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5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52화
쿠우우웅!
정면으로 회백색의 기운이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며 쇄도해 오고 있었다.
그것은 인류멸망의 씨앗.
인간이 결코 근접해서는 안 될 흉악한 기운이었다.
건우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벨페고르의 권능, ‘전이’를 발동했습니다.]브레스의 기운을 강제로 전이시키려고 했지만.
콰칭!
‘전이’의 권능은 단숨에 깨져 흐트러졌다.
“젠장!”
건우는 분개하며 주먹을 쥐었다.
권능은 보다 강한 권능에 의해 파훼되기 마련.
카론이 수명과 맞바꾼 대가로 뱀의 권능을 한층 더 강화시켰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우웅! 우웅! 우웅!
하지만 이미 받아치기로 마음먹었는지 건우의 주변에서 금빛의 펜타그램이 형성됐다.
충돌까지 약 1초를 앞둔 시점.
쇄액!
건우의 귀에 어떤 이명이 닿았다.
‘저긴가?!’
강대한 기운을 포착한 건우는 그대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주시했다.
콰콰콰콰쾅!
대기를 거침없이 파고드는 빛줄기는 마치 강철로 이루어진 비를 보는 것만 같았다.
콰아아앙!
이내 빛줄기는 카론의 기운을 단숨에 찢어발겼다.
***
지축이 흔들리는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상황이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자, 카론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소리쳤다.
“어디 있어! 최건우!!”
그렇게 카론이 동분서주 날뛰는 동안.
건우는 지그시 눈매를 좁히며 땅에 박혀 있는 한 자루의 창을 바라보았다.
글라체스보다 훨씬 가느다란 창신.
새하얀빛을 우아하게 발출하는 그것은 무기가 아닌 마치 제사 때, 쓰이는 도구가 아닐까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
등급: 레전드
설명: 세계수의 가지를 조각하여 만든 투척전용의 창, 그 견고함은 미스릴에 견주며 무게는 깃털이라고 일컬어지며 4대 정령의 힘이 깃들어 있다.
내구도: 125/125
*정력 친화력 200% 증폭
*적에게 고정 데미지 3000에 상태이상(화상, 동상, 마비 등) 랜덤 적용.
*전용스킬, ‘스패라’ 1일 1회 한정으로 사용 가능
*정령친화력이 전무한 자에게는 아티팩트의 힘이 발현되지 않는다.
“누가 이런 걸?!”
눈앞에 대뜸 레전드 아티팩트가 출현하자, 건우는 적잖이 당황했다.
기연도 이런 기연일 수가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위잉!
머잖아 건우는 하늘을 누비고 다니는 파르데비아의 전용기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황상, 스틸레인을 쏘아낸 것은 전용기임이 분명했다.
“이게 리리스의 선물인가?”
푸욱!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지면에 박혀 있는 스틸레인을 뽑아냈다.
우웅.
청명한 소리와 함께 뽑혀진 창신 주변에서는 랜턴 빛처럼 발광하는 정령들이 옹기종기 맴돌고 있었다.
세이비어는 질색하며 중얼거렸다.
-어설프게 오러를 씌우지 마라. 전사들이 쓸만한 무기가 아니야. 오히려 정령사를 위한 무기지.
“아무래도 마법사보다 현저하게 적은 게 정령사니까 파르데비아에서도 보관만 하고 있지, 사용하지는 못했나 보네요.”
그동안 많은 각성자들을 만났지만.
협회소속인 시엘을 제외하면, 정령친화력이 존재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러니 시스템 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오르비스 역시 사용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었을 것이다.
“니제르에게 다시 한번 감사해야겠네요.”
건우는 자신에게 정령의 친화력을 키워 준 니제르를 떠올렸다.
-나에 대한 감사가 먼저지.
세이비어는 단단히 질투가 났는지 심술을 부렸지만.
“두 분 다 감사하고 있어요.”
건우는 진심으로 두 스승에게 감사를 표한 뒤, 카론을 노려보았다.
“찾았다! 최건우!”
쿵쾅!
녀석은 흉측하면서도 거대한 몸을 이끌고 건우를 덮치려 하고 있었다.
스윽.
건우는 도피 대신 그대로 자세를 낮춰 자신의 몸을 조준대로 삼고서 스틸레인의 창끝을 카론에게 겨눴다.
[스틸레인의 전용스킬, ‘스패라’를 발동했습니다.]쇄액!
스킬을 발동하는 것과 동시에 창신이 백열하며 곧장 건우의 손에서 떠나갔다.
그와 동시에…….
“죽어!!”
카론은 다시 한번 입안에 있는 기운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집속한 재앙의 기운에 맞서 새하얀 빛줄기가 꿰뚫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까와 달리 완전히 그 기운들을 파훼시킬 수 없었는지 빛줄기는 점차 진로를 잃어가고 있었다.
“크크크크, 끝이다. 최.건.우.”
카론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으며 건우를 노려보자.
스윽.
건우는 엄지로 뒤에 있는 거대한 배였던 키보토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배에 탑승할 준비는 끝났냐?”
“네놈!!”
어처구니가 없는지 카론은 격동적으로 포효했고.
스윽.
건우는 그대로 스틸레인의 빛줄기에 손을 뻗었다.
[회귀의 링을 발동했습니다.]빛줄기에 다시 한번 금빛의 링이 휘감긴 순간, 사라져가던 위력이 복원됐다.
쇄액!
그리고 힘을 되찾은 스틸레인은 그대로 카론의 브레스를 돌파하며…….
푸욱!
카론의 육신을 꿰뚫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스틸레인의 빛에 휘감긴 카론은 몸이 점차 잿더미로 변했다.
화륵!
백염에 불타오른 카론은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건우에게 걸어갔다.
“허억, 허억, 네놈! 네놈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그 의미를 깨닫고 있는 거냐?!”
그의 질문에 건우는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너희들의 멸망은 곧 신의 뜻이다!!”
덥석!
건우는 카론의 가슴팍에 박혀 있는 스틸레인을 손으로 붙들며 한마디를 남겼다.
“그럼 그 신에게 반역하는 게 내 뜻이 되겠네.”
피식.
호선을 그리는 입가.
덜덜덜.
그 웃음을 목격한 카론은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플레이어로서 탑의 시련을 넘다들었던 때보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웃으면서 쥐고 있는 건우가 훨씬 두려웠다.
이 녀석은 탑으로 진입시키면 안 된다.
만약 그랬다가는 탑의 질서가 무너진다.
남들이 의지를 갖춰도 안 되는 걸, 이 녀석은 가능하게끔 하는 힘이 있다.
“……네놈.”
“응?”
“네놈만큼은 여기서!!”
푸욱!
카론은 스텔레인의 창에 스스로 달려들어 자신의 몸에 구멍을 내고 돌진했다.
그 손아귀는 건우의 목덜미를 쥐려 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벨페고르의 권능, ‘전이’를 발동했습니다.]벨페고르의 반지가 빛을 발하며 카론의 몸을 이전에 있었던 위치로 강제 전이시켰다.
“…….”
카론은 황망한 표정을 지었고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어올라봐. 넌 절대 거리를 좁힐 수 없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농락당하고 있다.
“으아아아아악!”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한 카론은 절규하며 통탄의 비명을 내질렀고.
쇄액! 쇄액! 쇄액!
그와 동시에 건우는 스틸레인을 휘둘러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스스스스.
갈가리 찢긴 카론의 육신은 백염에 불타올라 그대로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터벅.
카론의 최후를 확인한 건우는 그대로 등을 돌려 쉘터로 향했다.
그런 건우에게 세이비어가 말을 건넸다.
-역시 넌 똘기 최강인 것 같다.
“그러니까 먼 옛날의 조상님 닮아서 그렇다고 몇 번을 얘기해요.”
-웃기고 있네. 넌 원래 또라이였어. 그래도 하는 김에 한술 더 뜨지 그랬냐. 내가 김치 싸다구 날리라고 누누이 말했거늘. 어휴. 아니면 내가 XX라니! 라는 소리를 듣게 급소를 강하게 치든가.
“푸훗! 그걸 까먹었네요.”
-웃기고 있네. 완전기억능력자가 그걸 까먹어? 돼도 안 되는 거짓말하지 마라.
“하하하”
세이비어의 집요한 말꼬리 잡기에 건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
쇄액!
CCTV를 통해 카론과 격전을 벌인 건우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몬스터 웨이브가 끝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직원들 중 몇몇은 아직까지 여운이 남는지 수차례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다.
“우와!”
스틸레인을 쥐고 강대한 적과 맞서는 건우의 모습에 국적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 경외 어린 시선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괜히 한국의 히어로라고 하는 게 아니구나.”
“저 정도면 세계 헌터 중에서도 탑 클래스인데.”
“나중에 7성급 게이트도 혼자서 막아 내는 거 아니야.”
그들의 수군거림에 운영팀장은 인상을 험하게 찌푸렸다.
“이것들이!! 몬스터 웨이브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철딱서니 없는 소리를! 정신 차리고 일에 집중해! 피해 상황 모니터링하라니까 왜 자꾸 최건우 헌터 영상만 보는 건데.”
“죄, 죄송합니다.”
그의 윽박에 직원들은 횡설수설하며 다시 일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한편, 리리스는 그들과 같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며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꼬옥.
그러고는 자신의 뺨을 꼬집었다.
“……아픈 걸 보니 꿈이 아니네.”
그녀의 눈동자에는 스틸레인을 들고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고 있는 건우가 담겨 있었다.
“대체 저 사람 정체가 뭐야?”
거대한 바다뱀을 동강내지를 않나.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쉽사리 손에 쥐지 못하는 무기 들고 적을 섬멸하지 않나.
그녀에게 있어서 건우의 행적은 기적의 순례자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머릿속에서는 거듭되는 찬사와 경외감이 가득 찼다.
홱!
그러나 솔직히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는지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흥! 괜스레 칭찬만 해 줬다가는 기고만장해지니까”
“네 칭찬 필요 없거든. 꼬맹아.”
“엄마야!”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리리스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건우가 서 있었다.
리리스는 발끈하며 그에게 소리쳤다.
“왔으면 기척이라도 좀 내요!”
“너가 너무 열중한 거 아니냐?”
화악!
건우의 말에 리리스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었다.
“여, 열중하다니 뭘 열중했다는 거죠?”
“일에 열중한 거 아니야?”
건우는 질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당황한 리리스가 슬쩍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CCTV 모니터에서는 몬스터 파크의 훼손된 물품과 구조물 등이 다양하게 즐비 돼 있었다.
“아.”
실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리리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그래요. 열중하느라 눈치 못 챘죠. 그나저나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죠?”
리리스의 질문에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스틸레인을 꺼내 들었다.
“이거 돌려주려고 왔지.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리리스는 도도한 척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됐어요. 당분간은 당신이 가지고 있어요.”
“아니. 괜찮은데. 왜?”
“아버님께서 특별히 대여해 드린다고 했거든요. 영광으로 아세요.”
그 말에 건우는 스틸레인을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뒤, 입을 뗐다.
“여전히 독특하신 분이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용무 있어서 왔는데?”
“뭐죠?”
“이제 그만 자라. 키 안 큰다.”
피식 웃으며 내뱉는 건우의 말에 리리스는 울컥했다.
“끝까지 절…….”
하지만 말 매듭을 지으려는 찰나, 리리스의 눈이 스르륵 감기기 시작했다.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건우의 등장으로 긴장의 끈을 맥없이 놓였기 때문이다.
“크으으.”
리리스는 분하다는 듯 어떻게든 졸음을 깨기 위해 애썼지만.
탁.
그대로 건우의 품에 떨어져 잠에 빠져들었다.
“……침실 가서 자라는 말이었는데. 바로 곯아떨어지네.”
건우는 곤란한 듯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