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3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38화
몽골고원의 고비사막.
모래 대신 암반으로 가득 찬 이 사막에는 주인의 허락도 없이 어떤 단체가 거주하고 있었다.
암반에 가려진 거대한 공동.
그 안에는 수천 명의 사내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텐트에서 술과 음식 등을 가져와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질서 없는 풍경에 관리자는 눈살을 찌푸렸을 법했지만.
정작 남은 간부들은 별 흥미 없다는 눈초리로 아지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집단의 이름은 미믹.
거주하고 있는 간부는…….
나이트, 가디언, 슬레이어, 소서러, 위저드.
총 다섯 명이었다.
이들 중 가장 성격이 활기찬 나이트는 그물침대에 몸을 눕히며 귀 따갑게 한마디를 늘어놓고 있었다.
“아아, 역시 지겹네. 그냥 유산 찾으러 가면 안 되나.”
“시끄러워. 여독은 풀어야 될 것 아니야.”
우람한 사내, 가디언은 손목에 붕대를 질끈 메며 나이트를 야단쳤다.
온몸에 갑옷을 착용하고 검을 벼리고 있던 슬레이어 역시 나이트에게 말했다.
“이번에 녀석들이 아스모데우스의 유산을 찾으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거야.”
“그런가?”
나이트는 이해가 가지 않은 듯 관자놀이를 긁적였고.
푸른빛이 감도는 머리칼을 이마 뒤로 쓸어 넘기던 소서러가 세밀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소유한 마왕들의 유산은 세 점, 아직 회수하지 못한 유산은 세 점, 나머지 한 점은 최건우란 괴물이 소유하고 있잖아. 정리를 위해서 아마 보스가 우리를 한꺼번에 파견하지 않을까?”
“하긴 미믹 전체 전력이라면, 그 녀석을 압도하고도 남지.”
위저드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에 흥미가 붙었는지 나이트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칠대마왕의 유산을 다 모으면 어떻게 되려나? 숫자도 딱 일곱 개니까 소원을 이뤄주는 신룡이라도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하하하하하.”
“어쩌면 그보다 더 한 게 튀어나올지도 모르지.”
“하하하하하”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 순간.
우웅.
주변에 비치된 수정구가 빛을 발하며 펜타그램을 형성시키기 시작했다.
수정구의 마력은 일시적으로 집결하더니 이내 거대한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좌표를 확인하던 마법사는 즉각 간부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알케미스트님의 게이트가 생성됐습니다.”
“아아 드디어 돌아오는 건가?”
나이트는 느긋하게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 순간.
꿈틀!
간부들은 일제히 게이트 너머에서 불길한 기척을 감지했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촤아아아아아아악!
게이트 너머에서는 곧장 여러 갈래의 촉수들이 퍼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악!”
무방비하게 대기하고 있던 미믹의 일원들은 피분수를 쏟으며 죽어 나갔다.
“크허허허허헉!”
그 가운데 목에 촉수가 박힌 일원은 입에 게거품을 물다 곧 동공을 잃고 좀비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사사사삭!
나이트를 비롯한 네 명의 간부는 일제히 촉수를 잘라 내고 불태우며 눈매를 좁혔다.
“뭐야? 대체 누구야?!”
그들은 긴장한 눈빛으로 게이트를 주시했다.
우웅.
거대한 게이트 저편에는 갑각류의 몸을 갖춘 거대한 곤충형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에에에에엑!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제일 먼저 미믹의 아지트 곳곳에 피어를 발산했다.
대다수의 일원들은 고막이 터진 채 기절했다.
푸푸푸푸푸푹!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곤충의 무수한 촉수가 그들에게 꽂혔다.
-크워어어어.
-크아아아악!
좀비처럼 몸을 일으킨 미믹의 일원들은 한때, 자신들이 모시던 간부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서걱!
나이트는 살기를 발산하며 그들의 목을 잘라 냈다.
스파아아아앗!
주변에는 피분수가 튀는 가운데.
덥석.
나이트는 허공에 날아다니는 무언가를 손에 집었다.
-키이이익.
엄지와 검지 사이에 잡힌 건, 눈앞에 있는 거대한 곤충의 모습과도 유사했다.
“패러사이트?”
그 정체를 간파한 소서러는 인상을 찌푸리며 거대곤충을 바라보았다.
-키에에에에엑!
끊임없이 피어를 발산하고 있는 녀석의 몸통에는 알케미스트와 워리어의 시체가 융화돼 있었다.
무수한 촉수가 몸에 꽂힌 그들의 모습은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었다.
“여왕이 S급 소체를 두 명이나 집어먹어서 비상식적으로 강해진 거야!”
두둑!
소서러의 말에 나이트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저 녀석들이 고작 패러사이트에 당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침착해. 소서러는 어디까지나 진실을 말한 것뿐이야. 눈앞에 있는 걸 구태여 부정하지 마.”
슬레이어의 충고에 이어 가디언도 한마디 의견을 덧붙였다.
“이건 알케미스트가 늘 몬스터를 상대로 했던 실험이랑 비슷해. 아마 녀석은 누군가한테 도리어 이용당하는 걸 거야.”
나이트는 이빨을 빠득 갈며 말했다.
“어떤 놈의 농간인지 모르지만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그 순간 여유가 묻어나오는 말투가 모두의 귀를 자극했다.
“와우, 역시 간부들이라 그런지 눈썰미가 장난이 아니네.”
발끈!
미믹의 간부들은 목소리가 들려온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방금 전에 여왕 패러사이트의 난동으로 붕괴된 지반의 틈새로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검은 슈트를 갖춰 입은 그는 무척이나 오만한 자세로 미믹의 간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직접 확인한 미믹 간부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 저 남자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트는 남자의 이름을 읊조렸다.
“……최건우.”
“정답. 보아하니 너희가 미믹의 간부인가보네.”
소서러는 건우를 주시하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귀환할 때 쓰는 게이트를 이런 식으로 역이용할 줄이야.”
건우는 피식 웃으며 소서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미믹을 한꺼번에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보스는 없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네.”
건우는 활짝 웃다 이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서 유언은?”
스릉!
그들은 대답 대신 각자의 병기를 꺼내며 대적의 의사를 표했다.
슬레이어 와 가디언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씩 내뱉었다.
“네놈은 우리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군.”
“우린 일반 헌터들과 달라.”
“다르니까 그런 또라이 짓을 벌였겠지.”
건우는 구태여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긍정하며 자신을 엄지로 가리켜 보였다.
“나도 일반 헌터랑 다르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키에에에엑!
여왕 패러사이트가 촉수로 미믹의 간부들을 빗발처럼 내려치기 시작했다.
“어디서 건방지게 손을 올리는 것이냐!”
미믹의 간부들은 화력을 한데 집중해 여왕 패러사이트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콰아아앙! 화르르르륵!
가공할 만한 위력에 여왕 패러사이트의 몸은 갈가리 찌어지며 불에 타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엑!
그렇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몸채가 통째로 분쇄되려는 찰나.
건우는 근거리에서 손을 뻗어 금빛의 마력을 발출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스스스스스.
갈라지고 찢어졌던 몸과 촉수들은 금방 원상복구 되어 다시 미믹의 간부들을 습격했다.
“뭐?!”
촤악!
힘겹게 여왕 패러사이트의 촉수를 잘라 낸 나이트는 눈을 부릅떴다.
“어째서 저 녀석은 공격하지 않는 거야!”
소서러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건우를 쳐다보았다.
여왕 패러사이트는 페로몬을 통해 피아를 식별하는 몬스터.
그렇기 때문에 건우를 공격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건우는 가슴팍에 약병을 꺼내 들며 그 해답을 밝혔다.
“알케미스트라고 했나? 너희 동료가 제조해뒀던 페로몬을 뿌리니 녀석은 나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더라고. 난 적의 꾀도 이용할 줄 아는 남자라고.”
“……?!”
황당한 진실에 미믹의 간부는 눈을 부릅떴지만.
콰콰콰콰콰쾅!
여왕 패러사이트에 대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키에에에엑!
두 번째 죽음의 고비를 맞이하려는 여왕 패러사이트.
건우는 다시 한 번 손을 펼쳐 보였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스스스스.
다시금 몸을 수복한 여왕 패러사이트는 촉수를 펼쳐들어 채찍처럼 휘둘렀다.
카카카카캉!
그 일격들을 고속의 검격으로 맞받아친 나이트는 폐부 깊숙이 감정을 끌어내 분노를 표출했다.
“젠장! 이게 무슨 장난질이야!”
“대체 언제까지…….”
혼란을 바로잡지 못한 미미의 간부에게 건우는 다리를 꼬며 말했다.
“어차피 쓰레기들끼리 서로의 숨통을 꺼뜨리는 싸움일 뿐이잖아. 난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어. 그러니까 충분히 발악해 봐.”
“……?!”
그 한마디에 미믹의 간부들은 뒤통수를 크게 강타당한 것만 같았다.
여기서 승자가 누구든 상관없다.
승자가 된 것을 만끽하기도 전에 그저 광대의 놀잇감으로 농락당한 것을 깨닫고 처참히 죽어 갈 뿐이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깨달음.
하나, 그딴 것을 인정할 쏘랴.
“젠장!!”
미믹의 간부들은 여왕 패러사이트의 살점을 갈기갈기 찢으며 기세를 한층 끌어올렸다.
건우는 양손에 깍지를 모으며 중얼거렸다.
“흐음 애쓰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이비어는 질렸다는 듯 건우에게 음성을 전달했다.
-너 진짜 상대 가지고 놀 때는 영락없는 또라이 같아. 몬스터한테 힐을 시전하는 놈은 아마 네가 처음 일 거다.
“힐 아니고 복원인데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세이비어의 타박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와라.”
주문과도 같은 한 마디에 이그너스의 반지가 빛을 발했다.
[게이트가 형성됐습니다.]등 뒤에 파문처럼 형성된 네 개의 게이트.
그곳에는 건우의 던전을 수호하고 관장하고 있는 네 마리의 층계 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틈이 보이면 즉각 숨통을 끊어. 단, 마지막 한 놈은 건드리지 말고.”
척!
건우의 명에 네 마리의 보스들은 예를 갖추며 그대로 명을 수행했다.
***
미믹의 아지트.
그곳은 마치 큰 풍파를 맞은 것처럼 모든 것이 쑥대밭으로 변모되어 있었다.
주변에는 시체가 벌써부터 부패하며 썩은 내와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최후의 최후까지 전투에 임한 간부는 너저분하게 쓰러져 있었다.
쩌저저저적!
슬레이어의 갑주는 내부에서부터 팽창한 거대한 얼음송곳에 꽂혀 그 상태로 얼어붙어 있었다.
슬레이어의 숨통은 물론 끊어져 있었다.
또한 거대한 방패로 자신을 무장한 가디언은 그 최후가 고슴도치와 다를 바 없었다.
얼굴을 제외한 급소 전면에는 암석조차 꿰뚫는 철화살이 단단하게 꽂혀 있었는데, 그 숫자가 무려 67발이었다.
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그 데미지를 모두 감당하고 살아남을 턱은 없었다.
소서러는 상반신과 하바신이 그대로 두 토막으로 갈라져 숨통이 끊어졌다.
그리고 위저드는 끔찍한 것을 본 것처럼 흰 자위만 남긴 채, 숨이 멎었다.
원인은 과도한 공포로 인한 쇼크사였다.
양손의 검지에는 고막을 찢을 때, 흘러나온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수고했어. 들어가.”
건우는 자신의 명을 충실히 이행한 보스에게 마지막 명을 내렸고.
우웅.
보스들은 건우에게 예를 표출하며 일제히 게이트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건우는 나른한 표정으로 최후까지 살아남은 나이트를 살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기분은 어떠냐?”
“허억, 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고 있는 그는 검을 지면에 꽂은 채, 건우를 증오스럽게 노려보며 일갈을 외쳤다.
“네 녀석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네놈의 가족은 죄다 가지고 논 뒤, 그 뱃가죽을 갈라 내장을 씹어 먹어 주겠다.”
말이 끝난 직후.
콰앙!
건우의 주먹이 나이트의 복부를 힘껏 강타했다.
“쿨럭! 우웩!”
나이트는 고통스러운 듯 피를 한 움큼 토해 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그 모습에 세이비어는 끌끌 혀를 차며 말했다.
-정보 캐려고 살려 뒀던 거 아니냐?
우득.
건우는 주먹의 관절을 풀며 답했다.
“그냥 곱씹고 가기에는 너무 열이 받는 발언이어서요.”
눈이 뒤집힌 그 모습에…….
-에휴.
세이비어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