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4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44화
니콜라스와의 계약이 체결이 끝난 후.
건우는 아직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야밤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세이비어가 말을 걸어왔다.
-이제 거의 양아치 수준으로 뜯어가는구나.
건우는 마나에 의지를 실어 답했다.
‘정당한 임금 가격을 책정했을 뿐이에요.’
-그렇게 돈 받아먹고 ‘여기는 쓰레기 같은 시설이네요. 개최 못 합니다.’라고 하면 상대가 어떻게 나올 줄 알고.
‘개최를 미루고 지적한 단점들을 보완하겠죠.’
-허가할 생각은 있고?
‘시설 수준이 완벽하다면요.’
-얼씨구.
피식.
건우는 얄궂게 웃을 뿐 더 이상 대답은 하지 않았다.
“또 무슨 생각을 하기에 그렇게 교활하게 웃어요?”
그때, 바로 뒤에서 리리스가 걸어와 건우의 곁에 나란히 섰다.
시간은 저녁 11시.
꿈틀!
졸린 듯 안 졸린 듯 리리스의 눈꺼풀이 미미하게 떨렸다.
“이제 그만 자야지. 키 안 큰다.”
울컥!
리리스는 눈초리에 힘을 주며 건우를 쏘아봤다.
“당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를 어린 애로 보는군요.”
건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반박했다.
“애 맞아. 말도 안 되는 소리로 투정 부리지 마.”
“흥!”
리리스는 볼을 쀼루퉁하게 부풀리며 단단히 삐진 티를 냈다.
‘이렇게 보며 애 맞네.’
나름 귀여운 모습에 마음이 느슨해진 건우는 리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아가씨께서는 어떤 점이 궁금해서 날 찾아온 건가?”
그러자 리리스는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떤 부분에서는 참 눈치가 빠르고 어떤 점에서는 상당히 둔하고. 갈피를 잡기 어렵네요. 이번 몬스터 파크 사업과 관련해서 당신 생각이 듣고 싶었어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반대야.”
“사업성은요?”
“……있다고 생각해.”
분하지만 ‘몬스터 파크’ 사업성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게이트로 인한 인류 존폐 위기도 이제는 옛날 말이다.
오히려 인류는 그것을 활용해 문명을 진보시켰고, 에너지로 가공시키기에 이르렀다.
또한 탑에서 내려온 교류자를 포섭해 위기에 대한 대처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니콜라스는 그런 사회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몬스터 파크를 계획한 것이다.
비록 에너지 사업 분야는 파르데비아에 빼앗겼지만.
그가 개척한 ‘몬스터 파크’가 성공만 한다면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니콜라스는 건우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었다.
건우는 이지적인 이채를 띠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그것을 사업의 기반으로만 본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야. 몬스터와의 공존은 불가능하고, 사는 세계도 완전히 달라.”
‘그건 이그너스의 층계보스들도 마찬가지야.’
지금은 완벽히 건우의 수하가 됐지만.
이전에는 인간을 해치우기 위한 본능만이 남아 있었다.
물론 4계층 보스로 군림하고 있는 네메시스는 그 본성이 정령에 가깝기 때문에 예외에 속하지만.
“흐음.”
그런 건우의 모습을 보며 리리스는 만족한 웃음을 입꼬리에 걸었다.
“뭐야? 또 왜?”
“당신이 어째서 니콜라스와 계약을 했는지 알 것 같아요.”
“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신이 거절한다고 해도 니콜라스는 어떻게든 몬스터 파크를 개막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겠죠.”
“근데?”
“만약 그 과정 중에서 불상사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당신은 그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나선 거죠?”
-쩝. 나이에 맞지 않게 눈치가 빨라.
세이비어는 다시 한 번 리리스의 혜안에 감탄했고.
건우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응한 것뿐인데?”
리리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매를 좁혔다.
“생각보다 고집불통이네요.”
“누가 할 소리.”
찌릿!
역시 천적은 천적이라고 할까?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쏘아봤다.
그러나 다투는 것도 잠시.
리리스는 양손을 허리에 짚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아, 그리고 아버지께 하나의 전언이 있었어요. 니콜라스를 배웅해 주느라고 깜박하셔서 저에게 전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뭔데?”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탑에서 불길한 징조를 느꼈더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뭔지 아버지조차 밝혀내지 못했어요.”
다소 난해한 충고에 건우는 잠시 고심에 잠겼고 세이비어가 충고를 해 왔다
-아마 오르비스는 자신이 감지하지 못한 정보를 너라면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을 했겠지.
“흐음.”
건우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세이비어는 단숨에 그 표정을 읽어 냈다.
-뭔가 방법이 있구나.
‘없는 건 아니죠.’
건우는 피식 웃어 보였다.
***
시간은 자정.
리리스와 헤어진 건우는 귀가 뒤, 곧장 이그너스의 던전에 진입했다.
지면에 발을 디딘 곳은 잎사귀가 흔들리는 소리조차 고요한 숲이, 바로 3계층 슬리핑 포레스트였다.
저벅.
그 발이 향한 곳은 숲의 가장 자리에 있는 신전이었다.
척!
던전의 최종보스, 건우의 등장에 슬리핑 포레스트를 호위하고 있던 케타로우스들이 일제히 행렬을 이루며 길을 만들고 있었다.
“오버한다.”
푸념을 내뱉으면서도 상당히 적응이 됐는지 건우는 그들이 만든 길로 통과했다.
그 가장 자리에는 흑빛의 갑주를 차려입은 켄타로우스, 케이론이 예를 갖추며 건우를 맞이하였다.
“일어나. 안으로 들어간다.”
건우가 나지막이 내뱉은 한마디에 케이론은 곧장 그 뒤로 향했다.
신전 안.
스스스스스스.
그곳에는 건우가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복원을 한 하나의 아티팩트가 있었다.
-등급: 갓
-설명: 신이 예비해 둔 종말을 예고하는 비석
-내구도 25/25
*퀘스트 연계 아티팩트
*종말을 예고하기 전, 최소 3개월 전에 글귀가 새겨진다.
*종말을 대비해 극복하면 제단 위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진다.
달빛무리에 휘감긴 거대한 비석.
허공에 떠 있는 그것은 단지 보는 것만으로는 그 가치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레이드로서의 용도는 무가치.
하나, 레이드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물건이다.
바로 미래를 예언할 수 있기에…….
슥슥슥.
때마침 비석의 글자 배열이 뒤바뀌며 앞으로 찾아올 종말을 기록하고 있었다.
아직 문장이 완성되지 않았기에 건우는 팔짱을 끼며 입을 뗐다.
“할아버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어떤 거냐?
“종말의 비석은 이전에 디아도스의 출현을 예고했잖아요.”
-그래서?
“근데 어째서 최근에 나타난 프리메라의 출현은 예고하지 못한 걸까요?”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그러나 세이비어는 이미 건우 이상으로 종말의 비석의 원리를 깨달았는지 시원스레 대답했다.
-추론할 수 있는 건 하나다.
“뭔데요?”
스스스스.
몸을 감추고 있을 여유가 없었던 세이비어는 유령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평소보다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비석이 예언을 내리는 것은 최소 90일 후의 일이지. 그런데 디아도스의 출현을 예고한 후, 프리메라의 출현은 90일 이전이 되어버린 거지.”
“한마디로 텀이 너무 짧았다는 거네요.”
“뭐 이건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가설에 불과할 뿐이란다. 하지만 그런 무지막지한 것들이 계속 난입하려는 건 틀림없어.”
세이비어가 날카롭게 눈을 치켜뜬 순간.
스스스스스
비석의 글귀가 완성됐다.
[저승을 가로지르는 뱃사공, 카론의 도래, 도래 예정시간 약 90일.] [퀘스트가 형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카론의 음모를 막아라.]-달성조건: 카론의 퇴치 혹은 카론의 배를 침몰시켜라.
난이도: 최상
보상: 영혼 강림석.
“……불길하군.”
평소에 자신만만하게 있던 세이비어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죽음의 강을 가로지르는 뱃사공으로 알고 있는데, 본 적이 있나요?”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봐도 그 이름을 가진 자와 조우한 적 없던 건우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건우에게 세이비어가 간략히 설명했다.
“……그 녀석은 종말 때, 죽은 혼을 모아 뱀에게 갖다 바친 자다.”
움찔!
불쾌한 말에 건우는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몬스터인가요?”
“그 개념과는 달라. 녀석은 뱀의 사자. 사제트처럼 뱀의 권능을 보유하고 있지.”
건우는 세이비어가 말한 것과 무척이나 부합되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플레이어.”
작게 읊조린 말에 건우는 스스로 놀랐다.
줄곧 그들이 올 것이라는 짐작은 했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존재가 도래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건우를 보며 세이비어가 다시 입을 뗐다.
“녀석은 사제트 이상으로 주도면밀하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당도할 것이고, 가장 많은 혼을 탈취해 자신의 배에 실을 것이다.”
예언과도 유사한 세이비어의 말에…….
피식.
건우는 그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것 참 할 일이 많겠네요.”
“그래서 언제 만나러 갈 생각인 게냐? 이번에는 위치 탐색도 힘들 것 같은데?”
세이비어의 말대로 이번에는 디아도스 때처럼 좌표석이 주어지지 않아 카론을 찾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하지만 건우는 벌써부터 긴장하지는 않았다.
수수방관 방치할 생각도 없지만.
마음속으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저를 찾으러 올 거예요.”
이것은 단순한 오만이 아니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예지에 가까운 확신이었다.
아라크네, 세피아, 디아도스, 프리네라, 사제트까지…….
‘똬리를 튼 뱀’은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곳곳에 재앙을 전파했다.
한데, 막강한 그들이 차례, 차례 소실되고 세상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렇다면, 녀석들의 입장에서는 그 원인을 파악할 의무가 있다.
그 파견자로 내정된 것이 필시 카론일 것이다.
몬스터가 아닌 플레이어로서 녀석은 건우를 수색할 테니 말이다.
내막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된 건우는 세이비어에 다시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 녀석은 강한 가요?”
“디아도스보다 강하고 프리메라보다는 약해. 하지만 너랑은 동격일 게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에 건우는 의문을 표했다.
난해한 적이긴 했으나 건우는 분명 프리메라를 쓰러뜨렸다.
설령, 다시 한번 붙는다고 해도 건우는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을 지닌 녀석인 게다.”
보기 드문 적에 대한 세이비어의 경계 어린 눈빛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결론은 카론이 저를 찾느냐, 제가 카론을 먼저 찾느냐. 거기에 승부수가 갈리겠다는 거네요.”
자신만만한 그 모습에 세이비어는 입꼬리에 호선을 그렸다.
“기습을 할 거면, 아예 뿌리째 뽑아버려. 막장드라마 시어머니만큼 심하게 굴욕을 주고.”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그럼 제가 악역 같잖아요.”
“그렇게 독하게 해야 못 기어 들어와. 선빵은 일단 김치 싸다구부터다. 다음에는 내가 고X라니! 소리 하게 만들어 주고.”
“……”
세상에 재앙을 눈앞에 두고 과연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대답은?”
“늬예! 잘 알아들었습니다.”
“이놈이 이제 컸다고 건성건성 듣지?”
“그럴 리가요. 존경하는 스승님이자 할아버지를 제가 그렇게 대할까요?”
“지금 하고 있잖아! 요 녀석아.”
건우는 양손으로 귀를 막은 채, 게이트를 열어 집으로 복귀했다.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