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6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65화
탁.
탁자에 놓인 콜라 캔을 보며 춘삼은 의미심장하게 눈을 좁히고 있었다.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아니, 이런 경우에 사람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건가?
놀랍게도 그에게 콜라를 건넨 것은 세피아였다.
홱!
세피아는 쿨하게 등을 돌리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건우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설마 저 세피아가 남한테 콜라를 주다니.
동급의 층계보스들조차 아랫것들로 치부하며 상대를 안 해 주는 성격을 생각해 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세이비어는 이런 평을 남겼다.
-그동안 그렇게 두들겨 패서 미운 정이라도 든 거겠지.
‘세피아도 춘삼이가 걱정됐나 보네요.’
표현하는 방식은 여전히 까칠하지만 틀림없이 세피아도 춘삼을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뭐지? 독이 들은 건가?”
정작, 그런 친절을 받은 춘삼은 아직까지 의심의 끄나풀을 놓지 못했다.
현재 그는,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콜라를 집게손으로 집은 채, 살피고 있었다.
“주사기가 꽂힌 흔적은 없어. 꿍꿍이가 뭐냐?”
춘삼이 잔뜩 경계 어린 눈빛으로 세피아를 쳐다봤다.
“…….”
네가 그러면 그렇지.
건우는 작게 한숨을 쉬며 춘삼에게 말했다.
“넌 정말 변하지 않는 놈이구나.”
“제가 변하면, 그때는 지구 종말의 날일 겁니다.”
“그럼 그 날은 영원히 안 오겠네.”
“네?”
“아니야. 아무것도.”
건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마오와 있었던 일로 크게 마음앓이를 할 줄 알았는데.
변함없는 그 모습에 안심이 됐다.
“그보다 형님. 제 복수는 당차게 해 주고 온 겁니까? 어후, 그 자식! 한 방 거리도 아닌 게…….”
“…….”
이 와중에도 그의 철면피 같은 뻔뻔함은 여전했다.
-여러 의미로 저놈 똘기랑 허세 기질은 너보다 더한 것 같구나.
세이비어조차 그의 기질에 혀를 내둘렀다.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을 거다. 그보다 뭐하고 있냐?”
건우는 다소 두루뭉술하게 말하며 화제를 넘겼다.
씨익.
춘삼은 얄궂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다시 형님의 재산을 복구시켜 놨습니다.”
“벌써?”
거짓말이겠지. 싶어 계좌를 확인해 보니 잔고는 전보다 훨씬 많이 늘은 상태였다.
평소에 볼일 없는 건우의 당황한 표정에 춘삼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후후후후후. 이제는 아티팩트를 파는 것뿐만 아니라 관리해 주는 유지보수비용도 꼬박꼬박 받거든요. 형님이 가면 갈수록 아티팩트를 빨리 고치니 마음이 정말 편합니다.”
건우는 다시 한번 춘삼의 사업 재능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능력도 좋다. 그래서 네 재산은 잘 축적하고 있냐?”
건우의 질문에 춘삼은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어색한 투로 답했다.
“……그거라면, 전부 기부했습니다.”
“뭐?”
-뭐?
잘못 들었나?
건우와 세이비어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 악센트를 높이며 반문했다.
춘삼은 부끄러운 듯 눈을 피하며 말했다.
“형님도 F급 때부터 쭉 기부생활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뭐.”
“…….”
건우가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길을 주자, 춘삼은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이번에 개 패듯이 두들겨 맞으면서 드는 생각이 남에게 도움을 바라기만 하고 내가 도움을 주지 못하면, 나는 정말 쓰레기보다 못한 놈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얘가 뭘 잘못 먹었나?
건우는 황당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춘삼아. 무슨 사기를 치려는지는 모르지만 애써 내 앞에서까지 가식 떨 필요는 없다.”
“저도 진지할 때, 진지합니다!”
춘삼은 상당히 삐진 어투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제 사적인 목적보다 형님을 전력으로 서포트해 드려야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갑자기 왜?”
“탑으로 들어가실 생각이잖아요.”
“……?!”
기습적인 말에 건우는 크게 놀랐다.
마음만 굳게 먹었을 뿐이지.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도 안 됐기에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눈치 하나는 비상하게 빠르구나.
‘그러게요.’
세이비어 와 건우가 감탄하고 있는 사이.
춘삼은 쉼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동안, 준비가 부족하면 안 되니, 전심전력으로 도와야죠.”
“…….”
“뭡니까? 그 표정은.”
“아니 기특한 말을 해서 진심으로 깜짝 놀라서 말이지.”
“마음 같아서는 탑까지 가서 보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후, 탑까지 쫓아오게? 거부하련다.”
건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춘삼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고맙다.”
“새삼스럽게. 제가 하는 일인데요. 뭐.”
진심이 담긴 말에 춘삼은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했다.
“엉뚱한 짓 하지 말고 쉬고 있어라. 난 일 좀 하러 갈게.”
건우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어? 아직 할 일 남았습니까?”
“응. 일이 끝났으니 이제 징벌의 시간을 가져야지.”
“네?”
의미심장한 말에 춘삼은 고개를 갸웃했다.
***
숭산에 감추고 있던 각성자 양성소.
그곳을 총괄하고 책임지던 윙윙과 마오가 없는 관계로 탕커민은 대량으로 파견된 각성자 부대와 시설 폐쇄에 들어가 있었다.
이 이상, 기밀이 노출되는 것을 급 꺼려하던 정부의 지시 때문이었다.
“쓰레기 철거반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각성자들은 역시 손 하나 꼼짝도 안 하네.”
“너 같으면 저런 귀한 인력을 잡일을 시키겠냐?”
구시렁거리며 일반 병사들이 폐쇄 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왕커민은 긴장이 만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사삭!
바로 그때, 그의 보좌관 중 한 명이 급히 경례를 하며 보고하기 시작했다.
“여장님 말씀대로 게, 게이트가 나타났습니다. 모두 4성급 게이트로 무려 4개나 발견됐습니다.”
“…….”
당황하는 부하와 달리 왕커민은 눈을 감으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것은 얼마 전에, 최건우가 그에게 남긴 귓속말 때문이었다.
-약 48시간 뒤에 이곳에 무지막지한 게이트가 도래할 거야. 참고로 공략 난이도는 5성급보다 더 까다로울 거야.
싱긋.
마지막에 묘하게 입꼬리를 올린 그 모습에 왕커민은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은 악마를 건드린 것이 아닐까 하고.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망언이라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은 점차 확산됐다.
그리고 건우의 말이 현실이 된 순간.
‘도망가고 싶어.’
……그는 모든 전의를 상실하여 그저 도망치고 싶었다.
기묘한 감각이 오감을 정복했기 때문이다.
마치 모든 게 최건우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여장님.”
각성자 부대들은 모두 레이드 준비를 마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국에 위해를 끼치는 것들은 다시 정신 못 차리게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죠.”
굳건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장인 왕커민은 알고 있다.
그들의 이면이 얼마나 추한지를…….
이들에게 있어서 게이트에서의 사투는 한낮 놀이에 불과했다.
애초에 레이드의 의미는 퇴색 된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소수의 인원으로 공략하는 게 아니라 다수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이는 곧 일방적인 학살이자, 사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레이드 활동으로 취한 이득도 워낙 많은 터라 병사 대부분은 마정석 일부를 취득해 자신의 삶에 안위를 누리고 있었다.
자신감이 생겼는지 그들의 수위와 도는 갈수록 더욱 과격하고 흉포해져 갔다.
마음에 들지 않는 놈들이 있다면, 구태여 끌고 가 몬스터들에게 놀아나게 하며 즐기던가.
아녀자와 민간인들을 데려다가 몹쓸 짓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시체로 남겨졌을 때도 종종 시체를 조롱거리, 내기거리로 삼았다.
-우아아악! 뼈가 완전히 으스러졌어. 이거 완전히 갈아서 몬스터들 미끼로 써볼까?
-버려, 버려. 어차피 썩고 문드러져 쓰레기밖에 더 되겠어?
-그거 만들어서 네가 다 먹으면, 내가 6만 위안 준다.
-꺼져. 차라리 이 녀석들 장기 해부해서 갖다 파는 게 훨씬 많이 벌겠다.
-뭐야? 실제로 해 놓고서 왜 안 한 척 연기하는 건데?
-흐흠. 마오 대장 귀에 들어가면, 목이 싹둑 잘릴지도 모르잖아.
-하하하하, 그것도 그러겠네. 그래도 그 양반 웬만하면 매국행위가 아닌 이상 눈 감고 넘어가 준다고.
그렇다.
그들의 횡포는 책임자인 윙윙과 마오가 모두 눈감아주었다.
각성자 부대.
숭산에서 몰려든 인원만 무려 1만 명에 가까운 이 거대한 집단을 통솔하려면, 일부의 일탈행위도 어느 정도 감안해 주고 넘어가야 했다.
혹여 이들이 반란이라도 일으켰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들의 기세는 강대하고 상층부조차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쿠구구구구.
각성자 부대가 발산하는 마력에 은은히 대기가 떨려온다.
그들을 보니, 탕커민은 사로잡혔던 심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별것 없겠어. 이 숫자 앞에서 어떻게 할 건데.’
아니, 오히려 자신감까지 생겼다.
왜냐하면, 이 많은 각성자들이 따르고 있는 것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탕커민은 입가에 궐련을 무는 순간.
치익!
대기했던 보좌관이 라이터로 그의 궐련에 불을 붙였다.
“후우.”
탕커민은 입 밖으로 잿빛색의 연기를 토해 내며 씨익 웃었다.
“놀고 싶나보구나. 이 정도 규모면 제대로 놀아볼 수 있으니까. 네 개 부대로 편성해 출발한다. 자 즐겨라. 오늘은 축제다.”
“우와아아아아!”
축제의 선포에 병사들은 광기를 담은 포효를 내질렀다.
한 개의 게이트에 무려 2500명 규모의 각성자 부대가 게이트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
[이그너스의 최종보스 방.]이그너스의 영지에 놓여 있는 권좌에 앉아 있는 건우는 각 층계에 돌입하기 시작한 각성자 부대의 모습이 권좌 밑의 수면에 비춰졌다.
파놉티콘(Panopticon)
최종보스의 권한으로 각 계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자, 마법의 일종이었다.
유령의 모습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세이비어는 장황한 각성자 부대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일반 게이트에 진입하는 파티보다 훨씬 많은 규모구나.
건우는 권태로운 표정으로 답했다.
“양이 많으니까 양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할 참이냐?
피식.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너무 많으면 이 땅이 오염이 되는 데다 재활용조차 불가능하니까. 소각해야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4계층에 진입한 각성자 부대 앞에서 이그너스의 층계 보스들이 차례, 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
이그너스의 제 1계층, 시련계곡.
콰콰콰콰쾅!
갑작스런 기상이변으로 세찬 소나기가 몰아치는 와중에도 각성자 부대들의 전투는 계속됐다.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가고일들이 병사들의 뒤를 기습했지만.
애초에 가고일은 등급이 그리 높지 않은 몬스터였기에 각성자들은 일목요연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뭐야? 기껏 긴장했는데. 별것 없잖아.”
모든 게 시시하다.
그런 오만한 생각을 품을 때쯤, 스산한 그늘이 그들을 덮쳐왔다.
쿠구구구.
그늘의 실체는 거대한 염소 악마, 바포메트였다.
단단한 근육이 자리 잡은 오른손에 쥐어진 거대한 낫은 등골을 절로 오싹하게 만들었다.
A급 각성자 중 한 명이 바포메트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좀 강해 보이는…….”
서걱!
하지만 그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몸이 그대로 두 동강이 나 죽음을 맞이했다.
이윽고 바포메트의 참격이 땅에 완전히 이른 순간.
쿠콰콰쾅!
계곡에 있는 지대에 일제히 균열이 일어나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참격에 닿은 각성자들은 토막이 나 난잡하게 흐트러졌다.
“크아아아아아악! 괴물이야! 빨리 대열 잡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부대의 대장이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려고 했지만.
콰앙! 콰직!
바포메트의 검은 발굽이 그의 머리를 단숨에 박살 내며 뇌수와 피가 흥건히 병사들의 얼굴에 튀었다.
…….
그 순간까지 병사들은 골똘히 지금의 광경에 넋두리를 놓고 있다 곧 표독스런 눈빛으로…….
“죽여!!”
바포메트를 향해 뛰어들기 시작했고.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이윽고 바포메트의 일반적이 학살이 펼쳐졌다.
“히익! 살려 줘!”
그 와중에 바포메트에게 오른팔이 처참히 날아간 병사 중 한 명이 땅을 기며 도망치려고 했지만…….
콰앙!
“크아아아아악!”
균열이 간 지대가 일제히 무너지며 병사들은 모조리 협곡 깊숙이 추락했다.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