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5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49화
콰직! 쏴아앙아!
카론의 가슴팍은 근섬유가 갈기갈기 찢기며 새빨간 피가 정신없이 분사됐다.
범인, 아니 헌터라도 이 정도 치명상을 입으면 당연 살아날 턱이 없지만.
“호오.”
정작 공격을 당한 당사자, 카론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화살이 날아온 궤도를 단숨에 눈으로 쫓았다.
우우우웅.
화살을 쏜 당사자는 주변의 숲과 동화돼 있었다.
움직임은 간간이 비치는 투명한 윤곽과 주변 환경의 뒤틀림으로 찾아낼 수 있지만.
다그닥.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카론은 간간이 적의 인기척을 놓쳤다.
‘……최건우인가?’
카론은 머릿속으로 건우의 모습을 떠올렸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힘도 기백도 그보다 못해.”
푸욱!
카론은 곧 자신을 관통해 돛대에 꽂힌 철제화살을 손으로 쥐더니…….
쇄액!
있는 힘껏 투척했다.
화살의 궤도가 향한 곳은 아무도 없는 텅 빈 나무지만.
콰아앙!
그 순간을 기점으로 화살 끝에 불똥이 튀기며 투명했던 인기척의 윤곽이 드러났다.
검은 철갑을 갖춘 켄타로우스.
그 역시 이그너스의 3계층을 총괄하는 보스, 케이론이었다.
끼기깃 팍!
카론의 기습을 예상했는지 케이론은 거대한 할버드로 화살의 궤도를 뒤틀어 튕겨 냈다.
스윽.
카론에게 벗어난 네메시스는 곧장 케이론과 합류했다.
“……재밌는 조합이군. 너희들이 섬기는 군주는 최건우인가?”
“……”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쿠구구구구.
그 순간을 기점으로 카론의 전신에 무척이나 흉흉한 붉은 오라가 피어올랐다.
“아무래도 너희들한테 예의범절이라는 걸 가르쳐 줘야 되겠군.”
스스스스.
이번에 카론의 손에 들린 것은 노가 아닌 거대한 돛과 쇠사슬이었다.
이 거대한 나룻배를 묶어 두기 위한 핵심추로 보였지만.
그와 동시에 무기로써의 활용도 가능한 듯 보였다.
후웅!
돛 끝에 달린 쇠사슬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대기를 뒤흔들었다.
“자, 배에 탑승할 시간이다.”
히죽.
기분 나쁜 웃음을 펼쳐 보이던 카론은 있는 힘껏 돛을 날렸다.
네메시스와 케이론은 동시에 방어를 펼쳤다.
콰아아아앙!
충돌 직후 굉음이 숲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싸아아아.
주변의 지형은 나무부터 시작해 모든 게 풍비박산이 나서 황무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케이론과 네메시스가 있었다.
쩌걱!
그들은 간당간당하게 소멸을 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케이론의 검은 갑주는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고.
네메시스는 몸 곳곳에 균열이 일구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카론은 진심으로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버텨?”
직격 당했으면 5성급 몬스터가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격이거늘.
의문에 대한 해답은 얼마 안가 드러났다.
스스스스스.
네메시스와 케이론의 몸은 곧 금빛에 뒤덮이며 완전히 수복 되었다.
“흐음, 그건…….”
기이한 현상에 카론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뚜벅뚜벅.
그와 동시에 어둠 저 편 너머로 건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척!
네메시스와 케이론은 즉각 건우를 향해 예를 갖췄고.
건우는 나지막하게 층계 보스들에게 명을 내렸다.
“수고했어. 이만 들어가.”
스스스스스.
명이 떨어지자, 케이론과 네메시스는 카론을 노려보다 게이트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잠시 호흡을 고르는 짧은 시간이 찾아왔다.
을씨년스런 몬스터 파크의 오지에는 두 명의 인영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네놈이 최건우인가?”
“그렇다면?”
건우의 반박에 카론은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모르겠군. 겨우 디아도스 따위를 쓰러뜨렸다고 우쭐대는 건가? 그딴 녀석은 탑에서 널리고 널렸어.”
피식.
그의 말에 건우 역시 입가에 조소를 머금으며 반박했다.
“그 녀석들만 있는 줄 알아? 사제트도 세피아도 프리메라도 내 손으로 끝장냈어.”
“……?!”
이번에는 조금 놀랐는지 카론은 동공을 파르르 떨었다.
“……네놈은 누구지?”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나도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
잠시 뜸을 들이던 건우는 가까스로 입을 뗐다.
“노티어에게 칠대마왕의 유산과 불노장생의 생명을 준 건 네 녀석이냐?”
이것은 순전히 건우의 직감이었다.
하지만 그 직감은 전생의 경험을 근간으로 두고 있었다.
전생 시절.
건우는 지금보다 규모가 훨씬 큰 몬스터 웨이브를 겪은 적이 있었다.
하루, 하루 뼛속이 녹아들 것만 같은 전장.
갈증을 피할 길이 없어 식물의 줄기를 잘근잘근 씹어 버틸 정도의 고역의 현장.
놀랍게도 지금 몬스터 파크에서 쏟아지는 몬스터 웨이브는 그때와 매우 유사한 전개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즉 카론 역시 이그너스의 흥망성쇠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카론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확실히 까마득한 옛 시절에 나는 그 추한 몰골을 하고 있는 자에게 벨페고르의 반지와 레비아탄의 귀걸이를 건네줬었다.”
“어째서 그렇게 했지?”
“차이트의 흔적을 지워라. 그게 뱀의 명령이었으니까. 이그너스는 그중 가장 끈질긴 세력이었지.”
“……”
카론의 말에 건우는 어느 정도 퍼즐을 맞출 수 있었다.
전생 당시의 멸망은 뱀의 계획대로 원만하게 흘러갔다는 것을…….
그의 심복인 카론은 멸망의 사자로 선택받아 이그너스 멸망에 일조했을 것이다.
그리고 카론 역시 건우의 정체를 파악한 듯 보였다.
“……네놈은 차이트의 사도군. 이것 참 놀라워. 한 명이 또 있었다니. 지급 탑에서는 그 녀석 때문에 한창 곤란한 참이었거든.”
“그 녀석?”
예상치 못한 인물의 언급에 건우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카론은 피식 웃으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녀석은 고분고분 탑을 떠돌아다니면서도 가끔 큰 말썽을 일으켜. 그 때문에 탑의 관리자에게 경계를 받고 있지.”
“흐음.”
차이트의 사도가 자신 말고 또 있었다니.
예상 밖의 사실에 건우는 마나에 의지를 실어 물었다.
‘할아버지. 누구인지 알고 있어요?’
-차이트 이 박쥐같은 녀석. 지조가 없어. 이 자식. 이곳저곳에서 뭐하고 다니는 거야!!
‘지조라고 할 것까지야…….’
건우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휘리릭.
카론은 쇠사슬을 다시 빙그르 돌리며 돛에 마력을 심었다.
“네놈은 최근에 발견된 차이트의 사도 중에는 가장 하수지만 위험해. 뱀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으니 말이야.”
“다른 한 명은 뱀에게 적개심이 없는 건가?”
“차이트에게는 적이 너무나 많거든. 또 한 명의 차이트의 사도는 다른 세력과 맞서고 있어.”
-그 자식도 또라이 기질이 단단한가보구나.
“…….”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차이트.
어떤 운명의 굴레에 엮인 건지, 이 특이한 녀석은 많은 신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그리고 녀석은 그런 신들을 농락하듯 장난스럽게 기교를 부린다.
가끔은 그와 친구 관계를 맺은 계약자들도 시시때때로 ‘미친 새끼’라고 푸념을 늘어놓지만.
명명백백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수단과 방법은 다소 비틀렸을 지라도 그는 누구보다 공의롭고 정의롭다는 것이다.
“후우, 어쩔 수 없구먼.”
잠시 생각을 마친 건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카론을 응시했다.
“뭐지? 실성했나?”
“계획을 앞당겨야겠어.”
“무슨 소리지?”
“3개월.”
“뭐?”
“3개월 뒤에 나는 탑에 진입한다. 네놈들이 나를 죽이기 전보다 먼저 내가 뱀을 죽이고 차이트를 찾아낼 거야.”
희번득!
카론은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며 소리쳤다.
“건방진 놈?! 분수를 알아라!”
콰콰콰콰쾅!
일갈을 외치는 것과 동시에 카론의 등 뒤에서 거대한 배가 둥실 떠올랐다.
후웅!
불길하기 그지없는 진녹빛의 기운은 주변에 있는 숲의 정기를 빨아들였다.
-꺄갸갸갸갸갸갸갸갸
그뿐만 아니라 배의 주변으로는 데스마스크의 혼령들이 맴돌고 있었다.
압도적인 위용과 존재감에 갑작스레 숨이 턱 막혀 왔다.
콰앙!
카론은 그대로 쇠사슬을 휘둘러 건우를 습격했다.
쇠사슬 끝에 걸린 거대한 돛은 단숨에 건우의 얼굴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건우는 즉각 인벤토리에서 사인검 적과 청을 꺼내 들어 대응했다.
콰앙! 끼기기기깃!
건우는 정면 승부를 하는 대신 그의 묵직한 일격을 흘려 보냈다.
검은 오러와 돛이 품고 있는 망령의 기운이 서로 부딪치며 허공에 기다란 불똥을 튀겼다.
‘강해?!’
단 한 합을 받아 냈을 뿐인데.
건우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의 머릿속에 사로잡힌 본능은 하나였다.
-전력을 쏟지 않으면 죽는다.
건우는 그 본능을 기꺼이 따라 머릿속에 수많은 마력패턴을 떠올렸다.
[파이어 볼을 시전했습니다.] [파이어 볼을 시전…… ]무영창 캐스팅을 순식간에 구현된 화구는 순식간에 카론의 주변을 뒤덮었다.
“그래서 이까짓 걸로 날 어쩔 심산이지?”
푸욱!
건우는 대답 대신, 사인검 적을 지면에 꽂고 빈손을 들어 올려 또 하나의 마법을 구현했다.
[사이클론을 시전했습니다.]후웅!
맹렬하기 그지없는 돌풍은 단숨에 파이어 볼의 위력을 증폭시키며 단숨에 카론과 그의 배를 뒤덮쳤다.
화르르르르륵!
새빨갛기 그지없는 화염을 휘감은 소용돌이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맹렬하게 타올랐다.
보통의 적이라면 죽고도 남았을 일격이지만.
화륵!
불꽃의 소용돌이를 비집으며 날아온 돛이 다시 건우를 습격했다.
“이 자식 뭐야?!”
깜짝 놀란 건우는 즉각 사인검 적을 뽑아 들고 청과 함께 휘둘렀다.
니제르 일식, 암섬.
후웅.
검붉은 오러와 검푸른 오러가 겹치며 카론의 일격에 정면 대응했다.
카앙!
결과는 무승부.
돛은 칼날을 부수지 못하고 칼날은 돛을 베지 못했다.
화륵!
그러던 와중에 건우가 구현한 불꽃의 소용돌이 걷혔다.
카론은 태연하게 모습을 드러냈고.
건우는 두 검을 손에 놓고 인벤토리에서 글라체스를 꺼내 그대로 투척했다.
후웅!
싸늘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카론의 가슴팍을 찢고 들어가려는 찰나.
콰앙!
카론은 주먹으로 글라체스의 창날을 강타하며 가볍게 튕겨 냈다.
“흐음, 이게 끝인가?”
카론은 얼어붙은 오른손을 몇 차례 흔들거리며 가볍게 녹여냈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건우는 지그시 눈매를 좁혔다.
분명 일격이 닿았다는 느낌이 있는데, 어째서 녀석은 멀쩡한 것일까?
후웅.
궁리를 하던 도중 카론의 배는 끊임없이 주변에 있는 영혼을 빨아들이며 강제로 정착시켰다.
후웅!
그와 동시에 다시금 카론의 돛이 건우을 노리고 날아왔다.
카앙!
이번에도 니제르 일식으로 대응한 건우는 충돌 직후 눈을 부릅떴다.
‘더 강해졌어!!’
콰아아아앙!
한껏 육중해지기까지 한 일격에 건우의 몸이 지면을 몇 번 튕기며 나가떨어졌다.
“아, 젠장! 꼴사납게.”
큰 부상은 없었는지 건우는 즉각 몸을 일으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카론을 노려보았다.
“나조차 감당할 수 없는 네 녀석이 뱀을 치겠다고? 시스템은 못 보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한으로 레벨을 올리고 있다고.”
“좋겠네.”
건우는 반어법으로 반박하며 머리칼을 이마 뒤로 쓸어 넘겼다.
‘레벨 업이란 개념을 알고 있는 걸 보면, 역시 탑은 시스템 위주로 돌아간다는 거네. 그리고 저 녀석이 레벨 업을 하는 방법은…….’
지그시.
건우는 카론의 배와 시스템 창을 동시에 살폈다.
[영혼포식의 능력으로 카론이 레벨업을 합니다.] [영혼포식의 능력으로 카론이 레벨업을 합니다.] [영혼포식의 능력으로 카론이 레벨업을 합니다.]영혼포식.
죽은 자의 영혼을 포식함으로써 레벨 업을 한다.
집어삼키고 있는 영혼은 물론 몬스터들의 혼이었다.
몬스터를 사냥한 게 이런 결과를 맞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게 탑의 최상급 플레이어의 실력이다. 그런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발설 직후.
카론은 그대로 후드를 벗었다.
다그닥, 다그닥.
오른쪽 얼굴은 미남이었지만 그의 왼쪽 얼굴은 스켈레톤처럼 앙상한 뼈와 부패해지기 일부 직전에 살점밖에 없었다.
카론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건우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백만 년은 이르다. 애송아. 물론 이건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 거고.”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