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7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이그너스 영지.
건우는 성 밑에 자리 잡은 무예훈련장에 발을 내디뎠다.
현장에는 타격대로 쓰이는 거대한 목주와 훈련용 목검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여기 오는 것도 오랜만이네.”
전생시절을 떠올린 건우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착잡한 표정을 짓는 걸까?
그 대답은 조상인 세이비어가 대신 해 주었다.
-여기서 네 부하들한테 두들겨 맞았던 때가 떠오르는구나.
왈칵!
느닷없이 찾아온 팩폭에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세이비어가 언급한 부하들이란 다름 아닌 호프너와 카심이었다.
그들은 유약한 가주를 위해 노도와 같은 기세로 훈련을 강행했고. 건우는 이곳에서 하루, 하루가 고역인 세월을 보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혹사당하고 살았네요.”
-그러고서 개화되지 않는 네놈의 재주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지.
“…….”
훈련의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대 이하는 맞았기에 건우는 얌전히 침묵을 지켰다.
-그나저나 이곳에서는 뭐할 생각이냐?
“무기술을 익히기 가장 적합한 곳이어서 이곳으로 내려왔죠.”
발설 직후.
건우는 인벤토리에 있는 모든 병장기를 꺼내 들었다.
채앵! 채앵! 챙! 챙!
어느새 지면에는 각종 병장기가 꽂혀 전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근 주작과의 사투로 무기 대다수가 날이 무뎌졌거나 이가 빠졌거나 부러져 있기까지 했다.
-관리가 썩 좋지 않구나.
세이비어의 지적에 건우는 있는 솔직히 속내를 토로했다.
“귀찮았어요.”
-…….
세이비어는 잠시 말문을 잃었지만 곧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국내를 누비든 해외를 순방하든 건우는 늘 춘삼이 모아 온 중고 아티팩트들을 복원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복원한 아티팩트는 미믹에게 탈취한 이터널 큐브를 이용해 창고에 옮겨 놓았는데.
그 양은 많게는 1톤 가까이 될 때도 있었다.
건우 역시 사람인지라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 물리는 법이다.
그 때문에 그동안 인벤토리에 있는 무기들을 수리하는 것은 ‘나 몰라라’하고 미루었다.
-그렇게 돈을 좋아해서야. 쯧쯧.
세이비어는 혀를 쯧쯧 차며 후손의 게으름을 질책했다.
그리고 건우는 순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통장에 꽂히는 돈을 보니 안 좋아할 수는 없더라고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지금도 그의 계좌에는 쉴 새 없이 돈이 쌓여 가고 있는 중이었다.
레이드를 통해 벌어들이는 것과 액수가 비교도 안 되게 큰 데다 위험성도 없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었다.
이런 이유로 춘삼이 레이드는 포기한지 오래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범인들 사이에서 통하는 얘기였다.
건우의 입장에서 돈은 단지 수단일 뿐.
그 목적은 강해지는 것에 있었다.
스스스스
건우는 병장기들 사이를 지나치며 전신에서 금빛 마나를 발출하기 시작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건우의 발끝에서 피어오른 금빛의 마나가 일제히 땅을 훑으며 병장기들을 휘감기 시작했다.
우웅.
금빛마력과 접촉한 병장기들은 일제히 이명을 뱉기 시작했다.
그것은 과거, 찬란했던 영광을 되찾으면서 내는 환희의 소리였다.
건우는 그중에서 가장 애용하고 있는 아티팩트를 하나씩 훑어보기 시작했다.
먼저 시선이 간 것은 바로 앞에 꽂혀 있는 크루엘의 마검.
건우는 이 검으로 전생부터 가장 큰 트라우마였던 아라크네를 무찔렀다.
두 번째는 사인참사검, 적과 청이었다.
전생시절, 건우의 기사였던 호프너가 애용한 검으로 애석하게도 건우는 호프너 이상의 기량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쩌적.
세 번째는 세피아의 빙정으로 만들어진 글라체스.
흉흉한 냉기를 뿜어 대는 마창은 빙속성 계통의 마법의 위력을 220%나 높여 주는 압도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우웅.
네 번째는 자그마한 정령들이 반딧불처럼 일렁거리는 새하얗고 가느다란 투척전용의 창, 스틸레인.
창신이 금속이 아닌 세계수의 조각으로 빗어졌기에 무척이나 가볍고 아름다웠다.
손을 떠나갔을 때, 그것은 빛줄기로 변모해 이름 그대로 강철비가 되어 전장을 휩쓸었다.
목표한 타깃을 쫓아 꿰뚫을 때까지 이 창은 멈추지 않는다.
건우가 소유한 무기 중 가장 발군의 위력을 갖춘 것이기도 했다.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면, 이것은 건우의 것이 아닌 파르데비아의 소유라는 것이다.
즉,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야 될 무구였다.
“쩝, 마음 같아서는 소유권을 부여하고 싶은데.”
건우는 그 점이 못내 아쉬웠는지 혀를 찼다.
-왜 그러냐? 두 동강 낸 다음에 두 개로 만들어 버리면 되잖아.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레전드 등급 무기부터는 그게 쉽게 안 돼요.”
-어째서냐?
“글쎄요. 그냥 감이라고 할까요.”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뇌내 이미지로 복원 풍경을 구현해 봤을 때, 십중팔구 스틸레인의 미움을 받아 본래 위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마저 들었다.
‘자세히 보면 에고가 깃들어 있을지도 몰라.’
건우는 턱을 쓰다듬으며 스틸레인을 쳐다봤다.
우웅.
아직 정령과의 친화력이 모자라 확실하진 않았으나, 스틸레인은 끊임없이 건우와 대화를 하려하고 있었다.
‘부족한 친화력을 억지로 끌어올릴 수는 없으니. 당분간은 좀 참아 봐야겠지.’
-그래서 이걸로 어떻게 강해지려는 거냐?
건우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조합이에요.”
-조합?
건우는 말 대신, 글라체스와 스틸레인을 양손에 쥐었다.
스스스스스.
글라체스의 냉기가 건우의 의지에 따라 그대로 스틸레인에 전가됐다.
그러자 스틸레인은 마치 카멜레온처럼 은은한 푸른빛을 띠기 시작했다.
-……이건.
신비한 현상에 세이비어는 눈을 부릅떴고.
건우는 그대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4대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점을 살펴본다면, 스틸레인은 마기를 제외하고 어떤 환경에서든 적응할 수 있는 무기 중 하나죠.”
설명을 마친 뒤, 건우는 이번에 글라체스에 스킬을 시전했다.
[메모리 구현을 통해 글라체스에 스틸레인 전용스킬, 스패라를 시전합니다.]우웅.
글라체스가 은은한 푸른 빛줄기로 변질되며 혹독한 마력을 뿜어냈다.
“시너지 효과죠.”
건우는 눈앞에 있는 거대한 목주를 향해 두 자루의 창을 힘껏 투척했다.
날아오르는 섬광의 빛줄기.
강대한 냉기를 품은 그것들은 서로 얽히고설키더니…….
콰아아아아앙! 쩌저저저저적!
목주뿐만 아니라 주변을 전부 동결시킨 뒤, 유리처럼 깨부쉈다.
-흐음.
그 위력에 세이비어는 잠시 넋을 잃었다.
스킬 시전의 유용성과 효율성, 위력 모두 마법을 월등히 능가했다.
건우는 시크하게 웃으며 세이비이어에게 말을 내뱉었다.
“아티팩트, 스킬 등을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저도 예상이 잘되지 않아요. 지금부터 장시간 수련을 통해 방법을 찾아봐야죠.”
-……
‘완전기억능력을 토대로 현란한 응용력을 보여 주고 있어.’
세이비어는 건우를 흘깃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마술사라고 해도 예측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리면, 고초를 겪기 마련.
하지만 건우는 그 상황에서마저 완전기억능력을 통해 새로운 임기응변을 찾아낸다.
바로 지금처럼……
‘저 집중력이면, 탑의 시련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충분히 강해질 수 있어.’
그때까지 건우의 수련을 돌보아야 되기에 세이비어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수련에 임하는 건우를 지켜보았다.
***
한국헌터협회.
근래 들어 평화를 만끽하는 이곳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피어올랐다.
평소 근엄했던 협회장, 구자혁마저 기세를 한 꺼풀 누그러뜨릴 정도의 사내가 이곳에 방문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헌터들의 관점에서 그렇게 강한 사내가 아니다.
아니, 애초에 각성자인가?
그런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내였다.
그의 이름은 오르비스 테레 파르데비아.
바로 한 나라의 수장이자, 기업의 총수로 임하고 있는 자였다.
갑작스런 그의 방문으로 한국의 대통령까지 화들짝 놀라 연락을 할 정도였다.
그러자 오르비스는 상쾌하게 웃으며 통화 뒤, 협회에 방문했다.
아직까지 벙찐 기분이었지만.
구자혁은 가까스로 여유를 되찾으며 오르비스에게 말을 건넸다.
“생각보다 엄청난 분이 방문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놀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죄송합니다.”
오르비스가 활짝 웃자, 뒤에 있던 비서 김유미는 발그레 얼굴을 붉혔다.
‘어떻게 저 외모가 반 백 년을 산 남자야.’
훤칠한 키에 엘프를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외모.
성격은 능글맞으면서도 충분한 매너와 위트까지 갖고 있다.
그 때문일까?
그의 존재감은 주변의 색을 옅게 만들었다.
구자혁은 경계하는 시선으로 오르비스에게 질문을 건넸다.
“이곳에 온 것은 최건우 헌터 때문입니까?”
“분명 그를 보고자 하는 용무도 있지만 그것보다 우선해야 될 일이 있어서요.”
최건우를 섭외하기 위해 온 게 아니란 말인가?
구자혁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의 의도를 물었다.
“그럼 어떤 용무로 오시게 된 겁니까?”
“한국 랭킹 1위와 3위가 탑에서 귀환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딱히 기밀사항은 아니었기에, 구자혁은 솔직히 답했다.
“분명 귀환통보를 했고 그에 대한 답변은 받았지만, 언제 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여러 차원이 집대성한 신비의 세계.
시간도 문자도 층마다 거주하고 있는 일족도 다른 데다 층마다 부여되는 시련에 진입한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죽어 나갔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랭킹 1위와 3위는 언제 다시 귀환할지 장담치 못했다.
오르비스는 이에 대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답했다.
“그들은 조만간 귀환할 겁니다.”
“그게 무슨?!”
깜짝 놀란 구자혁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고.
오르비스는 태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는 귀환하는 그들의 상태를 보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결정을 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한 겁니다.”
“이번에는 무슨 예언입니까?”
구자혁의 질문에 오르비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것을 과연 예언이라고 해야 될까?
오르비스는 스킬을 통해 탑에 군림하는 자들이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무엇보다 인간의 언어가 아닌 시스템의 통역을 거치기 때문에 이번에 취득한 정보도 단편적인 것들뿐이었다.
알아들을 수 있는 키워드는 다섯 가지.
그는 스스로 입을 빌어 그것들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김임규, 정태환, 모르모토, 관리자, 선별”
“…….”
구자혁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오르비스의 엉뚱한 행동에 당황한 것도 있었지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김임규와 정태환은 바로 한국 랭키 1위와 3위였기 때문이다
주변에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구자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비스에게 물었다.
“장소는 아마 잠실이겠지요?”
한국의 잠실.
그곳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탑에 진입할 수 있는 게이트가 위치해 있었다.
게이트가 발현되는 초기에는 그 누구도 이곳이 탑으로 건너가는 입구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그걸 자각하게 된 것은 그곳을 통해 교류자가 유입되고 나서부터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많은 혼란이 작용했다.
지금은 헌터협회의 철저한 관리 아래.
민간인들은 접근조차 불가능하게 됐다.
“그렇습니다.”
오르비스는 구자혁의 질문에 순순히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꽈악!
긴장을 이기지 못하는지 구자혁은 주먹을 으스러질 듯 쥐며 물었다.
“그들이 언제 오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후룩.
오르비스는 차 한 모금을 들이켠 뒤, 눈을 빛내며 답했다.
“일주일 뒤, 그들은 한국으로 귀환하게 될 겁니다.”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