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7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72화
이그너스의 마지막 층계.
건우는 홀로 그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레이드 외의 사적인 문제는 모두 춘삼에게 일임한 상태다. 현재 그에게는 자기 수련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탑의 재앙을 대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해야 했다.
수련에 앞서 건우는 히트 마법으로 데운 주전자 속 물을 컵라면에 부으며 식사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을 유령의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던 세이비어는 미간을 꿈틀거렸다.
-먹으러 왔냐? 이놈아. 어디 감히 신성한 가문 내에서 취식을 하고 있어.
“금강산도 식후경이잖아요. 그리고 이곳 주인은 저니까 제 맘대로 해도 되죠.”
-던전 보스로서 너무 품위 없는 거 아니냐?
“굶고 살 수는 없잖아요.”
건우는 피식 웃으며 나무젓가락으로 컵라면 안을 휘저었다.
-아직 안 익었어. 이놈아. 성급하게 굴지 마.
피식.
어린 손주를 걱정하는 츤데레 할아버지 말투에 건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식사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수련계획을 펼치기 전, 세이비어가 질문을 건넸다.
-현재 너는 이그너스 마나연공식 6성에 도달한 상태다. 단기간 안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만약, 7성에 진입을 하면, 너는 드래곤에 준하는 힘을 얻게 되겠지.
드래곤.
마족과 신들 사이에서 중간계를 지배하는 수호자로서 명망을 떨치던 종족.
그 중에 로드의 직위에 오른 자는 신과 버금가는 힘을 가진다고 일컬어진다.
평소라면, 세이비어의 말은 무척이나 반가운 말이지만.
-하지만 겨우 그딴 걸로 탑의 녀석들에게 도전할 수 있다고 하면, 어불성설이다. 이그너스 마나 연공식 7성에 도달해도 6성급 프리메라에게도 미치지 않아.
“그렇겠죠.”
건우는 순순히 인정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메라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엄연히 마법 외의 힘 덕분이었다.
순수하게 마법으로써 사냥을 했다면, 필시 참패했을 것이다.
검술로도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
그 모든 것을 합쳐 혼신의 힘을 끌어올렸기에 프리메라에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건우는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적들에 대해 심히 경계하고 정진할 마음밖에 없다.
-그러니까 더욱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네가 찾아야 돼.
세이비어 말의 진의를 깨달은 건우는 피식 웃어 보였다.
“이러다가 할아버지 전성기 시절보다 강해지는 거 아닐까요?”
-어림없는 소리! 최소 10성 정도까지 오른 다음에 기어올라. 요 녀석아.
단호한 어조로 그럴 리 없다고 자부했지만 세이비어는 앞으로 건우의 성장이 기대가 되는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
본격적인 수련에 앞서 건우는 자신의 상태창을 먼저 살폈다.
[최건우]▶직업: 시간의 어릿광대
▶레벨: 110
▶칭호: 학살의 군주(King of the slayer)
-용인의 혈족(중첩 사용)
-독의 여왕(중첩 사용)
-정령왕의 계약자(중첩 사용)
▶전용스킬
-복원 외 7종.
▶일반스킬
-32종의 마법
▶아티팩트 전용스킬
-2종
▶스테이터스
[근력 510] [민첩 510] [체력 1320] [마력 9000][맷집 600][카리스마 510]근래 레이드로 기량은 현격히 상승됐지만.
건우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건우는 우선 보유하고 있는 아티팩트를 중점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험난한 레이드를 치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술도 마법도 아닌 레이드 방어구였다.
현재 착용하고 있는 폼은 두 가지.
하나는 인스파이어 마법을 집대성해 가장 밸러스가 잘 맞춰진 코트와 경갑 복장.
두 번째는 프리메라를 퇴치하고 습득한 베놈 플레이트 외 세트로 맞춘 방어구.
건우는 베놈 플레이트 정보를 주시했다.
-등급 : 유니크
-설명 : 프리메라의 비늘로 이루어진 갑주.
착용 시 옷을 입은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주에 한 번, 탈피를 할 수 있으며 탈피를 할 시 효과가 소폭 규모로 증가한다.
프리메라의 원념이 담겨 있으며 맞닿은 아티팩트는 그대로 녹아내린다.
-내구도 800/800
*항마력: 2080, 물리방어력 4020, 독과 화에 대한 면역 50%증대
*탈피 기간: 7시간 뒤.
“부질없다. 부질없어.”
스펙을 확인한 건우는 절로 혀를 내둘렀다.
정말 뱀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허물을 벗으면 베놈 플레이트는 더욱더 강해진다.
하지만 이것은 곧 장점이면서도 단점으로 이어졌다.
건우가 원하는 폼은 베놈 플레이트 위에 코트를 둘러 기동성과 안정적인 방어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하나, 베놈 플레이트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 외의 모든 것은 하찮다는 듯 다른 아티팩트들을 녹여 버리니 당최 방안이 보이지 않았다.
“성정 고약한 놈이 전 주인이라서 그런가?”
건우는 프리메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지금 다시 승부를 본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할 강적.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결국 승자는 건우였다.
그 때문일까?
건우는 눈빛을 번뜩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시간을 들이면, 방법은 있어.”
콰앙!
발설 직후.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제련용으로 쓰이는 망치를 꺼내 들어 있는 힘껏 찍었다.
데엥!
거센 격철소리가 던전 내에 울려 퍼지며 충격으로 인한 떨림이 건우의 손에 전해졌다.
“아으 손 저려.”
-이제 하다하다 못해 별 생쇼를 다 하는구나. 차라리 검으로 베어 버리면 되지 않냐?
“이게 스트레스 해소에 좋잖아요.”
-……
한순간 세이비어는 생각했다.
‘이놈이 정말 또라이가 다 됐구나.’
라고…….
서걱!
얼마 안 가 건우는 크루엘의 마검에 검은 오러를 둘러 베놈 플레이트 두 동강을 냈다.
그러고는 절단 난 한쪽 갑옷을 인벤토리에 저장했다.
왜 멀쩡한 갑옷을 두 동강 내는 걸까?
호기심이 동한 세이비어은 질문을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의도로 박살 낸 거냐?
건우는 얄궂게 웃으며 말했다.
“안 알랴줌.”
빠직!
-죽을래?
이전에 건우에게 같은 장난을 쳤던 세이비어는 하마터면 뒷목을 붙들 뻔했다.
-어후, 혈압이 없어서 다행이지. 이놈을 그냥 확!
“농담이에요. 한 번 지켜봐주세요.”
싱긋.
늘 보이는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로 베놈 플레이트에 손을 뻗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금빛 마나가 요동치며 갑옷을 덮자, 얼마 안가…….
스스스스.
거슬러 올라오는 시간 속에서 남은 반쪽의 잔해더미가 베놈 플레이트에 다닥 달라붙기 시작했다.
[베놈 플레이트를 복원했습니다.]복원을 끝마친 건우는 천천히 입을 뗐다.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제 복원 능력 중 가장 사기인 점은 부서진 물건을 원상복구하면서 하나의 물건을 두 개로 불릴 수도 있다는 거예요.”
-호오.
세이비어는 탄성을 터뜨리면서도 질문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분명 제약이 있을 텐데.
무엇이든 장점과 단점이 함께 수반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리스크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물의 몸에 찔려 있는 잔해물은 복원에 쓸 때,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어김없이 원래대로 돌아가죠.”
전자의 경우는 트윈헤드 오우거를 사냥할 때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일전에 건우는 오우거의 몸에 박힌 리자드의 도를 부서뜨린 뒤, 다시 복원을 전개했었다.
그러자, 오우거의 몸에 꽂혀 있던 도신 대신 새로운 도신이 형성됐고.
건우는 이런 특성을 이용해 오우거의 몸을 난잡하게 도륙했었다.
하지만.
만약 리자드 도가 바닥에 댕그라니 두 동강으로 놓여 있었다면 어떨까?
정답은 부러진 파편들이 다시 달라붙으며 원래 형체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우는 이 점을 이용해 나름 획기적인 방책을 구안했다.
“인벤토리에 보관돼 있는 베놈 플레이트는 사실상 현실에 없는 거니, 그것을 논외로 치고 새로운 잔해물이 형성되며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죠. 그리고 이렇게 하면, 문제는 아마 해결될 거예요.”
[인스파이어를 시전했습니다.]건우는 갓 복원한 베놈 플레이트에 손을 뻗어 아티팩트의 혼을 추출했다.
이제는 스킬 숙련도가 상당히 올랐는지 추출은 한 번에 성공했다.
스스스스스.
혼을 추출당한 베놈 플레이트는 그대로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우웅.
건우는 손에 들려 있는 베놈 플레이트의 혼을 코트에 주입했다.
스스스스스.
옷걸이에 걸려 있는 하얀코트가 검은 뱀의 형상이 똬리를 틀 듯 사악한 기운을 발산했지만.
건우는 눈 한 번 깜짝하지도 않았다.
새하얀 코트는 이내 완전히 흑색으로 변질됐다.
반짝!
그뿐만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비춰보면 비늘이 결집된 모습을 연출했다.
[베놈 플레이트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시스템 창을 확인한 건우는 다시 인벤토리에서 남은 반쪽의 베놈 플레이트를 꺼내 들어 복원을 전개했다.
띠링!
아까와 같은 반복 작업이기 때문은 복원은 수월하게 끝났다.
“훗!”
건우는 얄궂게 웃으며 정비를 마친 베놈 플레이트와 코트를 몸에 걸쳤다.
스스스스.
코트와 베놈 플레이트는 서로 같은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녹아내리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건우는 한층 강화된 착용감을 확인하기 위해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콰앙!
투박한 권압이 단숨에 대기를 폭발시키며 던전에 미미한 파장을 끼쳤다.
기동력 또한 월등히 상승한 느낌이다.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세이비어는 시샘과 질투가 담긴 눈빛으로 질타했다.
-얍삽한 자식.
“왜 얍삽해요?”
-얍삽한 거 맞지. 이놈아. 버그 쓴 거잖아. 버그.
“그냥 시스템의 맹점을 이용한 것뿐이죠.”
-어후, 너 같은 놈 때문에 이 바닥의 생태계가 어지러운 거야.
“…….”
이 사람 방금 전까지 나 걱정해 준 사람 맞아?
건우는 어처구니없는 시선으로 쳐다볼 때.
세이비어는 가슴을 탕탕치는 시늉을 했다.
-연예인 걱정은 해 봤자, 아무 부질도 없다고 하더니만 그 말이 딱 맞았어.
“……저 연예인 아닌데요.”
-연예인이든 헌터든 맥락은 같지.
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대꾸하고 싶었지만 또 삐질까 싶어 건우는 조용히 화제를 돌렸다.
“앞으로 더 강해질 건데, 자꾸 그렇게 핀잔 줄 거예요?”
-흥! 마나 연공식 외에 네가 무슨 수로 더 강해질 건데?
세이비어의 질문에 건우는 아티팩트에 있는 모든 검과 병장기를 꺼내 들었다.
“당연히 무기술이죠.”
-니제르의 검술을 활용하는 건 단기간 안에 해결보지 못할 텐데.
“이 후손이 또 잔꾀를 부릴 생각이거든요. 궁금하시면 지켜봐주시고, 안 궁금하면 그냥 드라마 보셔도 됩니다.”
씨익.
건우는 얄궂게 웃으며 팔짱을 꼈다.
이대로 세이비어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이놈이!
그 의도를 읽은 세이비어는 괘씸함에 자연 화가 치솟았다.
이그너스의 시초이자 대마도사인 나를 떠보려고 해? 감히!
살아 있었다면, 그 성질 어디 안 가고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며 노했을 터.
아니, 그 성질은 지금도 여전히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 게냐?
세이비어는 마도사 특유의 지적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설렘으로 눈에서 빛을 발했다
건우는 씩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드라마 안 보세요?”
-재방영 보거나 결제해서 보면 되지. 어차피 유료결제는 네 돈으로 하는데 뭔 상관이냐?
“…….”
우문현답에 건우는 말문을 잇지 못했다.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