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5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53화
카론의 퇴치가 끝난 다음 날.
건우는 한국으로 복귀하기 전에 심해 정원에 진입했다.
-꺄하하하하.
심해 정원에 놓인 항구에는 데스마스크의 망령들이 멋대로 맴돌고 있었다.
망령들이 집합한 곳에는 거대한 배가 정착해 있었다.
건우는 다시 한번 배의 스펙을 확인했다.
-등급 : 레전드
-설명 : 생과 사의 경계, 스틱스를 넘다들 수 있는 이동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소유자의 의지에 따라 땅에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영혼을 강제로 정착시킬 수 있으며 데스 마스크의 혼령을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내구도 100/100
*키보토스 전용스킬, ‘영혼포식’을 사용할 수 있다.
*영혼포식: 키보토스에 담겨있는 영혼을 산화시켜 소유자의 레벨을 임시로 폭등시킨다.
일시적이지만 죽은 자의 혼령을 포식만 해도 대폭으로 레벨을 폭등시키는 살벌한 아티팩트.
카론은 분명 이 키보토스를 이용해 탑의 최상위 플레이어로서 군림했을 거다.
그것은 실제로 건우를 곤혹스럽게 만들기까지 했다.
-여기는 왜 온 거냐?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서요.”
애매한 답변을 늘어놓은 건우는 갑판 위에 올라섰다.
끼익.
배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밟히는 소리는 묘하게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배의 중심에 다가갔을 때는…….
쿠구구구구.
거뭇한 돌이 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스륵.
세이비어는 유령의 모습으로 튀어나와 돌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입을 뗐다.
-흐음, 이건 명계석을 기반으로 만들어 낸 아티팩트구나.
“명계석이요? 책으로 본 기억은 없는데요?”
낯익은 단어기는 하지만 접하지 못한 정보였기에 건우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신의 비밀에 근접한 자만 알 수 있는 사실이지. 흐흠.
그 사실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는지 세이비어는 쑥스럽게 헛기침을 했다.
“그래서 명계석이 뭐예요?”
-죽은 자의 땅에서 생겨난 광물이다. 가공하기 전까지는 단순한 돌멩이지만, ‘한’을 새겨 넣을 수 있단다.
“그 흔히들 우리나라의 문학에서 자주 나오는 ‘한(恨)’이요?”
-맞아. 그 한이야.
돌멩이에 한을 새겨 뭐해?
건우의 표정을 읽은 세이비어가 입을 열었다.
-대개 죽은 자들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어하지. 다시 살고 싶다. 같은 한이 광물에 서림으로써 명계석이 탄생하는 거야. 그리고 이건 내가 봐 왔던 것들 중에서 가장 특별한 것 같구나.
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아주 특별한 거예요.”
-등급 : 유니크
-설명 : 인연이 있는 영혼을 몸에 빙의시킬 수 있다.
-내구도 1/1
일생에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단발성 아티팩트.
‘언젠가 유용하게 쓰이겠지.’
건우는 영혼강림석을 손에 쥐었다.
[퀘스트: ‘카론의 음모를 막아라.’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영혼강림석을 획득했습니다.]“이걸로 당분간은 좀 잠잠해지겠지.”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배에서 내려오려고 하는 찰나.
스스스스.
배의 상공에서 네메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깍듯하게 예를 갖추면서도 그녀의 표정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불만이 깃들어 있었다.
‘다른 계층 보스랑 달리 감정 표현이 다양하네.’
그나마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은 세피아 정도였는데.
그녀 또한 보통 새침데기가 아니어서 화를 내는 모습 외에는 잘 보여 주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
말을 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얼굴 근육 곳곳이 실룩거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세이비어가 말했다.
-그동안 위엄서린 모습만 보인 탓인지 부하들이 불편하게 대하는 거잖아. 너 드라마에 나오는 마 부장 같은 스타일이야. 인마.
“아 그 정도는 아니에요. 솔직히.”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리며 즉각 반박했다.
최근에 세이비어와 함께 시청하고 있는 드라마의 마 부장.
틈만 나면 버럭 화내고 부하들에게 갑질하는 역할을 하는 배역으로 그 연기가 너무 현실적이었다.
‘난 그래도 윽박은 지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딱히 친절하게 대한 적도 없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다.
“괜찮으니까 불만 있으면 말해 봐.”
그 때문에 심지를 굳히고 따뜻하게 한마디를 건네자,
척!
네메시스는 손가락으로 카론의 배, 키보토스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게 왜?”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건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몬스터 파크에 마련된 춘삼의 방.
쿠구구구구.
그곳에는 6성급 보스, 프리메라를 상대할 때보다 더한 긴장감이 팽배해 있었다.
바닥에서는 이그너스의 층계보스들이 마리오네트 형태로 진지하게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춘삼은 으스스 몸을 떨며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에게 말했다.
“어후, 이 미친 것들. 왜 여기서 난리야? 저리 안 가!”
……오늘도 개가 짖는구나.
보스들은 당연하게도 춘삼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넘겼다.
“형님! 왜 형님 방이 아니고 제 방에서 그러는 겁니까!”
춘삼은 울먹일 것 같은 표정으로 등받이 의자에 반대로 앉아 등받이에 턱을 기대고 있는 건우를 쳐다봤다.
건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팩폭을 늘어놓았다.
“제일 만만한 게 너잖아.”
“으으으으윽!”
분하지만 춘삼은 인정한다는 듯 몸을 바르르 떨었다.
층계 보스들 입장에서는 최종보스인 건우의 방에 모이는 것은 큰 결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녀석들은 여기서 무슨 짓을 작당 중입니까?”
“님비라고 아냐?”
“님비요? 지역이기주의 말씀입니까?”
“응. 그것 때문에 서로 다투고 있어. 조금 혐오스럽게 생긴 게 있는데, 서로 자기들 방에 들여다 놓기 싫다고 그러네.”
“……무슨 말인지. 형님 인형들 방도 만들어줍니까?”
“있어. 그런 게.”
설명하기도 복잡하니 건우는 어물쩍 넘어갔다.
보스들이 다투게 된 하나의 원인은 바로 카론의 배, 키보토스였다.
건우의 수중에도 거의 없는 레전드 아티팩트.
아티팩트의 효과 또한 무한히 활용이 가능하기에 그 값어치는 더욱 고귀하다.
하지만 단점 또한 명백히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휴대성!
전 주인이었던 카론은 키보토스를 자유자재로 소환했었지만.
애석하게도 건우의 소유로 변하면서 시스템이 바뀐 건지 소환이나 역소환 개념이 통용되지 않았다.
아티팩트이기 때문에 인벤토리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 크기가 무진장 크기에 인벤토리에 소지가 불가능하다는 시스템 경고 문구가 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
바로 이그너스의 던전에 자리 잡은 층계 중 하나에 정박시키는 것이다.
건우는 처음에 그 장소로 심해 정원이 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네메시스가 항의를 표시했다.
끔찍하고 괴이한 망령이 깃든 키보토스.
신비한 작물이 돋아나는 심해 정원에서 망령이 떠돌면 분명 해로운 영향을 줄게 너무나 뻔했다.
아니, 그 이전에 네메시스는 키보토스 자체를 꺼려했다.
생김새부터 칙칙한 배에 부유하고 있는 망령까지…….
여러모로 정령에 가까운 그녀에게는 상반된 속성인 탓도 있을 거다.
그렇기에 세피아의 얼음미궁에 배치할까도 싶었지만.
세피아 역시 극도로 꺼려했다.
건우 또한 면목이 없는지 더 이상 요구는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미 세피아의 얼음미궁에는 데스포그라는 병기가 봉인돼 있는데다가…….
얼마 전에는 브렌넨의 분화를 전부 얼음미궁으로 전송시켜 쑥대밭으로 만든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위급한 상황이라 임기응변을 취했지만.
얼음미궁은 절반이 녹는 거대한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얼음미궁은 건우가 복원시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어쨌거나 세피아는 자신의 터전을 어지럽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아니.
다른 걸 다 넘기더라도 키보토스의 생김새가 심하게 흉물이기는 했다.
그리고 그 흉물을 보스들은 자신들의 계층에 들이는 걸 원하지 않고 있다.
물론 건우가 명을 내린다면, 어쩔 수 없이 명을 받들겠지만.
건우는 이번만큼은 보스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싶었다.
그 때문에 대화의 장이 열렸다.
그리고 현재.
쿠구구구구구.
바포메트, 세피아, 케이론, 네메시스.
같은 4성급이라서 그런지 그들은 누구 한 명도 굽힐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세피아는 팔짱을 끼며 ‘나한테 넘겼다가는 다 죽여 버릴 거야.’라는 흉흉한 기세를 뿜고 있었다.
쪼륵.
그 와중에 마시라고 놓아둔 콜라를 빨대로 홀짝 마시는 것은 절대 잊지 않았다.
-카아
네메시스는 사이다의 청량감에 만족한 건지, 상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순간 세 보스들은 네메시스를 동시에 쳐다보았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춘삼이 입을 열었다.
“저건 마치 ‘네 방에 들여 놓을래?’라고 동시에 묻는 것 같은데요.”
싱긋!
네메시스는 활짝 웃어 보였다.
천진난만하면서도 귀여운 미소지만, 춘삼은 으스스 몸을 떨며 그 미소의 뜻을 해석했다.
“웃으면서 꺼지라고 하고 있어요. 형님 역시 이번에 새로 들인 저 크레이지 처키가 제일 사이코패스예요!!”
찰싹!
네메시스는 번개 같은 속도로 춘삼의 뺨을 냅다 후려쳤다.
“크아악! 진짜 저것들 한 방 거리도 아닌 게 봐주니까 계속 기어오르지?”
일격에 고꾸라진 춘삼이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매만지며 으르렁거렸다.
건우는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어떻게 나보다 더 잘 아는 거냐?”
“보면 성격 안 보여요? 저는 훤히 보이는데.”
“알면 입을 좀 쉬지 그래.”
춘삼은 오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제가 저놈들한테 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냥 해도 네가 져. 인마.
이제는 안타까워 보이기까지 한 무모한 자신감에 세이비어는 저도 모르게 개탄했다.
“잠깐 다른 방으로 가는 건 어때?”
“그래도 결과가 궁금하니 조금 보다가 가겠습니다.”
“마음대로 해라.”
건우는 질렸다는 듯 춘삼에게서 시선을 떼고 보스들의 회합을 지켜봤다.
‘의념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걸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보스들은 중대하게 회의를 하고 있었다.
특히 케이론, 세피아, 네메시스의 삼파전이 제법 볼만했다.
어떻게 끝이 날지 모르지만 이들의 기세는 그야말로 용호상박이었다.
긁적긁적.
그 와중에 춘삼이 뜻밖의 해답을 내주었다.
“형님.”
“왜?”
“그냥 저기 무식한 염소귀신한테 몰아주면 사건이 해결될 것 같은데요.”
“…….”
건우는 암운이 드리운 표정으로 바포메트를 쳐다봤다.
처음부터 시종일관 사건에 관심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띠고 있는 바포메트.
아마 키보토스가 자신의 층에 들어와도 별 상관 안하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타의 보스들과 달리 바포메트는 자신의 층계를 아예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우는 의외로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쟤는 안 돼.”
“왜요?”
춘삼은 황당한 표정으로 반문했고, 건우는 고심이 깊은 표정으로 대화의 장을 지켜봤다.
***
쿠르릉 쾅쾅!
전직 퀘스트 때 겪었던 험한 계곡의 지형.
쿠구구구.
절벽 끝에는 님비의 실체인 키보토스가 놓여 있었다.
어찌 보면 노아의 방주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기도 했지만.
타다다닥.
키보토스에 흥미를 가진 가고일들이 그곳에 착지해 망령들과 놀고 있는 모습은 왠지 모를 으스스했다.
콰아앙!
그때 번갯불이 피어오르며 낫을 들고 있는 바포메트의 모습이 드러나자…….
-꺄아아아아
이미 한 번 죽었던 망령들이 부유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오죽하면 이미 한 번 죽은 세이비어조차 한 마디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뭔 공포영화냐?
“…….”
흉물스런 분위기에 건우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