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2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24화
입구 부근에서 가로막힌 성의 결계.
공략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 결계를 뚫고 들어가야 한다.
이를 인지한 테오도르, 권정아, 타냐는 전신의 힘을 쥐어짜내 결계를 격파하려고 했다.
콰콰콰콰콰쾅!
하나, 그들의 노력에도 결계는 오히려 견고함을 과시하는 듯 멀쩡했다.
“이쪽 S급 헌터들은 왜 이렇게 무시무시한 거예요.”
공격의 여파, 후폭풍에 노출된 리리스는 머리칼이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라엘과 실라의 은발도 고슴도치 가시처럼 헤집어져 있었다.
상황은 무척이나 심각했지만.
“푸훗. 그러고 있으니까 형제, 자매들 맞네.”
건우는 그 광경을 보고 빵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찌릿!
파르데비아의 남매들은 일제히 불만이라는 듯 건우를 노려보았다.
리리스는 볼을 부풀리며 은연중 경고의 의사를 남겼다.
“언제까지 절 놀릴 수 있는지 두고 볼 거예요.”
“글세,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귀, 귀엽다니요. 저는 파르데비아에서 가장 우아한 아가씨라고요.”
건우의 말에 리리스의 얼굴이 발그레 붉어졌다.
그도 잠시 괜스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던 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그래서 방법은 있는 거예요?”
“있어.”
“있다고요?”
너무나 확신에 가득 찬 건우의 대답에 파티원들조차 의문 어린 표정으로 건우를 주목했다.
건우는 모두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보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심해 안에는 저 혼자 돌입합니다. 여러분은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가 대기하세요.”
“그게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됩니다.”
권정아와 테오도르는 즉각 반박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딱히 보상을 독점하려는 건 아니니까 안심하시고요. 보상은 정확히 엔빵으로 나눌 겁니다.”
“야, 내가 돈에 미쳐서 너 쫓아 온 줄 알아. 귀환할 거면 같이 귀환하고 남을 거면 같이 남아!”
화가 심히 났는지 권정아는 건우의 멱살을 쥐며 으름장을 놨다.
타냐 역시 서운하다는 어조로 건우에게 말했다.
“……우리가 그렇게 방해가 되나?”
“아니. 여기까지 온 거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이것은 거짓이 아닌 속에서 우러러 나온 진심이었다.
제아무리 특출난 능력을 지녔어도 건우 혼자서 중앙 섬에 돌아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러시아와 중국 팀의 연계에 대한 방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얻는 정보 수집까지…….
그 모든 건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층계 보스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는 가급적 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어수선한 상황.
그 상황을 중계하는 건, 그보다 훨씬 어린 리리스였다.
“후우, 정말인지 당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 마음을 들들 볶는 거 알아요?”
“원래 내 성격이야.”
“으휴, 못 말려.”
리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곧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곳 벽화에 있는 글을 쭉 훑어보면 아마 이곳을 수호하는 수호령이 있었다고 해요.”
“수호령?”
“뱀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모든 것을 오염시켰다고 했으니 아마 수호령 역시 오염이 되었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해요. 그리고 모든 것이 없어진 지금 아틀란티스는 다시 자생의 힘을 얻은 것 같지만, 그게 다시 튀어나오면 멸망할 때의 역사로 다시 되돌아갈 거예요.”
“……그것 참 최악이네.”
“근데도 당신은 아래로 내려갈 건가요?”
리리스의 염려에도 건우는 흔쾌히 웃어 보였다.
“일전에 말하지 않았나?”
“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고.”
“아!”
리리스는 오르비스가 모두를 초대한 진짜 사유를 밝힐 때를 떠올렸다.
혜택을 준다고 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도리어 오르비스를 원망한다는 듯 증오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기까지 했다.
누군가 자신의 아버지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딸의 심정은 불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 유일하게 건우만이 오르비스의 뜻에 동참했다.
그것도 진심을 담아서 말이다.
과장을 담아 표현하자면, 리리스는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기사가 정말 현실이라는 무대로 튀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때때로 얄궂기는 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분명히 지키는 영웅.
부정하고 싶어도 이미 리리스의 가슴속에 건우의 존재는 이미 영웅으로 자리 잡히고 있었다.
“……돌아오지 않으면 크게 혼낼 거예요.”
리리스는 결국 건우를 보내 주기로 했다.
“돌아와도 혼날 것 같은데.”
건우의 핀잔에 리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라엘을 쳐다보며 말했다.
“라엘 오라버니, 출구 열쇠가 있으면 최건우 헌터에게 양도 가능할까요?”
“응, 가능해.”
리리스의 간절한 부탁에 라엘은 주머니에 지참해 둔 게이트의 열쇠를 건우에게 건네며 말을 남겼다.
“본래는 파르데비아의 일족만 발동이 가능하지만 제 피를 묻혀 발동이 가능하게 해뒀으니, 위급한 상황에 긴급히 대피할 수 있습니다.”
“고마워. 잘 쓸게.”
건우는 열쇠를 받아들였다.
위급한 상황 때 쓸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자, 동료들도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권정아, 테오도르, 타냐는 각각 한마디씩 건우에게 남겼다.
“진짜 고집하고는. 돌아오면 너는 죽었어.”
“이번 여정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밖에서 뵙죠.”
“이번에는 그리 밥값을 한 것 같지 않으니. 차후 남은 금액은 보존토록 하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알겠습니다.”
싱긋 웃으며 내뱉는 건우의 답변과 함께 리리스가 열쇠의 힘을 개방했다.
후웅.
거대한 구체는 순식간에 건우를 제외한 남은 일행을 감싸며 그대로 블루 게이트 밖으로 이동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
건우가 피식 웃자, 유일무이한 파트너인 세이비어가 말을 걸어왔다.
-심해궁전에서 심상치 않는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조만간 프리메라랑 맞닥뜨릴지도 모르겠어.
건우는 긴장 대신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번에는 어떻게 혼쭐을 내줄까요?”
-기왕이면 샤베트로 만들어 시식하는 게 제일 좋고.
“먹는 건 별로지만 샤베트는 괜찮은 방법이네요.”
-그나저나 너 진짜 대책 가지고 있는 거 맞지?
“물론이죠.”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이제 곧 눈앞에서 해답이 나옵니다.”
때마침 귓가 근처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하급 이터널 큐브가 개봉했습니다. 입구를 형성하시겠습니까?]수락 버튼을 클릭하니, 곧 건우의 앞에 게이트가 형성됐다.
-쯧쯧, 잔머리하고는.
“기왕이면 지능 플레이라고 해 주세요.”
건우는 그 말을 남기며 그대로 게이트로 진입했다.
***
개운한 감각과 함께 다시 눈을 뜬 소룡은 갈증에 시달렸다.
“으윽, 목말라.”
한마디를 떼기가 무섭게 네메시스는 손가락에 맺힌 물을 소룡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으음, 시원하기는 한데.”
이제는 그녀의 손길이 익숙한지 소룡은 낯간지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이 몬스터는 자신에게 상냥한 걸까?
그것은 이성으로도 본성으로도 알기 어려웠다.
“어라? 소룡 살아 있었네.”
그때, 뒤에서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린!”
드디어 구출하러 온 건가?
소룡이 반색하며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보았다.
저벅, 저벅.
예상대로 그곳에는 중국팀과 러시아팀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뭐라고 할까?
그 중심에 불길한 기운을 퍼뜨린 존재, 드미트리 레보스키를 보며 소룡은 지레 겁을 먹었다.
온몸이 몬스터의 피로 가득 도배된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드미트리는 광기가 피어오르는 눈동자로 네메시스를 쳐다봤다.
“……저건 또 뭐야?”
담화린은 곁에서 그에게 충고했다.
“조심해. 저게 노래를 부르는 순간, 지독한 환각에 시달릴 테니까.”
홱!
등을 돌린 네메시스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하지만.
콰앙!
전신에서 독 분말을 방출한 드미트리가 기민하고 빠르게 네메시스의 입을 틀어막았다.
-?!
네메시스는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
드미트리는 광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네메시스에게 말했다.
“주둥이 틀어막으면 그만이라는 거잖아. 독을 처먹이면 어떤 모습으로 고통스러워할까나.”
싸아아 아아.
동시에 그의 손아귀에서 피어오르는 독 분말이 네메시스의 입안으로 흘러들어갔다.
-!@#!%$%@
독의 효력에 네미시스는 귀를 심히 자극하는 절규를 토해 냈다.
“입 닥치고 있어.”
콰앙!
드미트리는 그대로 네메시스의 얼굴을 걷어찼다.
싸아아아아.
주변을 흩뿌리는 독분말은 그의 기분을 대변하는 것처럼 일제히 네메시스의 몸을 감쌌다.
꿈틀.
중독이 시작된 건지, 네미시스는 몸에 미미한 경련을 일으켰다.
파르르르르.
그것은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어, 어떻게?!’
소룡은 그 모습을 보고 등골이 오한이 돋았다.
제아무리 지형이 지면이라고 해도 중국의 S급 헌터 넷이서도 감당하기 어려웠던 몬스터를 이렇게 단숨에 제압하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몬스터와 사람이 뒤바뀐 것 같은 모습이다.
싸아.
뒤늦게 소룡은 드미트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흉흉한 모습에 소룡의 안색은 새파래졌지만, 곧 박동하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모두에게 말했다.
“리, 린. 여기 있는 사람들이 위험해. 빨리 구출해야 돼.”
소룡의 말에 담화린은 수정 안에 갇힌 미국 팀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어머, 죽어 버렸네.”
“안 죽었어! 아직 살아 있어!”
“그러면 죽을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 아니야?”
오싹!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한마디에 모든 것을 깨달은 소룡의 표정은 무너졌다.
애초에 이들은 소룡을 구출하러 온 게 아니다.
이미 버린 패로서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려고 하는 참이었다.
이들은 인류애마저 잃어버린 괴물로 전락해 버렸다.
두둑.
머릿속에 무언가 끊어진 것 마냥 소룡은 격분했다.
“린.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야! 린! 지금 당장 이 사람들을…….”
콰직!
말을 채 끝내기도 전, 느닷없이 소룡의 등을 뚫고 손이 튀어나왔다.
울컥!
소룡은 입가에 피를 물며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뒤를 살폈다.
싸늘하고 초점을 상실한 눈동자.
눈동자의 주인, 드미트리는 독수를 거둬들이며 말했다.
“너무 말이 많아. 가슴에 구멍 뚫었으니까 이제 속이 시원할걸. 당분간 조용히 있어라. 꼬맹아.”
담화린은 드미트리에게 언성을 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드미트리!”
“우리 쪽 힐러를 통해서 치료하면 되잖아.”
“그렇게 단순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야! 넌 우리의 자산에 훼손을 입힌 거라고!”
주륵.
그 광경을 보며 소룡은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담화린의 분노는 동료를 습격했다는 분노가 아닌, 조국의 값진 재산을 함부로 훼손했다는 것에서 나오는 분노였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그야말로 미친놈들의 군상극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
그 광경에 진심으로 분노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네메시스뿐이었다.
그녀는 끔찍한 괴성을 내지르며 급하게 소룡의 몸을 감쌌다.
고막을 자극하는 지독한 음파 공격에 드미트리는 나지막이 한 마디를 남겼다.
“몬스터 주제. 모성애라도 느끼는 건가? 같잖군.”
각 S급 헌터들은 인상을 찡그리다가…….
쿠구구구구구.
각자 혼신의 힘을 발휘하며 네메시스에게 공격을 날렸다.
“안 돼!”
당황한 소룡이 다급하게 만류하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퍼퍼퍼퍼퍼퍼퍽!
네메시스의 몸은 S급 헌터들의 공격에 그대로 난도질당했다.
그와 동시에…….
우웅
네미시스의 왕관에서 빛이 우러러 나왔다.
낯익은 빛의 파문에 드미트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게이트?”
우웅.
그것은 드미트리의 예상대로 게이트였다.
한데, 어째서인지 게이트 너머에 건너온 실체가 무척이나 낯이 익었다.
“너, 너는?!”
저벅.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우는 주변을 물끄러미 살피다가 곧 싸늘한 안색으로 입을 뗐다.
“쓰레기를 청소하러 왔는데, 어떤 게 쓰레기인지 분간을 못하겠네.”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