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5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58화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이것은 세상이 점지한 운명이자 진리다.
하지만 누군가의 손에 잔학하게 그 운명이 결정되는…….
그런 개 같은 부조리만큼은 건우는 결단코 용납하지 않았다.
이것은 전생부터 시작해 짐꾼으로 살아오면서도 변함없이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다.
예의 없는 놈.
싸가지 없는 놈.
개념 밥 말아 처먹는 놈.
그런 소리를 들어왔어도 이 고집만큼은 꺾이지 않았다.
건우의 머릿속에는 전생부터 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를 지켜오던 충직한 가신, 카심과 호프너.
진정한 가주로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신을 따라 멸망에 대항했던 영광의 기사들.
애석하게도 그들은 모두 이 부조리한 운명에 숨을 거두어야 했다.
하지만 이 잔혹한 운명은 현실에서까지 이어졌다.
던전 브레이크에 의해 숨을 거둔 부모님들.
그리고 아크 길드의 만행으로 아라크네에 의해 죽을뻔했다가 기억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사를 오고 갔으며, 얼마나 많은 부조리를 겪었단 말인가.
그 부조리는 힘을 얻은 지금의 상황에서도 벗어날 수 없었다.
하마터면, 춘삼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 사실에 건우는 머리끝까지 화가 뻗쳐올랐다.
[역중력 마법을 발동했습니다.] [에어 블래스트를 발동했습니다.]후웅!
현재 건우는 허공에 몸을 둥실 띄워서 질풍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곁에서 건우의 보조를 받아 이동하고 있던 타냐는 생전 처음 느껴 본 하늘을 나는 감각에 머리가 아찔했다.
‘발휘할 수 있는 마법의 범주가 어디까지지?’
지금까지 많은 마법사들을 만나 봤지만, 건우만큼 특별한 경우는 없었다.
불, 물, 번개, 바람 등 속성을 가리지 않는 원소 마법부터, 중력 같은 난해한 개념의 마법을 이렇게 빠르고 능수능란하게 조작하다니……
좀처럼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덕분에 체력을 보존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타냐는 다시 한번 건우가 자신과 같은 편이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편, 추적기가 반응하는 계곡 쪽으로 선회한 건우는 마나에 의지를 실어 세이비어에게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
-왜 그러느냐?
‘어떻게 해야 이 화가 풀릴까요?’
-우선 다시는 숨 쉴 기회를 주면 안 되겠지.
차분하면서도 침착한 음성이었지만, 건우는 세이비어 역시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평소라면 다소 경박하게 화를 내거나 시비를 걸었겠지만.
그동안 나름 애틋하게 봐 왔던 춘삼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둔 것만큼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피식!
건우는 그대로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저랑 생각이 같네요.’
후웅!
대답을 마침과 동시에 협곡 사이로 어린 각성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양성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반의 암굴을 그대로 이용해 갖춰진 시설에는 다수의 각성자 부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모양새는 마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거대한 요새를 보는 것 같았다.
예상치 못한 으리으리한 풍경에 타냐는 일순간, 몸이 경직됐다.
설마 이런 엄청난 숫자의 각성자 부대를 단 두 명으로 상대할 생각을 하다니.
분노로 이성을 잃기는 했지만.
자신이 상대해야 될 적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타냐를 보며 건우가 말했다.
“무서우면 여기서 빠져도 돼. 절대 강요하지 않아.”
어이가 없는지 타냐는 인상을 찡그렸다.
“지상 최강의 아군을 얻었는데, 두려울 이유는 없지. 무엇보다 난 가족을 버리지 않아.”
“아 그래. 믿어 줘서 엄청 고마워.”
건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전신에 미미하게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래서 계획이 뭐냐?
“앞으로 계획은 어떻지?”
우연의 일치로 세이비어와 타냐는 같은 질문을 했다.
꽈악!
건우는 주먹을 으스러질 듯 쥐며 한 마디를 읊조렸다.
“나는 요란스럽게 깽판 칠 테니까 너는 조용하게 깽판 치면 돼.”
말하는 것과 동시에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글라체스를 꺼내 들었다.
쩌적.
대기가 차갑게 얼어붙으며 막대한 냉기는 수많은 얼음 파편을 빗어 냈다.
[아이스 미사일을 발동했습니다.] [아이스 미사일을 발동했습니다.] [아이스 미사일을 발동했습니다.]같은 시각.
“어, 어이.”
각성자 양성소를 수호하던 경계병 중 한 명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히끅 왜?”
수통에 몰래 술을 담아 마시고 있던 병사 한 명이 그의 반응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하늘에 뭔가 있어.”
“히끅! 있긴 별밖에 더 있어? 매연 때문에 별도 보이지 않을 텐데…….”
재밌는 농담을 하는군.
그렇게 여기며 하늘을 바라본 순간.
“…….”
타악.
그는 말없이 수통을 떨어뜨렸다.
반짝!
하늘에 수놓인 수많은 얼음 알맹이, 그 숫자는 무한하게 펼쳐지는 은하수를 보는 것만 같았다.
“보고, 보고! 지금 하늘에 괴이한 현상이!!”
서둘러 무전기로 보고를 하려는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멸망이 도래한 것처럼 얼음송곳이 무수하게 기지 전체에 쏟아져 내렸다.
***
각성자 양성소에 위치한 작전 사령부.
콰앙!
그 현장을 책임지고 있던 사령관, 윙윙은 책상을 강하게 내려치며 현장지휘관인 마오를 매섭게 노려봤다.
“멍청한 놈! 네놈이 무슨 짓을 벌인 줄 알아!”
“전 그저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이건 국가의 존폐가 달린 문제야!! 멍청아! 자칫 했다가는 병력 전체가 최건우와 혈전을 벌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마오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 녀석이 진심으로 나온다면, 저희 역시 진심으로 대응하면 됩니다. 저희 조국의 재산을 탐내고 있는 것을 눈뜨고 그냥 넘어가라는 말씀입니까?”
그의 반박에 윙윙은 주먹을 꽈악 쥐며 부르르 떨었다.
계급 상, 그는 마오의 상사지만.
이곳 양성소와 병력은 실질적으로 마오의 지배권에 놓여 있다.
왜냐하면 윙윙은 평범한 인간인 반면, 마오는 S급 헌터에 각성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강자였기 때문이다.
적자생존, 약육강식.
마오는 그 구조에서만큼은 최상위층에 있다.
더군다나, 성격 역시 괴랄하기 그지없어 이 이상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교육했던 게 도리어 화를 부르고 말았군.’
처음에 군계급을 편성할 때 각성자들의 반란을 우려해 단단히 세뇌교육을 했었다.
마오 역시 그 중에 한 명이었다.
한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 세뇌교육이 지금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
과도한 충성심.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마오는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괴물이 돼버렸다.
애석하게도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황.
윙윙은 체념한 표정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그래서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마오는 빔프로젝트를 통해 준비한 자료를 띄웠다.
“최근 조국은 엄선하고 엄선한 S급 헌터들을 대량으로 잃었습니다. 그나마 마인의 손에 넘어간 소룡은 건져 내기는 했습니다.”
-크아아아앙!
재생되고 있는 영상에서는 용의 모습으로 변신한 소룡이 사슬에 묶여 고통의 포효를 내고 있었다.
눈을 뜨기 무섭게 저항하는 그 모습은 절로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최근 타냐 래퍼드, 최건우 등을 만나 주입했던 사상이 크게 변질되고 말았습니다만, 그 점은 심려치 마십시오. 다시 조국을 부상시키는 최강의 병기로 키워 놓겠습니다.”
“그건 알아서 해. 다음은?”
별 흥미가 없는지 윙윙은 다음 단계를 요구했다.
마오는 즉각 화면을 전환했다.
이번에 나온 영상에는 새하얀 구속복을 갖춰 입은 소녀가 있었다.
“이름은 청샤오. 정령친화력에 있어서 그 정령공주와 맞먹는다고 알려질 정도로 뛰어난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계약할 토착정령은…….”
마오는 말을 살짝 길게 끌며 화면을 전환했다.
화면에 나온 사진은 양성소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협곡 주변으로 붉은색 기운이 감돌았다.
휘잉.
협곡 주변에는 붉은색 깃털 같은 것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찾은 겐가?!”
윙윙은 벌떡 일어나며 동공을 파르르 떨었다.
프로젝트, [정령왕의 계약자(Contractor of Spiritual King)]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책임자로서 그는 그동안 말 못 할 고민을 떠안고 있었다.
정령친화력을 갖춘 각성자는 찾아냈다.
하지만 정령왕에 버금가는 토착정령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런 고민을 쭉 끌어안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로서 그 고민도 끝이다.
마오는 입가에 살짝 웃음기를 머금으며 브리핑을 마저 했다.
“이번에 찾아낸 정령은 던전브레이크 사태로 강제로 그 존재가 드러난 주작입니다. 3년 전 녀석은 숭산 근처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거듭된 추적 끝에 결국 소재지를 발각 당했죠. 녀석의 힘은 사령관님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암 알고말고.”
3년 전, 중국에는 4성급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다.
그 당시 몬스터의 습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던 중 몬스터들이 성역에 들이닥치자, 주작은 결국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주작이 태양처럼 환히 모습을 드러낸 순간, 몬스터는 모두 잿더미가 되어 날아갔다.
부르르르.
그 당시의 풍경을 기억하고 있던 윙윙은 몸을 떨었다.
이게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었다.
마오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아무리 최건우라고 해도 정령왕에 버금가는 주작의 힘이 우리의 손에 들어온다면,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암, 물론. 당연하고말고. 언제쯤 계약시킬 예정인가?”
윙윙의 질문에 마오가 입을 열려고 하는 찰나.
콰앙!
기지 전체가 지진이 일어난 듯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깜짝 놀란 윙윙이 무전기로 상황을 묻자…….
-자, 잘 모르겠습니다. 하늘에서 얼음덩어리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당황하고 있는 윙윙과 달리 마오는 무언가 번뜩였는지 키보드를 두들겨 CCTV영상을 확인했다.
콰앙! 콰앙!
현재 기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얼음덩어리가 쏟아지며 쑥대밭이 되고 있다.
그 와중에 낯익은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오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인기척 주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타냐 래퍼드.”
스슥.
그림자처럼 쇄도하는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각성자 군단을 향해 검을 휘둘러 빗금을 그렸다.
서걱! 서걱! 서걱!
그녀가 그린 빗금에 닿은 병사들은 일제히 토막이 나 바닥에 쓰러지며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타냐의 눈은 과거 마인이었을 적으로 돌아가 있었다.
‘건방지긴!’
마오는 이를 갈며 무전을 보냈다.
“지금 당장 우레이를 보내서 타냐 래퍼드를 막아. 사살해도 상관없다.”
-알겠습니다.
무전을 끊은 마오는 곧 차가운 눈빛으로 윙윙을 쳐다봤다.
“최건우가 들이닥친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대피하셔야 됩니다.”
“안 돼! 설마 주작을 내버려 두고 갈 생각은 아니겠지?”
억장이 무너진 것 마냥, 환희에 젖어 있던 윙윙의 표정은 크게 무너졌다.
씨익.
마오는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소룡과 청샤오만 데려가면 됩니다. 계획을 변경해 주작과의 계약은 오늘 시행하죠.”
“!!”
윙윙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마오를 쳐다봤다.
그의 눈빛은 많은 것을 묻고 있었다.
그렇다면 기지를 지키고 있는 많은 병사들은?
눈빛의 의미를 깨달은 마오는 이렇게 답하겠다.
“조국을 위해 희생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소모품의 역할은 거기까지가 다죠.”
***
차갑다.
쉴 새 없는 검격에 붉은 피가 분사되며 그 잔혹함에 색채를 덧붙여 주었다.
마인인 시절의 감각을 되찾은 타냐의 행보는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크아아아악!”
어떤 낭비도 없이 움직인 검격에 각성자 병사들은 숨통이 끊어졌다.
콰앙!
마지막 병사까지 제대로 처리한 뒤, 그녀는 곧장 눈앞에 있는 철문을 열어젖혔다.
표독스럽게 살기를 발산하려는 순간.
안쪽에는 하얀 구속복을 갖춰 입은 아이들이 생기를 잃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스윽.
그녀는 재빨리 검을 뒤로 감추며 안심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네. 다친 데는 없니?”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자…….
콰앙!
갑작스레 나타난 거대한 철괴가 그녀를 강타하며 저만치 날려 버렸다.
“하하하하, 두 번이나 방심하다니. 이제 보니 완전 멍청한 계집애였네.”
비아냥거리는 말투를 내뱉으며 거한의 남자, 우레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그 순간.
스스스스.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던 타냐의 검격이…….
“어라?”
서걱!
우레이의 오른쪽 얼굴을 그대로 베어내었다.
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