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7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77화
랭킹 1위, 김임규.
랭킹 3위, 정태환.
그들은 앙상한 스켈레톤 몰골로 탑 건너편에서 넘어와 최악의 유언을 퍼뜨렸다.
그 영상은 세계 각지에 실시간으로 퍼져 나갔고.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헌터협회는 즉각 교류자를 파견해 현황 조사에 들어갔다.
언론은 협회의 만류에도 이 화젯거리를 놓칠 수 없는지 실시간으로 보도 중이었다.
[스켈레톤이 되어 돌아온 랭커들의 인류 멸망 통보, 시곗바늘은 과연 어디까지 기울어졌는가?]자극적인 보도내용에 건우는 그대로 TV화면을 껐다.
시간은 새벽 2시.
손님으로 온 권정아와 리리스는 각자 방에서 머물러 있었다.
치익.
테라스로 나온 건우는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딴 뒤, 원샷하듯 들이켰다.
“푸하! 시원하네.”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린 것처럼 속이 시원해졌는지 건우는 무척이나 상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빠 그러다가 맥주 CF광고 들어오는 거 아니야?”
그 모습을 우연찮게 목격한 그의 여동생, 최지혜는 피식 웃으며 건우에게 다가왔다.
“왜 왔어? 지금 시간이 일어나면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얼굴 붓는다고.”
“밤에 맥주 마시는 사람이 나한테 그런 말 하는 거야? 아, 나도 냉장고 가서 하나 꺼내올게.”
스윽.
건우는 그녀의 진로를 막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괜찮지만 넌 안 돼.”
“……치사해.”
지혜는 상당히 삐졌는지 볼을 부풀렸다.
“귀여워도 안 돼.”
“흐흠, 칭찬해 줬으니까 그냥 넘어갈게.”
지혜는 기분이 좋은 듯 의자에 앉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보이지 않지만, 둥그스름한 달은 오늘따라 더 유난히 반짝여 보였다.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리니, 그곳에는 크기도 높이도 짐작할 수 없는 탑이 엿보였다.
지혜는 탑을 응시한 채, 건우에게 말했다.
“오빠 나한테 할 말 있지?”
“……응.”
“뭔데?”
건우는 나름 진지하게 눈을 감으며 말했다.
“아까 귀여운 게 칭찬이라고 했지만 사실 칭찬이 아니라 진실을 말한 거니까 그건 칭찬이 될 수 없어.”
“그게 아니잖아!”
모처럼 진지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혜는 쀼루퉁한 표정으로 건우를 쏘아 봤다.
“정말. 진지할 때는 진지하라고.”
건우는 머리를 긁적이다 그녀에게 말했다.
“난 탑에 오를 거야.”
“…….”
지혜는 입을 꼭 다물었다.
다중차원의 세계가 깃들어 있는 탑.
그곳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어떤 시련이 있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교류자 역시 탑 내부에 있는 시련의 내용에 대해서 털어놓지는 않았다.
그것은 제약의 법칙에 의한 것이지만, 대중이 그 사실을 알리는 없었다.
지혜는 침울한 표정으로 건우를 보며 말했다.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돼? 내가 부탁해도 안 되는 거야?”
“응.”
이미 마음이 기울었다는 것을 보였는지 건우는 진지하게 지혜의 눈을 쳐다봤다.
오랜만에 눈빛을 마주한 여동생은 이제 어엿한 숙녀가 됐다.
F급 헌터 때부터 고생해서 키운 보람이 있다고 할까?
“뭐야? 그 아빠 같은 시선은? 기분 나쁜데.”
지혜는 자신을 훈훈하게 바라보는 건우의 눈빛에 자제를 요청했다.
피식.
건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앞으로 이 녀석이 어떻게 크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모습으로 웃으면 살지 무척 기대가 됐다.
탑을 등반한다는 것은 그것을 볼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애석한 일이었지만, 이 아이가 탑의 시련을 통해 고통을 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유약한 그의 여동생이 누군가를 죽이고 플레이어가 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야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지혜의 얼굴을 보며 건우는 결의를 다졌다.
지혜는 발을 통통 굴리며 말했다.
“나 오래 안 기다릴 거야. 오빠 안 오면, 탑으로 쫓아갈 거야.”
“일반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탑에 들어갈 수 없다.”
꿈 깨라는 건우의 말에 지혜는 할 말을 찾기 위해 골똘히 고심에 잠겼다.
어떤 말을 해야 건우의 귀환을 확답 받을 수 있을까?
‘백날 말해 봐야 내가 대답이나 제대로 해 줄 수 있을까?’
평소에 유난히 자신감에 가득 찬 건우였지만 탑에 있어서만큼은 무엇 하나 확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죽음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
고심 끝에 그녀는 해답을 찾았는지 눈빛을 번뜩였다.
“오빠 안 돌아오면 춘삼 씨한테 시집간다.”
“뭐!!”
충격적인 통보에 건우는 언성을 높였다.
-시끄러워. 요놈아. 사자후 내뱉는 무협 고수냐? 동네 사람들 잠 깨겠다.
쩌렁쩌렁 동네방네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 세이비어는 뒤늦게 꾸짖었다.
꾸벅.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결례에 주변 곳곳에 허리를 숙였다.
지혜는 그런 건우를 어이없는 시선으로 보며 말했다.
“……누구한테 사과하는 거야?”
“크흠 지혜야. 오빠가 3년 안에 돌아올게. 무슨 일이 있든 이 약속은 꼭 지킬 테니까 절대 시집가면 안 돼.”
건우의 절박한 요청에 지혜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F급일 때부터 S급까지 변함없는 그 모습에 안심이 됐다.
“그때라면, 사회 초년생이라 한창 일하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후우.”
확답을 들은 건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혜는 그런 건우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약속이다.”
-하여간 저 고집은 이그너스 집안 내력이라니까.
‘지혜는 이그너스랑 전혀 상관없거든요.’
건우는 어처구니없는 시선으로 세이비어에게 딴지를 걸다 곧 지혜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엮었다.
“꼭 돌아올게.”
테라스 문 안쪽.
커튼에 몸을 감춘 채, 잠옷을 입고 있는 권정아와 리리스는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두 남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권정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리리스에게 말했다.
“여동생 이기려면 힘들겠는데?”
“글쎄요. 이기기 힘든 건 당신 아닐까요? 저는 아직 어려서 그를 기다려도 새파랗게 어리거든요.”
빠직!
권정아는 울컥하며 리리스를 노려보았다.
“하여간 한 마디도 안지지. 요 망할 꼬맹이.”
“치사하게 자꾸 꼬맹이를 상대로 소매를 걷어붙이네요.”
리리스는 권정아를 바싹 경계하며 뒷걸음질 쳤다.
“얄미워서 꿀밤이라도 먹이고 싶지만 요 녀석 때문에 그렇게는 못하겠네.”
권정아는 춘삼의 목깃을 붙든 채 쓴웃음을 지었다.
새벽까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춘삼은 상당히 삐졌는지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난 가만히 있었는데, 무슨 죄야.”
두 남매의 훈훈한 대화에서 춘삼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
종로에 위치한 파르데비아 대사관.
오르비스는 손수 커튼을 걷으며 태양빛을 쬐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멸망 전에 썬텐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멸망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소파에 앉아 있던 건우는 양손으로 턱을 괴며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오르비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건우를 등진 채 말했다.
“전 당신을 볼 때면, 신기합니다.”
“어떤 점이요?”
“압도적인 절망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제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 아니죠.”
오르비스는 즉답 대신 우회하며 이야기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
건우는 조용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바다를 휩쓸며 대륙을 집어삼킨 바다뱀, 프리메라는 현 인류 중 최강인 S급 헌터가 파티를 구성한다고 해도 분명 전멸했을 겁니다.”
아직도 프리메라를 목격했을 때, 기억이 생생했는지…….
덜덜.
오르비스는 손을 떨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사실상 바다에서 사투는 불가능한 데다 당시 프리메라의 힘은 드래곤들이 떼로 습격해도 능히 막아 낼 정도로 강했으니까요. 레벨이나 상태창을 봐도 도저히 당신이 이길 수 없는 상대였습니다.”
시스템의 보정 덕분인지 오르비스는 프리메라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건우는 단호하게 답했다.
“하지만 전 이겼습니다.”
결코 거만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떤 재앙이 몰아닥쳐도 이겨 내겠다는 의지를 선보이는 것이다.
건우가 말하고 싶은 바를 알고 있던 오르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점이 제가 말한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어째서 당신은 그 절망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거죠?”
“그것보다 더한 절망을 봤으니까요.”
…….
잠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제아무리 시스템 보정을 받는다고 해도 건우의 전생까지 살필 수 있을까?
“이것보다 더한 절망이라니 저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군요.”
역시나 그는 건우의 전생까지 살피지는 못한 듯 보였다.
앞선 대화에서 프리메라를 언급한 것은 그 거대한 바다뱀 역시 인류가 감당치 못할 큰 재앙이라고 말하고 싶어서다.
한데, 그보다 더한 재앙의 예고에 그는 이미 멘탈이 반쯤 부서져 있었다.
그저 눈앞에 새카만 암흑이 드리운 것 같았다.
“리리스가 이 시스템을 본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하군요.”
“아직까지 시스템의 존재를 자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이제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6일 후면 모든 게 끝난단 말입니다.”
시스템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곧 탑의 시련이 시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뒤로 인류가 서로 죽고 죽이는 비극을 벌이게 될 것이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절망에 빠져 있는 오르비스를 보며 건우는 냉정한 어투로 말했다.
“오르비스. 전 당신의 극진한 딸 사랑을 보고 싶어서 온 게 아닙니다. 대책을 논하고자 한 것도 아니고요.”
“……?”
오르비스는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으로 건우를 쳐다봤다.
“그럼 어째서…….”
건우는 팔짱을 끼며 선언했다.
“제 계획은 탑의 시련 자체를 깨부수는 겁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건우는 조금도 표정을 구기지 않고 답했다.
“가능합니다. 밤새 길게 고민하니까 한 가지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오르비스는 일순간 전율에 몸을 떨었다.
시스템의 퀘스트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방법이 있단 말인가.
탑에 있는 어떤 플레이어도 상상하지 못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니.
‘이 남자는 대체…….’
자신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어서는 건우의 결의와 선포에 오르비스는 나이를 뛰어넘어 동경의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건우는 그런 오르비스에게 말했다.
“성공 확률은 0.00000001%. 한없이 제로에 가깝죠.”
“…….”
그럼 의미 없잖아. 라고 꾸짖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한없이 제로에 가까울 뿐이지.
제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슈퍼리치이자 시스템을 활용하는 그에게는 불가능했다.
싱긋.
일순간, 묘하게 올라간 건우의 입꼬리에 오르비스는 가슴이 오싹했다.
재난 앞에서 그 누가 저렇게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짓는단 말인가.
“나름 설레네요. 성공하면, 저한테 어떤 보상이 떨어질까요?”
말과는 달리 보상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저 그 엄청난 리스크를 감행하는 도박 자체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뿐이다.
“제가 도울 일이 있겠습니까?”
“혼란을 전력으로 수습해 주세요. 인류멸망은 개소리라고…… 통보해 주세요. 그래야지만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독불장군이 되어 주셔야 돼요.”
그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이미 모두가 보고 절망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그런 궤변을 늘어놓는단 말인가.
“세상의 욕이란 욕은 다 먹겠군요.”
“성공하면, 당신은 칭송을 받겠죠. 그럼 이만.”
건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몸을 일으켰다.
“잠깐.”
오르비스는 발을 옮기는 건우를 멈춰 세우며 한 가지 질문을 건넸다.
“자세한 계획은 묻지는 않겠지만 제가 당신의 계획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하나라도 읊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씨익.
건우는 얄궂게 웃으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코어”
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