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6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62화
나는 태초의 불꽃.
대지를 불사르며 외적을 사멸하는 신성한 태양.
한데, 그런 자신의 권위를 하찮은 인간이 경멸시하며 쳐다보고 있다.
‘……이 녀석은 뭐지?’
호기심이 동했는지 주작은 건우를 유심히 살폈다.
정면에서는 세피아와 네메시스가 건우를 수호하며 주작을 경계하고 있었다.
‘또 탑에서 넘어온 이계의 것들이 제멋대로 날뛰는군.’
자세한 건 모르지만 주작은 이 둘이 탑에서 넘어온 존재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세피아와 네메시스.
주작은 분명 뛰어난 기량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쩌저저적!
대기조차 응결시키는 세피아의 기세는 주작마저 경계심을 품게 만들었다.
‘어떤 문제로 전성기보다 퇴화한 듯 보이는군. 원래 힘을 되찾는다면…….’
생각은 거기서 그쳤다.
상상하기 싫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이 사멸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인간이 저런 존재를 품을 수 있는 거지?’
주작은 다시 한번 건우를 쳐다보았다.
두려움 없이 맞서는 눈동자.
고집이 서린 그 눈빛은 오만이 서려 있는 것 같지만.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저 눈빛은 상대가 포기할 때까지 굴복하지 않겠다는 눈빛이다.
‘어림없지.’
그 모습이 주작은 실로 가소로웠다.
화륵.
그 때문에 주작은 전신에 홍염을 두르며 건우에게 경고했다.
-계약을 방해하지 마라. 인간.
건우는 팔짱을 낀 채, 경고에 맞섰다.
“말귀를 못 알아듣네. 꺼지라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 네놈이겠지.
어느 한 쪽도 굽힐 의사가 없는 것을 확인한 순간.
콰아아아아앙!
양쪽 진영은 곧장 전력을 개방했다.
***
산산이 부서진 기지의 틈새 사이로 소룡은 양성소의 아이들을 감싸며 주변을 경계했다.
그리고 소룡의 보호 아래, 타냐는 아이들의 몸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하아, 하아.”
타냐가 안고 있는 아이는 붉게 상기한 얼굴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오랜 시간 학대와 실험에 시달린 탓인지 목숨이 다소 위태위태했다.
“귀찮게 하기는.”
타악.
그런 아이들을 돌보는 게 익숙한 건지, 타냐는 능수능란하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소룡은 용의 모습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마스터 빨리 병원을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타냐는 주사기로 시약병의 약물을 빨아들인 뒤, 검지로 주사기를 툭툭 두들겼다.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소룡. 근처의 병원은 모두 녀석들이 장악해 두었을지 몰라. 기껏 구했는데, 소재지가 발각되면 모든 게 끝이야.”
방금 전까지 여운을 남기는 상냥한 어투는 사라지고, 냉혹한 어투에 소룡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이게 마스터지.’
소룡은 익숙한 듯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한동안 대기하는 방법밖에 없는 거야.
“해가 뜰 때까지는 버텨봐야지. 그래도 안 되면 병원에 있는 의사들을 협박해 치료에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버, 버티면 뭐가 달라지는데.
“그때까지 아이들이 버텨준다면, 리더가 살릴 수 있겠지.”
확신에 가득 찬 어조에 소룡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타냐 래퍼드.
오랜 시간, 용병생활을 해온 그녀가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동료애를 가지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어째서 마스터는 그 사람을 그렇게 믿는 거야?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지만 그녀는 언제나 ‘친구니까.’라는 말로 답을 해 왔다.
“친구니까.”
이번에도 답은 같았다.
하지만 같은 질문이 지겨웠는지 그녀는 설명을 덧붙였다.
“만나는 기간은 중요하지 않아. 생사의 고락을 넘으면서 자연히 느꼈어. 그 남자는 절대 동료를 버리고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아니, 그 전부터 그 남자가 상냥한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
뇌리에 스쳐 지나간 건우와의 기억을 떠올린 소룡은 자연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남자의 진가는 상대가 어떤 부조리든, 어떤 악인이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야.”
발설 직후.
끼에에에에에에엑!
거대한 괴조의 울음소리가 숭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화르르르륵!
먼발치에서 거대한 태양과도 같은 열기와 빛을 띠는 불새가 창공을 날아오르며 어떤 존재들과 격전을 벌였다.
화륵! 콰앙! 화륵! 콰앙!
한 번의 격동으로 천지가 요동치고 홍염이 산을 불사르려고 했지만.
우웅.
격전지 전체를 두른 금빛의 링이 파괴의 흔적을 순식간에 복원하고 있어 여파는 크게 미치지 않았다.
낯익은 따뜻한 기운에 소룡은 저 거대한 불새와 다투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짐작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지?
그 질문에 타냐는 피식 웃었다.
“소룡.”
-왜? 마스터.
“나중에 크면 저런 남자가 되렴. 사람을 구하는데 이유 같은 걸 찾지 않고, 악인에게는 매정하고 남들이 경외를 느끼게 할 만큼 힘을 가진 그런 남자로 말이야.”
그녀의 말에 소룡은 조금 시샘이 났다.
세계 최강의 용병, 타냐가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의탁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생각했다.
그녀의 기대에 꼭 부응하는 남자가 되자고.
하지만, 그전에 이 말만큼은 꼭 남겨야 될 것 같았다.
-마스터 마지막 조건은 불가능할 것 같은데.
“푸훗.”
솔직한 모습에 타냐는 웃음을 터뜨리며 소룡을 쳐다봤다.
“우선 나를 이길 정도로 빡세게 훈련을 해야 되지 않을까?”
오싹!
-히끅!
거대한 용으로 변모했음에도 그녀의 존재가 두려웠는지 소룡은 오들오들 떨며 타냐의 시선을 외면했다.
***
주작과 벌이는 사투로 숭산 전체가 불길의 지대로 변모하기 직전이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그때마다, 건우가 어김없이 불길이 지면에 닿는 것을 차단했고.
콰앙! 콰앙!
주작은 자신에게 공세를 가하는 세피아와 네메시스에 맞서 혼신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날 수 없는 세피아는 허공을 부유하는 네메시스의 등에 올라탄 채로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쇄애애애액!
세피아는 글라체스를 활용해 주작이 뿜어내는 불꽃을 베어 가르며 거세게 접근하고 있었다.
후웅!
하지만 주작이 날갯짓 한 번으로 고속으로 활공하며 세피아의 공격범위에 쉽사리 벗어나 전투지역을 이탈하려고 했다.
-라라라라라라.
그때마다 네메시스의 노랫소리가 주작을 혼란시켜 일정범위 이상에 벗어나지 못하게 현혹시키고 있었다.
-끼에에에에엑!
하지만 그것도 명백하게 한계가 있는지, 주작은 크게 울부짖으며 그녀의 노래 영향을 파훼시켰다.
지면에서 그 장면을 지켜본 건우는 쳇 혀를 찼다.
“아 진짜 성가시네.”
-상대는 불의 정령왕에 버금가는 이곳의 토착 정령이다. 겨우 4성급 보스들로 승부 보려고 한 네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거 아니냐?
모든 것은 세이버의 말과 일치했다.
상대는 불의 정령왕과 버금가는 토착 정령, 주작.
오히려 그런 거대한 적을 상대로 격전을 벌이고 있는 세피아와 네메시스가 비상식적이었다.
뚝, 뚝.
그리고 전투가 장기전으로 접어들자…….
세피아의 몸은 주작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크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체내의 구성이 대부분 물로 이루어지고 있는 네메시스는 그 몸이 점차 증발돼 더욱 고역을 겪고 있었다.
둘이 서로의 능력으로 보완하고 있기에 망정이지.
개별로 상대했다면, 주작의 열기로 존재 자체가 소멸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건우의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이 최선이었다.
왜냐하면…….
“그래도 애를 두고 어떻게 전투를 벌여요.”
바로 자신의 품에 안겨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청샤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왼쪽 팔 부근에는 주작과의 계약의 인이 새겨져 있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어떻게든 그녀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고 했지만, 계약의 인만큼은 되돌릴 수 없었다.
건우는 은근슬쩍 눈매를 좁혀 세이비어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라면 벌써 이걸 지울 수 있는 방법을 아실 것 같은데.”
-없어, 인마. 다른 계약자를 찾아 봐야지.
“무슨 말이에요?”
세이비어는 드물게 수심이 짙은 어조로 답을 내놓았다.
-이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다른 계약자가 저 주작이란 녀석이랑 계약을 끝내야지. 그럼 그 전에 있던 계약은 자연스럽게 지워지게 될 게다.
“그 말은 저밖에 없는 거네요.”
-정령과의 계약은 친화력이 우선되는 조건이지만, 정령의 의사도 충분히 반영이 돼야 돼. 그래서 정령사를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거고. 이미 너와 저놈은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거야.
피식.
건우는 오히려 쾌재를 부르며 말했다.
“그럼 아예 방법을 바꿔서 저놈을 아예 굴복시키는 계약을 체결하면 되는 거네요. 그건 가능한 거죠?”
본래 정령과 계약자는 동등한 친구간의 관계로 시작한다.
정령왕과의 계약은 보통 정령왕의 입장이 다수 우위로 계약자의 소원을 들어 주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되지만.
그 말인즉슨 계약자가 우위에 설 수 있는 계약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세이비어 역시 그 사실을 쉽사리 수긍했다.
-가능하다. 다만, 복종 관계가 성립이 되려면, 상대의 의사를 완전히 굴복시켜야 돼. 지금 그게 가능할지는 미지 수지.
“방법이야 무궁무진하죠.”
대답과 동시에 건우는 인벤토리를 통째로 개방했다.
푸욱! 푸욱! 푸욱!
건우의 주변으로 각종 무구가 지면에 꽂혔다.
크로엘의 마검, 사인참사검 적과 청, 스틸레인, 노멀 급 이하의 각종 병장기들.
-어떻게 할 참이냐?
“첫 방은 세게 가야죠.”
덥석!
건우는 제일 먼저, 스틸레인을 집어 주작을 향해 투척했다.
[스틸레인 전용스킬, 스패라가 시전됐습니다.]후웅!
스틸레인은 그대로 빛줄기가 되어 주작을 향해 날아갔다.
-?!
깜짝 놀란 주작은 급격히 하강하며 스틸레인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지만.
쇄액!
스틸레인은 주작이 날아간 방향을 따라 급격히 선회하며 타깃을 놓치지 않았다.
화르르르륵!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주작은 그대로 스틸레인을 태우려는 듯 불꽃으로 휘감았으나.
콰앙!
스틸레인은 불꽃을 가르며 그대로 주작의 몸통에 꽂혔다.
-끼에에에에엑
스틸레인의 고정 데미지 효과로 큰 상처를 입은 주작은 크게 울부짖었다.
하나, 애석하게도 아직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세트아이템, 사인참사검 적과 청의 효과‘유대의 힘’이 발동됩니다.] [‘메모리 구현’을 통해 스틸레인 전용스킬 ‘스패라’를 시전합니다.]쇄액!
뒤이어 검붉은 빛줄기와 검푸른 빛줄기가 한데 뒤엉키며 주작을 바싹 추격해 왔다.
‘빌어먹을!!’
같은 방법에 두 번이나 당할 쏘랴.
주작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빛줄기를 피하기 위해 날개를 박찼다.
하지만.
[‘메모리 구현’을 통해 스틸레인 전용스킬 ‘스패라’를 시전합니다.] [‘메모리 구현’을 통해 스틸레인 전용스킬 ‘스패라’를 시전합니다.]방향을 급격히 튼 쪽에서는 무수한 병장기들이 주작의 활로를 가로막으며 날아오고 있었다.
우웅.
병장기에는 은은히 검은 오러가 실려 있어 실로 위협적이었다.
주작은 분개하며 불꽃의 장벽을 펼쳤지만.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빗줄기처럼 무수히 쏟아지는 스패라의 기세에 온몸에 빼곡히 검과 창이 꽂혔다.
‘이대로 끝나지 않아, 끝나지 않아.’
주작은 어떻게든 그것들을 떨쳐 내기 위해 화염을 발산했다.
[사탄의 권능, ‘사탄 블레이즈’를 시전했습니다.]화륵!
그러나 애써 발산한 화염조차 푸른 화염이 묻혀 사라졌다.
콰앙!
걷힌 화염 너머로는 건우가 주작을 향해 몸을 던지고 있었다.
-네, 네놈!
주작은 동요한 듯 눈을 크게 떴으나, 이미 제지하기에는 늦었다.
콰앙!
두 존재는 그대로 협곡 사이로 추락했다.
***
화르르륵!
협곡의 아래는 모든 것이 메마르고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여파는 그리 크지 않았다.
우웅!
그 살벌한 불꽃이 밖으로 번지지 않도록 건우의 회귀의 링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우는 주작의 가슴에 박혀 있는 스틸레인을 붙들며 말했다.
“여기서 숨통 끊는 건 어렵지 않아. 얌전히 복종해.”
-……
건우의 살벌한 경고에 주작은 곧 전의를 상실했는지 온몸에 화염을 거둬들였다.
-미천한 제가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저의 주인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굴복의 인사와 함께 건우는 복종의 계약을 내밀었고…….
[남방의 수호자 ‘주작’과 계약체결에 성공했습니다.] [불꽃과 열기에 대한 내성이 70% 대폭 상승합니다.] [정령왕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칭호 ‘정령왕의 계약자’를 획득하셨습니다.]순순히 계약에 응했는지, 눈앞으로 시스템창이 가득 나열됐다.
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