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3화
건우의 도발에 불쾌감이 극에 달한 걸까?
“간뎅이가 부은 놈이 또 한 명 있었네.”
“미친 새끼가, 혓바닥 좀 놀릴 줄은 아나 본데.”
“……너 F급에 재시험 치르는 찌질이라며?”
“무슨 깡으로 기어오르냐?”
건우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과거라면 분명 자존심이 상해도 말도 못 했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도발을 부추기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개미만한 것들한테 기어올라서 뭐 어쩌게?”
빠직!
두 형제의 얼굴색이 붉으락 푸르락 변했다.
“이 새끼가 쳐 죽고 싶어 환장했나?”
“너 우리가 누군지 알아?”
건우는 고심하는 척 둘을 쳐다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방긋 웃으며 답했다.
“……음, 선우진 따가리들?”
“이 새끼가!”
두 형제가 동시에 일갈을 터뜨리며 건우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주먹이 건우의 얼굴로 향하기 일촉즉발의 상황.
두 형제의 일격을 막아낸 건, 거한 남자의 팔뚝이었다.
마력을 두르진 않았으나 A급 각성자가 힘껏 내지른 펀치가 마치 솜털이 부딪친 것처럼 느껴졌다.
거한의 남자, 조광철이 말했다.
“진짜 살기를 두르고 때리면 어떻게 합니까?”
“이 자식, 너도 우리랑 한 번 해 보자는 거야?”
두 형제가 전의를 끓어올리려는 순간, 협회 사람들이 나서서 만류했다.
“이제 곧 착륙입니다. 모두 그만 제자리에 돌아가 착석해 주십시오.”
“더 이상 불미스런 일이 계속된다면, 중도탈락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쳇!”
죽일 듯 건우를 쳐다보던 쌍둥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다 형제 중 한 명인 강성민이 건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이, F급. 그거 알아? 몬스터한테 습격당해서 시체가 되어도 협회는 책임지지 않아.”
은연중 건네는 협박에 건우는 빙그레 웃으며 화답했다.
“너나 잘하세요.”
빠득.
강성민과 강하민은 이빨을 갈며 그대로 등을 돌렸다.
건우는 조광철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우.”
생각보다 긴장했는지 조광철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너, 너무 배짱이 두둑한 거 아니에요? 형님, 그러다가 큰일 나요.”
“……형님??”
건우는 슬쩍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이곳에서 조광철이 형님이라고 지칭할 만한 이는 건우밖에 없었다.
건우가 살짝 당황하면서 말했다.
“저 이제 24살이거든요. 편하게 말 놓으셔도 돼요.”
“제가 더 어린데, 어떻게 말을 놔요?”
“……?”
건우는 멀뚱히 마광철의 얼굴을 쳐다봤다.
210cm의 거대한 신장, 팔다리에 붙어 있는 우락부락한 근육, 짧은 두피에 눈썹 없는 험악한 얼굴.
그 모든 면을 샅샅이 살펴 본 건우는 눈 밑에 그늘이 졌다.
‘……40대 인간병기로 보이는데.’
“저 실례지만 나이가……?”
“올해 20살입니다, 형님. 만으로는 18살이라서 아직 미성년자고요.”
‘거짓말하지 마!’
건우뿐만 아니라, 비행기 안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모두가 놀란 표정을 했다.
“무슨 문제 있나요?”
조광철의 순진무구한 눈빛에 상처를 주기 싫었던 건우는 당황을 감추며 말했다.
“아, 아니야. 내가 형이니까 말 놔도 되지?”
“그래주시면 제가 감사하죠. 그리고 그렇게 말한 거, 형님이 처음이에요.”
별것 아닌 일인데도 조광철은 눈을 반짝이기까지 했다.
“왜? 무슨 일 있었니?”
조광철은 침울한 표정으로 답했다.
“제가 거듭 말을 놓으라고 해도 다들 한사코 거부하더라고요.”
“…….”
아무래도 당사자인 조광철은 진실을 모르는 듯했다.
줄곧 기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건우도 조광철의 외모 때문에 긴장했는데, 일반인의 심정은 오죽하랴.
“아무튼 잘 지내보자. 광철아.”
“네, 형님. 제가 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마음만으로도 고맙다.”
보기와 다르게 싹싹한 조광철의 모습에 건우는 피식 웃어 버렸다.
잠시 후 비행기가 하강하며 명도의 공항 활주로에 도착했다.
쏴아아아아아.
착륙하기가 무섭게 비바람이 쏟아졌다.
기내 안으로 이서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명도에 도착했습니다. 모두 내려 주십시오.”
***
본격적인 시험을 치르기 전.
각성자들은 안전 구역에서 이서진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게이트의 거듭된 출현으로 제주도 옆에 생겨난 섬, 명도.
마석이 풍부하고 유물이 출현하는 섬은 매력적인 여건을 많이 갖추고 있었다.
때문에 협회에서는 조사단을 꾸려 탐사를 보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얻지 못했다.
몬스터들이 바글거렸기 때문이다.
하여 길드에서도 쉽사리 명도 탐사에 나서지 못했다.
고심하던 협회는 이 점을 역이용했다.
이곳을 바로 헌터 시험장으로 만든 것이다.
각성자들에게 어마어마한 혜택을 내걸어서, 시험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몬스터의 수를 줄이고 섬의 생태계를 관찰하게 만든 것이다.
시험 합격 방법은 간단했다.
일주일간 명도에서 살아남는 것.
기본적으로 명도에서 살아남을 경우 등급은 B등급으로 책정되며 일부 혜택을 부여받는다.
몬스터 500마리 이상을 잡았을 경우, A등급을 부여하고 혜택을 주며.
몬스터 2000마리 이상을 잡았을 경우는 S등급 부여하고 정부에서 많은 특권과 혜택을 준다.
섬에 일어난 던전 브레이크 현상이나 미지의 현상을 발견하여 해결해도 S등급과 함께 정부의 모든 혜택을 받는다.
협회의 당근은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모두가 이서진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중, 세이비어의 음성이 반지에서 흘러나왔다.
-결국 그거네. 그 실험용 쥐새끼 있잖나?
“모르모토?”
-그래, 바로 그거. 너희들 이용해서 몬스터 숫자를 줄이고, 이 섬의 정보를 모으겠다는 거 아니야.
“마냥 공짜는 아니잖아요. 설마 하기 싫으신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세이비어는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듯 흥분한 어조로 답했다.
설명을 마친 이서진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더 질문 있습니까?”
“저, 저 질문 있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합니까?”
“비상용 폭죽이 지급됩니다. 사용만 해 주시면, 안전 구역에서 사람을 파견할 겁니다.”
사람들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멍청이들.”
“그때까지 못 버티면 죽는 거잖아.”
강성민과 강하민은 뒤에서 질문을 한 각성자를 보며 비웃었다.
“…….”
듣기 싫은 말투였지만 건우는 참견하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그들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건승을 빕니다.”
이서진이 시합 시작을 알리자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형님.”
바로 그때 뒤에서 조광철이 건우에게 다가왔다.
“왜?”
“저랑 함께 하시죠.”
건우는 잠깐 고심하다 말했다.
“미안. 난 그냥 혼자 뛸게.”
“예? 하, 하지만.”
단호한 거절이 돌아오자 조광철은 적잖이 당황했다.
건우는 그런 그를 그대로 스쳐 지나가며 한 마디를 남겼다.
“이것저것 시험해 보고 싶은 게 많거든.”
“어? 어?”
조광철은 멍하니 건우의 등을 응시했고 사람들은 건우의 등을 보며 속삭였다.
“저 사람 짐꾼이면서 뭐 이렇게 간이 커.”
“F급 헌터라며? 자살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네.”
“어, 어! 그런데 저기 서유라도 혼자서 가는데?”
“저 여자라면 걱정할 필요 없지.”
“하긴.”
“저기 신촌 브라더스도 안전구역을 빠져나가는데.”
“저 자식들은 원래 1+1이었잖아.”
“그래서 브라더스잖아.”
나머지 각성자들은 각자 팀을 꾸린 후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
명도의 숲은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겼다.
숲의 초입.
무덤덤한 표정으로 숲을 가로지르던 건우에게 세이비어가 말을 건넸다.
-그래서 뭐부터 해볼 심산이냐?
“기왕 배운 거, 몸부터 움직여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흐음. 꽤 자신감이 붙었나 보구나.
“움직이질 못했더니 좀이 쑤실 정도죠.”
질퍽.
한창 길을 걷던 중 발이 진흙 속으로 가라앉았다.
‘늪이다?!’
건우는 직감적으로 스킬을 발동했다.
[초감각을 발동했습니다.]곧 건우 주변의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였다.
철퍽!
동시에 늪에서 가죽으로 뒤덮인 손이 건우의 발목을 잡으려고 했다.
건우는 단숨에 공중으로 도약해 벗어났지만,
크아아아아앙!
곧바로 늪 안에서 악어 형상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늪을 가로지르며 달려들었다.
“리자드맨이로군, 그런데 생각보다 지능적인 녀석이네.”
건우는 검지와 중지를 모아 허공에 일획을 그었다.
[윈드커터를 발동했습니다.]서걱!
조용히 불어온 삭풍에 리자드맨의 몸통이 양옆으로 절단되어 건우를 통과했다.
휘리리릭! 푹!
늪에는 방금 전까지 리자드맨이 들고 있던 도가 그대로 박혔다.
-푸훕! 몸만 움직인다며?
“그러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네요.”
건우는 곤란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봤다.
철퍽! 철퍽!
곧바로 늪에서 줄곧 모습을 감추고 있던 리자드맨들이 육지로 기어 나왔다.
-등급 : ★★★
-설명 : 늪이나 습한 지역에 거주하며 단체로 살아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군집으로 모이면 ‘집결의 힘’이 부여돼 개개인의 힘이 대폭 강화된다.
-능력치 : 다수 밀집으로 측정불가
크르르르르르.
리자드맨들은 붉은 안광을 내비치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건우는 리자드맨들의 등급을 살폈다.
‘3성이면, C급 파티가 고전할 난이도네.’
일반 몬스터치고는 강한 등급이다.
허나, 건우는 피식 웃어넘겼다.
“이거 짭짤하겠는데?”
건우는 늪에 박혀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검신 전체에 녹이 슬어 있고 이빨이 빠져 허름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리자드맨의 정글도에 소유권을 부여하셨습니다.]건우의 손길에 마력이 쏟아지는 순간, 녹이 완전히 벗겨지며 예리한 날이 돌아왔다.
크르르르르.
정체 모를 빛에 리자드맨들은 일순간 주춤거리다가…….
크아아아앙!
떼거리로 건우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건우 역시 칼을 고쳐 잡았다.
-저런 안주거리도 안 되는 녀석들한테 괜히 힘 빼면 쓰겠냐.
“제가 누구한테 검을 배운 지 잊어버리셨나 보네요.”
서걱! 서걱! 서걱!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한줄기의 빛이 리자드맨들을 무자비하게 스쳐 지나갔다.
푸쉿! 쏴아아아아.
그러자 머리가 뎅강 잘린 리자드맨의 몸통에서는 피가 솟구치며 비와 섞여 내렸다.
정체불명의 공격에 리자드맨들이 집단으로 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푸욱!
건우는 그중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리자드맨의 가슴에 칼을 꽂아 넣었다.
카아아아아앙!
리자드맨은 가슴에 박힌 검신을 뽑아내려고 했으나, 검신에 형성된 결계로 인해 손의 비늘이 바스락 깨지기 시작했다.
우두머리는 얼마 못 가 고꾸라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크앙!
상대를 잘못 알아본 것을 깨달은 걸까?
리자드맨들은 일제히 늪에서 건우에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파직!
그 순간, 건우의 양손에서 샛노란 스파크가 튀겼다.
[더블 체인 라이트닝을 시전했습니다.]전광의 색깔이 점차 짙어지고 이온 내를 풍기기 시작했다.
?!
그 광경을 목격한 리자드맨 중 몇몇은 당황한 나머지 멍하니 건우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건우의 모습은 악마 그 자체였다.
“훗.”
건우는 허우적 도망치는 리자드맨들을 향해 웃어 보였다.
“서운하게 어딜 가.”
말하기가 무섭게 건우의 양손에서 전광이 퍼져 나와 늪 전체를 뒤덮었다.
파지직!
크아아아아아앙!
리자드맨들이 일제히 비명을 토해 냈다.
쩌걱!
끝없이 전도되는 전격에 리자드맨의 비늘이 갈라지며 속살이 바스락 타들어 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겨우 목숨을 건진 리자드맨들도 몸이 마비된 채, 늪에 가라앉고 있었다.
“매듭은 확실하게 지어 줘야겠지.”
푸욱! 푸욱!
건우는 인정사정없이 살아 있는 리자드맨들의 숨통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