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7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78화
오르비스와 만나기 전날 밤.
[플레이어 선별까지 남은 시간: 약 160시간]“후우”
눈앞에 비친 시스템 창에 건우는 호흡을 갈무리했다.
이것은 멸망으로 가는 카운트다운이자…….
탑에 진입하기 위한 건우의 첫걸음을 알리는 시간이다.
“가급적이면 마나기관을 생성하고 나서 탑에 진입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하구나.
말을 던진 세이비어는 슬쩍 건우를 쳐다봤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압박에 심신이 크게 흔들리며 절망할 법도 했지만.
의외로 건우는 건재했다.
세이비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간파한 건우는 피식 웃어 보였다.
“전생 때는 이보다 더 심한 꼴을 겪었잖아요. 그리고 두 번이나 그런 개 같은 꼴은 당하지 않을 겁니다.”
발설 직후.
건우는 손에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필모어의 기록서]그것은 디아도스를 퇴치하고 받은 퀘스트 보상이자, 필모어의 저서였다.
필모어.
그 이름은 다시 한번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는 탑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신들의 비밀과 탑의 시련을 공략할 방법을 하나의 책에 모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록서는 탑 등반계의 바이블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이미 머릿속에는 그가 남긴 기록을 모두 담고 있지만.
불과 이틀 전.
건우는 이 책자 자체가 암호 같은 것이 수록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도사인 세이비어조차 건우와 같이 이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대경실색하며 이렇게까지 언급했다.
‘이 녀석은 나를 훨씬 웃도는 천재일 게다.’
천하의 세이비어가 자존심을 굽히며 경애를 표출하다니…….
암호를 해독 방법은 필모어가 자주 사용하는 룬문자를 조합해 하나의 형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 형상은 2차원이 아닌 3차원으로 이루어진 문자.
바로 신들만 접할 수 있는 문자, 진리였다.
파직!
“끄윽!”
글자를 인식한 건우는 엄청난 두통에 뇌 내의 신경이 타서 끊어지는 것 같았다.
[경고! 역량에 맞지 않는 진리를 접했습니다. 멈추지 않으면 신의 진리에 접근한 벌로 형벌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닥쳐!”
빠득!
건우는 이빨을 갈며 무시하고 다음 단계를 진행했다.
띠링!
[신의 진리를 염탐한 죄로 ‘탁한 죽음’의 형벌이 내려집니다.]울컥!
경고를 무시하자, 형벌은 즉각 내려졌다.
그것은 상상하지도 못할 고통으로 건우는 이 순간, 자살을 하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
‘닥쳐! 형벌을 받아야 될 놈들한테는 벌을 주지도 않으면서 지네들 비밀을 염탐했다고 형벌을 내려?’
말도 안 되는 모순과 엄격한 규율에 건우는 빠득 이를 갈았다.
이제 와서 여기서 멈출 수 없기에 전신에 금빛 마력이 출렁거리며 건우를 에워쌌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스스스스.
고통은 차차 줄어들며 건우는 읽은 글자를 그대로 배열했다.
완전기억능력이 없다면, 진작 접하고 증발됐을 터지만.
글자를 완성한 후, 앞을 들여다보니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졌다.
머릿속에 파고드는 필모어의 경험과 기록들.
영상처럼 스쳐 지나간 찰나의 기억을 각인시킨다.
스팟!
필모어 기억의 끝에서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빛의 실체를 목격한 건우는 초점이 모호한 눈동자로 중얼거렸다.
“……코어. 그래. 어쩌면 이 방법이라면…….”
-그게 뭐냐?
진리를 읽는 것을 마친 건우에게 세이비어가 질문을 건넸다.
“몰라요?”
-모르니까 묻지. 임마. 안 알랴줌. 이 따구로 말하면 가만 안 둔다.
천하의 세이비어조차 신의 진리는 일부만 접했을 뿐.
완전히 알지는 못하는 듯 보였다.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지끈했지만 건우는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던전처럼 결국 탑 역시 한낮 시스템에 불과할 뿐이에요. 구조 자체적으로는 별다를 게 없어요.”
-스케일이 말도 안 되게 크지 않느냐?
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같은 의견을 내뱉었다.
“제 말은 탑 역시 코어가 있다는 뜻이에요.”
-뭐?!
세이비어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부릅떴다.
건우는 기억을 되뇌며 크리스탈처럼 번쩍이는 빛의 실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각 층을 이루고 있는 코어, 112개 각 층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중심부 코어는 총 6개. 간단히 말해서 탑을 이루고 있는 핵심이에요.”
건우는 흥분한 듯 호흡이 가빠졌다.
평생 알아낼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하다니…….
헌터가 아니 마법을 연구하는 마도사이자 학자로서 흥분이 들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탑의 코어에 일일이 소유권을 부여하겠다는 말이냐?
건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건 신의 뜻조차 거스르는 시스템이에요. 기록에 따르면 그저 존재할 뿐인 하나의 현상이자 물체예요. 소유권을 부여할 수는 없어요.”
-탑의 관리자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느냐?
세이비어의 질문에 건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는 있지만 녀석들도 탑의 명령이 없는 이상, 코어의 행방은 몰라요.”
-그 코어에서 너는 어떤 해답을 찾은 게냐?
“후우.”
잠시 대답하기 어려웠는지 건우는 숨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그러다 이마 언저리에 송골 맺힌 땀이 슬며시 턱 끝에 떨어질 때, 입을 뗐다.
“코어를 부순 다음에, 제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심을 거예요.”
-그게 가능한 소리냐?!
“해보지 않아서 몰라요. 근데, 결국 시스템이니까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봐요.”
이 이론을 구상할 수 있게 된 건, 신의 문자를 접했을 때였다.
읽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는 것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3차원 다각도의 문자.
그 글자를 구성하는 것은 각지의 언어였다.
놀랍게도 코어는 신의 문자로 이루어진 탑의 중추였다.
만약, 이것을 부숴서 글자 배열을 원하는 대로 바꾼 뒤 수복시킨다면?
시스템이 일부 개변이 될지…….
아니면 리셋하며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지…….
결과는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작업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먼저 코어를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접근하는 관리자들과 싸워야 하며.
코어를 재구축하는데, 아까 받은 형벌보다 더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로또를 맞을 확률이나 번개를 맞을 확률 따위랑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천운이 따르더라도 성공확률은 한없이 제로다.
두근.
심장이 옥죄어 온다.
그 누가 이런 미친 도박을 할 수 있을까?
‘나밖에 없어.’
건우는 그것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머나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런 겁대가리 없는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은 인류 중에 자신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사고 칠 생각이 한가득이구나.
“그럴 거예요.”
-기한까지 마나기관 생성에 실패한다면 어쩔 심산이냐?
“그건 운에 맡길 수밖에 없어요. 지금은 탑의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게 먼저예요. 도와주세요.”
강해지는 것은 잠시 보류.
역량을 갖춘다고 해도 미션을 완수할 사전작업이 부족하면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 자체를 뒤바꾸는 수식.
이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학자로 취급받는 교류자라고 해도 이 수식을 이해할 수 없다.
이 수식을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은 신의 진리를 일부 접한 자들뿐.
탑 내부까지 고려해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것은 탑의 관리자로 부임하고 있는 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언급한 ‘신의 진리’는 탑의 진실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세이비어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게 성공하면 너는 분명 뱀에게 크게 한 방 먹이는 거다.
“실패하면요?”
-죽음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될 거다. 억겁의 세월 동안 채찍질을 받는 것보다 더한 형벌이 기다릴 게야. 네가 하는 짓은 시지프스와 탄탈로스가 벌이는 짓 이상이다.
꿀꺽.
세이비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모를 리 없던 건우는 저도 모르게 식도에 고인 침을 삼켜 넘겼다.
시지프스(Sisyphe)
그는 신을 농락할 때까지 농락한 인간으로 죽음을 맞이한 그는 형벌로써 영원히 바위를 굴러야 하는 벌을 받게 됐다.
탄탈로스(Tantalus)
그것은 인간의 신분으로 신을 시험하는 만행을 벌이다 영원히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형벌을 받게 된 어리석은 자의 이름이었다.
세이비어는 이들의 사례로 끔찍한 형벌이 내려질 것을 경고했지만.
“……그 녀석들이랑 마음가짐이 달라요.”
싱긋.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자로 태어났다면, 신들한테 엿 한 번쯤은 먹여봐야 하지 않겠어요.”
-크하하하하 그렇지. 그래야 로한 이그너스. 그래야 최건우. 나의 후손이자 계승자지.
세이비어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건우의 결의에 경의를 표했다.
가까스로 건우의 속내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건우는 분노하고 있다.
정당하지 못할 짓을 저지른 불멸의 존재들한테…….
절대자라는 이유로 형벌을 받지 않는 존재들한테…….
분노를 품고 반역을 저지르려 하고 있었다.
-전력으로 도와주마. 이대로 네가 소멸한다 해도 나는 까마득한 세월 동안 네가 나의 계승임을 자랑하고 다닐 게다.
“불길한 소리 하지 마세요.”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리며 주먹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반전을 꾀하는 것은 바로 지금부터.
남은 시간 동안, 건우는 세이비어와 함께 코어를 재구축할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다.
***
한국 서울 곳곳에 달려 있는 전광판 TV를 통해 오르비스가 출현해 협회를 비롯해 교류자들과 회의를 나누고 있었다.
시청률은 98%.
파르데비아의 재력을 이용해 채널권을 전부 사들여 자신에게 집중시켰으니.
이 경이적인 시청률은 너무나 당연했다.
열띤 토론 가운데.
TV속에서 나온 오르비스는 차분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했다.
[인류멸망은 당치도 않은 소리입니다. 귀환한 분의 죽음은 무척이나 애석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멸망을 결론 내리기에는 여러분들의 가설은 근거도 부족하고 혼란을 이용해 돈벌이 장사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오르비스가 내뱉는 발언은 토론에 참여한 일원에게 일제히 야유를 받았다.
말만 하면, 헛소리라고 반박하니.
토론 참가자들 역시 열불 날대로 열불 난 것 같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하나의 희극 프로그램으로 여기며 그곳에 집중했다.
“저렇게 재수 없게 말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는데.”
전광판 TV를 통해 오르비스의 모습을 보고 있던 건우는 쓴웃음을 터뜨렸다.
휘잉.
현재 위치는 잠실에 위치한 63빌딩 위.
팔락.
베놈 플레이트 위에 껴입은 각종 검은 코트가 바람에 흩날렸다.
시선이 향한 위치는 부유하고 있는 거대한 마나스톤.
치직.
그곳에는 혹시나 모를 불미스런 사태를 대비해 헌터협회와 각종 길드에서 파견된 정예멤버들이 24시간 재난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나마 오르비스 때문에 인산인해를 이루지 않게 됐구나.
“많았으면, 성공 확률이 확 줄어들었겠죠.”
건우는 오르비스에게 감사를 표하며 눈앞에 있는 시스템 창을 쳐다봤다.
[플레이어 선별까지 남은 시간: 4:51]메인 페이즈가 본격적으로 발동하기까지 약 5분 전.
건우는 스마트 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통화를 걸었다.
-무슨 일입니까? 형님.
수화기 건너편의 상대는 지혜가 아닌 춘삼이었다.
“나 지금부터 탑에 진입한다.”
-갑자기요? 무슨 생뚱맞은 소리입니까?
“너한테 준 큐브 잘 가지고 있어라. 정말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당분간 이별이다. 지혜한테는 네가 잘 전해 줘라.”
-……형님.
쓴웃음이 담긴 목소리가 진심임을 깨달은 춘삼은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지혜 잘 부탁한다. 지금까지 도와줘서 고맙다.”
-잠깐만요! 형님 이렇게 갑자기!
뚝!
전화를 끊은 건우는 생각했다.
‘내가 언제부터 이 사기꾼을 믿게 된 거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할아버지 인생은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아직 살날이 더 많다. 이놈아. 유언 같은 소리 하면 나한테 두들겨 맞을 줄 알아.
세이비어의 경고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인벤토리에서 바이저를 꺼내 들어 눈가에 착용했다.
SF에서나 볼 법한 기계식 고글 형태의 바이저.
[바이저 착용으로 스킬, 초감각이 엑티브에서 패시브로 전환됩니다.]그것은 인식 저해를 일으키는 수단이자, 초감각을 패시브 스킬로 전환시켜 주는 아티팩트였다.
이것은 준비 기간 동안, 세이비어와 건우가 머리를 싸매 제작한 아티팩트 중 하나였다.
“준비는 이것으로 끝. 남은 건…….”
띠링!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카운트다운이 종료되고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메인 페이즈 ‘플레이어의 선별’ 발동, 지금 이 시간부로 모든 인류는 플레이어로 간주됩니다.]건우가 잠실에 있는 시각.
“이게 뭐지?”
“새로 나온 3D 게임인가?”
전 세계 인류의 눈앞에는 이와 같은 동일한 시스템 창이 생성됐다.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