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5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50화
카론의 선언에 건우는 입안이 마르고 절로 텁텁했다.
‘성가셔.’
저릿!
그뿐만 아니라 전신이 따끔거리기까지 했다.
모든 것은 카론에게 흘러나오는 불길한 기운 때문이었다.
우웅!
데스마스크의 혼령이 맴도는 카론의 존재감은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녀석은 건우를 죽이기 위해 최상층에서 레벨을 대폭 감소시키고 지구로 왔다.
그리고 영혼포식의 권능으로 레벨 업을 해, 지금 막 건우의 기량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말하는 거지만, 도망치는 것도 상책이다.
‘도망가면, 몬스터 파크에 있는 사람들은요?’
-……
세이비어는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
몬스터 파크에는 꽤 강한 헌터들이 많이 모여 있었지만.
카론과 전투를 벌인다면 필시 전멸한다.
더군다나, 그를 여기서 막을 수 있는 인물은 건우밖에 없었다.
게다가 전생의 원한, 그리고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감안하면 건우로서도 도망칠 이유는 없다.
부우우웅.
카론은 다시 쇠사슬을 빙그르 돌리며 입을 열었다.
“최건우 슬슬 내 배에 탑승해서 뱀에게 가자꾸나. 만나고 싶잖아. 나의 주군을…….”
“딱히 네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야.”
스팟!
답변이 떨어지기 무섭게 카론은 순식간에 발을 튕겨 단숨에 건우의 눈앞에 드러냈다.
“네 의지 따위는 필요 없어!”
희번득!
날카롭게 눈을 치켜뜬 그는 곧장 건우를 향해 사슬을 날렸고.
카앙!
건우 역시 사인검을 들고 카론에게 대항했다.
***
니콜라스가 원대한 야망을 품었던 몬스터 파크는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다.
졸지에 그곳의 책임자가 된 리리스는 상황통제에 주력을 기울였고.
성과가 있는지 쉘터에 침투하던 몬스터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었다.
상황실의 운영팀장은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현재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시설의 27%가 붕괴되기는 했지만, 가까스로 위기는 모면했습니다.”
“…….”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운영팀 사이에서는…….
“살았다.”
“만세!”
라고 환호성을 내지름과 함께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후우.”
줄곧 긴장 상태였던 리리스도 가까스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직원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 긴장은 풀지 마세요.”
“죄, 죄송합니다.”
직원들은 일제히 리리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제 어린아이라고 그녀를 과소평가하는 일은 없었다.
분명 건우와 S급 헌터들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틀림없이 쉘터는 붕괴됐을 터지만.
반대로 리리스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쉘터는 돌파당해 상황은 더욱 궁지에 몰렸을 것이다.
상황의 중대함을 인식한 리리스는 가장 먼저 피난민들을 방공호로 이동시켰고.
AI 드론들을 이용해 몬스터 웨이브의 진로를 여러 방향으로 갈라놓았다.
분명 몇 차례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녀의 기지는 상황실의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 분이 우리의 대표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그런 경외감이 깃든 시선으로 리리스를 쳐다봤다.
꿈틀.
그들의 시선에 리리스는 내심 기분이 좋았지만.
두 가지 걱정으로 수심은 점차 깊어졌다.
“이제 곧 파르데비아에서 구조대가 올 겁니다. 그때까지 여러분들은 최후에 최후까지 이 자리를 지켜야 됩니다.”
“알겠습니다!”
구조대가 온다는 소식에 그들은 희열이 가득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항공모함까지 움직이지는 않겠지. 그래. 항공모함은 아닐 거야.’
지금의 사태라면, 항공모함이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녀의 아버지, 오르비스는 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녀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다.
아마 이번 역시도 엉뚱한 방법으로 놀라게 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시름시름 앓게 하는 것은 또 다른 고민이었다.
고민의 내용은 물론 건우의 안위였다.
그는 알게 모르게 이 몬스터 웨이브를 진압한 숨은 공로자였다.
몬스터들의 수상한 움직임은 모두 건우로 인해 생긴 일 일 테니 말이다.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그녀는 이미 마음속으로 이 사태를 진압한 게 건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녀의 마음은 이렇게 불안한 걸까?
의외로 리리스는 불안감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금방 끝내고 들어와서 여유를 부릴 것 같은 느낌인데…… 너무 늦어.’
어째서 반나절이 지나 아침노을이 뜨고 있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그녀는 걱정이 되는 표정으로 상황실에 나열된 수많은 CCTV를 살펴봤다.
몬스터 웨이브로 화면의 1/4은 노이즈 화면으로 가득 차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파직! 파직! 파직!
무엇보다 상황이 진정된 지금.
어째서인지 CCTV화면이 연달아 깨지며 노이즈 화면이 차고 있었다.
기이한 현상에 운영팀장은 표정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50미터 넓게는 10km 간격에 있는 CCTV가 연달아 깨지고 있는 것을 보니 아니, 아마 AI 드론이 몬스터를 흩뜨러 놓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의 어색한 웃음에 리리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초월적인 존재들의 싸움으로 부서지는 걸 수도 있죠.”
“네?”
이해가 되지 않은 듯 운영팀장 외 모든 직원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을 때.
리리스는 곧장 스마트폰의 통화 버튼을 꼭 눌렀다.
“마야, 나야.”
-아가씨! 무사한 겁니까?!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그녀의 집사, 마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답변했다.
귀청이 떨어질 정도의 큰 목소리에 리리스는 수화기를 귀에 떨어뜨리며 얼굴을 붉혔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걱정해 주니 어째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걱정 끼쳐서 미안.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될까?”
-……이번에는 또 뭔가요? 이미 몬스터 파크 같은 쓸데없는 부지를 사들이는데 어마어마한 금액을 쓰신 건 알고 있죠? 더 이상 지출은 곤란합니다.
“저기 마야. 방금 전까지 나 걱정하지 않았어?”
그러면 그렇지.
리리스는 서운하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번에는 돈을 지출하지 않아도 돼.”
-후우.
수화기를 멀찍이 떨어뜨린 채로 마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리리스는 그런 마야에게 도리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스틸레인을 보내 줘. 아버님에게는 내가 나중에 보고할 테니까.”
-…….
“내 말 듣고 있어?”
-스틸레인이요?! 하, 하지만 그건…….
너무 놀란 건지, 마야의 목소리가 갈라지기까지 했다.
리리스는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허송세월 방치했다가는 정작 쓰여야 할 데 못 쓰겠지. 내 말이 틀려?”
그녀의 진지한 어투에 마야는 곧 차분히 호흡을 고르며 입을 뗐다.
-신속히 이송시키겠습니다. 좌표는 어디로 산정할까요?
“일단 몬스터 파크까지 이송시켜. 너무 빨리 움직여서 정확한 좌표를 말할 수 없어.”
리리스는 정신없이 노이즈 화면이 떠오르는 CCTV화면들을 쳐다보며 주먹을 꽉 쥐었고.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마야는 즉각 그녀의 명을 실행에 옮겼다.
***
카앙! 카앙! 카앙!
거친 격전의 여파로 몬스터 파크의 산림에 후덥지근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탑에서 최상급 플레이어로서 위용을 떨쳤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 건지.
카론은 공수에 모두 두각을 드러내며 건우를 수세로 몰고 가고 있었다.
카캉! 콰앙!
반면, 니제르의 검술과 세이비어의 마법을 병합해서 대항하고 있는 건우는 상당히 피로가 쌓였는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윈드 커터를 시전했습니다.] [실드를 시전했습니다.] [아이스 포그를 시전했습니다.] [그리스를 시전했습니다.]화려하게 난사되는 마법은 카론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방해했다.
건우를 향해 날리는 치명적인 일격은 실드에 가로 막혔다.
또한 정면에서 쏟아지는 윈드커터는 관절 부위 곳곳을 절삭시키며 잔잔한 통증을 주었다.
지면은 그리스로 인해 마찰계수가 사라져 몸에 제동을 걸기 어려웠고.
스스스.
시야는 아이스 포그로 인해 가려진 데다 온몸이 냉기가 뒤덮여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카캉! 카캉!
그때마다 카론은 능숙하게 보폭에 변화를 주거나, 건우가 쓴 마법과 상반된 속성의 마법으로 타파해 나갔다.
‘무슨 이딴 놈이 다 있어?!’
쉴 새 없이 카론과 병기를 맞부딪치고 있는 건우는 환멸을 느꼈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벌이는 사투.
조금이라도 호흡을 늦췄다가는 곧장 기습을 당한다.
그런 와중에 마법과 병합한 공격을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받아치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멈칫!
한창 전투 도중 아이스 포그 속에 인기척을 드러낸 건우의 모습을 보며 공격을 카론은 공격을 멈췄다.
그러고는…….
“이건 환각이군.”
이라고 중얼거리며 홱 등을 돌려 정권을 내질렀다.
파직!
바로 뒤에서는 건우 역시 양손에 전격을 분출하며 그에게 공격을 가하려던 참이었다.
[기가 라이트닝을 시전했습니다.]콰앙!
동시에 격발된 두 공격은 서로에게 적중했다.
쿠콰앙!
카론의 권압에 직격을 당한 건우는 주변 산림의 나무를 도미노처럼 무너뜨리며 100미터 밖까지 날아갔다.
“으아아악!”
온몸의 뼈가 분쇄될 것만 같은 느낌에 건우는 양팔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으며 비명을 토해 냈다.
빠득! 빠득! 빠드득.
방금 전의 충격으로 늑골뿐만 아니라 뇌수까지 들끓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고통도 잠시.
건우의 몸은 금빛으로 뒤덮였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스슥.
균열이 가고 쪼개졌던 몸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허억, 허억.”
건우는 호흡을 몰아쉬며 기가 라이트닝에 직격당한 자리를 쳐다보았다.
타닥, 타닥.
매캐한 이온 냄새와 함께 산산이 불타오른 지면에는 탁하고 검은 잿더미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카론은 그 불길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서 있었다.
스스스스.
기초적인 재생능력이 있는 건지, 기가 라이트닝으로 분쇄된 그의 육신은 금세 회복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믿기지 않는 풍경에 건우는 동공을 파르르 떨었다.
카론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소용없어. 힘을 점점 소진하는 너와 달리 나는 점점 강해지고 있으니까.”
“누가 보면 내가 진 것처럼 보이겠네.”
건우는 손목을 돌리다 날이 무뎌진 사인검 적과 청을 들어 올렸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스스스스.
무뎌졌던 검신이 다시 날을 세운 그 모습은 검 그 자체가 다시 전의를 내세우는 것 같았다.
-녀석은 기본적으로 레벨 업이라는 현상을 통해 점차 기량이 향상되고 있구나. 아니. 기본적으로 전투센스 또한 너랑 비견될 정도야.
이번에 건우는 육성으로 세이비어의 말에 반박했다.
“아 그런가요? 할아버지 안목이 한참 떨어지네요. 당연히 제가 더 강하죠.”
-쯧쯧 자존심 세울 때냐? 그래서 쓰러뜨릴 방법은 있냐?
“……”
세이비어의 핀잔에 건우는 낯빛을 굳혔다.
평소라면, 냉정하게 적을 공략하는 건우였지만.
카론만큼은 그 공략방법을 찾기 쉽지가 않았다.
층계보스들을 모두 불러들여 협공을 가하려고 했으나 의미가 없어 보였다.
우웅.
그래봤자, 그의 배는 더 많은 혼을 집어삼키고 카론을 강제로 레벨 업을 시킬 테니 말이다.
‘배라……?!’
공략하기 위해 머릿속에 키워드를 입력하던 건우는 곧 묘안이 떠오른 듯…….
싱긋.
그대로 웃어 보였다.
멈칫!
그 미소에 카론은 적잖이 당황한 듯 발걸음을 멈췄다.
“궁지에 몰리니 실성이라도 했나보군.”
“아니. 이제부터 재밌는 구경을 하게 해 줄 생각이거든.”
두둑.
건우는 목의 관절을 풀며 카론과 그의 등에 버젓이 떠 있는 배를 검지로 지목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가벼운 어조로 엄청난 선포를 했다.
“그거 내가 가져야겠어.”
“……뭐?”
그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는지 카론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