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8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82화
붉게 타오르는 눈빛 속에 금빛의 기운이 일렁거렸다.
화안금정.
삼라만상의 진리를 꿰뚫고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는 최강의 마안.
마안의 소지자는 제천대성, 손오공이었다.
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건우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렇게까지 탑을 떠들썩하게 하다니 보통내기가 아니네. 너 누구지? 지금 내 눈에는 망령나부랭이랑 어떤 신의 자취밖에 보이지 않아.”
-누가 망령 나부랭이야!
도발적인 한마디에 세이비어는 발끈했다.
하지만 그와 달리 건우는 적잖이 당황해 주먹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마나 기관을 생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오공과 역량 차이를 확연히 느꼈기 때문이다.
이길 수 없다.
저건 신이다.
과연 대항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의문과 걱정이 앞섰지만 바이저를 착용하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제아무리 손오공이라도 건우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대답이 없네. 나 혼자 떠드는 거 싫은데.”
건우는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너는 뱀의 수하냐?”
“뱀. 아 그 자식.”
손오공은 건우가 언급한 뱀의 실체를 알고 있는 듯 보였지만.
부하는 아닌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 그 자식이랑 수하도 뭣도 아니야. 그 녀석은 탑에 군림하고 있는 지배자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고, 난 탑의 질서를 관장하고 있을 뿐이고. 서로 탑에서 맡은 계급과 역할이 달라. 하계의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너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
손오공은 흥미로운 듯 화안금정을 반짝이며 재차 말을 걸었다.
“코어에 접근해서 뭐 할 속셈이지.”
싱긋.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깽판을 치려고 하거든. 그냥 눈감고 넘어가줘야겠어.”
“어지간히 말을 안 듣는 체질이구나.”
건우는 지지 않고 받아쳤다.
“사돈남말인 거 알고 있지?”
불노불사의 삶을 위한 명부 조작.
드센 성질을 못 참고 신들의 연회를 망치거나.
용궁에서 여의봉 훔치는 등.
일화를 살펴보자면, 손오공 역시 만만치 않은 트러블 메이커였다.
“캬캬캬캬캬캬캬캬”
건우의 기세에 손오공은 격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러지?
아리송한 표정을 지을 때, 웃음을 멈춘 손오공이 희번득 눈을 떴다.
“천운이 겹치고 겹쳐 이곳에 도달했다지만 같잖은 게 이 제천대성 앞에서 감히 허세를 부려!”
발설 직후.
콰아아아아아앙!
높이 치켜든 여의봉이 키보토스를 그대로 박살 내버렸다.
건우는 복원 이전에 크루엘의 마검을 빼 들어 길게 늘어나는 여의봉의 일침을 비스듬하게 흘려보냈다.
초감각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진작 복부가 꿰뚫려 즉사했을지도 모를 위력이었다.
카카카카카카캉!
격한 위력에 지지대가 돼서 흘려보내는 크루엘의 마검이 심하게 뒤흔들렸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스팟!
언제 거리를 줄인 건지, 손오공이 적금빛의 눈빛을 번뜩이며 한 마디를 조아렸다.
“힘의 차이를 깨달아라! 애송아! 여기는 탑의 중심부 코어. 약한 관리자를 배치했을 리가 없잖느냐!”
빠득!
건우는 즉각 몸을 선회해 여의봉의 기세를 빗겨내려고 했으나…….
카앙!
손오공은 여의봉의 길이를 제멋대로 늘고 줄이며 건우에게 압박을 가했다.
카앙! 카앙! 카앙!
불똥이 튀기며 격철 소리가 난무한다.
이완하고 수축했던 팔 근육은 어느새 찢겨져 제멋대로 고통을 내지르고 있었다.
마치 무쇠와 목재가 충돌한 것처럼 크루엘의 마검의 내구도는 대폭 감소되며 무뎌졌다.
우웅!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그너스 연공식 7성에 달했기 때문에 마검의 내구도를 바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
콰앙!
하지만 그것도 곧 한계다.
무수한 잔해물이 부유하는 키보토스의 중심.
그곳에서 격전을 벌이던 건우를 향해…….
콰직! 콰앙!
일순간 내뻗은 제천대성의 여의봉이 베놈 플레이트를 박살내며 건우에게 그대로 유효타를 먹였다.
“쿨럭!”
데미지를 입은 즉시, 찢어진 내장을 복원했지만,
결국 건우는 피를 한 움큼 쏟아 내며 거칠게 호흡을 몰아쉬었다.
“크하하하하하하, 겨우 그것으로 끝내면 안 돼지. 이쪽은 무궁무진한 시간 동안 네놈 같은 인간을 기다려온 거라고. 이렇게 약하면 곤란해.”
손오공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화르르르르르르륵!
그대로 열화의 불꽃을 내뿜으며 건우에게 쏟아 냈다.
피부에 와 닿는 열기가 헬파이어의 위력을 뛰어넘는 걸로 느껴졌다.
바로 그 순간…….
“나의 혼은 꺾이지 않는다.”
건우는 무의식적으로 시동어를 내뱉었고.
쇄애애액!
심장에 자리 잡은 태엽 모양의 마나기관이 강렬하게 회전했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시간은 대폭 압축됐다.
가장 먼저, 건우의 의지에 반응한 아티팩트는 빙창, 글라체스.
쇄액!
스틸레인 전용스킬, 스패라를 통해 건우의 손아귀에 들어온 그것은 그 즉시 화염을 꿰뚫어 양 갈래로 흩뜨려 놓았다.
스스스스스.
강대한 열기에 글라체스의 표면에 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건우의 마력에 의해 녹기 전의 시간으로 되감기며 가까스로 불꽃을 상쇄시켰다.
“아직 안 끝났어.”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건우는 몸을 일으켰다.
스스스스스.
그와 동시에 부서지고 균열이 간 베놈 플레이트와 코트가 순식간에 복원됐다.
손오공은 턱에 자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너 특이한 능력인데. 시간을 되감는 능력이라, 옛날에 그런 능력을 가진 꼬맹이 신이 있었는데, 누구였더라.”
“야!”
“응?”
“짜증나니까 입 닥치고 꺼져.”
건우의 살기등등한 기세에 손오공은 가소로운 듯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아직도 자기 분수를 모르는 거려나?”
건우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올려 권능을 시전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순식간에 형성된 금빛의 링 세 개는 서로 중첩되며 키보토스가 순식간에 복원됐다.
“무슨 속셈이지?”
키보토스 중심에서 손오공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촤르르르르륵!
바로 그 순간, 데스마스크의 망령들이 키보토스의 닻과 사슬을 움직여 제천대성의 몸을 휘감았다.
“뭣?!”
예상치 못한 포박에 제천대성은 조금 당황한 듯 보였으나.
“이까짓 것!”
곧 쇠사슬을 힘으로 깨부수려고 했다.
쇠사슬이 쪼개질 기미를 보이자…….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레비아탄의 귀걸이를 꺼내 들었다.
[레비아탄의 권능 ‘변형’을 시전했습니다.]쩌저저적!
쇠사슬의 재질은 쉽사리 깨뜨릴 수 없는 아다만티움의 속성으로 변질됐다.
“그건 레비아탄의?!”
예상치 못한 7대 마왕의 권능이 튀어나오자, 손오공은 눈을 부릅떴다.
전신에 힘을 발하고 있으나 아다만티움 소재의 쇠사슬은 좀처럼 끊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까짓 하찮은 걸로 날 구속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
“잠깐은 가능하겠지.”
건우는 피식 웃으며 이내 키보토스를 완전히 복원시켰다.
[레비아탄의 권능 ‘변형’을 시전했습니다.]이내, 키보토스의 재질에도 아다만티움의 속성이 부여됐다.
“저리 꺼져.”
건우는 손에 쥐고 있는 키보토스의 닻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잘그랑거리던 쇠사슬은 그대로 닻을 따라갔고 몸체인 키보토스 역시 그대로 추락했다.
손오공은 어떻게든 키보토스를 깨부수고 나오려고 했으나…….
콰앙! 콰앙!
마왕의 권능은 쉽사리 깰 수 없는지 요란하게 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리는 점차 멀어지며 키보토스는 눈에 보이지 않을 위치까지 추락했다.
-호오.
세이비어는 건우의 임기응변에 감탄했지만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래봤자 잠시 시간벌기다.
“알아요.”
건우는 입가에 맺힌 피를 소매로 스윽 닦으며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렸다.
영악한 녀석인 만큼 반드시 다시 올 것이다.
정면으로 붙는다면, 승산은 극히 낮고 체력도 마력도 현저히 부족하다.
‘마나기관을 계속 가동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 봤자 5분이야.’
냉정하게 상황 판단을 마친 건우는…….
“남은 건 운에 맡기는 것뿐이겠네.”
라고 중얼거리며 스킬을 발동했다.
[명운역전을 발동했습니다.]그것은 전직 퀘스트 때, 부여받은 직업전용스킬.
하지만 스킬 등급도 내용도 알 수 없다.
그동안은 리스크를 동반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이 정체불명의 스킬을 사용할 이유는 없었지만 지금은 예외였다.
우웅.
스킬 발동 후.
건우의 머리에는 모래시계가 떠올라 있었다.
권능으로 빗어진 형태.
저 모래가 다 떨어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세이비어조차 알 수 없다.
스스스스.
건우는 그대로 몸을 날려 코어에 접근했다.
우웅.
코어의 아름다운 형체에 건우는 눈이 잠시 현혹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곧 얼음장처럼 싸늘해졌다.
지금부터 이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삽입한다.
심지를 다진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사인참사검, 적과 청을 꺼내 들었다.
‘호프너 힘을 빌려줘.’
고대 시절부터, 악을 퇴치해 온 명검.
호프너의 것은 그중 가장 오리지널에 가까운 형태였다.
휘이이잉!
의념이 검신에 실렸는지 검붉은 오러와 검청색의 오러가 거대한 날개처럼 피어올랐다.
건우는 호흡을 한 번 몰아쉬다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니제르 육식, 섬전양익.
콰아아아아앙!
곧 거합과 쏟아진 일격은 코어를 완전히 박살 냈다.
[SYSTEM EROOR] [SYSTEM EROOR] [코어가 손상됐습니다. 탑에 있는 시스템이 일시적 중지됩니다. 지금부터 코어 회복에 들어갑니다.]요란스런 시스템 메시지음과 함께 코어를 이루던 문자들이 다시 원래 자리를 되찾아갔다.
우웅!
그와 동시에 건우는 마력을 움직여 글자 배열을 바꾸기 시작했다.
범인은 이해하지 못할 수식을 완전기억으로 저장해 그대로 배열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수는 없다.
[WARNING! 시스템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접근 제한! 접근 제한!]탑의 시스템은 즉각 건우를 버그 취급하여 내쫓으려고 했고, 건우는 재빨리 시동어를 내뱉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필두로 모든 것을 복원한다.”
건우를 쫓아내려고 했던 결계의 수식은 권능에 의해 다시 지워졌다.
울컥!
하지만 무리한 힘의 구현 때문인지 식도를 통해 죽음 피가 흘러나왔다.
-젠장! 시간이 없어.
그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세이비어는 빠득 이빨을 갈았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가장 눈에 거슬리는 장애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콰아앙!
“코어에서 떨어져라! 애송이!”
키보토스를 완전히 부서 버리고 먹구름들을 몰고 오는 손오공이었다.
손오공의 전용술법, 근두운.
그것은 단순히 기승을 위해 구름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기상을 다룰 수 있는 주술이었다.
콰르르르르 쾅쾅!
그리고 손오공이 발로 딛고 있는 뇌운은 하늘 전체를 까마득하게 뒤덮을 만큼 엄청난 양이었다.
엄청난 양의 뇌운을 밑에서 내려다본 건우는 뒤늦게 손오공의 속셈을 알아챘다.
‘……저 녀석. 코어를 통째로 태울 속셈이야.’
코어는 어차피 부서져도 곧바로 복원된다.
탑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했지만, 건우가 이치를 건드려 바꿔놓는 것보다는 싸게 먹히는 대가라고 생각한 게 분명하다.
‘젠장! 앞으로 조금만 더!’
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이치를 먼저 건드려 완성만 시키면, 저 녀석이 뒤늦게 태워도 어쩔 수 없다.
엄청난 위압이었지만.
건우는 인상만 찌푸릴 뿐.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먼저 코어를 태우느냐? 아니면 코어를 뜯어 고치냐?
이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베팅하고 펼치는 승부였기 때문이다.
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