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6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66화
[이그너스의 제 3계층, 슬리핑 포레스트]평온히 잠을 취하듯 고요한 숲 사이에서는…….
푸욱! 푸욱! 푸욱! 서걱!
중국의 각성자 부대가 켄타로우스와 한창 교전 중에 있었다.
“크윽! 이 녀석들 뭐야!”
“젠장, 생각하는 수준이 인간이랑 거의 비슷하잖아.”
병사들은 기가 막혔는지 숲에서 천라지망처럼 펼쳐진 켄타로우스의 진형 구축에 난감해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은엄폐부터 시작해서 교란 작전까지, 진짜 군대랑 싸우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서 그 누구보다 그들은 숲이라는 지형을 우월하게 잘 활용하고 있었다.
씨익.
하지만 전황 파악을 마친 부대장은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진영과 켄타로우스의 진영에는 메울 수 없는 절대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쪽은 수천이지만 저쪽은 이백도 채 안 된다. F급 병사를 앞장세워서 강제로 저 신전까지 뚫고 간다. 분명 엄청난 아티팩트가 숨어 있을 거야.”
“네!”
명이 하달됨과 동시에 F급 병사들이 일제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푸푸푸푹!
가슴팍에 화살을 맞아 쓰러져도 그 뒤에 있는 병사가 시체를 방패처럼 들고 전진했다.
“으아아아악!”
효과가 있는지 켄타로우스의 진영은 점차 뚫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들을 고전하게 만들었던 켄타로우스들은 일제히 병장기에 찔려 죽음을 맞이했다.
부대장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크크크크, 잘하고 있어. 이대로 승승장구…….”
콰앙!
하지만 말에 채 매듭을 짓기도 전에 불길한 이명이 그의 달팽이관을 타고 흘러들어갔다.
쇄애애애애액!
이명이 스쳐 지나기 무섭게 그의 눈앞에는 괴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가슴팍이 송두리째 함몰되며 즉사한 병사들.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처럼 같은 위치에 같은 상처를 남기고 살점과 피를 흩날리며 쓰러졌다.
쇄애애애액! 콰앙!
그들의 가슴을 뚫은 실체가 아름드리 뻗은 나무에 박힌 것을 부대장은 우연찮게 목격했다.
너무나 기민하고 빠른지라 다른 이들은 보지도 못했지만 그것은 필시…….
“화, 화살?!”
어이가 없는지 부대장은 말을 더듬었다.
무슨 대포알도 아니고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강한 육신을 가지고 있는 각성자들이 이렇게 무참하게 목숨을 앗아 간단 말인가.
바로 그때.
콰앙!
시위를 당겨, 격발하는 두 번째 화살 소리에 부대장은 급하게 소리쳤다.
“모두 고개를 숙여!”
“……?!”
그와 같은 광경을 지켜본 병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려고 했지만.
쇄액! 콰아앙!
화살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파공성과 함께 그들의 육신을 터뜨리며 휩쓸어버렸다.
“……?!”
그 순간을 기점으로 모두의 사고가 얼어붙었다.
이것은 현대병기의 수준을 넘어선 궁술의 신이 기교를 부린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표적을 어김없이 꿰뚫는 백발백중의 일격.
콰앙! 쇄액!
대포알처럼 터지는 격발소리와 함께 화살이 스쳐 지나간 곳에는 남아난 생명이 없었다.
꿰뚫린 부위는 그 즉시 뼈와 살이 터져 피와 함께 안개처럼 변모하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아악!”
고요했던 숲은 이내 병사들의 비명 소리로 울려 퍼졌다.
당연했다.
이것은 이미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한 발.
단 한 발에 지금 백 명도 넘는 인원이 파도에 휩쓸리듯 목숨을 잃어버렸다.
이 괴랄한 풍경을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이들은 얼마 없다.
“빨리 게이트 밖으로 도망가! 어서!”
전멸이다.
아직 전멸은 아니지만 필시 그렇게 될 것이다.
부대장은 직감이 경고한 대로 일제히 부대를 게이트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쇄애애애액! 콰앙!
같이 도주하고 있던 병사들의 육신이 터지며 피와 안개로 승화됐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병사들은 눈물과 콧물을 쏟아 내며 어떻게든 달렸다.
저 말도 안 되는 화살에 직격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더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그닥.
귀를 자극하는 묘한 발굽 소리.
작았던 그 소리는 단 1초 사이에…….
다그닥!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커졌다.
쇄액!
정신을 차렸을 때는 검은 질풍과도 같은 거대한 켄타로우스, 케이론이 게이트 앞을 가로막았다.
쿠구구구구구.
착용한 검은 갑주를 보니, 그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병사들은 단번에 직감했다.
“더, 던전 보스.”
“무슨 말도 안 되는 빠르기야!”
퇴로는 막혔다.
저 무지막지한 괴물을 무슨 수로 상대하지?
모두가 혼란과 공포로 이성을 잃을 때.
“저리 꺼져!”
부대장은 대검을 들어 단숨에 케이론을 베려고 했다.
하지만 그 용기가 만용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고 했던 걸까?
푸욱!
케이론은 손에 집어든 할버드는 단숨에 대검을 부러트리고 그의 가슴에 박혔다.
“커, 커헉!’
마치 꼬챙이에 찔린 것처럼 부대장은 입에 피를 물며 부들부들 떨었다.
콰앙!
케이론은 마치 쓰레기를 치우는 것처럼 할버드에 꽂힌 시체를 지면에 세차게 내던졌다.
“…….”
단 일격에 A급 헌터가 끔찍하게 살해되는 아찔한 광경에 병사들은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떨었다.
“어, 어떻게 하지?”
“모두 다 살 수 없어. 저 녀석 뒤에 있는 게이트를 통과하는 수밖에 없어.”
아직 한 줄기의 희망은 있다.
“으아아악!”
마음을 굳게 먹은 각성자 부대는 일제히 함성을 터뜨리며 케이론의 기세를 돌파하기 위해 발을 내디뎠다.
쇄액! 콰앙! 쇄액! 콰앙!
할버드는 기묘한 궤적을 그리며 병사들의 몸을 넝마조각으로 만들었다.
스팟!
‘제발, 제발!’
그 와중에 운 좋게 케이론을 스쳐 지나간 병사가 게이트에 손끝이 닿으려 했지만.
쇄액! 콰앙!
케이론의 할버드가 기묘한 궤적으로 휘며 그의 머리를 풍선처럼 터뜨렸다.
“……뭐, 뭐야?!”
심상치 않은 케이론의 무용에 병사들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스멀스멀!
기분이 고양됐는지 케이론의 붉은 안광에서 심상치 않은 이채가 흘러나왔다.
이채의 정체는 투기였다.
상대가 백이든 천이든 관계는 없다.
이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는 더욱더 힘을 쏟아 내야 한다.
마치 그러한 자신의 의사를 눈빛으로 표하는 것 같았다.
광포한 그 기백을 모두가 느꼈는지…….
“으아아아악!”
공포에 빠진 병사들은 일제히 무기를 내팽개치고 숲으로 뛰쳐나갔다.
…….
그들이 도망칠 때까지 유유히 지켜보고 있던 케이론은 할버드를 땅에 꽂고 활과 화살을 꺼내 들었다.
꽈아아아아악!
느슨했던 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묘한 긴장감이 케이론에게서 흘러나왔다.
타악!
다시 시위를 놓고 화살이 공기를 쇄도하는 순간.
콰콰콰콰콰쾅!
“으아아아아악!”
숲에서는 다시 피안개와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이그너스 제 4계층, 심해 정원]“여기는 대체 어디지?”
게이트 안으로 진입한 각성자 부대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많은 던전을 누비고 다녔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기억나는 건, 몬스터 특유의 비린내와 오물, 그리고 부서진 구조물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쏴아아아.
이곳은 마치 해저동굴같이 바닥 곳곳에 어디선가 유입된 바닷물이 출렁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조형물과 색깔이 특이한 샛노란 마정석이 서로 어우러지기까지 하니.
세계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각광받고 있는 그 어떤 문화재와 비교해 봐도 이곳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었다.
냄새 또한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할뿐더러 감미롭기까지 했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아.”
심해 정원에 진입한 부대를 책임지고 있던 부대장은 적잖이 당황했다.
지금껏 게이트는 인간이 버티기 힘든 환경밖에 없었는데, 이곳은 마치 인간이 살기에 최적화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이 살았던 건가.’
의문이 꼬리를 거듭 물었지만, 결과를 쉽게 도출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크크크크크, 이왕 왔으니 내 이름을 새겨줄까?”
바로 그때, 부대원 중 한 명이 나이프를 들어 정원의 벽에 칼을 갖다 댔다.
“하여간.”
부대장은 부하들의 장난스런 행동에 피식 웃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우주에 진출한 인간이 달에 국기를 꽂듯…….
인간은 어떤 장소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본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위는 눈감아주려고 하는 그 순간.
쏴아아아!
갑작스레 바닷물이 출렁거리며…….
-!%$#%$@#$
정원의 전체로 거대한 음파가 그들을 덮쳤다.
“크아아아아아악!”
벽에 칼을 갖다 대려고 했던 병사는 칼을 버리고 양손을 귀에 갖다 댔지만.
주륵!
이미 한 박자 늦었는지, 고막이 터져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아름다운 풍경과 걸맞지 않는 공포가 순식간에 좌중을 압도했다.
“젠장! 모두 무기를 들어!”
부대장은 급히 병사들을 통솔했지만.
꿈틀.
그보다 먼저 그들의 앞으로 물빛과 같은 광채를 내뿜으며 거대한 인어, 네메시스가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장 공격해!”
그는 서둘러 공격지시를 내렸다.
푸욱!
“커허허헉! 너, 너희 이게 무슨?!”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뒤에 있던 병사들은 앞장서서 지휘하고 있던 부대장의 등을 검으로 꿰뚫었다.
그동안 생사의 고락을 넘어온 동료들이 어째서 이런 짓을 벌인 걸까?
배신감에 이빨을 갈던 그는 이내 원인을 알아챘다.
-아아아아.
귓속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노랫소리.
그리고 노랫소리를 들은 부대원 절반이 이채를 잃고 혼탁한 동공으로…….
콰직! 콰직! 콰직!
“크아아아악!”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동료를 학살하는 만행을 벌이고 있었다.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그들은 세뇌당한 동료를 향해 칼을 들이밀었고 어느 순간, 이곳은 동족상잔의 터전이 되고 말았다.
부대장은 꺼져갈 듯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명했다.
“……아니야. 지금 당장 노래를 그쳐야…….”
숨통이 끊어지는 찰나, 부대장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네메시스를 쳐다보았다.
평소에 상냥하기만 했던 그녀의 눈치는 그들을 향한 분개를 품고 있었다.
‘하다, 하다못해 몬스터에게 벌을 받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는지 그는 빠득 이빨을 갈다…….
스륵.
그대로 동공의 이채를 잃고 숨을 거두었다.
***
[이그너스 제 2계층, 얼음미궁]휘이이이잉!
그곳은 척박하고 차디찬 얼음과 눈으로 가득 찬 지옥이었다.
2계층을 책임지고 탐사하고 있던 탕커민은 절망에 물든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탐사인원 2500명.
그중 300명 이상이 얼음미궁을 헤매다 허기와 추위에 지쳐 숨을 거두었다.
체감시간으로는 벌써 2주 이상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이곳이 레드 게이트인 줄 알았지만, 탕커민은 머잖아 진실을 접했다.
이곳은 레드게이트 따위가 아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지옥 그 자체.
그 지옥을 다스리는 것은 얼음으로 조각된 아름다운 여왕의 형태를 띤 몬스터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몇 날 며칠의 사투 끝에 2000명이 넘는 각성자 부대가 모두 얼음동상으로 변모해 숨을 거두었다.
푸욱!
보스 몬스터, 세피아는 부대원의 몸에서 글라체스를 뽑으며 살아남은 한 명, 탕커민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탕커민은 무릎을 꿇은 채 힘없이 중얼거렸다.
“거, 거짓말.”
‘이 숫자라면 5성급도 밀어붙일 수 있는데, 어떻게…….’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의문이 그에게 다시 심마를 불러일으켰다.
‘저 녀석은 어째서 나를 죽이지 않는 거지?’
누가 봐도 숨통을 끊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저 보스 몬스터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척!
머잖아 여왕은 눈보라 속에서 기척을 드러낸 누군가에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뭐, 뭐지? 저것보다 더한 게 있다고.’
설마 저 오만한 몬스터가 예를 갖추다니…….
좀처럼 믿기지 않은 일이었다.
바로 그때, 눈보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기척이 탕커민에게 천천히 걸어오며 입을 뗐다.
“대동한 병사 1만 명은 전부 전멸이네. 살아남은 건 너 혼자려나.”
“최, 최건우?! 네, 네가 어떻게?!”
기척의 주인이 건우임을 알아챈 탕커민은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고.
건우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해 주었다.
“왜냐하면, 내가 이 던전의 최종보스거든.”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