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3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31화
쌔근쌔근.
시간은 오후 2시.
건우는 모처럼 깊은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세상에 명성을 떨치는 S급 헌터라고 하기에는 그 분위기가 너무나 안락했다.
잠을 깨우려던 손길은 결국 그 어깨에 닿지 않고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하아.”
건우의 방을 빠져나간 지혜는 한숨을 쉬며 부엌으로 내려왔다.
우걱우걱.
그곳에는 춘삼이 며칠 굶은 것 마냥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부지런한 오빠가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거예요.”
“엄청난 사건이 있었죠. 거대한 바다뱀을 싹둑 잘라 버리든가. 진기묘기는 다 보이시고 수익은 눈~~~꼬오오오옵만치도 못 벌긴 했지만요.”
“……춘삼 씨 뒤끝 오래가네요.”
“그게 저 박춘삼 아니겠습니까? 지혜 씨. 그나저나 이 미역국 맛있는데, 더 먹어도 되나요?”
“주세요.”
지혜는 피식 웃으며 빈 그릇을 받아 미역국을 떠왔다.
“감사합니다.”
후룩.
춘삼은 미역국을 원샷 하듯 들이마신 뒤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캬아, 이 맛이야. 한국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느글느글하게 고기 먹고 양처럼 풀 씹어 먹고 어떻게 살아.”
“외모는 춘삼 씨가 제일 외국인인데요?”
“마음은 한국인입니다. k.o.r.e.a.n”
“푸훗, 그게 뭐예요.”
어이가 없는지 지혜는 웃음을 터뜨리다 춘삼의 옆에서 일어나는 해괴한 풍경을 엿봤다.
그곳에는 물로 구성된 느낌을 자아내는 마리오네트, 네메시스가 사이다를 마시며 개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맞은편에서는 세피아가 콜라를 홀짝이고 있었다.
네메시스가 그런 세피아를 보며 자신의 사이다를 건네주었다.
마셔보라는 제스처였으나.
세피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발로 깡 차버렸다.
!!
네메시스는 놀라서는 사이다 캔을 붙들고 세피아를 흘깃 노려보았다.
지혜는 귀여워죽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사이다 파와 콜라 파의 싸움인가요?”
“저는 오늘도 처키가 처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찌릿!
세피아와 네메시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춘삼을 쏘아봤다.
“뭐, 뭐, 뭐. 난 아무 말도 안 했구먼.”
춘삼은 얄궂은 인상으로 두 인형을 놀렸다.
그러다…….
빠악!
“크아아아악!”
세피아에게 정강이를 맞고 바로 무릎을 꿇었다.
춘삼은 진심으로 분노한 표정으로 세피아를 노려봤다.
“크윽, 분하다. 마음 같아서는 실력 발휘를 해서 내쫓고 싶지만, 차마 형님의 입장이 있으니 참아주지.”
세피아는 거들떠보지 않고 자리에 앉아 착석했다.
왠지 이번만큼은 세피아의 생각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지혜가 춘삼에게 세피아의 대사를 대신 읊어 주었다.
“음, 뭔가 ‘뭐래? 같잖은 게.’라고 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쿨럭. 지, 지혜씨. 뼈를 잘 때리시는군요.”
“하하하, 농담이에요.”
진짜 농담일까? 하는 의문을 잠시 가졌던 춘삼은 빈 그릇을 싱크대에 갖다 두며 지혜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지혜 씨는 콜라가 좋습니까? 사이다가 좋습니까?”
번뜩.
네미시스와 세피아.
두 층계 보스가 지혜를 쳐다보았다.
“음 둘 다 좋기는 한데,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전 사이다요.”
쿠쿵.
그러자 세피아의 표정에는 급격히 암운이 드리워졌고, 네메시스는 양손을 들어 환호하더니 지혜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푸훗, 뭐야. 갑자기 왜 신났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는지 지혜는 네메시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옳거니.’
이번에도 장난적인 기질이 발동한 춘삼은 크흠 헛기침을 내며 말했다.
“쯧쯧. 우물 안의 개구리라더니. 너희들은 아직 멀었구나.”
그러자 세피아와 네메시스는 매섭게 눈을 떴다.
“‘저건 왜 틈만 나면 기어오르지?’라는 눈빛을 하고 있군.”
“……인권이 처절하게 짓밟혀 있는 걸 잘 알고 계시네요.”
이제는 안타까워 눈시울이 시큼해질 정도였지만.
춘삼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매를 슬며시 좁히며 두 보스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너희에게 진짜 음료가 무슨 맛인지 가르쳐 주지.”
“……진짜 음료요?”
평소라면 그만하라고 만류해야 하는 타이밍이었지만.
호기심이 생긴 지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후.
콸콸콸.
세피아와 네메시스의 앞에 있는 유리컵에 흑맥주와 유사한 빛깔의 음료가 채워졌다.
춘삼은 어깨를 으쓱이며 두 보스에게 말했다.
“마셔봐라. 진미를 맛보고 있을 거다.”
“추, 춘삼 씨. 이건?!”
음료의 정체를 간파한 지혜는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춘삼을 바라보았다.
“쉿!”
춘삼은 검지를 입에 붙이며 그녀에게 조용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네메시스와 세피아는 ‘별것 있겠어?’라는 표정으로 홀짝 음료를 들이켰다.
그리고 음료가 목구멍에 넘어간 순간.
콰치치칭칭!
세피아가 들고 있던 컵이 얼어붙더니 그대로 깨졌다.
네메시스는 메스꺼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기대 이상의 반응에 춘삼은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하하핫! 어떠냐? 요것들아. 이게 맥콜이라는 거다. 끝내주지?”
맥콜.
좋아하는 마니아층도 분명히 많지만,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음료는 안타깝게도 두 보스에게 입맛엔 맞지 않았던 듯 보였다.
“이, 일부러…….”
장난꾸러기 같은 그 면모에 지혜는 다시 한번 당황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투덕거렸던 두 층계 보스는…….
짝!
손뼉을 부딪치며 의기투합을 다졌다.
저벅저벅.
그러고는 그늘이 진 얼굴로 춘삼에게 다가갔다.
***
“후암.”
6성급 블루 게이트의 공략으로 장시간 피로에 시달렸던 건우는 저녁이 돼서야 눈을 떴다.
건우가 자고 있는 동안 쭉 기다렸던 세이비어는 들뜬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심심하게 하루 종일 자고 그래? 이제 드라마 할 시간이니 어서 내려가자꾸나.
“으자자자, 알겠습니다.”
건우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 주며 거실로 향했다.
저벅저벅.
그렇게 그가 계단을 내려가던 중…….
“끼에에에에엑!!”
누군가의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디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리는데?
“지혜는 아닌 것 같네요.”
여동생의 위기만 아니면 아무래도 그만 아닌가.
그래도 호기심이 동하니 건우는 소리의 진원지인 부엌으로 향했다.
“으윽, 비린내. 이건 뭐야?”
그곳에서는…….
콸콸콸.
세피아가 유리컵에 까나리 액젓을 따르고 있었다.
또 다른 컵에는 네메시스가 간장을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컵 앞에는 사지가 꽁꽁 묶인 춘삼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게 입에는 재갈이 물려져 있었다.
“우우우우웁!!”
춘삼은 분노 어린 표정으로 무어라고 항의를 하고 있었지만, 당연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었다.
곁에서 이 풍경을 잠잠히 지켜보고 있던 지혜가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세피아 그래도 말은 하게 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홱!
세피아는 지혜의 의견을 받아들여 춘삼의 재갈을 풀어 주었다.
춘삼은 창백해진 안색으로 세피아와 네메시스에게 말했다.
“너, 너, 너희들. 난 그래도 마실 수 있는 것을 줬어!! 이런 식의 보복은 정당…….”
더 이상 떠벌 거리는 것을 보기 싫었는지 세피아는 까나리 액젓을 입에 들이부었다.
가급적 토하려고 했지만.
너무나 갑작스러운 나머지 춘삼은 그것을 그대로 꼴깍 목구멍으로 넘겼다.
“크에에에에엑!”
그리고 춘삼은 비명을 내질렀다.
식도부터 시작해 코까지 비린내가 꽉 찼다.
무엇보다 짰다.
탁탁.
그때 괴로워하는 그의 어깨를 누군가 툭 쳤다.
“뭐, 뭐야?”
춘삼이 고개를 홱 돌리니 네메시스가 상큼하게 웃는 미소로 간장을 권했다.
음운이 서린 듯한 그 웃음에 춘삼은 창백한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천하의 사이코 패스 같으니……. 차라리 인상을 써.”
빠직!
그 말에 네메시스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춘삼의 입에 간장을 냅다 들이부었다.
“크아아아아악!!”
“…….”
두 층계 보스의 고문을 목격한 건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다…….
지혜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혜야. 오늘 저녁은 뭐야?”
“음 아직 고민 중이야.”
“힘들게 무슨 요리하려고 해. 밖에 가서 외식하자.”
“진짜?”
모처럼 건우의 권유에 지혜는 반색했다.
“나 웃옷 걸치고 금방 내려올게.”
“그래. 현관에서 기다릴게.”
건우와 지혜가 부엌을 뜨려는 순간.
“푸훗!!”
춘삼은 입에 머금은 간장과 까나리 액젓을 세피아와 네메시스의 얼굴에 뱉으며 입을 열었다.
빠직! 빠직!
한순간의 방심으로 얼굴에 간장과 까나리 액젓으로 범벅이 된 두 보스였으나 잘근잘근 화를 곱씹었다.
왜냐하면, 춘삼이 말을 건네는 대상이 건우였기 때문이다.
“혀, 형님. 잠깐만요!! 제가 이렇게 악질적인 고문을 당하고 있는데, 어째서 그렇게 매정할 수 있는 겁니까?!”
건우는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응? 잘 놀고 있는 거 아니었냐?”
“아닙니다. 제발 저를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알았다.”
“혀, 형님.”
그래도 날 버려 주지 않는구나.
역시 나에게는 형님밖에 없어.
감동의 여운 때문인지 눈가에 눈물이 팽 맺히기 직전.
건우가 두 층계 보스에게 명을 하달했다.
“다른 거 하고 놀아. 크게 다치면 안 된다.”
끄덕끄덕.
세피아와 네메시스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혀, 형님.”
춘삼은 아까와 다른 어조로 다시 한번 건우를 불러 세웠지만.
스윽.
건우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춘삼은 애타는 눈빛과 목소리로 건우에게 소리쳤다.
“형님 가지 마십시오! 으아아아악!”
그리고 애타게 부질없는 희망에 매달린 그를 향해…….
스윽.
두 층계 보스가 영악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조명 뒤로 비치는 그녀들의 그림자는 묘하게 본래의 모습과도 유사해 보였다.
***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니, 지혜는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건우는 지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마법을 시전했다.
[히트 마법을 발동했습니다.]우웅.
따뜻한 기운이 몸에 감돌자, 지혜는 상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진짜 재주 많구나. 아으, 따뜻해.”
“그나저나 뭐 먹을까?”
“음 부대찌개?”
“좀 더 비싼 거 먹어도 돼.”
“아냐. 너무 먼데 가면 오빠랑 그동안 못했던 대화도 못하잖아.”
“그럼 나도 좋지.”
기특한 마음에 건우는 지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춘삼이는 왜 또 호되게 당하고 있냐?”
“푸훗, 항상 까불거리잖아. 뭐 그 모습이 귀엽기는 하지만.”
움찔!
건우의 얼굴이 그대로 경직됐지만, 지혜는 눈치 못 채고 계속 이야기했다.
우드득.
건우는 저도 모르게 주먹의 관절을 풀고 있었다.
-워워, 너무 앞서 나갔다. 이놈아.
세이비어는 그런 건우의 흥분을 가라앉혀 주었고, 건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데?”
“음 오빠의 영웅담도 듣고 싶고. 아, 맞다. 유라한테 연락이 왔는데, 긴히 이야기 좀 나누고 싶다고.”
“유라가?”
오랜만에 듣는 유라의 이름에 건우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응. 이번에 새로운 길드연합에 대한 설명회가 있다고 같이 갈 수 있겠냐고 해서.”
“새로운 길드 연합이라…….”
‘그동안 매체에서 접해 보지 못한 주제인데.’
한국에 복귀하면서 건우는 여러 매체를 접해 왔다.
완전기억능력을 소지하고 있기에 그 정보들은 머릿속에 차곡차곡 보관까지 돼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에는 새로운 길드 연합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은밀하게 모이는 행사인가 보네. 어떤 곳이려나.’
어느 정도 감이 잡힌 건우는 기대를 품었다.
바로 그 순간.
지혜는 주먹으로 건우의 가슴을 툭 치며 얼굴에 힘을 주었다.
“일 이야기는 이제 금지. 오늘은 가족 간의 화합이 중요하다고.”
“그래. 알았다.”
씨익.
건우는 지혜와 걸음을 맞추며 근처에 있는 부대찌개 식당으로 향했다.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