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3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34화
건우의 폭로에 장내의 분위기는 얼어붙은 것처럼 싸늘했다.
이해빈과 이해나.
이 두 남매는 더 이상 불합리와 부조리는 타파해야 한다고 나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남매의 만행은 부조리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기가 차다 못해 혀를 내두르기까지 했다.
이해빈은 이빨을 까득 깨물며 말했다.
“터무니없는 망언을 지껄여 주시는군요. 협회에서 보냈습니까? 신생 길드 연합에 물을 흩트리라고?”
“자기들 잘못을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요?”
“내가 뭘 잘못했어!!”
동요한 이해빈은 언성을 높이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것은 무척이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상대는 국내 최강의 S급 헌터.
나아가 세계에서도 크나큰 명성까지 떨치고 있었다.
피라미드 계층으로 따지자면, 가장 꼭짓점에 올라서 있는 존재가 바로 건우였다.
“뭐야? 그럼 지금까지 보인 모습이 다 가식이었네.”
“헐 봉황 길드를 상대로 여론전 벌인 거야?”
“왠지 우리를 너무 병신으로 아는 것 같은데?”
여론이 반전세로 뒤집히자, 이해나는 눈치를 살피며 단상에 올라오더니 이해빈과 나란히 서며 건우에게 말했다.
“최건우 헌터. 이래봤자 서로에게 좋을 건 없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연합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뭐죠? 참가를 표명한다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아직 여기 있는 분들한테 할 말이 남았거든요.”
고개를 젓던 건우는 주변에 있는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며 경쟁관계에 있는 무리들.
그들을 향해 건우는 한심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게이트 공략을 거부한다? 그래서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면 당신들은 어떻게 책임지실 거죠? 설마 민간인들한테 막으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겠죠.”
“…….”
헌터들은 일순간 말문을 잃었고.
건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최악의 전개에 대해 말했다.
“저는 최근 6성급 게이트를 두 차례, 공략했습니다. 세간에 사람들은 운이 좋아서? 혹은 6성급은 사실 공략이 어려운 게이트가 아니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업계에 있는 당신들은 이 의미가 어떤 건지 아시겠죠.”
건우의 발언은 자칫 오만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나, 헌터들은 알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5성급 게이트도 타파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을…….
“제가 만약 6성급 던전 브레이크를 방치하면, 당신들은 어떻게 될까요? 그때 가면 한국에서 왜 6성급 게이트가 발생했냐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 것 같은데…….”
오싹!
그 말을 들은 헌터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6성급 게이트의 던전 브레이크.
만약 일어나기라도 했다가는 한 지역구를 폐쇄하고 던전 공략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태였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집니다. 연합 창설에 제가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없죠. 다만, 그로 인한 피해는 당신들 스스로 감수해야 될 겁니다.”
발언을 마친 건우는 그대로 단상 위로 내려와 출구 쪽으로 향했다.
서유라는 신속히 건우의 등을 쫓았고.
건우는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긴장하고 있는 헌터들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오, 오빠.”
난생처음 보는 건우의 살벌한 표정에 서유라는 심히 당황했고.
콰앙!
건우의 주먹이 그대로 건물의 벽을 강타했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적!
그 충격에 건물의 천장까지 일파만파 균열이 번지며 곧장 무너질 듯 부스러기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당장 저 남자를 잡아!”
당황한 이해나는 어쩌지 못하고 주변의 보디가드들에게 명을 내렸지만.
삐질.
그들은 그녀의 명을 수행하기는커녕 건우에게 접근조차 못했다.
[회귀의 링을 발동했습니다.] [회귀의 링을 발동했습니다.] [회귀의 링을 발동했습니다.]하지만 당장이라도 붕괴할 것만 같았던 거대한 균열은 주변에 형성된 금빛의 링에 의해 곧장 사라지며 다시 원래 모습을 되찾아갔다.
꿀꺽.
헌터들은 건우가 일순간에 펼쳐진 능력에 고인 침을 삼켰다.
건우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참고로 6성급의 보스 몬스터들에게 이런 타격은 전혀 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저 간지러울 뿐이죠.”
“마, 말도 안 돼!”
건우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은 헌터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방금 전의 일격은 A급 헌터가 전력을 구사해도 만들어 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다.
한데, 그 무시무시한 일격이 6성급 보스에게 먹히지도 않다니.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그 위협을 인지한 건지, 자신만만했던 헌터들의 표정은 일제히 무너졌다.
더없이 한심한 모습에 건우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너희들이 하는 짓은 돈에 눈이 멀어 생명을 경시하는 짓이야. 쓰레기 새끼들아.”
“…….”
그 한마디에 수치심을 느낀 누군가는 얼굴이 벌게졌고.
또 누군가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인식이 퍼졌다.
“……안 좋아.”
그것이 무엇인지 직감한 이해나는 쯧 혀를 차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다잡으려고 애썼다.
저벅저벅.
하지만 하나로 뭉쳐진 뜻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좌중의 헌터들은 모두 흥미를 잃었다는 듯 제자리를 되찾아갔다.
“우리가 무슨 귀족도 아니고. 몬스터만 때려잡으면 되지. 뭐.”
“생각해 보면 연합은 아직 이른 것 같아.”
“그러게. 이중인격자들이랑 붙어 다녀서 좋을 것도 없고.”
“야, 근데 나는 급여를 동전으로 준다는 것은 생각만 해 봤지, 실행한 녀석은 처음 봤네. 이해빈 그 자식 완전 또라이였네.”
태광과 손을 잡아서 좋을 건 없다.
그러한 인식이 모두에게 뚜렷하게 잡히고 말았다.
잠시 후.
홀에는 이해빈과 이해나 남매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시발!”
쨍그랑!
격분을 참지 못한 이해빈은 글라스 컵을 그대로 벽에 던져 깨뜨렸다.
“하아, 어이가 없네. 남의 잔치에 초를 치다니. 뭐 저렇게 경우 없는 새끼가 다 있지?”
오랜 시간 준비한 계획은 건우의 말에 의해 파투가 났다.
수습은 불가능한 데다 신생 연합 길드가 창설될지도 앞으로 심혈을 기울여 두고 봐야 할 문제가 돼버렸다.
“가만 안 놔두겠어. 그 새끼.”
콰앙!
이해빈은 섬뜩하게 눈을 빛내며 건우가 강타한 벽을 힘껏 후려쳤다.
***
차를 타고 집으로 복귀하던 중.
힐끔.
서유라는 건우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빠가 그렇게 힘들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늘 당당했으니까.
늘 이겨 왔으니까.
이 남자가 어떤 고뇌를 해 오는지 사실 좀처럼 상상도 가지 않았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그냥 기분만 더러웠을 뿐이야.”
“……그래도.”
서유라는 의기소침한 표정을 짓다 가까스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무슨 일 있으면 꼭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피식.
“그래 고맙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는지 건우는 무심코 손을 들어 올려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다.
‘안 되지. 안 돼.’
그러다 뒤늦게 상대가 유라라는 것을 자각하고는 손을 멈췄다.
여동생한테 스스럼없이 하는 행동을 남에게 하려고 하다니.
‘나도 참 철딱서니가 없네.’
“……”
서유라는 멀뚱히 허공에 올라가 있는 건우의 손을 스윽 올려다보다가…….
덥석!
그대로 양손으로 붙들어 자신의 머리에 올렸다.
“유, 유라야.”
당황한 건우는 말을 더듬었고.
유라는 얼굴이 붉힌 상태로 입을 열었다.
“시, 시간이 되면 저에게도 검술 가르쳐 주세요.”
“계승이 불가능한 검술이라서 가르쳐 주는 것은 불가능한데.”
니제르에게 검술을 계승 받은 유일한 조건.
이 검술은 엘프를 통해 다시 한번 계승시키는 것이다.
비전을 남겨도 실패했으니 방법을 달리해 건우를 통해 검술을 전수하려 한 것이다.
그런 건우의 답에 세이비어가 답답한 나머지 일침을 놓았다.
-이 멍청아. 저 처자가 원하는 대답은 그게 아니잖아!
그럼 뭐지?
시무룩.
서유라는 입꼬리를 내리며 무척이나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황한 건우는 허둥지둥 답변을 내놓았다.
“저, 전수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네 검술 실력 상승에 도움은 줄 수 있을 것 같아. 꼭 길드에 찾아갈게.”
삐진 게 풀렸는지 서유라는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약속이에요.”
“……약속할게.”
건우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그걸 지켜보던 세이비어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아직 갈 길이 멀군. 멀어.
***
집으로 복귀한 건우는 곧장 이그너스의 던전에 진입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우웅.
그곳에서는 고철덩어리가 된 아티팩트들이 건우의 손에 의해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언뜻 보면 지금의 작업은 사업을 위해 스킬을 연신 사용하는 것 같지만.
내막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것은 훈련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건우에게는 수많은 마법과 병장기가 있다.
그것들을 힘껏 활용해 지금까지 수많은 적을 퇴치해 왔지만.
가장 근본적인 힘은 복원이었다.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수백 가지의 마법이 있어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역시 건우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복원이었다.
이 스킬 역시 활용하면 활용할수록 숙련도가 자연스럽게 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한창 복원을 시도하던 중.
세이비어가 음성을 흘러 보냈다.
-아크 길드가 끝나니까 이번에는 태광을 상대로 한 번 뒤집어 보게?
건우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저도 그냥 S급 헌터니까. 객기 한 번 부려 보는 거죠.’
이그너스의 마나 연공식 6성에 도달한 건우는 이제 자연스레 마나에 의지를 담을 수 있게 됐다.
이 경지에 도달하면 보다 마나를 자신의 손발처럼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되는데.
굳이 입을 안 열어도 세이비어와 대화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얼씨구.
기가 막혔는지 세이비어가 감탄사를 늘어놓다가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할 속셈이냐? 프리메라를 잡고 나서는 활동이 뜸하잖아.
‘잠시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기다린다니?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들이 보낸 사도가 연신 깨지고 있는데, 탑에 있는 녀석이 가만히 있을까요?’
-……구태여 미끼를 자처하겠다는 거냐?
‘뭐 그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도 있긴 하죠.’
-뭔데?
건우가 이번에는 육성으로 그 답을 전했다.
“지혜가 삐지니까 눈치 보이잖아요.”
-…….
세이비어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
강원도 철원의 깊은 산골짜기.
우웅.
여느 때나 다름없이 평화로워야 할 그곳에는 의문의 게이트가 생성돼 있었다.
본래라면, 협회의 사람들이 일찌감치 탐지해 조치를 취할 터였지만.
뚝, 뚝.
그 부근에는 협회 사람들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낮 공무원 따위가 나대다가는 이렇게 죽는 법이지.”
그들을 죽인 두 명의 인영은 음산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알케미스트. 그 던전에 아스모데우스의 유산이 숨겨져 있는 거 맞아?”
“탐지해 보니 여기가 맞아. 근데 너무 작아서 놀랐어.”
알케미스트는 외알 안경을 고쳐 쓰며 게이트를 주시했다.
게이트의 크기는 지름 30cm로 지금까지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작은 크기였다.
쿠구구구구구구.
한데, 그 놀랄 만큼 작은 크기의 게이트에서 심상치 않은 위용이 솟구쳐 있었다.
‘뭐지?’
알케미스트가 게이트를 향해 손을 뻗기 무섭게…….
쇄액!
-키에에에엑!
느닷없이 게이트 너머에서 갑각류의 곤충이 튀어나와 알케미스트의 목을 노리려고 했다.
콰직!
덩치가 한창 큰 그의 동료, 워리어는 주먹으로 단숨에 곤충을 터뜨려 죽였다.
“뭐야? 벌써 던전 브레이크야?”
워리어의 질문에 알케미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데, 결계를 찢고 나왔어.”
곤충이 찢어 둔 결계는 다시금 원상태로 돌아왔다.
“알다시피 던전 브레이크는 두 가지 경우가 있어. 자연스런 결계 해제 혹은 몬스터가 강제로 찢고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찢어진 결계가 너무 약한 대신 금방 수복이 되는 거야. 아주 보기 드문 사례지.”
“호오. 그래서 그 곤충 정체는 뭔데?”
알케미스트는 곤충을 요목조목 살피다가 음산한 단어를 읊조렸다.
“패러사이트.”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