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3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32화
헌터 협회.
오늘도 협회장, 구자혁은 고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S급 헌터인 그에게 고된다는 표현이 과연 적합할까?
그의 비서인 김유미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곧 결론을 내렸다.
‘열은 받겠네.’
그녀의 평대로 구자혁의 얼굴은 노기로 가득했다.
그의 동공에 은은히 비추는 스티그마는 금방 마력을 폭발시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내 그는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 자리에 있으면 참 중립을 지키기 어려워. 허허허. 삼강 구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그간 잠자고 있던 독사들이 눈을 떴어.”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김유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의 책상에 있는 서류를 바라보았다.
서류에는 두 남녀의 신상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이름은 이해빈과 이해나.
한날한시에 같이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로, 그들은 국내 삼대 길드 중 하나인 태광그룹의 자제들이었다.
같은 규격의 아크 길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태광은 유통과 호텔, 레저 사업 등을 책임지고 있는 국내 대기업으로 헌터업계에는 아크보다 10년이나 늦게 진출했다.
하나, 특유의 재력과 전국에 조직된 유통망으로 그들은 활로를 뚫고 S급 헌터 한 명을 필두로 무섭도록 성장했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 국내에는 팽팽한 대립구도가 형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아크 길드는 선우진 일가가 갑작스레 행방불명이 되며 크게 위축됐다.
길드 자산이나 규격 크기는 여전히 삼대 길드에 속했지만.
S급 헌터였던 선우유정의 행방이 묘연해진 관계로 전력은 크게 감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선우진을 대신해 국내 랭킹 6위, 유지호가 아크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일이 잘못됐다가는, 태광이 불순한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이미 움직인 거나 다름없나.’
구자혁은 미간을 좁히며 이번에 태광 길드가 낸 사업기획 제출서를 바라보았다.
[신생 길드 연합]말이 좋아 연합이지.
얼마 전 붕괴된 강원도 충무 길드에서 벌인 악행과 별 차이가 없었다.
내용은 순전히 자기들에게 유리한 대로 협회와 거래를 할 수 있는 고지에 오르겠다는 통보로 게이트를 제멋대로 선점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될 경우, 5성급 게이트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다면, 신생 길드 연합 대신 다른 중소 길드가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서류에 제시되어 있지만.
그들이 행동을 개시했을 때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 될 수도 있었다.
이 점 때문에 구자혁은 어림없다면 서류를 연신 반려했다.
하나, 태광의 고집도 역시 악착같았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연신 보완을 해서 서류를 제출한다.
혹, 그것으로 안 된다면 뜻이 맞는 길드를 모아 노조를 형성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였다.
단체 행동에는 늘 명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그들은 ‘언제까지 헌터는 희생을 강요당하며 살 것인가?’와 ‘헌터 간의 빈부격차는 결코 메울 수 없는 것인가’라는 문고로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단체움직임을 조장하고 있다.
“이것들을 그냥 확 쓸어버릴 수도 없고.”
“그렇게 된다면, 협회장님께서 그들에게 빌미를 주고 연합은 생성되는 명분까지 주게 만들 겁니다.”
“……알고 있어. 내 말은 아예 일어나지 못하게 죽사발을 만들면 다 끝나는 거 아니냐. 이거지.”
“…….”
김유미는 어이가 없어 말문을 잃었다.
얼마나 대책이 없으면 저런 말이 나오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정치는 어렵군. 차라리 레이드가 낫겠어.”
“전에는 ‘나이 때문에 레이드는 힘들겠어. 후진을 양성하는 길을 도모하는 게 낫겠어.’라고 하지 않았나요?”
“크흠.”
현역시절부터 그를 보좌해 온 김유미의 팩폭에 구자혁은 헛기침으로 대화를 무마했다.
“그나저나 최건우 헌터는 아직 활동할 생각이 없다고 하나?”
“기력 소모로 아직 휴식을 취한다고 보고를 해 왔습니다.”
대외적으로 건우는 뉴욕과 파르데비아에서의 잇따른 6성 게이트의 공략으로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라고 알려져 있다.
“쯧쯧, 젊은 날 그렇게 함부로 몸을 굴리니 남을 성싶나. 보약이라도 점 지어 주게.”
“편애는 금물입니다.”
“에잇, 까탈스럽기는.”
피식.
나이에 맞지 않는 귀여운 모습에 김유미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최건우 헌터는 인망이 좋아서 챙겨줄 곳은 많습니다.”
“하긴.”
그녀의 말에 깊이 공감한 듯 구자혁은 차를 후룩 들이켜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서 빨리 얼굴을 보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구먼.”
***
건우의 집.
현관에는 오랜만에 손님이 온 참이었다.
“어서 와. 유라야. 오늘 엄청 예쁘게 입고 왔다.”
“쑤, 쑥스럽게 왜 그래?”
“아니야. 진짜라니까.”
봄 느낌이 물씬 나는 푸른 블라우스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으니, 전보다 성숙한 미가 우러러 나왔다.
“거, 건우 오빠는?”
유라는 쑥스런 기색을 숨기며 용건을 밝혔다.
“……아 오빠는 오늘 늦게 일어나서 준비하고 있어.”
“지혜야. 전에 봤던 내 셔츠 어디로 갔지. 전에 내가 장롱에 넣어 놨었는데.”
바로 그때, 샤워를 마친 건우가 청바지만 입은 채,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젖어 있는 머리칼과 굴곡이 잡힌 상반신이 훤히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화악!
그 광경을 목격한 서유라는 목덜미까지 새빨개지며 고개를 홱 돌렸고.
짜악!
지혜는 즉각 손바닥으로 건우의 등을 때렸다.
“오빠 미쳤어. 빨리 들어가서 옷 입고 와. 그거 내가 다리미로 다려서 걸어 놨어.”
“손님 왔다고 하지 그랬어.”
건우는 부랴부랴 자신의 방에 뛰어 들어갔다.
지혜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오빠라서 미안.”
“아, 아니야. 괜찮아.”
잠시 후.
유라와 함께 외출을 한 건우는 슬쩍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어째서인지 평소와 다르게 그녀는 다소 꿍해 있는 상태였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 겸 건우는 우선 안부부터 묻기로 했다.
“그동안 잘 지냈어?”
“저야 오빠에 비하면 늘 하는 게 없는걸요. 아버지도 오빠가 안 와서 다소 섭섭해했고요.”
“그래도 검술은 열심히 익히고 있다고.”
-정작 검술보다는 마법으로 후려친 게 일상다반사지만.
“무엇보다 난 마법사잖아.”
건우는 차분하게 세이비어와 유라에게 대답했다.
“그리고…… 권정아 언니도 데려가셨다면서요.”
찌릿!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는지 서유라는 서운함과 울분이 섞인 눈빛으로 건우를 쏘아봤다.
‘많이 섭섭했나보네.’
건우는 미안스런 표정을 지으면서도 변명을 늘어놓았다.
“6성급 게이트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어쩔 수 없었어. 거기서는 S급 헌터들도 일반 헌터들과 별다를 게 없었어.”
실제로 S급 헌터들은 매우 강인했지만 6성급 던전에서는 상당히 고전을 겪었다.
물론 시간이 주어진다면 공략은 해낼 수 있었겠지만.
과연 몇이나 살아남았을까?
‘그때 당시에 변수만 안 만났더라면 두 명은 살아남았겠네.’
건우는 아틀란티스 게이트에 참가한 두 명의 S급 헌터.
드미트리 레보스키와 로웰 아이만을 손꼽았다.
전자는 건우의 손에 의해 최후를 맞이했고, 로웰은 미믹의 습격으로 네메시스의 함정에 걸려 정기가 고갈 당했다.
경위야 어찌 됐든 S급도 고전하는 6성급 던전에 A급 헌터를 데려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건우는 그 의미를 유라에게 명백히 전했다.
“섭섭해하지 마. 그런 위험한 곳에 널 데려 갈 수는 없어.”
진지한 표정에 근엄한 어조.
“아, 알겠어요.”
그 얼굴을 끝까지 볼 자신이 없었는지 유라는 얼굴을 붉히며 잠깐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딜 가는 거야?”
건우의 질문에 유라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답했다.
“태광 길드에 있는 회담에 참가할 예정이에요. 헌터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서 오빠에게 동행을 요청했어요.”
“신생 길드연합 말이지. 봉황 길드는 어떤 생각인데?”
“아버지 생각은 반대예요. 한 집단이 힘이 너무 커지는 건 경계해야 되고, 또 그러다가 도태되는 사람이 생겨난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그렇구나. 역시 대인배시네.”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왜?”
“답해 드리기 조금 어렵네요.”
서유라는 피식 웃으며 여기에 오기 전에 서일도와 나눈 담화를 떠올렸다.
-흠, 평소에 이 아비는 보지 못했는데, 아주 어여쁘게 꾸미고 다니는구나.
그 눈빛은 무언가 탐탁지 않아하는 시선이 깃들어 있었다.
-갈아입고 올게요.
서유라가 발끈 화를 내자,
-크흠, 뭐 그렇게까지 하니? 괜찮다. 사…… 아니 최건우 헌터도 그 모습을 보면 좋아할 게다.
서일도는 얌전히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정작 건우를 만나러 가는 당사자인 그녀보다 훨씬 건우에 대해 이야기 많이 했다
-그리고 그 친구 시간 있으면 검도 좀 나누자고 이야기 좀 해 주렴. 그리고…….
이야기는 무척 길었지만.
간단히 말해 서일도는 건우가 보고 싶은 듯 보였다.
자신과 거의 동등한 검술 기량을 지니고 있는데다가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인 점, 그리고 사윗감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더욱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영락없는 팔불출 같은 그 모습에 샘이 나기도 했고, 왠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왜 웃고 있어?”
“그냥 오빠랑 있으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겨서요.”
“……?”
서유라의 의외성 발언에 건우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태광 길드.
12층 건물에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홀에는 놀랍게도 각성자들로 가득 찼다.
연회장처럼 그곳에는 온갖 산해진미와 술 등이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최근에 화두가 되는 화제를 중심으로 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홀의 입구에는 가드 두 명이 서 있었고.
저벅.
서유라는 백에서 봉투를 꺼내 들어 그들에게 건넸다.
“봉황 길드의 서유라예요. 초대장은 여기 있어요. 이분은 저랑 동행하는…….”
무어라고 소개하지?
그 생각은 미처 못 했는지 유라는 잠시 머뭇거렸다.
가드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건우를 흘깃 바라본 뒤 말했다.
“남자 친구 분이십니까?”
“나, 나, 남자 친구요?”
단순히 질문한 것뿐인데, 유라는 얼굴에 홍조가 피어오르며 말을 더듬었다.
보다 못한 건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수행원입니다.”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큰 오해를 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가드는 문을 열어 주자, 건우는 저벅 안으로 들어섰다.
‘왜 안 오지?’
“…….”
흘깃 뒤를 바라보니 그곳에는 서유라가 매우 서운한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라는 당차게 안으로 들어섰다.
“뭐지?”
건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갸웃했고.
-에휴, 너한테 제일 필요한 교육을 내가 미처 못해 주었구나.
그리 말을 하는 세이비어는 먹먹한 가슴을 탕탕 치고 싶었다.
***
신생 길드 연합.
그 모임을 주도한 이해빈과 이해나 두 쌍둥이는 연회장에 가득 들어찬 헌터들의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그중 참가자 리스트를 확인하던 이해빈은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S급 헌터들은 안 왔나?”
신생 길드 연합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S급 헌터들의 협조가 가장 필요했다.
현재, 연합에 가담하겠다는 S급 헌터는 세 명.
나머지는 소식불통이었다.
이해 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중립 기어 박고 상황을 보고 있는 거잖아. 조금만 기다려 봐.”
이해나는 포두주가 든 잔을 입에 머금다가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서유라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 뒤에서는 한 남자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어머, 이 자리가 어떤 자린지도 모르고 남자 친구를 데려왔네.”
이해나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의 얼굴을 살폈다.
그런데 요목조목 따져 보니 꽤 잘생기고 근사한 남자가 아니던가.
“흐음. 내 취향일지도.”
위험한 분위기를 감지한 이해빈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는 항상 남의 남자 뺏는 걸 좋아하더라.”
“그게 내 취향인데 어쩌겠어?”
이해나는 그대로 성큼성큼 발을 옮겨 건우에게 다가갔다.
처음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은 늘 가벼운 터치다.
“어머.”
그렇기에 살짝 넘어지는 척, 건우의 품에 안기려고 한순간.
홱!
남자는 말도 안 되는 반사 신경으로 이해나를 피했다.
……어라?
이해나의 눈빛은 급당황으로 물들었고…….
우당탕탕!
곧 그녀는 식탁에 있는 음식을 모조리 쏟으며 그대로 넘어졌다.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