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7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71화
화륵!
이해빈이 춘삼을 위협하기 무섭게 주작이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 불꽃이 이해빈에게 닿으려는 찰나.
“워워.”
일이 더 커질까 싶어 춘삼은 주작을 다그쳤고 주작은 불길을 그쳤다.
빠직!
그 모습이 자신을 도발하는 거로 받아들인 이해빈은 힘껏 목청을 높였다.
“이 자식이 지금 사람 갖고 놀아!”
꽈악!
바로 그때, 옆에서 보고 있던 하얀 캡 모자를 쓴 남자가 이해빈의 손목을 붙들었다.
“뭐야? 이거 안 놔!”
이해빈이 표독스런 눈빛에 남자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형씨. 화난 건 이해는 하겠는데, 침착하라고. 자세히 보니까 머리칼도 타지 않았고, 그렇게 뜨겁지도 않았잖아.”
“…….”
그의 말에 이해빈은 방금 전, 불꽃에 스쳤을 때를 떠올렸다.
분명 겉보기에는 위협적인 불꽃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뜨겁지 않았다.
춘삼은 그 이유에 대해 뒤늦게 부연 설명을 추가했다.
“에휴, 이쪽이 잘못한 것 맞는데, 애초에 저 불꽃은 인간을 해할 수 없어요. 정화의 불꽃이라고 해서 몬스터에게밖에 통용되지 않거든요.”
“그냥 단순히 형씨가 놀라서 호들갑 떤 거니까, 이렇게 요란 떨 것 없다고 보는데? 손 떼시지.”
꽈악!
남자는 이해빈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끄악!”
그의 우악스런 악력에 깜짝 놀란 이해빈은 황급히 춘삼에게서 손을 뗐다.
“너 이 새끼 미쳤어!”
자신의 손목을 감싼 이해빈은 거칠게 소리쳤다.
‘A급?’
그와 마찬가지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던 춘삼은 뒤늦게 그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이해빈의 등급은 B급 헌터로 나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그를 단순히 힘으로 압박한다면, 최소 동급이거나 그 이상일 것이다.
‘같잖은 놈이!’
이해빈 역시 같은 생각을 한 건지, 빠득 이를 갈며 그를 경계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태광 길드 이해빈 헌터 아닙니까? 최근에 거친 풍문으로 인성 쓰레기라고 소문이 이 바닥에 쫙 퍼졌는데,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죽고 싶어?!”
목소리를 높이자, 그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남자를 둘러쌌다.
모두 C급~A급까지 강력한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무리였다.
이 광경에 어이가 없는지, 춘삼이 자기도 모르게 나서며 소리쳤다.
“아니. 무슨 조직폭력배입니까?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서로 갈 길 가시죠.”
“요즘에는 다들 내가 개돼지로 보이나 봐.”
남자는 어처구니없다는 말투로 토를 달았다.
“개돼지 짓거리하니까 개돼지 취급하는 거겠지.”
“입 닥쳐!”
인내심에 한계를 달했는지 이해빈이 버럭 소리를 질렀고.
타다다닥.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이 일제히 남자와 춘삼을 덮치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콰앙!
경호원들은 엄청난 마력의 파동에 휩쓸려 몸을 휘청거리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뭐, 뭐야?!”
이해빈은 눈을 부릅뜨며 정면을 살폈다.
경호원들을 쓰러뜨린 이는 두 명.
먼저, 좌측에서 샤프한 인상을 지닌 남자가 시원시원한 말투로 해빈에게 말을 걸어왔다.
“동네 시정잡배 쓰는 것도 아니고, 경호원들이 철없는 놈 어거지에 맞춰 주면 되나? 해빈아 근래 들어 막나가는 것 같다.”
“지, 지훈 형!”
남자를 알아본 이해빈은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S급 헌터 7위, 표지훈.
마력과는 다른 궤를 자랑하는 힘으로 주변 사람을 경악하게 만드는 이가 바로 이 남자였다.
하지만 그를 더 놀라게 만든 것은 우측에서 걸어오는 남자였다.
빠득!
이해빈은 이를 갈며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최건우.”
뚜벅, 뚜벅.
건우는 그대로 이해빈을 스쳐 지나가 춘삼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 본 사이에 그새 사고를 치네.”
“억울합니다. 형님! 이번에는 결코 제 잘못이 아닙니다.”
하얀 캡을 쓴 남자는 춘삼을 보며 중얼거렸다.
“호오, 내가 도와줄 필요도 없이 믿을 만한 든든한 백이 있었구먼.”
“최건우 헌터 매니저인 박춘삼입니다.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그새 의기양양해진 춘삼은 명함을 꺼내 들어 그에게 건넸다.
“전 블레이즈 길드의 전투원 박상대라고 합니다.”
“브, 블레이즈?!”
그 말에 춘삼과 이해빈이 동시에 눈을 부릅떴다.
블레이즈 길드.
그 이름은 최근 젊은 헌터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대명사로 표현되기까지 했다.
길드 구성원들 대다수가 A급 헌터인 데다 사망자 없이 레이드 성공할 확률이 98%.
최근에는 국내 삼대 길드의 구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삼강으로 확립되기까지 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아크, 태광, 블레이즈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엄청난 길드의 대표는 다름 아닌 표지훈이었다.
표지훈은 시크하게 웃으며 말했다.
“뭘 새삼스럽게 놀라고 그래. 눈앞에 더 엄청난 활약을 해 주시는 한국의 히어로님이 있는데. 만나서 반갑습니다. 표지훈이라고 합니다.”
표지훈은 건우를 쳐다보며 악수를 건넸다.
“최건우입니다.”
건우는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쿠구구구구구.
엄청난 압력이 전신을 짓눌렀다.
‘뭐야?!’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감각에 건우는 적잖이 당황했다.
마나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이 느낌의 힘.
물론 마나도 공정을 거칠면 마력이나 오러로 변환해 힘을 낼 수 있지만.
표지훈의 힘은 누가 봐도 그런 공정과정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힘의 일부였다.
-호오, 태곳적의 힘을 여기서 목격하는구나.
힘의 실체를 알고 있는지 세이비어는 흥미진진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이건 어떤 힘이죠?’
-안 알랴줌.
나이에 맞지 않는 귀여운 말투였다.
“…….”
잠시 반지를 집어던질까 진지하게 고심할 때.
-요놈, 또 괘씸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세이비어의 촉에 혀를 내두르며 얌전히 포기했다.
-허허허허, 어떤 힘인지는 나중에 알려 주마. 그나저나 동요하는 건 너 혼자만은 아닌 것 같구나.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표지훈을 응시했다.
“……?!”
아무래도 표지훈 역시 건우가 자신의 힘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자, 크게 놀란 듯 보였다.
싱긋.
그 표정을 읽은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기선 제압할 때 쓰는 방법이 통하지 않아서 상당히 놀랐나 보네요.”
“놀라기는 했습니다.”
“……”
솔직한 답변에 건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고, 표지훈은 대화를 이어 나갔다.
“봉황 길드의 서일도 대표님도 저와 악수할 때는 마력을 끌어올렸거든요.”
‘당황스러울 만하지.’
무도의 이치로도 표지훈의 힘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단순한 힘의 차이가 아니라 분야와 종류가 전혀 다르니…….
서일도가 크게 당황할 만했다.
건우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인지 표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한국에서 이렇게 대면하기도 어려운데, 우리 길드에 들어오는 건 어떠십니까? 원하는 조건이 있으면 최대한 맞춰보겠습니다.”
갑작스런 권유에 곁에 있던 박상대가 넌지시 한마디를 던졌다.
“대표님. 미국에서 엄청난 조건으로 내밀어도 최건우 헌터가 거절한 건 이 바닥에서 널리 퍼졌는데, 우리 길드가 어떻게 섭외합니까?”
“못 먹는 감이라도 찔러는 봐야지.”
표지훈이 윙크를 하자,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굳이 찔러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길드도 들어갈 생각도 없으니까요.”
“하하하하, 이거 단번에 차였네. 필요할 때, 용병으로서 지원은 와줄 생각은?”
“그것도 사양입니다. 제가 너무 바빠서요. 그럼 이만.”
건우는 꾸벅 고개를 숙인 뒤,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혀, 형님 같이 가요.”
“…….”
소란을 일으킨 이해빈은 그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무시당하고 있다.
헌터업계에서 지배층으로 군림하고 있는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
두둑.
그 사실에 이해빈은 머릿속에 있는 이성줄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기다려?!”
그 때문에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건우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뚜벅뚜벅.
들리지도 않는지 건우는 마이페이스로 춘삼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춘삼아. 오늘 밥은 네가 하는 날인데, 메뉴는 뭐냐?”
“저 닭둘기 때문에 날도 더우니 치맥이나 먹을까요?”
“이 자식 귀찮아서 배달로 퉁 치려는 거지.”
“전문가 손에 거치는 게 아무래도 낫지 않겠습니까?”
“웃기고 있네.”
투덕거리며 들리는 둘의 대화에 이해빈은 주먹을 쥐었다 피며 중얼거렸다.
“……최건우.”
근래에 들어서 태광의 앞길을 크게 가로막는 장애물이자, S급 헌터.
그로 인해 신생길드 연합 창설 계획은 무산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업계 내에서 태광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되기까지…….
‘죽여 버리겠어!!’
이해빈은 결국 살심을 이기지 못하고 분출했다.
바로 그 순간.
화르르르르륵!
그와 건우 사이를 불꽃이 휩쓸며 매캐한 냄새를 유발했다.
“크윽! 이, 이건?!”
열기의 여파 속에 박상대는 양팔로 얼굴을 가렸다.
“흐음. 저건 뭐지?”
불꽃의 실체를 파악한 표지훈은 피식 웃고 있었다.
수증기가 어느 정도 걷히자, 아스팔트 도로는 녹아내려 끈적끈적한 용액으로 변질돼 있었다.
힘이 미친 파장은 이해빈의 발끝이었다.
만약, 한 발작이라도 다가갔더라면, 그의 발도 저런 용액처럼 변해 버렸을 거다.
털썩.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깨달은 이해빈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찍었다.
화륵.
아스팔트 도로를 덮친 진원지는 온몸을 불꽃으로 둘러싼 주작이었다.
-끼에에에엑!
건우의 오른팔에 내려앉은 주작은 이해빈을 향해 강한 적의를 표시하고 있었다.
이해빈이 결코 건우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지만.
감히 적의를 품고 살의를 내비친다는 것에 크게 격분한 것이다.
“너도 한 성깔 하는구나.”
건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권능을 발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건우의 발끝에 피어오른 금빛의 마나는 단숨에 지면을 뒤덮으며 도로를 원상태로 복원시켰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약 3초.
녹아내린 용액은 사람이 디딜 수 있는 말끔한 길로 굳혀졌다.
“세상에…….”
그 광경을 목격한 박상대는 턱을 떨어뜨릴 정도로 경악했고.
표지훈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건우는 넋두리를 놓은 이해빈을 보며 말했다.
“사람 대접을 받고 싶으면, 사람다운 짓을 해. 개짓거리 하지 말고.”
할 말을 마친 건우는 그대로 지혜가 탑승한 차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
이해빈은 아직까지 주저앉은 채 넋을 두고 있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한 발작, 선을 넘는 행동을 저질렀다가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뻔했다.
그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빈은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다.
표지훈은 그런 그에게 다가가며 덧붙여 충고를 내뱉었다.
“지금 최건우 헌터 말 들었지? 어려운 거 없어. 해서는 안 되는 거지만, 그걸 구분 못한다면, 너가 당하면 불쾌한 짓을 남에게 안 하면 되는 것뿐이야.”
“나는 그런 적…….”
콰앙!
반박을 하려는 찰나, 표지훈이 딛고 있던 지면이 진동과 함께 깨지며 파편들이 우수수 주변에 흩뿌렸다.
“이쯤 되면 말귀를 알아 처먹어야 되는데. 왜 그럴까? 그렇게 최건우한테 기어오르고 싶어?”
타앗.
표지훈은 이해빈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하지 말라고. 새꺄. 쪽팔리니까.”
파르르르.
엄청난 압박에 이해빈은 저항할 의지조차 포기하지 못했는지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상대는 걱정 어린 말투로 말했다.
“대표님. 그러다가 태광 길드랑 일 틀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태광 길드보다 최건우 한 명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게 훨씬 이득인 것 같은데?”
“…….”
표지훈의 반박에 박상대는 구태여 변명할 말을 찾지 못했다.
마땅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덜덜덜
한편, 표지훈은 아직까지 자신의 힘에 벌벌 떠는 이해빈을 보며 생각했다.
어째서 최건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같은 S급 헌터인 서일도도 그의 힘 앞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어떻게든 떨어지려고 했었다.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기에 표지훈은…….
‘한국 최강은 다르다는 건가?’
라고 여기며 스스로 중얼거렸다.
“이 바닥도 좁으니 조만간 알게 되겠지. 그의 진짜 힘을…….”
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