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2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23화
아아아아아.
심해 너머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이 노래는 한때, 한 대륙의 번영을 찬미했던 노래.
대지에 씨앗을 심으면 탐스럽게 과실이 열렸으며…….
장인들의 솜씨로 아름다운 건축물과 강인한 무기를 만들어 냈다.
태어난 아이들은 내리쬐는 태양 속에 축복을 받았으며…….
적은 낙원에 발을 들이밀지 못했다.
‘따뜻해.’
노랫가락을 들은 소룡은 상쾌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엄마.”
어째서일까?
기억에 저 너머에 소실된 그의 어머니가 아릿한 형체로 모습을 드러냈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 손을 마주 잡은 순간.
시원한 감촉이 뇌리를 지배했다.
번뜩!
화들짝 놀란 소룡은 급히 눈을 떴다.
‘여, 여긴?!’
눈 앞에는 무섭게 평소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곳은 수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궁전.
수정 너머로는 바닷물이 꿈틀거리며 수정의 광채에 빛을 한층 더 아름답게 빛내주었다.
그리고 소룡의 손에 붙잡고 있는 것은 우아하면서도 거대한 손이었다.
끼깃.
소룡은 망가진 기계처럼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
그곳에는 자신을 이곳까지 납치한 거대한 인어 몬스터, 네메시스였다.
네메시스는 소룡의 뜻밖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깜짝 놀란 소룡의 몸은 급격히 빛을 발출했다.
우우우우웅!
순식간에 거대한 용으로 변모한 소룡은 그대로 네메시스의 몸을 옭아매려 했다.
하지만.
-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몬스터의 청아한 노랫소리가 소룡의 힘을 강탈했다.
“끄으으으.”
소룡의 몸은 자연스레 폴리모프가 풀리며 원래 인간의 형태로 돌아갔다.
주눅이 든 그 모습을 좀 더 관찰하고 싶은 걸까?
인어는 양손으로 소룡을 감싸며 자신의 얼굴과 가까이 들이댔다.
‘자, 잡아먹히는 건가?’
소룡은 부들부들 몸을 떨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제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하지만 약관 15살도 안 되는 어린 나이.
몬스터를 보면 당연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스륵.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인어는 소룡을 얌전히 놓아주었다.
“왜, 왜?”
소룡은 이해가 가지 않은 듯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거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소룡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 여기가 던전 보스의 소굴인가?”
소룡은 침을 꿀꺽 삼키고 주변을 살피다 곧 투명한 벽 너머로 어떤 인기척을 느꼈다.
스윽.
“흐읍!”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그곳을 쳐다본 소룡은 일순간 호흡곤란 증상을 겪었다.
왜냐하면, 낯익은 사람들이 수정 안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깊은 영면을 취하고 있는지 좀처럼 눈을 뜰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혹시 죽은 게 아닐까? 싶어 자세히 관찰해 보니.
꿈틀.
“우아아악!”
조금씩이지만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의식을 깨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미, 미국 팀이 어째서 여기에…….”
놀랍게도 수정안에 갇혀 있는 이들은 한창 경쟁 중인 미국 팀이었다.
소룡은 무의식적으로 미국 팀의 리더인 로웰 아이만을 쳐다봤다.
그의 모습은 중국 언론에서도 종종 언급되고는 했었다.
S급 헌터 중에서도 굴지의 강자.
같은 전사 격인 홍구와도 몇 차례 대련을 했지만, 홍구의 창은 결코 로웰에게 닿지 않았다.
그런 강자가 어째서 이곳에 붙들려 있는 걸까?
의문이 가득했지만 소룡은 정신 줄을 놓지 않고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
미미한 양이기는 하지만 S급 헌터들의 전신에서 강대한 마력이 한 곳에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마력이 집약하고 있는 중심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수정이 있었다.
수정 너머에 비춰진 것은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거대한 뱀의 머리였다.
오싹!
기괴한 풍경에 소룡은 몸을 떨었다.
뱀의 얇디얇은 동공은 소룡을 명확하게 주시하고 있는 듯 보였다.
죽은 것처럼 그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눈동자에는 확고한 의지가 실려 있었다.
“마, 마력을 빼앗기고 있어.”
그와 동시에 생명력 또한 고갈되고 있음을 인지했다.
‘구해야 돼.’
이제 더 이상 경쟁은 중요치 않다.
이러다가는 이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소룡이 다시 의욕을 발휘해 폴리모프를 전개하려고 했다.
콰콰콰콰콰쾅!
그러자, 난데없이 성내의 지축이 크게 뒤흔들렸다.
“으아아아악!”
기겁한 소룡은 몸을 바싹 엎드렸고.
네메시스는 굉음의 진원지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어, 엄마.”
움찔!
하지만 그때 들려오는 소룡의 목소리에 그녀의 몸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고개를 돌린 네메시스는 무언가 한참 갈등을 곱씹더니 그대로 소룡을 감싸더니…….
“아아아.”
이번에도 알 수 없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겁을 집어먹은 아이한테 자장가를 불러 주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어, 어째서?’
그녀의 노래에 마음이 평안해진 소룡은 눈꺼풀을 깜빡거리다가 그대로 잠에 빠졌다.
***
태곳적 찬란했던 문명의 역사가 꽃을 피웠다.
아틀란티스의 중앙 섬.
그 흔적이 아직 이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아삭!
리리스는 길거리에 자란 나무의 가지에 앉아 채집한 열매를 먹고 있었다.
“굉장히 생생해. 심지어 맛있어.”
과육의 시큼하고 달콤한 향이 입안에서 감돌았다.
권정아는 피식 웃으며 그런 리리스에게 말했다.
“넌 여기 무슨 먹방 찍으러 왔냐?”
“많이 먹는 게 어때서요? 그리고 저는 기록관으로서 이곳의 생태를 관찰하고 기록할 의무가 있다고요.”
“……그건 이쪽에서 다 하고 있잖아.”
건우는 어처구니가 없는 눈빛으로 라엘과 실라 쪽을 가리키며 지적했다.
“흐흠, 어쨌든 몸으로 직접 체험해 봐야지. 아는 것들이 나오기 마련이라고요.”
“뉘예. 뉘예.”
“뭐죠? 그 건성거리며 답하는 말투는?”
“…….”
지그시.
그들의 말다툼을 지켜보고 있던 타냐는 한마디를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보면 권태기를 겪는 부부를 보는 것 같군.”
“부, 부부라니 무슨 소리예요! 경망스럽게!”
“시끄럽고 빨리 내려와.”
“꺄악! 이게 무슨 짓이에요!”
건우는 리리스의 몸을 사뿐 들어 올리며 지면에 내려 두었다.
리리스는 홍시처럼 달아오른 얼굴로 버럭 화를 냈지만, 건우는 피식 웃으며 주변을 살폈다.
현재 그들은 사람들이 거주했던 걸로 추정되는 유령도시를 배회하고 있었다.
중앙에 있는 거대한 신전까지 30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을 배회하던 중 의문의 벽화를 발견했다.
슥삭, 슥삭.
실라는 한창 전부터 벽화를 보고 거의 똑같이 그려내고 있었다.
건우는 그녀의 곁에 다가와 다시 한번 벽화를 살폈다.
아틀란티스의 군대를 수호하듯 감싸는 인어.
그리고 그들의 맞은편으로 오고 있는 기괴망측하게 생긴 거대한 뱀.
마지막으로 어떤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못 읽겠어.’
글귀를 해독해 보려고 했던 건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클립스 시대의 문자나 룬 문자와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체계를 갖춘 글이었다.
“흐흠, 그것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역사를 주저앉힌 재앙, 뱀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으며 모든 것을 약탈했다.”
“읽을 줄 알아?”
리리스가 정확히 그 구절을 읽어 내자, 건우는 동요한 듯 동공을 크게 떴다.
“제가 말했죠? 문명을 해독하는 데 있어서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고.”
“그, 그건 그렇긴 한데.”
잊을 리는 없었다.
다만, 그녀의 능력이 예상을 훨씬 웃돌 정도로 뛰어나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리리스는 거기에 자신의 평을 덧붙였다.
“세계 멸망은 아마 이때부터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보기 드물게 세이비어 역시 공감의 의사를 표시했다.
-아, 나도 그렇게 생각이 드는구나. 녀석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세계를 좀먹고 있었던 게야.
“그러면 가급적 이 벽화 속의 존재를 지워 버려야겠네요.”
건우는 머릿속에 뱀의 모습을 속속히 담아내며 곧장 중앙에 있는 궁전까지 다다랐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성.
휑하니 빈 입구에 발을 내미려는 순간.
파직!
“뭐야? 이건.”
가장 앞장서서 걷고 있던 권정아의 몸에 강렬한 전기가 와닿았다.
‘결계?!’
그것이 결계임을 직감한 건우는 손을 들어 모두의 발길을 제지했다.
“누군가 있어요. 주변을 경계하세요.”
각 헌터들은 건우의 지시에 호흡을 맞추며 주변을 살폈다.
저벅, 저벅.
그때, 궁전 안에서부터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용없어.”
제일 먼저 굵은 저음의 목소리가 귓가 언저리에 닿았다.
‘이 목소리는?’
처음에는 그 목소리를 듣던 건우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긴장했다.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목소리는 틀림없이…….
“……바퀴벌레.”
“그래. 그게 나…… 가 아니고 누가 바퀴벌레야!!”
빠직!
드미트리 레보스키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얼굴에 제법 큰 흉터가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건재해 보였다.
그는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건우에게 말했다.
“하마터면 지옥에서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릴 뻔했다고.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지옥에서 거슬러 올라온 거지만.”
“네가 지옥에 갈 거라는 건 잘 알고 있나 보네.”
“걱정 마. 지옥에 가더라도 네놈 발목은 꼭 붙들어 매고 갈 테니까.”
“별명이 바퀴벌레에다가 물귀신이 추가되겠네.”
스윽.
결계를 기점으로 두 남자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상대적으로 건우보다 키가 컸던 드미트리는 건우를 내려다봤고, 건우는 고개를 추켜세우며 그를 올려다봤다.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서로를 혐오하는 감정이 드러나 있었다.
드미트리는 멸시와 조롱의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거 아쉽게 됐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잖아. 이 성에 도착하자마자 첸이란 녀석이 결계를 복원시켰어. 놀랍게도 이 결계는 S급도 뚫지 못하더라고. 이건 너도 못 뚫어.”
건우는 구태여 부정하지 않았다.
“맞아. 이 시대의 사람들이 끝까지 지키기 위해 만들어 둔 결계일 테니까. 그래서 이제부터 무슨 꿍꿍이를 벌일 심산이지?”
“이 던전을 공략한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아티팩트로 네놈의 숨통을 끊어 버릴 거야.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도망가면 안 된다. 체리보이.”
피식.
건우는 왼손을 허리에 얹으며 말했다.
“쉽게 될까? 도움 필요하면 말하라고. 네가 죽는 거 보고 도와줄 테니까.”
빠득.
건우의 도발에 드미트리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이빨을 갈았다.
그는 가까스로 화를 삭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아, 진짜 죽여 버리고 싶다.”
“죽일 수 없으니까 선택지를 바꾼 놈이 말이 많네.”
“쯧.”
이 이상의 말싸움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걸까?
드미트리는 혀를 차며 그대로 등을 돌렸다.
대기하고 있던 러시아와 중국 팀 역시 그대로 그의 등을 따라 해저와 연결된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건우와 남은 일행들은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세이비어가 아주 작게 속삭였다.
-드미트리가 널 아주 지독하게도 짝사랑하게 됐나 보구나.
왈칵!
건우는 그대로 인상을 찌푸렸다.
***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드미트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욕망의 싹이 텄다.
그동안 그는 조국을 위해서 헌신하는 것을 전혀 아깝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욕망에 져 버린 추악한 괴물이 돼버렸다.
인간의 번뇌.
그중 가장 접근해서는 안 될 금기, 살욕에 눈을 떠버린 것이다.
살아오면서 사람을 죽인 적은 무척이나 많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무로 인한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데 쾌락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꼭 그놈을 죽여야만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타깃은 그보다 훨씬 강하고 현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을까?
눈앞에서는 수많은 박쥐 몬스터가 달려들었지만.
사아아악!
드미트리의 독 분말을 흡입한 몬스터는 그대로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욕망은 충족되지 못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콰직!
드미트리는 괴성을 내지르며 1미터는 되는 큼지막한 박쥐의 목을 붙잡고 벽에 꽂아 넣었다.
끼에에에에에엑!
박쥐 몬스터는 절규하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콰앙! 콰앙! 콰앙!
드미트리는 주먹을 힘껏 말아 쥐며 연신 머리통을 갈겼다.
얼마 안 가 박쥐 몬스터는 머리가 쪼개지고 뇌수까지 터져 나왔지만 광분에 휩싸인 드미트리는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콰앙!
그 거센 주먹질에 공동에서 굉음이 울려 메아리처럼 퍼져 나갔다.
“드, 드미트리. 진정해.”
보다 못한 사샤가 그를 만류했지만.
“최건우, 최건우!! 으아아아아악!”
그럴수록 드미트리의 발작은 더욱 심해졌다.
이대로 그의 발작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잠깐 고심하는 찰나.
드미트리의 뇌리 속에서 어떤 음성이 들려왔다.
-……힘을 원하면 나를 찾아오거라. 네놈이 원하는 만큼 내주겠다.
멈칫!
달콤하면서도 악마의 유혹 같은 목소리에 드미트리는 주먹을 멈추고 공동의 아래쪽을 살펴봤다.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