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7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70화
헌터협회 본부.
촤악!
구자혁 협회장은 창문에 블라인드를 치며 소파에 앉아 있는 건우를 쳐다봤다.
모처럼 재회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지만.
그는 애써 그 감정을 뒤로 하고 입을 뗐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자네의 활약은 지켜보고 있다네. 안도하면서도 늘 마음이 졸이기도 한다네.”
건우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마음이 졸이다니요?”
“이런 말을 하는 건 분명 실례지만, 자네에게 혹시 모를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한국은 크게 뒤흔들릴 걸세.”
-하긴.
구자혁의 말에 세이비어는 어느 정도 공감했다.
최근 헌터 협회는 삼대 길드에 압박을 넣을 만큼 그 위상이 현격히 높아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는 협회가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공정하게 권위를 발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길드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신뢰를 얻었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큰 난제는 이런 협회를 앞에 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하는 존재들이었다.
국내 삼대 길드.
알게 모르게 사회의 특권층으로 성장한 그들은 더욱 많은 것을 바랐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한 방법으로 은밀하게 일탈을 꿈꿨다.
어느새 협회의 통보에 무턱대고 항의를 할 정도로 거대하게 성장했다.
아크 길드는 그 선두였으며…….
태광 길드는 후발주자로서 헌터업계를 크게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동안 협회 입장에서는 삼대 길드는 필요악의 존재라 방치할 수밖에 없었지만.
인내하면,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놀랍게도 이 거대 길드들은 단 한 명의 존재에 의해 기세가 크게 꺾였다.
그 존재는 바로 건우였다.
국내 1위는 부재중으로 현재 건우는 한국최강의 헌터로 인정받고 있는 데다…….
마탑에서 권위 있는 학자로 인정까지 받았으니.
건우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는 국내 길드에 큰 파급력을 미쳤다.
통상적으로 개인이 집단에 항의를 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격이다.
하지만.
건우에게만큼은 그 말이 통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최건우와 척을 치지마라.’는 암묵적인 말이 국내 길드사이에서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금까지 건우와 갈등을 일으킨 길드들은 모두 존폐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헌터협회의 위상이 높아진 두 번째 이유다.
현 한국 헌터 사회는 건우의 행동 하나하나에 세력 간의 구도가 뒤바뀔 정도다.
그런 헌터가 딱히 길드도 차리지 않고 협회소속으로 홀로 활동한다면?
길드 입장에서는 당연 협회의 눈초리를 안 볼 수 없었다.
‘뭐 그에게서 딱히 협회에 대한 소속감은 찾아볼 수 없지만, 저 성격이 한몫했다고 봐야 되겠군.’
머릿속으로 현 사태에 대해서 차분히 정리하고 있던 구자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대개 건우 정도의 실력자라면, 길드를 창설해 활동하는 게 이 바닥에서 정석이지만.
건우의 행보는 그야말로 독고다이 그 자체였다.
국가 공인 라이선스를 취득한 그는 먼저 레이드보다 사업에 주력했다.
중고 아티팩트를 팔아 이윤을 남기는 벤처기업 규모의 사업.
건우의 사업은 지금까지도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
라이선스의 혜택을 이용해 엄청난 세금 감면을 받고 있는 데다…….
아티팩트의 품질은 무척 뛰어난 데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 충분했다.
길드가 철저히 인력운영을 통해 수익을 얻는 사업이라면…….
건우는 숨만 쉬어도 족족 돈이 들어오는 사업으로…….
100번 죽었다 깨어나도 건우 스스로 길드를 차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듯 협회 입장에서는 건우가 넝쿨째 굴러 온 복덩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건우의 존재는 협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큰 리스크기도 했다.
‘너무 잘나가는 것도 문제군.’
만에 하나라도 건우의 신변이 큰 이상이 생긴다면,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게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구자혁의 걱정에 건우는 가볍게 답했다.
“기우입니다. 제가 없어도 한국에는 협회장님이 있으니까 걱정은 없어요.”
“허허 쑥스럽구먼.”
구자혁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다가 씁쓸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최근 들어 미국뿐만 아니라 파르데비아와 접선이 있다고 들었다만. 어떤가?”
돌려 말을 했지만.
말의 뜻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구자혁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강의 헌터가 소리 소문도 없이 국적으로 바꾼다면?
온 나라가 들썩일 게 너무나 뻔했다.
건우도 확실히 그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
“확실히 미국에서 스카웃 요청이 있었지만, 거절했습니다.”
구자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다…….
파르데비아의 총수, 오르비스와 건우가 얼마 전에 만났다는 정보를 떠올리며 다급하게 물었다.
“파르데비아의 요청은 아직 생각 중인가?”
피식.
건우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주방장으로 취직하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거절했죠.”
“……뭐?”
탑클래스 경지에 오른 헌터를 주방장 취직을 권유한다고?
뜬금없는 답변에 구자혁은 적잖은 혼란을 느꼈다.
그때 건우가 미소를 유지한 채, 자리에 일어섰다.
“누구 밑에서 일하는 건 이제 넌덜머리도 나고 하기 싫습니다. 그냥 제가 하는 일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그렇군. 그럼 앞으로 자네 일정이 어떨지 물어도 되겠는가?”
“당분간은 수련에 전념할 겁니다.”
“수련?”
어울리지 않는 말에 구자혁은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앞으로 수련한다고 해서 그가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까?
처음에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
무척이나 진지한 건우의 표정에 구자혁 역시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네조차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가 또 올 수도 있다는 건가?”
“네.”
건우는 순순하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
“탑의 척도에서 본다면, 한낮 애송이에 불과할 뿐이죠.”
“자네 설마…….”
구자혁은 그제야 건우의 진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미래가 보장된 지위를 버리고 탑에 오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만두게! 그곳은 신과 악마들이 들썩이는…….”
“난장판이라는 거죠.”
구자혁의 말을 대신 매듭지은 건우는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로…….
“그래서 더 놀아볼만하잖아요.”
……라는 말을 남기고는 그대로 문으로 향했고.
구자혁은 즉각 몸을 일으키며 건우를 불렀다.
“잠깐 시간을 주게! 아직 이야기는 끝이…….”
“곤란합니다.”
건우는 무척이나 애처롭다는 표정으로 거부의 의사를 밝혔다.
“바로 수련에 전념해야 되는 건가? 아니면 사업에 지장이라도 생겼나?”
“아니요.”
“그, 그럼 대체 왜?”
끼익!
건우는 문을 열며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더 기다리게 했다가는 우리 공주님이 심통 내거든요.”
“뭐?!”
구자혁은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고.
“그럼.”
건우는 짤막하게 그에게 인사하며 문밖으로 성큼 발을 옮겼다.
…….
단지 한 사람이 방에서 나간 것뿐인데. 협회장실에 크나큰 적막감이 찾아왔다.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은 구자혁은 손을 턱에 괴며 중얼거렸다.
“공주님이라니. 혹 리리스 파르데비아가 또 한국에 온 건가? 그런 소식은 듣지 못했는데.”
“회장님도 참 너무 앞서나갔어요.”
골똘히 몰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비서, 김유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파르데비아 말고 다른 국가의 영애라도 방문 온 건가?”
“어휴 참. 최건우 헌터도 엄연히 사생활이 있다고요. 공주님이라고 지칭하는 인물이 얼마나 있겠어요? 당연히 여동생 분을 말하는 거죠.”
“……?!”
김유미의 말을 들은 구자혁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대개는 나를 보려고 많은 헌터들이 시간을 할애하는데…….”
김유미는 건우의 마음을 대신해서 답했다.
“늘 일에 치여서 바쁜 사람 입장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가족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게 당연하다고 보이는데요.”
“암. 중요하지. 가족이 제일 중요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자혁은 섭섭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찰나에 협회장 재목을 만나 들떠 있었는데, 마음이 참 찹찹하구먼.”
“…….”
김유미는 잠시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구자혁을 바라보았다.
대개 사람들은 감투를 좋아하기 마련이지만.
건우 입장에서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김유미는 그런 감정으로 한마디에 담아냈다.
“만약 최건우 헌터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뭐라고 할까요?”
“…….”
잠시 머릿속으로 건우와의 대화를 시뮬레이션 해본 구자혁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답했다.
“‘필요 없습니다.’라고 거창하게 말하고 떠났겠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건우의 흉내를 내는 구자혁을 보며…….
“푸훗!”
김유미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파르르르.
그 떨리는 모습이 무척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구자혁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애써 참을 필요 없네.”
“아, 아닙니다.”
김유미는 어떻게든 웃음을 다스리기 위해 눈가에 눈물이 고임에도 꼭 참았다.
“하아.”
그 모습을 보며 구자혁은 그대로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자신의 위신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한국 헌터 사회 때문이었다.
살며시 창가에 다가간 구자혁은 블라인드 사이로 바깥의 풍경을 살폈다.
바깥에서는 건우와 그의 동생인 지혜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지만, 건우는 거듭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지혜는 쀼루퉁한 표정으로 건우의 말을 외면하고 있었다.
“허허허허 다정한 남매군.”
저 모습을 보니, 구자혁은 괜히 오랜 시간 동안 건우의 발을 붙들지 않았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뭐 내가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지.’
구자혁은 가슴팍에 담아둔 퇴임서 봉투를 꺼내 들더니…….
쫘악!
그대로 퇴임서를 찢었다.
***
노을빛에 도시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찰나.
“언제 오는 거야? 이 양반은…….”
춘삼은 발을 연신 구르며 건우가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어째서인지 오늘은 협회에 차를 들일 수 없다는 통보 때문에 여동생인 최지혜 홀로 협회에 들어가 건우를 마중 갔고.
그 자신은 밖에서 기나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그의 심기를 유난히 건드리는 것이 있었으니.
푸드득.
그것은 차에 앉아서 붉은 깃털을 휘날리는 주작이었다.
본체에 비해 훨씬 크기가 작은 마리오네트 형태로 변한 녀석은…….
“…….”
달갑지 않은 눈빛으로 차 지붕에 걸터앉아 춘삼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리 가. 닭둘기야. 휙휙!”
빠직! 화륵!
닭둘기란 칭호에 발끈한 주작은 불꽃을 분출하며 춘삼을 위협했다.
건우의 명령이라 그를 지키고 있을 뿐이지.
성질 같았으면, 부리로 콕콕 머리를 쪼고 싶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가장 기가 막힌 건…….
“뭐냐? 그 건방진 눈빛은. ‘무슨 저딴 겁대가리 상실한 미친 인간이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라는 춘삼의 발언이었다.
‘이, 이 녀석 뭐지? 독심술이라도 익힌 건가?’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간파 당하자, 주작은 적잖이 당황했다.
“거참 형씨 조용히 좀 합시다. 아무리 지루해도 그렇지. 비둘기랑 대화를 하고 그럽니까?”
바로 그때.
춘삼의 옆에서 한 남자가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말을 걸어왔다.
하얀 캡 모자를 썼으며 우락부락한 덩치를 가진 남자.
그 역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지 외제차에 몸을 기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빠직! 화르르륵!
누가 비둘기야!!
그의 발언에 주작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불꽃을 분출했다.
이번에는 춘삼이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저게 비둘기로 보입니까?”
춘삼의 말에 그는 볼을 긁적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흐음, 단순한 비둘기는 아닌 것 같군요. 희귀종인가요? 종류가 뭔가요?”
“크레이지 처키버드라고 생태계 돌연변이 종입니다.”
“트, 특이한 종이군요.”
뻔뻔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는지 그는 신기하다는 듯 주작을 쳐다보는 순간이었다.
이것들이 미쳤나?!
화르르르르륵
주작은 거칠게 불꽃을 분출하며 잡아 먹일 듯 기세를 내비쳤다.
바로 그 순간.
“앗 뜨거!”
주작의 불꽃이 한 남자의 머리칼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죄, 죄송합니다.”
당황한 춘삼이 서둘러 사과하려 할 때.
꽈악!
남자는 그대로 춘삼의 멱살을 쥔 뒤, 콰앙! 차문에다 밀어붙이며 소리쳤다.
“죽고 싶냐? 개새끼야!”
남자와 시선이 마주친 춘삼은 단숨에 그의 정체를 간파할 수 있었다.
‘이, 이해빈?!’
놀랍게도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재벌 3세이자, 태광 길드의 장남인 이해빈이었다.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