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4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41화
태양과 달이 겹쳐진 밤.
어두컴컴한 그곳을 밝히는 것은 등불 같은 평화로운 것이 아니었다.
화르르르륵.
주변을 밝히는 광채는 집채만큼 큰 불길이었다.
키에에에엑!
눈앞에 절망이 펼쳐져 있다.
9개의 머리를 가진 뱀부터, 죽은 사람들의 시체들로 이루어진 언데드 군대까지…….
콰콰콰콰쾅!
성곽에서 그들의 진군을 막기 위해 마법사들이 사투를 벌였다.
끼기기기긱!
하지만 부질없게도 성문은 어처구니없이 개방됐다.
“왜 문이 열린 거야!”
그 누구도 문이 열릴 수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쇄액! 쇄액!
적을 섬멸하던 호프너는 급히 결단을 내렸다.
“문을 닫아! 어떻게든 사수해!”
하지만 명을 내린 당사자의 선택은 그와 반대였다.
타앗!
그는 오히려 위험을 각오하고 성문을 빠져나가 적과 대치했다.
“사령관님!”
부하들은 당황했지만 호프너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문을 닫아!”
재차 강조한 그 명에 부하들은 황급히 문을 닫는데, 주력했다.
쿠구구구구구.
호프너는 눈앞까지 진군해 온 군대에게 검을 겨누었다.
무리 사이에는 막강한 몬스터들이 잔뜩 섞여 있다.
제아무리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지금의 전황을 뒤집는 것은 불가능했다.
씨익.
호프너는 절망 대신 입가에 웃음기를 그리며 언성을 높였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이다. 그렇기에 오늘만큼은 내 명을 거슬러도 좋다. 대신 너희들이 따라야 하는 게 하나가 있다. 그건 지금 뛰고 있는 심장의 고동이다! 묻겠다. 너희들의 심장은 뭐라고 말하고 있지?”
두근.
뜻하지 않는 연설에 병사들은 모두 자신의 고동 소리를 들었다.
……더없이 두렵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바로 그 순간.
우웅!
붉은 오러와 푸른 오러가 양쪽 검신에 타고 흘렀다.
“흐아아아압!”
호프너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군대를 향해 뛰쳐나갔다.
“우와와아아아아아!”
그의 행동에 용기를 얻은 군사들은 더없이 박동거리는 심장의 명에 따라 적과 대적했다.
번뜩!
더 이상 그 풍경을 엿볼 수 없는 건우는 눈을 떴다.
“후우.”
한숨을 내뱉은 건우는 힐끔 시선을 내려 처참하게 주검이 된 노티어를 바라보았다.
적에게 협조해 관문을 연 인물.
현생까지 살아남은 그는 리보탄이란 이름으로 범죄단체, 미믹을 조직했다.
호의호식을 노려왔던 그의 최후는 실로 비참했다.
절단당한 오른팔.
동상에 의해 완전히 괴사된 하반신.
그 등에는 화살이 빼곡히 박혀 있었으며…….
끝에는 심해 정원의 물에 잠겨 익사했다.
천천히 아주 고통스럽게 죽이는 데 성공했지만, 건우는 아직 그 속이 후련하지 않았다.
솔직한 속내로 그 시체는 거들떠보고 싶지 않았지만.
정보를 얻어야 했기 때문에 노티어의 기억을 되짚어 본 것뿐이다.
하지만 정작 알고 싶은 정보는 나오지 않아 속이 답답했다.
고심하던 건우는 결국 오랜 현자에게 지혜를 간구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어요.”
-뭔데 그러냐?
“노티어는 어째서 뱀에게 대적하는 칠대마왕의 유산을 모으려고 했던 걸까요? 이미 배신의 대가로 뱀에게서 불로장생의 힘을 얻었잖아요.”
-뻔한 것 아니겠냐?
“아세요?”
건우는 휘둥그레 눈을 떴고.
세이비어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건우에게 던졌다.
-불로장생을 얻은 인간이 거기에 만족할 수 있을까?
“아니요.”
깊게 고민해 볼 필요 없이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인간이란 본디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한데, 불로장생을 이루었으면 그다음은 뭐가 있을까?
불로장생을 이룬 적은 없지만 건우는 그다음 단계에 대해 자신의 추측을 늘어놓았다.
“아마 그다음은 신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겠죠.”
-뭐 그런 셈이지. 이제 용무 다 마쳤으니 내 목적을 이뤄주면 되겠구나.
“네?”
뜬금없이 무슨 목적?
건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세이비어는 근엄한 어조로 자신의 목적을 밝혔다.
-슬슬 밀렸던 드라마를 다 챙겨 볼 때라고 생각하지 않느냐?
“…….”
***
건우의 집, 거실.
타다다다닥.
“으으으윽! 이 자식들!”
그곳에서는 춘삼이 헤어밴드로 앞머리를 넘긴 채, 험하게 자판을 두들기고 있었다.
“뭐 하냐? 게임이라도 하냐?”
막장 드라마를 틀며 시청 중이던 건우는 자연히 말을 걸 수밖에 없었다.
“지금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타다다다닥.
“…….”
어째서일까?
평소라면 형님, 형님 거리며 충실하게 따르던 놈이 무신경하게 대하니 절로 섭섭해졌다.
“대체 뭘 보기에…….”
호기심에 건우는 노트북 화면을 쳐다보았다.
화면 안에는…….
서걱!
거대한 바다뱀, 프리메라를 절단내는 건우의 모습이 영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콰앙!
배경은 뉴욕.
언데드 군단과 함께 그곳을 습격한 거대한 아크리치, 디아도스의 얼굴을 큼지막한 건틀렛을 착용한 건우가 찍어 눌러 게이트로 강제로 송환시키는 광경이 펼쳐졌다.
-오오오! 실사 판 영화보다 더 영화 같구나.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던 세이비어는 화면에 펼쳐진 영상에 감탄사를 자아냈다.
-역시 내 후손이야. 얼굴 한 번 기가 막히게 잘 생겼구먼.
‘그러니까 이그너스 유전이랑은 전혀 상관없다니까요.’
-인마. 영혼이 잘생겨야지. 육신도 잘생기는 법이야.
‘억지입니다.’
건우는 단 한마디로 세이비어의 말에 일축하며 춘삼을 쳐다봤다.
“춘삼아 이건 뭐냐?”
“화면에 써져 있습니다.”
[최건우 팬클럽! 한국의 영웅. 우리는 그가 자랑스럽습니다.]너튜브에 하단에 뜬 낯 뜨거운 문고에 건우는 얼굴을 홱 붉히며 말했다.
“이거 지울 수 있냐?”
“불가능합니다. 제가 초상권 침해로 몇 번이고 올려 봤지만, 이놈들이 계속 불법으로 올리잖아요.”
“그래서 넌 이거 지우려고 수습 중인 거냐?”
“제가 무한대로 증식하는 저글링 떼를 무슨 수로 상대합니까?”
“그럼 뭐 하는 건데?”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이랑 교육 좀 시키고 있었습니다.”
춘삼은 아직까지 흥이 식지 않았는지 콧김을 씩씩 내뿜고 있었다.
“흐음.”
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걸까?
건우는 춘삼이 남겨 둔 댓글창의 대화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후르츠 후르츠]-건우 오빠의 단점은 대체 뭐죠? 사생활 모르니까 너무 궁금해요! 가르쳐 주실만한 분 있을까요?
[옐로헤어, 한국인]-사람은 누구에게나 단점이 있습니다. 가령, 최건우 헌터님 같은 경우는 틈만 나면 노출증으로 훌러덩 벗고 다녀서 여동생 분한테 등짝 스매쉬를 얻어맞습니다. 나참, 몸 좋은 거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후르츠 후르츠]-아니 뭔데 우리 건우 오빠 디스 하는 건데! 우리 건우 오빠에 대해서 뭘 안다고! 이놈팡이 같은 놈아.
[옐로헤어, 한국인]-뭐! 놈팡이? 누가 놈팡이야?! 그리고 디스 아니거든!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하는 거구먼. 단점이 그것뿐 만인지 알아. 저렇게 집채만큼 큰 몬스터 잡았으면서 벌어 온 수익이 한~~~푼도 없어.
[후르츠 후르츠]-그럼 더 영웅이잖아! 바보야! 남한테 대가를 안 받고 그렇게 하기 쉬운 줄 알아!
[옐로헤어, 한국인]-그것뿐 만인 줄 알아. 또 주변에 페로몬은 가지각색으로 뿌려놓으면서 정작 자기가 호색한인지도 몰라. 주변 여성분들이 어찌나 안 돼 보이던지. 쯧쯧쯧.
[후르츠 후르츠]-우리 건우 오빠 바람둥이로 몰고 가지 마!
[옐로 헤어, 한국인]-야씨. 답정너냐. 그냥 처음부터 단점 없다는 소리 듣고 싶었으면 이런 이야기를 하지를 말던가.
[후르츠 후르츠]-단점이 없는 걸 어떡해!
[옐로 헤어, 한국인]-있다니까!!
“…….”
생산성 하나 없는 채팅에 건우의 눈 밑에 그늘이 졌다.
타다다닥.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건지, 춘삼은 구시렁거리면서 연신 타자를 두들겼다.
“아오! 후르츠 이것아. 아직도 눈에 콩깍지를 쓰여서 정신을 못 차리네.”
“……춘삼아.”
“형님. 나중이요. 나중에. 저는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국민을 건강한 방향으로 몰고 갈 필요성이…….”
“네가 대통령이라도 되냐?”
덥석!
춘삼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건우는 그 뒤통수를 으스러질 듯 쥐었다.
“혀, 형님.”
쿠구구구구구.
건우는 암울한 오라를 풍기며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내 악플을 작성하느라 바빴구나.”
“오해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한 영혼의 구제를 위해…….”
까득!
“크아아아아악!”
끝없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던 춘삼은 결국 처참한 대가를 맞이했다.
잠시 후.
학교에서 돌아온 지혜는 너튜브에 퍼진 영상에 대해 공감한다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학과에도 오빠 동영상은 하루에 한 번은 보는걸. 난 아직 믿기지 않지만.”
“너튜브 연락해서 영상 지울 방법은 있을까?”
“너튜브 전산의 코드를 뽑아버리면 되지.”
활짝 미소를 지으며 꺼내는 농담에…….
“흐음.”
건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불안을 느낀 지혜는 서둘러 건우에게 말했다.
“이상한 생각하면 안 돼. 오빠.”
“……알았어.”
지혜의 제지에 파란만장하게 세운 계획은 무산이 됐다.
“어, 그러고 보니, 지혜씨도 너튜브 시청하지 않나요?”
“그, 그건…….”
춘삼의 질문에 지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그시.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건우의 시선 속에는 무언의 강요가 깃들어 있었다.
“……알았어. 보여 줄게.”
지혜는 한숨을 쉬며 스마트 폰을 꺼내 들었다.
콰앙!
재생된 영상 속에는 부서지는 도시가 연출됐다.
도시의 배경은 아직까지 복구 중에 있는 성동구였다.
-으아아아악!
화면 안에는 권정아가 기합을 내뱉고 있었다.
지혜는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말했다.
“언니. 너무 멋지지 않아?”
홱!
춘삼은 대답 대신 딴 방향을 응시했고, 건우는 투덜거리는 말투로 춘삼에게 중얼거렸다.
“……내게 좀 더 낫지 않냐? 춘삼아.”
“크흠.”
춘삼은 헛기침을 할 뿐 끝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세이비어는 그런 건우를 보며 한숨을 쉬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별것 아닌 거 가지고는 질투는 쯧쯧.
홱!
그 순간 재생 중이던 영상이 도중에 끊기고 광고가 흘러나왔다.
[Monster Park]‘몬스터 파크? 이건 뭐지?’
영상 속에서 구속구가 착용된 다양한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것들은 진짜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이건.’
삐리리리.
고심이 깊어지는 그때, 건우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건우는 수신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오랜만이에요.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어린 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을 간파한 건우는 나른한 목소리로 통화에 응했다.
“국제 전화가 아닌 걸 보니 한국에 있나 보네.”
-왠지 지금 굉장히 달갑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지는 않아. 한국에는 무슨 일로 온 거야? 리리스.”
수화기 건너편의 상대는 얼마 전에 헤어졌던 리리스 파르데비아였다.
-하아.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녀는 고초가 깊은 한숨을 토하며 입을 뗐다.
-이런 말을 드려 죄송하지만, 저희 아버지 찾는 걸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