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4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39화
어떤 곳이든 흥망성쇠란 존재한다.
그곳에 성인군자가 있든 폭군이 있든 역사의 순리는 변하지 않는 법이다.
그저 질길 정도로 오래 흥한 곳이 있을 뿐.
모든 것에는 끝이 존재하는 법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망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나이트는 온몸이 피범벅이 되어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들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여왕 패러사이트는 온몸에 검상과 마법의 폭격을 맞으며 쓰러졌다.
하지만 순식간에 나타난 흉포한 몬스터들에 의해 동료들이 차례, 차례 숨이 꺼졌다.
‘우리가 누구였지?’
홀로 내건 질문에 그는 홀로 답했다.
‘미믹. 지상 최강의 도굴집단. 부귀영화를 누릴 대로 누리며 폭거를 일삼은 최악의 집단.’
인터폴이나 헌터 관리국에서도 소재를 찾지 못한 악의 단체.
그는 분명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한데, 그런 집단이 고작 헌터 한 명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때마침.
그들에게 최후를 안겨 준 건우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었다.
“미믹이라…… 막상 보물 상자를 열어 보니, 보상보다는 쓰레기 천지여서 구역질이 나네.”
“크크크, 우리가 이렇게 된 게 업보란 거냐?”
덥석!
건우는 나이트의 목을 잡아챈 뒤, 손아귀에 힘을 가했다.
까득!
“커, 커헉!”
나이트는 고통스러운 듯 연신 기침을 내뱉었다.
건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질문을 건넸다.
“보스의 소재는?”
“크크크, 모르겠는데?”
콰앙!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건우의 주먹이 나이트의 안면에 적중했다.
“크아아아아악!”
이빨 몇 개가 쑥 뽑혀 날아간 나이트는 충혈된 눈으로 건우를 노려보다가…….
콰직!
스스로의 혀를 깨물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스스스스.
하지만 그 고통은 순식간에 사라지며 잘려나갈 것 같았던 혀 역시 원상복구 됐다.
그뿐만 아니라 몸 곳곳의 고통의 흔적이 사라지자, 나이트는 비명을 내질렀다.
“젠장!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냐!”
“보스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퉤!”
나이트는 대답 대신 피가 섞인 침을 건우의 얼굴을 향해 내뱉었다.
홱!
요령 좋게 그것을 피한 건우는…….
찰싹, 찰싹.
그의 뺨을 연달아 내려쳤다.
“너무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아서 손에 힘 좀 뺐어. 이제 좀 안 아프지?”
“크아아아악! 미친놈아!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
분통이 터진 나이트는 이빨을 빠득빠득 갈다 소리를 지르다가…….
스팟!
언제 손을 움직인 건지, 허벅지에 꽂힌 단검을 뽑아내 건우를 내려찍으려고 했다.
콰직!
하지만 그 일격은 닿지도 않았다.
“쿨럭! 어째서!”
나이트는 믿기지 않는지 눈을 파르르 떨며 뒤를 살폈다.
그곳에는 진작 죽었어야 될 여왕 패러사이트의 촉수가 나이트의 등을 관통해 복부까지 꿰뚫고 있던 참이었다.
스륵.
나이트는 그대로 최후를 맞이하며 눈을 감았다.
-조심해라. 이번에도 만만치 않은 존재다.
세이비어의 경고에 건우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여왕 패러사이트를 쳐다보았다.
본체의 대다수는 소멸됐지만.
그것은 알케미스트의 몸으로 간신히 서 있었다.
마치 갓난아이가 된 것 마냥 양발로 주춤주춤 균형을 잡은 그것의 목울대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를 빗어 냈다.
-아아아아, 뭐야? 모처럼 세상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처참하게 만들어 놓다니. 이게 다 네 짓이구나.
쿠구구구구.
심상치 않는 존재감에 건우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스팟!
위협당하고 있다.
그것을 직감한 건우는 단숨에 거리를 벌이며 전신의 마력을 풀로 개방했다.
-이렇게 연약한 여자한테 그런 위험한 힘을 쓸 생각이야?
오싹!
묘하게 교태로운 말투에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소름이 끼쳤다.
“누가 봐도 건장한 남자의 몸인데?”
건우의 핀잔에 그것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호호호, 넌 누구야? 아아아. 내 사랑 차이트와 똑같은 냄새가 나.
파르르르.
홍조까지 서린 그 모습에 세이비어와 건우는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이쯤 되면 내 정체는 슬슬 눈치챘을 것 같은데?
그것의 질문에 건우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스모데우스. 칠대 마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추측의 이유는 두 가지.
첫째, 미믹은 칠대마왕의 유산 중 하나인 아스모데우스의 유산을 손에 넣기 위해 패러사이트들을 건드렸다.
둘째, 만약 패러사이트 여왕이 아스모데우스의 권속이라며, 그 육신을 매개체로 자신의 의지를 반강제적으로 빙의 및 의지를 심을 수 있을 테니까.
-호호호호 맞아. 일전에 바알제붑과는 이야기 나눴다고 들었어. 어때? 두 번째 마왕을 만난 소감은?
“기분 나빠. 진심으로 소름 끼치니까 저리 꺼져.”
촤악!
건우의 진심에 대노한 건지, 패러사이트의 촉수가 다발로 건우를 습격했다.
[블링크를 발동했습니다.]콰쾅!
촉수는 애꿎은 지면만 박살 냈고 건우는 아스모데우스와 멀찌감치 떨어졌다.
-아쉽네. 몸이 거죽데기처럼 변해서 더 이상 덮칠 수 없어. 이만 헤어질 시간인가.
스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케미스트의 몸이 잿더미로 변질되고 있었다.
아스모데우스는 탑의 상위 계층에 있는 신이자, 하이랭커.
정신만 강림한 것이나 이런 몸으로는 온전히 지탱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탑으로 언제 건너올 거지? 꼬맹이. 우리는 변하지 않는 탑의 생활이 진심으로 지루하거든.
“지루한 거랑 나랑 뭔 상관인데?”
-너는 근 수천 년간 자취가 끊긴 차이트의 유일한 연결점이잖아. 다들 고대하고 있다고. 너가 탑에 가져올 파란을 말이야.
“흐음. 그렇다면 네가 죽인 놈 대신 몇 가지 정보를 줄래?”
-좋아. 내가 알고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의외의 협조에 건우는 경계심을 풀지 않으며 말했다.
“칠대 마왕의 유산을 모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지?”
-제 8의 마왕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지. 다들 뱀의 폭정에 불만이 많거든. 하지만 우리가 죽일 수 없으니 새로운 대적자를 만들기로 했어. 다만 제 8의 마왕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내린 시련을 극복해야 돼. 난 그게 네가 되었으면 해.
“…….”
건우는 지그시 눈매를 좁혔다.
공과 사를 떠나 아스모데우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제법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신의 반열에 올라선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있을 쏘랴.
건우는 아스모데우스의 말을 반쯤만 믿으며 말했다.
“현재 탑의 정세는 어떻지?”
-뱀은 자신의 지배를 거부한 종족은 여전히 멸망시키려고 하고 있지.
“뱀이 탑의 왕인가?”
-아니. 하지만 너무 강해서 손댈 수 없어. 물론 그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는 예외의 존재들도 있긴 해. 물론 그 경지쯤 되면 귀찮은 짐짝으로밖에 보지 않지만.
“…….”
충격적인 말에 건우는 일순간 할 말을 잃었다.
-놀라기 뭘 놀라. 인마. 네가 목표로 하는 것들은 그런 비상식적인 것들뿐이라고.
-호오, 세이비어 그대인가? 지박령으로 평생 살아갈 것 같더니만. 속박이 풀렸나 보군.
‘세이비어도 알고 있어!’
스륵.
모습을 드러낸 세이비어는 언짢은 기색으로 아스모데우스를 쳐다봤다.
-더 쓸데없는 말 지껄이지 말고 꺼지는 게 좋을 게다.
-여전히 우매한 자구나. 지고지순한 존재에게 예를 차리지 않는 것은…….
-악마 놈들한테 고개를 조아릴 이유가 없는 것뿐이다.
-아아, 그런가. 세이비어와 차이트의 향을 풍기는 남자라…… 재밌는 조합이야. 너희는 꼭 탑에 와 줘야겠어.
아스모데우스는 제안과 함께 손아귀에서 무언가를 소환하더니 건우를 향해 던졌다.
그것을 낚아챈 건우는 즉각 상태창을 살폈다.
-등급 : 유니크
-설명 : 아스모데우스의 권능 ‘색향’을 발휘할 수 있는 참빗. 색향에 매혹된 대상은 시전자의 마음먹기에 따라 평생 환상에 갇혀 살게 만들 수 있다.
-내구도 75/76
사락.
권능이 실린 아티팩트를 건너기 무섭게 알케미스트의 모습이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그러나.
끊임없이 말하기 좋아하는 아스모데우스의 입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 아쉽네. 아차, 기왕지사 한 가지 더 가르쳐줄까?
“뭔데?”
스르르르.
아스모데우스는 알케미스트의 손을 빌어 검은 나비를 구현해 냈다.
눈빛도 색깔도 없는 나비는 어디론가 유유히 날아갔다.
-다른 마왕의 유산을 가진 자에게 안내해 줄 거야. 날 이렇게 찢어발긴 이유가 그중 하나잖아. 호호호호, 본때를 보여 주라고.
“……?!”
마지막 말을 남긴 아스모데우스는 그대로 사라졌고.
스팟!
[역중력 마법을 발동했습니다.]건우는 허공에 그대로 몸을 부양하며 검은 나비의 뒤를 쫓았다.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거지.”
나비를 쫓으면서도 건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리고 그 답을 대신해 주는 것은 세이비어였다.
-악마는 그 어떤 것보다 교활한 것들이거든. 녀석들은 지금의 유산 소지자보다 너가 탑에 오는 것을 바라고 있어.
“아, 그래요. 그렇다면 저한테 더없이 반가운 일이네요.”
칠대 마왕과 똬리를 튼 뱀.
그 내막을 자세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의 경쟁구도는 건우에게 무척이나 이로운 상황으로 다가왔다.
***
사천성, 성도 시.
성도 간칭으로 융(蓉)이라 불리는 이곳은 아시아 최초로 미식의 도시라고 일컬어졌으며 수많은 경관과 문화가 수록된 곳이다.
자연경관 또한 일품으로 해라구에 위치한 경관 좋은 호텔 난간에서는 한 남자가 차를 홀짝 들이켜며 수심이 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아를 보는 것 같은 백옥 같은 피부.
정돈이 된 머리칼은 왼쪽 어깨에 걸려 있었고, 부드러운 기품을 지닌 남자였다.
이곳에서 그는 리보탄이라고 불렸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해가 가자 않아.”
그는 창문 안쪽에서 TV에서 연신 흘러나오는 한국의 보도 뉴스에 집중하고 있었다.
장소는 강원도 철원.
그곳은 패러사이트의 출몰과 대형화제로 한참 재난이 이어진 곳이다.
하지만 불과 사흘도 안 돼서 패러사이트의 흔적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는 녀석들이 갑작스럽게 소멸된 게 갑작스런 기변이상으로 벌어진 낙뢰로 인한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실로 가당치 않은 소리였다.
“신이 노해 벌을 주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지. 화려하게 날뛰라고 했는데, 대체 어디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들이야. 이것들.”
리보탄은 이빨을 빠득 갈며 분개를 표출했다.
수려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는 뒷세계에서 무척이나 흉흉한 집단의 우두머리였다.
미믹.
그것이 그가 창설한 집단 중 하나였다.
하나, 어둠의 집단 우두머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는 무척이나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
바로 그가 창설한 미믹으로부터 교신이 끊겼기 때문이다.
임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교신이 끊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리는 없다.
왜냐하면, 그가 구축한 연락망대로면 반드시 미믹 중 누군가는 수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팔락!
바로 그때, 웬 검은 나비가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뭐야? 이건.”
꽃가루 때문인지 눈이 희뿌예진 리보탄은 손을 휘저으며 나비를 시야에서 치웠다.
스윽.
그러자 어느새 난간에 누군가 걸터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콰앙!
리보탄은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며 그를 경계했다.
“네, 네놈은 누구지?”
그의 질문에 건우는 활짝 웃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너를 응징하러 온 신. 너가 미믹 대가리지?”
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