 토끼마냥 얼굴을 찌푸렸다.
블루 게이트 진입 후 결계는 곧장 해체됐고, 곧장 급류에 휘말렸다.
다행히 찰나의 순간이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리리스의 몸은 그대로 압력에 짓눌렸을 것이다.
“아아, 그러게. 초반부터 이렇게 빡세면 안 되는데.”
권정아는 웃옷을 벗어 그대로 쥐어짰다.
“뭐, 뭐하는 거예요?! 경망스럽게!”
리리스는 화끈 얼굴을 붉히며 그녀를 지적했다.
“뭐긴 꼬맹아. 감기 걸리니까 물 쥐어짜는 거 아니야.”
권정아는 탱크탑을 입은 채로 담담하게 답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리리스는 심히 당황하다가 건우와 테오도르를 찌릿 노려보았다.
“크흠.”
건우와 테오도르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돌렸다.
“그나저나 이번 던전은 규모는 꽤 크군요.”
현재, 건우 일행은 섬의 외곽에 있는 가장 높은 건물에 있었다.
건우는 눈매를 지그시 좁히며 이야기했다.
“전체 섬의 규격은 약 9km, 중앙에 있는 섬을 기준으로 동심원처럼 외섬이 둘러싸여져 있어요. 공략의 핵심 요충지는 역시 중앙 섬일 테니, 항구로 통해서 갈 수밖에 없겠네요. 지형은 머릿속에 담아놨지만 신중하게 가도록 하죠.”
“…….”
발설 직후.
모두가 넋을 놓고 건우를 쳐다보았다.
“어, 어떻게.”
감찰과 정찰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한 타냐가 가장 놀란 듯 보였다.
건우는 아무렇지 않게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들겼다.
“완전 기억능력. F급일 때부터 기본이 되었던 능력이죠. 아까 게이트에서 떨어졌을 때 외운 거예요.”
“떨어질 때, 그 풍경을 모조리 외웠다고?”
황당하다는 타냐의 반응에 이어 권정아와 테오도르가 답했다.
“대박! 똘똘하다 싶긴 했는데, 너 머리 진짜 좋았구나.”
“어째서 당신이 마탑의 회원이 됐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별 거 아니에요.”
역시나 칭찬에는 약했는지 건우는 슬쩍 그들의 시선을 피했다.
피식.
리리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건우에게 말했다.
“F급 때부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진작 명성을 떨쳤을 텐데.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요?”
리리스의 답변에 건우는 과거의 참담한 기억을 떠올리며 답했다.
“완전기억능력이란 게 별로 쓸모가 없었어. 지금 당장 고블린이 덮치는데, 방어할 수단도 없고 무술을 보고 머릿속에 담아둔다고 해도 몸으로 펼치기가 어려웠으니까.”
“즉 누군가 인정해 주지 않으면 형편없는 능력으로 전락한다는 거네요.”
“뭐 그렇지. 그 덕분에 살아남으려고 많이 굴러다녔지.”
리리스의 의견에 건우는 쉽사리 공감했다.
“많이 힘들었군요.”
테오도르는 동정하는 표정으로 건우를 쳐다봤다.
“네?”
갑작스레 웬 동정?
깜짝 놀란 건우가 고개를 들었을 때는 타냐와 권정아도 동정이 담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우쭈쭈, 울지 마. 이 누나가 있잖아.”
그 와중에 권정아는 건우의 양 볼을 꼬집으며 놀리기까지 했으며…….
리리스는 얄궂게 웃어 보였다.
분위기에 말려든 건지 세이비어도 가담했다.
-너도 당할 때가 있구나.
울컥!
건우는 권정아의 손을 홱 뿌리치며 말했다.
“자, 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이동합시다.”
“뭐야? 삐졌냐?”
“안 삐졌습니다.”
말과는 달리 상당히 삐쳤는지 건우는 말없이 항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피식.
모처럼 그의 인간다운 면모를 본 게 기뻤는지 파티원들은 그대로 그 등을 따랐다.
잠시 후.
건우가 도착한 장소는 나룻배가 정착한 항구였다.
“완전히 폐허군.”
항구마을을 살펴본 타냐는 몸의 근육 곳곳을 긴장시키며 만전을 기했다.
왜냐하면, 한때 부귀를 노렸을 것만 같은 마을이 폭풍을 만난 것처럼 곳곳이 부서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테오도르가 선봉을 자처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네?”
“돌다리도 일단 두들겨 보라는 한국 속담이 있거든요. 이럴 땐 구태여 몸빵보다는 미끼를 쓰면 됩니다.”
“미끼라니요?”
건우는 즉각 손을 펼쳐 마법을 펼쳤다.
[일루전을 시전했습니다.]스슥.
금빛이 금방 집합을 이루니 건우의 형체를 띠었다.
“어?”
모두가 당혹을 금치 못할 때.
건우의 환영은 자연스럽게 나룻배에 올라탔다.
바로 그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콰쾅!!
바닷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작살들이 일제히 나룻배를 꿰뚫은 뒤, 작살에 부착된 쇠사슬을 통해 부서진 나룻배를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
충격적인 장면에 모두 할 말을 잃었고 건우 역시 고심이 깊은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이번에는 좀 위험하겠네요.”
“다른 국가팀도 이 함정에 걸리면 위험하겠군요.”
테오도르의 말에 건우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에이 설마 바보들도 아니고 레이드 경험도 많은 S급 헌터들이 이런 뻔한 함정에 걸릴까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콰콰콰콰콰콰콰콰쾅!
각각 다른 곳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튀며 험난한 사투의 소리가 귓가에 와 닿았다.
지그시.
타이밍에 맞춰 테오도르는 건우를 빤히 쳐다봤고.
건우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바보들 맞나보네요.”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