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3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35화
알케미스트가 언급한 패러사이트의 형체는 일반적인 자연에서 보기 어려웠다.
10센티 크기의 갑각을 두르고 있는 둥그런 외형.
몸 곳곳에 박혀 있는 가시와 촉수는 인체의 뇌를 장악해 생물을 제멋대로 조종한다.
이 무시무시한 특징을 두고 워리어는 감평을 내놓았다.
“일반 잡몸보다 못한 쓰레기라는 거잖아. 어려울 것 없네. 지금 당장 던전을 공략하자고.”
워리어는 패러사이트가 튀어나온 30cm 크기의 게이트를 가리켰다.
이에 알케미스트는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저 구멍에 무슨 수로 들어가게. 생각을 좀 하라고. 이건 누가 봐도 공략불가의 게이트야.”
예상치 못한 지적에 워리어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아스모데우스의 유산은 손에 넣지 못하는 건가?”
“아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그럼?”
“일부러 던전 브레이크를 발생시키면 돼. 패러사이트는 기본적으로 여왕개체가 있는 군집 몬스터야. 페로몬을 통해 던전 안과 밖에서 대화가 가능하지. 패러사이트가 어느 정도 세력을 확장하면, 여왕도 다시 알을 낳기 위해 게이트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
“어째서?”
“알을 낳기 위해서는 영양분이 가득한 시체가 필요해. 알을 깨고 나온 패러사이트들은 그 시체를 좀먹고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거지.”
“윽, 징그러워. 어쨌든 산란을 위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지?”
워리어의 질문에 알케미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때를 노려야 해.”
“헤헤헤, 그렇다면, 우리가 몬스터를 키우는 보모가 되는 건가?”
“끔찍한 표현 하지 마. 굳이 말하자면 도축업자지. 우리는 이 녀석들이 클 때가 되면 알아서 잡아먹으면 되는 거야.”
“보스한테 허가는?”
“보고는 했다만 승낙이 떨어질지는…….”
띠링.
알케미스트가 답변을 늘어놓기 무섭게 알케미스트가 들고 있는 핸드폰에서 메시지 수신음이 울려 퍼졌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확인하던 알케미스트는…….
씨익.
그대로 입꼬리를 올렸다.
“아주 화려하게 저지르라고 하는데.”
“호오 화려하게 저지르면 그 녀석이 오지 않겠어? 나이트도 가급적 기피해야 될 놈이라고 햇잖아.”
알케미스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보스의 명이 우선순위야.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는 없다고 했어. 또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그 녀석을 죽일 수 있는 대적무기도 우리한테 조달해 준다고 하는데.”
휘익!
“That‘s Fantastic!”
워리어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미믹의 활동은 어디까지나 칠대 마왕의 유산을 회수.
그동안 잠재 위협이 높은 아티팩트를 회수해야 했기에 명성을 떨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번에야말로 본격적으로 미믹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된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의 보스가 직접 선포하지 않았는가.
알케미스트 역시 흥분을 감출 수 없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에 죽은 커서와 테이머도 그 녀석 손에 죽었으려나.”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큰 문제가 있겠어? 고작 A급 나부랭이들이잖아. 우리는 비공식 S급 각성자라고. 게다가 탑에서 전파한 기술까지 지니고 있지.”
“아아, 근데 그 기술을 정확하게 활용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잖아.”
“그러면 그 실력으로 본때를 보여 주자고. 네가 왜 알케미스트인지 보여 주어야 될 거 아니야.”
“워리어. 딱히 네 말에 공감하고 싶지 않다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네.”
알케미스트는 피식 웃으며 게이트에 손을 얹었다.
조밀하게 얽힌 결계는 마치 엉킨 실타래가 풀린 것처럼 조그마한 틈을 만들어 냈다.
까드드드득.
그 틈새로 무수한 패러사이트가 쏟아져 나오더니 주변에 널려 있는 시체의 머리에 올라타 촉수를 박아 넣었다.
끼기기기기긱!
통증은 전혀 느끼지 않는지 부서진 뼈를 억지로 껴 맞추며 시체가 몸을 일으켰다.
우우우웅!
결합이 되기 무섭게 그들은 생전에 지니고 있던 힘보다 더 강대한 힘이 무럭무럭 솟아나 있었다.
기생에 성공한 패러사이트들은 미믹의 두 간부를 쳐다보다 곧 관심을 끊고 어디론가 이동을 시작했다.
“왜 우리 보고 습격을 안 하는 거지?”
“이유는 간단해. 몇 가지 약물만 조합하면 저 녀석들이 동료라고 인식할 수 있는 페로몬을 만들 수 있거든.”
알케미스트는 품 안에서 미리 조제한 약물을 꺼내 들었다.
“그 짧은 시간에 그걸 분석한 거야. 과연 알케미스트야.”
“네임드 값은 해야지 않겠어?”
알케미스트는 어깨를 으쓱거렸고, 워리어는 자신의 키만큼 큰 대검을 어깨에 두르며 재차 질문했다.
“그래서 얼마나 번식시킬 예정인데?”
알케미스트는 턱을 매만지며 고심하다 결론을 내렸다.
“가볍게 천 명 정도로 시작해 보자고. 메시지 남기는 것도 잊지 말고.”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화륵.
대답과 함께 워리어의 검신에서 불똥이 튀며 발화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대검을 있는 힘껏 휘두른 순간, 숲 전체가 산불이 번졌고.
쿠워어어어어어.
기생에 성공한 패러사이트들은 마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헌터협회, 미하노프의 공방.
건우는 공방의 주인, 미하노프와 그가 소유하고 있는 애장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사실 이 만남은 미국에서 복귀한 뒤, 진작 이루어져야 했지만.
갑작스레 아틀란티스 게이트 참가를 하는 바람에 한 번 무산이 됐었다.
미하노프는 그 점이 못내 섭섭했는지 아직까지 건우에게 투덜거리고 있었다.
“미국에서 그런 대형 사고를 쳐서 날 궁금하게 만들었으면 한 번도 얼굴도 내비추지 않다니. 괘씸한 놈.”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대형 사고를 치느라 정신없었어요.”
“으이고, 한 마디도 안 지지.”
“너무 섭섭해하지 말아요.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이렇게 한 걸음에 달려왔잖아요.”
“내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내 물건들이 보고 싶었겠지.”
“……겸사겸사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애장품을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언젠가 미하노프가 심혈을 기울여 복구시키려는 아티팩트로 가득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장인의 솜씨를 가진 드워프라고 해도 아티팩트의 옛 모습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개조는 가능하겠지만.
미하노프는 그것조차 버거워하고 있는 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하노프의 솜씨가 격하할 수는 없었다.
‘거의 레전드급 아티팩트인데, 정상적인 방법으로 되살리기는 어렵겠지.’
그렇다.
제아무리 폐기 예정인 아티팩트라고 해도 미하노프의 공방에 소장돼 있는 것들은 거의 다 레전드급 아티팩트다.
건우는 유니크급 아티팩트까지는 무난하게 복원할 수 있지만.
레전드급부터는 그 역시 장시간의 마력을 퍼부어야지 복원이 가능했다.
“그래서 어떤 걸 가져갈 참이냐?”
“이게 좋을 것 같습니다.”
건우가 검지로 지목한 것은 녹이 잔뜩 서린 석장이었다.
길이는 약 70cm. 석장을 장식하는 머리 부분은 두 날개가 활개치고 있었다.
“언제 봐도 내가 손쓸 수 없는 것들만 가져가기를 좋아하는구나.”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거든요.”
건우는 피식 웃으며 상태창을 살펴봤다.
-등급 : 레전드
-설명 : 대마도사, 율라에 의해 탄생한 석장, 마력을 집결시켜 오러 와도 비견되는 유사오러를 생성시킬 수도 있다. 응용의 범위와 폭이 매우 넓어 율라 역시 리바이던의 잠재성을 100%로 끌어내지는 못했다.
마력 소모치가 큰 관계로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후손들에게 전해졌을 때는 무구보다는 가문의 상징으로 계승되어 왔다.
-내구도 5/120
*캐스팅 속도 1.8배 증가
*원소마법 가동 시, 1.2배 증폭효과
*유사 오러 발동 시, 마력 소모치 2배 상승.
‘율라라…… 한때, 동경했던 마법사였는데.’
무의식적으로 사념에 마나가 실렸는지 그것을 전해들은 세이비어가 발끈했다.
-이 자식이! 그 율라보다 더 위대한 내가 있잖아!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할아버지는 솔직히 깨부수는 데 전문이지. 율라처럼 마법도구는 못 만들었잖아요.’
-아니, 권능 소지자가 그딴 것들이 대체 왜 필요한데!
세이비어의 반박에 건우는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세이비어와 율라.
이클립스 시절에 들었던 이 두 마도사들은 확실히 전설 그 이상이었다.
다만, 그들의 업적은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이비어는 드래곤마저 짓밟을 정도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한 최강의 마도사였으며…….
율라는 마법의 이론을 정립하고 마법을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게 문화를 전파한 사람이다.
간단히 말해 세이비어는 전쟁영웅.
율라는 문화를 한 단계 진보시킨 현자 쪽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지라 건우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쬐금 더 위대합니다.’
-크하하하하! 그럼 그렇지.
기분이 풀렸는지 세이비어는 너털웃음을 터뜨렸고.
건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곧 시선을 옆에 두었다.
그곳에는 거대한 미늘창을 들고 있는 갑주가 서 있었다.
그걸 본 건우는 미늘창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뭔가요?”
이제야 물건의 진가를 알아보는 건가?
미하노프는 가슴을 젖히며 자기자랑을 늘어놓았다.
“아, 그거? 이 미하노프 두로께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티팩트지. 저 웅후한 탄력에 그 누가 대적할쏘랴. 하하하하.”
“이것도 주실 수 있어요?”
건우의 요구에 미하노프는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2억.”
“오! 싸네요. 지금 계좌에 붙이겠습니다.”
건우의 반응에 미하노프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핀잔을 내뱉었다.
“이놈아. 그렇게 가지고 싶으면 에누리좀 해 보고 그래야지. 덥석 부르는 대로 주면 호구 취급 받아.”
“그래도 저는 충분히 싸다고 생각했는데요?”
건우의 말은 가식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등급 : 레어
-설명 : 미하노프가 분기탱천하여 제작한 거대 할버드. 예리한 날, 중압감, 유연한 탈력 등 삼중주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내구도 80/80
효과가 덧붙여지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무구였다.
“근데, 너 마법사면서 할버드까지 휘두르게? 균형이 맞지 않을 텐데.”
미하노프의 지적에 건우는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휘두르기에 제격인 친구가 있어서요.”
“흐음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냥 선물로 주마.”
“네? 정말이요?”
“내가 만든 무구의 가치를 알아봤으니 그냥 주는 게다. 알아보지 못했으면 가격을 더 올렸겠지.”
“감사합니다!”
혹여 말을 바꿀까 싶어 건우는 즉각 리바이던과 할버드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하여간 네놈을 이길 수 있는 녀석이 과연 있을까 싶구나.”
미하노프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세이비어는 피식 웃으며 그 누군가를 언급했다.
-리리스란 꼬맹이한테는 몇 번 밀리기는 했지.
‘애를 상대로 제가 진심으로 할까요?’
건우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질색했다.
바로 그때.
“최, 최건우 헌터님. 크, 큰일 났습니다. 지금 협회장님께서 긴급히 호출요청을 하셨습니다.”
간만에 모습을 드러낸 협회 직원, 이서진이 다급한 표정으로 건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잠시 후.
협회장실로 이동한 건우는 TV화면을 보고는 잠시 넋을 놓았다.
화르르륵.
강원도 철원에서 벌어진 대형화재가 일어났다.
불을 끄는 것은 건우의 소관이 아니다만 거대한 불길은 영문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HERE]현장에는 종이자락이 무수히 흐트러지고 있었고, 종이 안쪽에는 상자와 괴물을 혼합한 묘한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현장은 아비규환.
패러사이트에 의해 움직인 시체들은 몬스터 이상으로 난동을 일으키며 한 마을을 괴멸시키기까지 했다.
까드득.
건우는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으스러질 듯 쥐었다.
-너를 부르는구나.
세이비어의 음성에 건우는 냉소어린 어조로 답했다.
“그렇다면 초대에 응해 줘야죠.”
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