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2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20화
심해에 울려 퍼지는 네메시스의 음성은 고운 노래와 같았다.
‘역시 말을 할 수 있었구나.’
건우는 내심 당황했지만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원하는 건, 정보다. 너는 우리 이전에 다른 인간들을 습격했을 거야. 그 사람들은 어디 있지?”
건우는 일전에 보았던 아티팩트들을 떠올렸다.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것들은 모두 미국팀이 착용했던 것들이다.
-그자들이라면 왕에게 바쳐질 제물로 끌려갔다.
“왕?”
그것은 최종 보스를 일컫는 말인 걸까?
“왕은 어디 있지?”
-대답할 수 없다.
“왕의 생김새는 어떻지?”
-대답할 수 없다.
“프리메라는 왜 제물이 필요한 거지?”
-대답할 수……?!
무심코 답변 거부하던 네메시스는 눈을 부릅뜨며 당황했다.
어떻게?
어떻게 인간이 왕의 본체를 꿰뚫을 수 있는 거지?
의문이 가득한 시선에 건우는 씨익 웃으며 네메시스의 머리에 쓰인 관에 손을 얹었다.
[인스파이어를 시전했습니다.]-무슨 짓을?!
깜짝 놀란 네메시스가 동요하며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파직!
그 순간 그녀의 몸에 격동이 일어났다.
격동을 일으킨 곳은 그녀의 중심부에 꽂힌 검.
바로 크루엘의 마검이었다.
즉사시킬 수는 없어도 지금까지 네메시스를 묶어 두고 있었다.
인스파이어의 시전을 마친 건우는 그대로 크루엘의 마검을 손으로 집었다.
움찔!
건우가 자칫 다른 마음을 먹고 검을 휘두른다면 그대로 소멸할 위기에 처한 네메시스는 몸을 바싹 떨었다.
푸욱.
하지만 건우는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가볍게 검을 뽑을 뿐이었다.
스스스스스.
그러자 가슴에 입은 검상은 그녀의 힘으로 순식간에 치유됐다.
-네.놈!
스멀스멀.
네메시스는 전신의 기운을 활성화시키며 전투 의지를 끌어올렸다.
키에에에엑!
그와 동시에 수많은 머맨들이 일제히 물속을 헤집으며 건우를 습격했지만.
스릉.
청명하게 울려 퍼지는 검명과 함께…….
푸쉬이이이잇!
머맨들의 피가 심해에서 붉게 피는 꽃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니제르 오식, 혈화.
‘어, 언제?!’
당황한 네메시스는 다시 한번 노래를 자아내 건우를 상태이상에 빠뜨리려고 했지만.
쇄액!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하기도 전에 마검의 끝이 그녀의 목을 꼭 눌렀다.
네메시스는 그제야 건우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심연보다 더 깊은 어둠을 지닌 눈동자.
피식.
그러면서도 눈동자 안에는 장난스런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오싹!
모순을 일으키는 감각에 네메시스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런 그녀에게 건우는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내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전에 꺼지는 게 좋을 거야. 프리메라나 나나 지금 전력을 노출해 봤자 서로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하지 않는 거니까.”
-…….
그 말에 네메시스는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인간에게는 이 무수한 머맨들과 크라켄을 상대하고도 남을 강대한 여력이 있다.
꿈틀.
네메시스는 결국 말없이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건우에 대한 공포는 머맨들 사이에서도 일파만파 퍼졌는지 녀석들은 끝없이 건우를 주시하며 물러났다.
그들의 기척이 완전히 끊길 때쯤.
-아슬아슬했구나.
세이비어가 드물게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을 걸어왔다.
“그러게요.”
건우는 그의 말에 극히 공감하며 눈앞의 상태창을 살폈다.
[마력 300/2560]두 가지 권능을 중첩해서 사용하니 마력은 급속도로 줄고 있는 참이었다.
-얻은 정보가 극히 적은데,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참이냐?
“그렇게 적지만은 않아요.”
“무슨 말이냐?”
건우는 네메시스와 대화에서 유추한 정보를 차례로 읊기 시작했다.
“첫째, 프리메라는 이 아틀란티스에서 최종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 둘째,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강력한 S급 헌터들을 죽이지 않고 제물로 삼았다는 건, 분명 모종의 이유가 있다는 거겠죠. 예를 들면 저하된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영양분 같은 개념으로요.”
-아라크네나 세피아를 만났을 때랑 비슷한 상태일 거라는 거냐?
“……네. 맞아요.”
건우는 순간 두 존재를 떠올렸다.
아라크네와 세피아.
생김새부터 크기, 취향까지 확연히 다른 이 두 마리 몬스터는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것은 과거, 세계를 휩쓸었던 7성급 몬스터였다는 것이다.
세피아는 대륙을 얼렸으며 아라크네는 하늘 끝까지 독무를 펼쳤다.
그 외에도 7성급에 해당하는 브렌넨은 동방 대륙을 용암 바다로 만드는 기염을 토해 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일이 한 가지 벌어졌다.
그것은 다시금 세상에 나타난 7성급 몬스터가 전성기 시절의 힘을 잃고 4성급 몬스터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아라크네는 사신의 저주에 의해 등급이 떨어졌지만.
세피아 같은 경우는 스스로 본신의 힘을 깎아 아이스 에이지를 구현해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했다.
이는 필시 탑이 부여한 제약의 법칙과 연관이 있을 거다.
건우는 이 이론을 토대로 결론을 내렸다.
1.프리메라는 탑이 부여한 제약의 법칙에 의해 너프가 된 상태다.
2.프리메라는 S급 헌터들을 제물로 힘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세이비어 역시 건우와 같은 결론을 내린 듯 보였다.
-프리메라는 중앙섬 부근에서 네메시스를 통해 부활을 꾀고 있다는 말이 되는구나.
“아직 만나지 않았지만 꽤 사람 성가시게 만들 것 같은 성격이네요.”
-몬스터 입장에서는 너 역시 성가시고 성격 나쁜 괴물로 보일 거다.
“…….”
홱!
건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대로 발을 박차 부상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건우의 마음을 알아챈 세이비어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삐졌냐?
“안 삐졌어요.”
-그나저나 네메시스의 왕관에 어떤 아티팩트의 효과를 심은 게냐?
“다음 주나 돼서 확인 가능할걸요.”
-전개 속도가 무슨 일주일에 한 편 하는 드라마냐? 궁금해 죽겠으니 빨리 말해!
“훗.”
이번에는 건우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스포 할 생각 없는데요.”
-너 이 자식 삐진 거 맞네!
“아니라니까요.”
건우와 세이비어는 옥신각신 다투며 아지트로 귀환했다.
***
아틀란티스 던전 진입 닷새째.
중앙 섬까지는 약 4.5km가 남았으며 이동 수단은 언제나와 같이 배였다.
그 여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대한 상어 몬스터가 배를 향해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어 샤크]-등급: ★★★★
-설명: 심해를 맴도는 위험 분류로 취급된 어류몬스터, 머리끝에 달린 창으로 사냥감을 찔러 사냥하며 매우 흉포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능력치
체력: 2510 공격력: 750 방어력: 520 마력: 780
던전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4성급 몬스터.
그것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바다를 부유하고 있는 배를 노리는 것은 천만위험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헌터들은 해상 전에 익숙지 않아 실제로 만났다면 배가 난파돼 그대로 녀석들의 사냥감이 되었을 터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 일반적인 헌터의 기준의 이야기.
지금 배 위의 인원은 S급 헌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으랏차!”
콰앙!
권정아는 배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스피어 샤크 향해를 일격을 날렸다.
콰칭!
그러자 스피어 샤크의 창은 단숨에 부러지고 권압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동료들과 충돌했다.
쿵쾅! 쿵쾅!
모처럼 몸을 움직이는 게 신났는지 그녀는 스피어 샤크의 몸에 올라타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결국 권정아의 활약에 이곳저곳 물기둥이 튀며 스피어 샤크의 숫자가 우후죽순으로 줄어들었다.
리리스는 그 광경을 황망하게 쳐다보다 건우에게 슬쩍 말을 걸어왔다.
“……저 여자는 지치지도 않나 보네요.”
“듣자 하니 28시간 동안 5성급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혼자서 감당했다고 하더라고.”
“헐.”
테오도르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건우에게 물었다.
“이해가 안 되는군요. 저런 육체를 가졌는데도 겨우 한국랭킹 9위라니. 나머지는 전부 괴물이라는 겁니까?”
“랭킹 시험 때, 원거리 공격 대처에 너무 취약해서 다 깎아먹었더라고요. 마력도 다른 S급 헌터에 비하면 조금 약하고요.”
스윽.
고심에 잠겨 있던 타냐는 물었다.
“그냥 힘밖에 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
“푸훗.”
노골적인 언변에 방심하고 있던 세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우드득.
그런 그들을 향해 권정아가 주먹을 풀며 다가왔다.
“요즘 들어 나 놀리는 거에 맛 들린 것 같은데, 죽고 싶은 사람 손들어 봐?”
“…….”
세 사람은 얌전히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했다.
권정아는 슬쩍 리리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손 안 들어?”
방금 전 권정아의 활약을 지켜보던 리리스는 미미하게 몸을 떨며 그녀의 시선을 회피했다.
“흐흠 주,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렇게 가녀린 아이한테 꼭 주먹을 쓰고 싶어요?”
“응. 한 대만 때리자. 딱 한 대만 때릴게.”
“그럼 죽잖아요!”
리리스는 기겁하며 재빨리 건우의 등 뒤로 숨었다.
잠시 후.
건우 일행은 다음 섬에 상륙할 수 있었다.
사냥을 하면서 몬스터들이 드랍한 마정석을 관찰하던 타냐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냈다.
“순도가 높은 마정석이야.”
마치 산호초를 보는 것만 같은 특유의 색채.
리리스 역시 뒤늦게 마정석을 살피며 타냐의 말에 동조했다.
“품고 있는 에너지도 상당해요. 한 달 내내 사냥만 하고 다녀도 본전을 뽑고도 남겠는데요.”
물욕에 강한 자라면 누구나 현혹이 될 법했지만.
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답했다.
“난 그런 것 때문에 온 게 아니야.”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이제는 건우의 성정을 파악한 파티원들은 그냥 웃고 넘어갔다.
바로 그 순간.
사아아아아아아.
검은 분말이 순식간에 파티원들을 에워싸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욕심이 없다면, 우리가 가져가서 연구해 주지.”
“……?!”
파티원들은 일제히 눈을 부릅뜨며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늦었어!”
하지만 그보다 먼저 외침과 동시에 검은 분말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부식시키기 시작했다.
“거긴가!”
기척을 간파한 테오도르는 즉각 검을 뽑아 휘둘렀다.
후웅!
검에서 발출된 신성한 빛줄기는 단숨에 분말의 독기를 정화하며 뻗어 나갔다.
“으랏차!”
콰아앙!
하지만 그의 일격은 갑작스레 튀어나온 중국 팀의 홍구가 창으로 빗겨냈다.
“……너희들.”
불길한 기척을 감지한 테오도르는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속속히 드러나는 다수의 인기척.
그 가운데 중국 팀의 리더, 담화린이 건우 일행을 보며 말했다.
“응분의 대가를 치를 준비는 되었나?”
그 곁에 있던 러시아 팀의 리더, 드미트리 레보스키 역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 잘나신 혀부터 잘라 줄까? 코리안, 장례식은 화려한 불길로 치러 주마.”
조롱과 멸시의 말을 내뱉은 직후.
화르르르륵! 콰아아아아!
중국 팀의 첸과 러시아 팀의 사샤가 마법을 중첩해 건우 일행의 주변에 강대한 불꽃의 소용돌이가 형성시켰다.
두 S급 헌터의 중첩된 마법 공격에 건우 일행이 탔던 배는 삽시간에 증발돼 사라졌다.
놀랍게도 그 위력은 헬파이어에 버금갔다.
담화린과 드미트리는 조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크크크크, 생각보다 싱겁네. 오징어 타는 냄새를 맡아보기도 전에 사라지겠어.”
“이 정도라면 아무리 그 녀석이라도 끝나겠지.”
승리를 확신하기가 무섭게…….
스륵.
휘이이이잉! 콰아아앙!
푸른빛을 띤 빗금과 함께 불꽃의 소용돌이가 파산됐다.
“뭐?!”
중국 팀과 러시아 팀은 턱을 떨어뜨리며 일제히 경악했고, 그들을 향해 푸른 섬광이 요동치며 다가왔다.
콰르르르르 쾅!
담화린은 화룡도로, 드미트리는 검은 분말로 각자 일격을 파훼시켰다.
쩌적!
하지만 일격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는지 그들의 신체 부위 곳곳이 얼어붙었다.
“크윽!”
저벅.
그리고 그런 그들을 향해 건우가 글라체스를 든 채로 섬뜩한 눈빛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새끼부터 죽고 싶다고?”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