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7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74화
콰앙! 콰앙!
이그너스 지하에 자리 잡은 무예 연무장.
그곳에서는 심상치 않은 파공성이 주변 곳곳에 울려 퍼졌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잿더미 연기 속에서 일순간 거대한 그림차가 출몰했다.
-쿠우우우우!
그림자의 정체는 바포메트.
연기 속에서 튀어나온 녀석은 붉은 안광을 발출하며 건우에게 낫을 휘둘렀다.
카앙!
건우는 크루엘의 마검을 역수자로 쥐어 가뿐하게 막아 냈다.
위압적인 일격임에도 중심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었다.
사악!
주변에서 세피아와 케이론이 동시에 기습을 감행했지만.
사악!
크루엘의 마검은 검은 오러로 뒤덮이며 괴이한 궤적을 그려냈다.
마치 검격이 살아 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세 마리의 층계 보스를 동시에 위협했다.
니제르 이식, 사편(Snake whip)
콰아아앙!
검격에 닿은 층계보스들은 일제히 몸이 크게 부서졌다.
세피아는 한쪽 무릎을 꿇고 회복에 전념했고.
스릉.
케이론은 할버드를 회수하고 활을 꺼내 들었다.
“미안. 너무 세게 한 것 같네. 쉬고 있어.”
크루엘의 마검을 어깨에 올린 건우는 즉각 이그너스의 반지의 금빛 마력을 주입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스스스스스.
세 층계 보스의 몸에 입은 검상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반지에는 각 던전의 코어가 내장됐으니.
코어만 복원시킨다면 보스들 역시 온전한 상태로 몸을 회복시킬 수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세이비어는 감동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기량이 현격히 상승했구나.
방금 전, 백병전에서 건우는 단신으로 층계 보스 세 마리와 맞붙어 크루엘의 마검 하나로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세이비어는 길게 봐서 한 달로 봤지만.
건우는 그의 예상을 가뿐히 뒤집으며 반나절만에 성과를 보였다.
“이 녀석들 모두 5성급으로 진화시키면, 난감할 거예요.”
지지는 않을 테지만.
그때가 되면 전력으로 어마어마한 화력의 마법을 펼칠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이 녀석들은 어째서 5성급으로 성장시키지 않는 거냐?
등급 상승에 필요한 마정석은 모두 파르데비아에서 사들였다.
그 덕에 재산이 반쯤 탕진했지만.
이번에는 춘삼이 묵묵히 지원한 덕분에 마정석 수집에 어려움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은 탑의 시련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건우는 이번에도 예상에 빗나간 답을 내뱉었다.
“등급 상승은 탑에 진입하고 나서 할 거예요.”
-쯧쯧 그럴 거면, 파르데비아 총수로부터 마정석을 지원 받아도 됐었잖느냐? 그럼 훨씬 많은 몫을 모았을 텐데.
마정석 거래 당시.
오르비스는 필요한 재원을 무상 지원을 약속했지만.
어떤 심경의 변화인지 건우는 그의 지원을 거절했다.
사연을 접한 세이비어와 춘삼은 답답한 놈, 고구마 같은 놈이라고 한껏 비난을 쏟아 부었고.
춘삼만 머리에 혹이 달린 것으로 끝이 났다.
이제와서 새삼스럽지만, 건우는 그 이유에 대해 털어놓았다.
“저 녀석들 모두 5성급으로 진화시키는 데 쓰이는 마정석의 수는 작은 국가가 1년 동안 쓰이는 에너지의 양과 얼추 비슷하거나 좀 더 높아요.”
-그래서?
“값어치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가격인데, 그걸 무상 지원해 준다고 하니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만약 그렇게 지원을 받으면 어느 국가의 어느 마을에서는 에너지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잖아요.”
여러모로 고심해 봤을 때, 절충안 없이 안 받는 게 가장 깔끔한 결말인 것이다.
-에휴, 그러면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지혜는 어쩔 심산인 게냐?
“…….”
유일무이한 가족이기에 마음은 더욱 불편했지만…….
“주작을 붙여 둘 거예요.”
이미 마음이 기운 듯 확답을 내뱉었다.
-흐음.
세이비어는 싱숭생숭한 표정으로 고심에 빠졌다.
사성수중 하나인 주작은 본래 이 세계에 박혀 있는 토착정령.
시스템에서는 ‘정령왕’으로 취급받을 정도로 위엄과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프리메라에 미치지 못하지만, 6성급에 준하는 힘을 가진 데다 맹약의 힘으로 인해 무조건 건우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그너스의 층계보스들과 달리 건우의 마력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효율성이나 안정감을 모두 고려하면 지혜의 호위로는 주작이 적합했다.
-확실히 주작이라면 믿을 만하겠구나.
결국 건우의 결정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그리고…….”
건우의 이야기는 계속 됐다.
응? 아직 안 끝났어?
“헌터협회를 통해 소재지부터 신분까지 전부 드러나지 않도록 협상할 거고, 정아 누나한테도 간간이 어울려 달라고 부탁해야 되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춘삼이나 파르데비아 가문을 통해서…….”
-그만 해! 이 팔불출아! 너 돈 많잖아! 무슨 파르데비아까지 가고 있어!
어처구니가 없던 세이비어는 버럭 화를 내며 건우를 만류했다.
지금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게 탑을 등반할 때, 긴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건만.
정신은 온통 여동생한테 팔려 있었다.
-크흠 어찌 됐든 잡념은 금지다. 지혜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안전할 거다.
“그럴까요?”
-……
아직까지 걱정하고 있는 건우의 표정에 세이비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 한 명 지키려고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국가까지 끌어들이는 데…….
감히 누가 뼈를 추릴 수 있을까.
***
시간은 오후 6시 10분.
광화문으로 향하던 지혜는 갑작스런 난관에 봉착했다.
“저 아가씨. 괜찮으면, 번호 좀 물어봐도 될까요?”
때 아닌 길거리 헌팅.
상대는 180cm키를 가진 30대 남성으로 팔에는 요란한 용 문신을 하고 있었다.
지혜는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낯선 사람한테 번호를 드릴 수는 없네요. 약속이 있어서 그럼 이만.”
정중한 거절과 함께 옆으로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스윽.
남자는 다시 한번 지혜가 가려는 길을 막으며 말을 걸었다.
“이제부터 친해지면 되지. 내가 이래보여도 그 유명한 태광 길드의 B급 헌터거든.”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힘을 자랑하고 싶은 걸까?
그녀는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 오빠는 S급 헌터인데요.”
“하하하하, 농담도 잘하셔라. 우리나라에 S급 헌터가 얼마나 된다고 그런 거짓말을 해. 요 깍쟁이.”
남자가 슬며시 웃으며 손을 올리려는 순간, 여인의 손이 남자의 손목을 붙들었다.
‘뭐야? 이건.’
처음에는 같잖다는 듯 웃어 보이던 그는…….
꽈악!
“끄아아아아악!”
곧 철근조차 으스러뜨릴 압력에 크게 놀랐다.
“뭐지? 이 버릇없는 손장난은? 치근덕거려도 매너는 갖춰야지.”
그의 손을 붙들고 있던 권정아는 서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쏘아봤다.
“언니!”
그녀를 만난 반가움에 지혜는 반색했고.
권정아는 살짝 윙크를 한 뒤, 남자의 손을 놓아주었다.
남자는 저릿저릿한 통증에 손목을 감싸다 이를 갈며 소리쳤다.
“이 미친년이! 어디서 힘자랑이야! 죽고 싶어? 얼굴 반반하면 용서해 줄 줄 알았어?”
“오, 칭찬해 주는 거야. 고마워라.”
머리에 후드티 모자를 둘러쓴 그녀는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조롱하듯 웃어 보였다.
“어디서 감히 비아냥거려!!”
격분을 못 이긴 남자가 권정아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는 순간.
콰앙!
권정아의 주먹이 남자 대신, 지면을 강타했다.
“우어어어어.”
“뭐, 뭐야? 지진이야!”
일순간 권압의 파장으로 인해 주변 지대에 미미한 지진이 일어났다.
그 바람에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니던 여인은 입가에 아이스크림이 흥건히 묻혔고.
누군가는 주춤거리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혼란이 잠잠해질 때쯤.
그녀의 주먹이 닿은 지면의 블록들은 우수수 깨져나가 있었다.
히끅!
그 광경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남자는 갑작스레 딸꾹질을 했다.
권정아는 주먹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살살 한 거야. 딱 격파하는 정도.”
그 말은 결코 과장이 실리지 않았다.
집중해서 가격했으면, 크리에이터까지 형성시킬 수 있으나.
도심지에서 그런 엄청난 민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궈, 권정아?!”
그제야 남자는 눈앞에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앞에서는 왈가닥, 뒤에서는 박살천사.
귀여운 별명과 달리 국내 곳곳을 박살 내는 이력에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S급 헌터.
그것이 바로 권정아였다.
“내가 네 친구냐? 함부로 말 놓네.”
권정아는 눈매를 살며시 좁히며 남자를 쏘아봤다.
“죄, 죄송합니다.”
남자는 저도 모르게 등을 꼿꼿이 세웠다.
“태광 길드 A급 헌터라고? 정 불만 있으면 서로 한 대씩 쳐 보고 놀아볼까? 아주 심심한 것 같은데?”
“아, 아닙니다. 이,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홱홱 저으며 발이 부리나케 도망갔다.
“싱거운 녀석.”
권정아는 한심하다는 눈길로 바라보다 곧 지혜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대답하기 앞서 지혜는 눈빛을 빛내며 권정아에게 꼭 팔짱을 꼈다.
“언니가 구해 주셔서 괜찮아요.”
그녀의 애교에 권정아는 한쪽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다.
“너희 남매는 여러 의미로 능글맞네.”
“혹시 불편하세요?”
“아니야. 오히려 이게 친근하고 좋지. 그럼 약속 장소로 가 볼까?”
“네.”
두 여인은 그대로 약속의 장소인 광화문으로 향했다.
잠시 후.
광활한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로 이색적이 광경이 펼쳐졌다.
군중의 시선은 한곳에 쏠려 있었다.
이목의 대상은 팔짱을 끼고 있는 어린 소녀.
반짝이는 은발과 루비같이 반짝이는 홍안을 지닌 그녀는 마치 인형 같다는 느낌을 자아냈다.
그 아름다움에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자연히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그 누구도 그녀의 존재감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지만.
“우쭈쭈 깍쟁이 아가씨. 길이라도 잃어버렸어.”
그녀와 친분이 있던 권정아가 긴장감 없이 농을 던지는 걸로 첫인사를 건넸다.
빠직!
리리스는 발끈하다 곧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렸다.
여기서 한 번 권정아의 마이페이스에 넘어가면 계속 놀아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늦어요?”
“늦어?”
권정아와 최지혜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각자 시간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시간은 6시 20분.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6시 반이니 오히려 10분 더 일찍 나온 상태였다.
“몇 시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6시요.”
그 말에 지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권정아는 리리스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내가 보고 싶어서 설레발 쳤구먼. 요놈 보소.”
“이익! 무례하게!”
발끈하면서도 화끈거렸는지, 리리스는 얼굴을 붉히며 권정아의 손을 홱 뿌리쳤다.
“그나저나 한국에는 요즘 자주 오네. 혹시 너도 K한류 열풍의 맛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야?”
“K헌터 열풍 때문에 아버지가 자주 오시기는 하죠.”
리리스는 별 상관없다는 투로 말하다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나저나 어디부터 둘러볼 건가요?”
애써 표정으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꼭 흥분을 감추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혜와 권정아와 거리를 누비는 게, 나름 설렌 것 같았다.
“호호”
이를 눈치챈 지혜와 권정아는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인들은 익살맞게 웃는데 도가 텄나 보네요.”
“너가 귀여운 거야. 요 녀석아.”
권정아는 그렇게 말하며 리리스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무, 무슨?!”
굉장히 부끄러웠는지 리리스는 주변의 눈치를 살폈지만.
“음, 그럼 난 여기.”
이번에는 지혜가 그녀의 왼손을 붙잡았다.
“가자.”
권정아의 힘찬 구령을 내며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자, 잠깐만요.”
리리스는 주춤거리다 곧 그녀들과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
빠득!
서로 나란히 걷고 있는 권정아 일행을 보며 이진광은 이를 갈았다.
“왈가닥 주제에 감히 나한테 굴욕을 줘?”
그는 방금 전에 그녀의 일행 중 한 명인 최지혜에게 작업을 걸다 거하게 말아먹고.
깨갱 소리를 내며 굴욕적인 행보를 엿보였다.
상황이 이쯤 되니, 오기가 치솟은 그는 결국 그녀들을 스토킹하고 있었다.
이런다고 해서 권정아 뒤통수를 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권정아가 아니었다.
노리는 것은 최지혜와 리리스.
그는 권정아가 홀로 자리를 비울 때, 계획을 감행하기로 심지를 굳힌 상태였다.
그 때문에 각성자 친구 6명을 대동했다.
“크크크, 가지고 노는 맛은 나겠어.”
“이야. 얼굴 도자기로 만들었냐? 빛이 나네.”
서로 지저분한 이야기를 나누며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는 순간.
툭.
“아씨 뭐야?”
길거리를 지나가던 중 이진광은 누군가와 부딪치며 욕설을 내뱉다…….
“히끅!”
상대가 신장 2미터를 가진 거한의 남자라는 것을 깨닫고는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다.
하지만 놀라는 것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머리에 선글라스.
그리고 몸에 쫙 달라붙은 정장슈트.
귀에는 통신기기를 달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영화에서 볼 법한 경호원을 보는 듯했다.
삐비비빅.
남자는 통신기기를 작동시킨 뒤, 이진광 무리를 보며 한마디 말을 읊조렸다.
“수상한 도그 무리들을 발견했다.”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