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5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54화
로스 엔젤레스 AM 2:17
타닥, 타닥
전광이 좋은 호텔의 테라스에서 남미계 미인이 커피를 홀짝거리며 노트북 자판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타닥, 타닥.
첫 문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여인은 다시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메시지를 지웠다.
그러나 한참을 다시 써도 메일은 백지상태 그대로였다.
타악.
그런 그녀의 곁에 집사복을 갖춰 입은 소년이 데운 커피를 갖다 놓았다.
“커피가 식었으니까 이건 가져갈게. 마스터.”
“아아 고마워. 소룡.”
“아니야. 애초에 나 때문인데. 마…….”
찌릿!
귀에 거슬리는 단어가 들려올 것이다.
그것을 감지한 건지, 타냐는 눈매를 날카롭게 치켜뜨며 말했다.
“요즘에 애들한테 이상한 소리 들어서 따라하는 걸 보니, 훈련이 필요한 것 같군.”
“아, 아니야.”
소룡은 고개를 허둥지둥 저었다.
방금 전에 소룡은 그녀를 ‘마더’라고 지칭할 뻔했다.
이것은 단순히 그뿐만 아니라 타냐가 운영하고 있는 고아원의 아이들이 그녀를 반길 때마다 내뱉는 단어였다.
하지만 시집도 안 간 타냐에게 있어서 그것은 무척이나 민감한 단어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이죽거리며 골리려는 아이들은 ‘진실의 방’에 들어가 단단히 정신교육을 받아야 했다.
한동안 고아원에서 아이들과 어울린 탓인지 소룡도 마더라는 별칭이 입에 붙어버려 가끔 발언을 할 때면 실수를 벌이기는 했다.
그럴 때마다 타냐는 훈련을 빙자해 정신교육을 했다.
어린아이지만, 소룡은 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는 S급 각성자다.
아틀란티스 게이트 공략전 때는 상대들 대다수가 S급이라서 큰 활약을 벌이지 못했을 뿐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소룡 또한 충분히 괴물인 것이다.
그 사실을 적확하게 인식하고 있기에, 타냐도 소룡을 훈련할 때 웬만해서는 손속을 두지 않았다.
타냐는 소룡의 어머니이자 스승.
그리고 소룡은 그런 그녀를 따르는 충실한 제자이자 아들이었다.
소룡은 고뇌의 흔적이 역력해 보이는 타냐에게 물었다.
“마스터 편지 쓰는 거 도와줄까?”
“됐어. 꼬맹이한테 도움받을 정도로 글을 못 쓰는 건 아니니까.”
타닥타닥.
소룡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듯 타냐는 아까와 달리 술술 메일을 작성해 전송 버튼을 클릭했다.
“이걸로 끝. 난 잘 거니까 불 끄고 나가.”
몸을 풀고 있는 타냐를 보며 소룡이 걱정 어린 어조로 물었다.
“마스터, 정말로 그 사람이 도와줄까?”
진지한 물음에 타냐 역시 눈빛이 진지해졌다.
“올 거야.”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어?”
그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나와 그는 친구니까.”
***
몬스터 파크 소동이 종결된 후.
건우는 복구 피해를 복원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 체류하고 있었다.
숙소는 파르데비아가 마련해 준 거대한 펜트하우스.
그곳에서 고단한 하루를 마친 건우가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웹서핑을 할 때마다 계속 거슬리는 게 있었으니.
띠링.
띠링.
“거참 거슬리네.”
수시로 들어오는 문자 메시지와 SNS에 건우는 환멸을 느꼈다.
[+999] [+900]엄청난 양의 메시지는 모두 건우를 섭외하기 위한 각종 길드와 마탑 관련 기관들이었다.
한국만 해도 버거운 참에 외국에서의 잇따른 활약으로 인지도가 상승한 결과였다.
-우리 최 씨 집안에서 이런 대단한 인재가 나타날 줄이야.
“할아버지는 최 씨가 아닌 걸로 아는데요?”
건우는 어이가 없어 게슴츠레 눈을 좁히며 다시 연락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건 다 중복이니까. 차단하고 그리고 이건…….”
메시지들을 정리하던 도중.
건우는 뒤늦게 반가운 메일이 온 것을 확인했다.
송신자의 이름은 타냐 래퍼드.
얼마 전에 아틀란티스 게이트를 함께 공략했던 전우였다.
“친근감 있게 메일을 할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
건우는 메일 내용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인류 구제 목적으로 용병을 고용할 참인데, 마침 한자리가 비었어. 밥값은 충분히 할 놈이 한 명 필요한데 말이지.]내용은 그것이 다였다.
자세한 내용은 기재가 안 돼 있는 걸 보니, 분명 엄청난 일임이 분명했다.
타냐는 과거, 마인 출신이다.
그 때문에 미국 헌터관리국에 감시를 받기 때문에 일에 대한 내용은 접신을 통해서만 알아야 된다.
피식.
메일의 내용을 읽은 건우는 그대로 웃어 보였다.
“거참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 진짜 어렵게 하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가야죠.’
딱히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한 데다 그들의 소식이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몬스터 파크 복원도 끝나가는 참이니.
시간의 여유는 있다.
-그래도 파르데비아가 준 금액이 꽤 쏠쏠했나보다. 저 녀석 표정에서 미소가 떠나가지를 않네.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크흐흐흐”
그곳에는 춘삼이 계산기를 연신 두들기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행복한 표정을 본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으로 복귀가 아닌 또 다른 곳으로 간다면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대겠지.
-쫑알쫑알 거리겠지만 저 녀석은 알아서 잘 쫓아 올 테고.
때마침 세이비어도 같은 생각을 한 듯 보였다.
-장소는 어디냐?
세이비어의 질문에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중국이요.”
***
중국 허난성, 숭산
이곳은 한때, 중국의 오악이라 불리며 그 이름을 드높이며 소림의 무승들이 활동했던 곳이라 일컬어지지만.
이 땅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는 지형이 아니었다.
이유는 10년 전 발생한 던전 브레이크에 의해 지형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방치된 몬스터들의 사체가 썩어 들어가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다.
고약한 냄새가 산 전체에 풍겨 사람이 더 이상 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중국정부는 숭산 복구를 포기하고 금제구역으로 설정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야기였다.
숭산에는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
부웅.
그 증거로 붕괴된 지형은 차가 지나갈 수 있게 도로가 깔렸고, 지프차가 그 오르막길을 올라 거대한 건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러워.”
지프차의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는 몬스터의 뼈가 도사린 무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창문을 닫을까요?”
“됐어.”
“괘, 괜찮겠습니까?”
그는 몹시 상쾌한 표정으로 답했다.
“가끔 이런 하수구 썩은 내를 맡아 봐야 다시는 이런 곳에 기어 들어오지 않기 위해서 일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잖아. 안 그런가?”
“제,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운전병은 백미러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신장 180cm, 턱 선은 여성처럼 가늘어 중성적인 외모를 띄지만 목소리는 중저음이다.
이름은 마오.
중국군 계급으로는 부사급, 상교에 위치한 계급을 가지고 있었다.
상류계층이 아닌 일반 하층민이 이런 고위관직에 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나, 그는 중국에서도 서른 명이 채 되지 않는 S급 헌터로서 그 진가를 인정받았기에 계급 이상의 특혜를 받고 이 자리에 있었다.
마오는 눈앞에 있는 거대한 돔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긴가? 정령친화력을 가진 아이들이 있는 곳이…….”
“예 그렇습니다.”
그는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재밌겠군. 기대되지 않나? 여기서 벌어질 일이.”
의미심장한 말에 기사는 꿀꺽 침을 삼켰다.
“자, 잘 모르겠습니다.”
“재미없기는.”
마오가 이맛살을 좁히는 바로 그 순간.
치지지직.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오는 무전기를 들어 입을 뗐다.
“마오다.”
-대, 대대장님. 그, 급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미리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기에…….
무전기 너머에 들려오는 사내의 목소리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무슨 일이지?”
-얼마 전부터 받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S급 마인 출신인 헌터가 포착됐다고 합니다.
“흐음.”
마오는 흥미롭다는 듯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잠시 후.
척!
건물의 관제실에 들어온 마오는 관제실을 살피고 있는 군인들에게 거수경례를 받았다.
한 명, 한 명에게 피어오르는 마력은 그들이 모두 각성자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마오는 인사를 생략하고 자신의 앞에 있는 중년의 부관에게 명했다.
“자질구레한 건 생략하지. 파악한 신상 정보를 브리핑해 봐.”
“넵!”
부관은 힘찬 목소리로 답했고.
타닥.
그 옆에 있던 병사들이 마오에게 브리핑한 자료를 건네주었다.
문서에는 남미계 헌터, 타냐 래퍼드와 그녀의 수행원으로 추정되는 동양인 소년이 있었다.
“허난성 개봉에서 찍힌 그녀의 사진입니다. 이름은 타냐 래퍼드. 미국에서 악질이라고 불렸던 마인 출신으로 막대한 돈만 지불만 한다면, 5성급 이상의 던전 공략에 참가하는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오는 나른한 표정으로 질문을 건넸다.
“우리 조국에 5성급 게이트가 발생했던가.”
“현재로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관광을 온 건가?”
“확실히 누비고 다니는 시설은 관광지이지만, 아닐 거라는 것이 상부의 판단입니다. 노리는 곳은 필시 이곳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옆에 있는 소년을 봐주십시오.”
마오의 눈빛이 사진 속의 소년으로 향했다.
기다랗게 땋은 머리를 오른쪽 어깨에 걸친 소년은 집사복을 갖춰 입고 있었다.
소년의 인상을 알아본 마오는 말했다.
“어째서 조국의 귀한 재산이 관리가 안 되어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거지?”
“그, 그것이…….”
예상치 못한 단어 언급에 부관은 적잖이 당황했다.
조국의 귀한 재산.
그것은 마오가 지칭하고 있는 소년을 의미했다.
소년에게는 엄연히 소룡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오에게 있어서 중국의 S급 헌터들은 모두 국가의 소중한 인적재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마오는 싸늘한 눈빛을 띠며 말했다.
“얼마 전에 담화린을 비롯해 두 명의 S급을 잃었지. 이 녀석은 행방불명 중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정황상 타냐 래퍼드가 숨기고 있었던 걸로 판단됩니다.”
“앙칼진 고양이군. 감히 이 땅에 기어 들어올 생각을 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모두가 혼란을 겪었지만.
이 자리에 유일하게 마오만이 정황을 제대로 꿰뚫어 보고 있었다.
타냐와 소룡.
이 둘은 결코 관광 따위를 위해서 이 땅에 발을 내디딘 것이 아니다.
이 둘에게는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되는 리스크를 감안하고서라도 반드시 해야 될 일이 있는 것이다.
‘가축 주제. 친구라도 데리고 오기 위해 온 것인가.’
마오는 손을 들어 슬그머니 입을 가렸다.
손 안에 가려진 그의 입가에는 명백히 조소를 머금고 있었다.
***
어두운 공동으로 몬스터의 사체 썩은 내가 진동했다.
햇볕조차 들지 않는 곳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잠에 취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옷은 나이에 맞지 않게 소매가 무척이나 길었다.
곳곳에 쉽사리 벨트를 잠글 수 있게 만든 의상은 분명 구속복이었다.
아이들의 눈빛에는 절망이 가득해 보였다.
희망은 없다.
그저 허송세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신의 인생의 마지막이다.
필시 그렇게 자신을 여기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중에는 유난히 아리따운 미소를 띠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나이는 약관 열 넷.
반짝!
소녀는 자신의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빛 무리를 보며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왜 자꾸 이곳에 어슬렁거리는 거야? 길이라도 잃어버린 거야?”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소녀는 계속 혼잣말을 이어 갔다.
그런 그녀를 보며…….
오늘도 단단히 미쳤군.
이라며 모두가 당연시 여겼다.
사삭.
빛 무리는 곧 꺼져 가는 점등처럼 사라졌다.
소녀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홀로 중얼거렸다.
“소룡은 언제 복귀하려는 걸까?”
누구 한 명 대답해 주는 이가 없어 마음은 점차 공허해졌다.
쿠쿵!
바로 그 순간, 공동에서 먼발치에서 수상쩍은 소리가 잔잔히 울려 퍼졌다.
나뭇가지가 부러졌나?
……싶을 정도의 조용한 소리였지만, 소녀는 소리의 진원지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시끄러워.”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