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8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85화
‘튜토리얼이라, 다시 처음부터 시작인 건가.’
시야의 말을 듣던 건우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탑에 관한 사정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시련을 넘어서며 보상을 획득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것은 탑이 생성된 이래 태초부터 부여된 법칙이다.
그런 건우를 보며 시야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표정을 보니, 역시 탑에 오르실 생각인가 보네요.”
“티 났나요?”
시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100층까지 도달한 사람에게는 어떤 소원이든 이룰 수 있는 보상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잖아요.”
‘……응? 그런 규칙이 있었어?’
접하지 못한 정보에 건우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시야는 건우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아티팩트는 ‘성배(The Holy Grail)‘이라고 불린다고 들었지만, 글쎄요. 실제로 접한 이는 없다고 들었어요. 하긴 그것 외에도 탑에는 어떤 불치병도 낫게 하는 엘릭서(elixir)나 불로불사의 힘 ‘임모탈(immortal)’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하니 너도 나도 그런 보상을 노리고 들어가는 거죠.”
스윽.
말을 마친 시야는 건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 역시 그런 이유로 탑을 오르려는 거겠죠?”
“제 야망은 좀 더 높습니다.”
“……그렇군요.”
건우는 싱긋 웃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저 초면에 뻔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뭔가요?”
“튜토리얼이 시작될 때까지 여기에 머물게 해 주세요. 숙박비라면 지불하겠습니다.”
“여긴 원래 플레이어들이 묵을 수 있는 여관이니, 제 입장에서는 환영이죠.”
시야는 빙그레 웃으며 건우의 제안을 환영했다.
“단 지불액은 포인트로 밖에 받지 않아요. 금 같은 화폐는 가짜를 가져와 속이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포, 포인트요?”
당황한 건우는 서둘러 상태창을 살폈다.
[보유 PT: 0]시스템 창 너머로는 전에는 보이지 않던 칸이 생성돼 있었다.
‘앗차!’
손오공과 격전을 벌인 뒤 생긴 후유증일까?
완전기억능력에 노이즈가 낀 것처럼 필모어의 기록서에 적힌 내용이 흐릿하게 기억이 났다.
잠시 후, 기억을 더듬은 건우는 그제야 탑의 경제생활이 포인트로 이루어지는 것을 떠올렸다.
포인트.
그것은 각 탑의 시련을 공략을 완료하거나 경제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상화폐의 개념이다.
탑의 상인일족인 머천트나 거래소를 통해 황금이나 마정석을 포인트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하여 챙겨 오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초보자 마을에서 통용되지 않는 듯싶었다.
“포인트가 없으신가보네요.”
시야는 이해한다는 듯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건우는 난처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저 금을 포인트로 전환해 주는 화폐 거래소가 있을까요?”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너무 멀어요. 대략 한 달 정도 이동을 해야 될 거예요. 가끔 포인트로 전환해 줄 수 있는 머천트들이 오기는 언제 올지 장담할 수 없고요.”
결국 방법은 없다는 말이다.
그 사실에 건우는 낙담하며 시야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노동은 기가 막히게 잘하는데, 묵게만 해 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시야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건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광경을 지켜본 세이비어는 끌끌 혀를 찼다.
-쯧쯧, 바깥세상에서는 너도 나도 알아주는 슈퍼리치였건만, 여기서는 얄짤 없네.
‘도대체 뭔 자신감으로 그렇게 까불었는지.’
부끄러움에 얼굴이 확 붉어진 건우는 차마 반박을 하지 못했다.
***
시작의 마을, 시드플랜트.
그곳은 탑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과 플레이어들이 왕래하는 촌락마을 중 하나였다.
탑을 등반하기 위한 플레이어들의 숙박비와 낙농업 등이 주 수입원이었다.
시야와 렌 역시 여관생활을 통해 삶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초원이 깔린 언덕 위에 위치한 여관.
여기서 조금만 밑으로 내려가면 젖소를 사육하는 농장도 나온다.
타앙!
경치 좋은 그곳에서 건우는 도끼로 장작을 패고 있었다.
“이래저래, 저 근성 있는 놈 맞네요.”
건우는 어느새 산더미처럼 쌓인 장작더미를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관에서 묵은 지, 어언 열흘
이곳에서 마냥 시간을 죽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여관에서 플레이어들을 맞이하면서 정보를 엿듣거나 생활패턴을 파악함으로써 적응을 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흠. 날이 무뎠네.”
한참 동안 장작을 패고 있던 건우는 도끼의 날이 무딘 것을 확인하고는 권능을 사용했다.
스스스스스.
금빛의 마력을 두른 도끼는 마치 새것처럼 날이 벼려졌다.
‘쩝 활용하기 좋았는데.’
그러나 복원을 마친 건우의 표정은 달갑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약의 법칙이 복원에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확인된 바로 현재 건우는 노멀 등급을 제하고 레어 등급 이상의 아티팩트는 복원을 통해 두 개로 증진시킬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다른 권능에서는 너프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건우 형. 밥 먹으래.”
바로 그때, 렌이 건우에게 다가왔다.
중학생정도의 체격, 포근해 보이는 늑대꼬리와 귀를 가진 소년.
지니고 있는 호박색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쭈뼛거리게 만드는 야성이 돋보였다.
“……렌 너 또 싸웠냐?”
렌의 얼굴을 목격한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빨리 치료나 해 줘.”
상처를 입고 온 렌은 건우에게 투덜거렸고.
“알았다.”
건우는 렌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권능을 발현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구타 등으로 입은 혈흔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금빛의 기운이 렌을 휘감았다.
“…….”
기분이 좋은지 렌은 눈을 감은 채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 끝났다.”
딱콩!
건우는 피식 웃으며 렌의 이마를 검지로 가격했다.
“아파!”
렌은 이마를 매만지며 으르렁거리며 건우를 노려보았다.
“시선 따갑다. 요 녀석아.”
건우는 렌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오늘은 이겼냐? 졌냐?”
건우는 무뚝뚝한 물음에 렌은 고집스런 눈빛으로 답했다.
“다수로만 몰려오지 않는다면 내가 이겨.”
차마 졌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은 듯 렌은 주먹을 쥐며 다음을 기약했다.
건우가 첫 말을 던진 후, 렌은 청산유수처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꾸 아비 없는 놈이라고 놀리잖아. 너희 아버지는 탑에 올라가는 도중에 죽었다고 하지 나.”
“패드립을 날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네.”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렌과 다투는 동년배의 소년은 지프는 시드플랜트 촌장의 아들로…….
렌의 여관은 촌장에게 큰 금액을 빌려 아직 빚을 갚지 못했다.
촌장 아들은 그 점을 꼬집어 렌에게 막말을 하는 참이었다.
‘튜토리얼이 시작되기 전에 그 싸가지 없는 것들을 두들겨 패야 될 텐데.’
-지금 당장 두들겨 패.
‘일단 보류요.’
건우는 씁쓸한 눈빛을 띠며 렌을 바라보았다.
늑대귀가 축 처져 있는 녀석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우릴 버리고 간 걸까?”
따악!
건우는 의기소침한 렌의 이마를 다시 검지로 강타했다.
“아파!”
렌은 눈물을 찔끔 흘리며 건우에게 발끈 소리쳤다.
그런 렌의 이마를 검지로 툭툭 두들기며 건우가 말했다.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 툭하면 버림받은 자식 취급하지 마.”
건우의 말은 단순히 위로나 꾸지람이 아니었다.
렌의 어머니인 시야는 남편에 대해 누군가 언급하면 활짝 웃기 때문이다.
그것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 깃들어 있는 표정이었다.
렌의 아버지는 탑을 등반 중이다.
어떤 목적으로 소중한 가족을 남겨 두고 떠났어야 될지…….
그 무거운 사정에 대해서 시야는 구태여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말했다.
그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그러니까 자신은 지치면 안 된다고.
‘말이 쉽지. 그게 쉽겠냐고.’
건우는 시야의 미소를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렌의 여관은 플레이어 들이 모여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탁.
건우는 평소처럼 흑맥주와 구운 소세지 안주를 탁자에 놓으며 접객활동을 하고 있었다.
테이블이 빌 때마다 그 자리를 치우고.
손님을 맞이하고.
주문을 받든 뒤, 바쁜 시야를 대신해 간단한 조리를 해 식사를 내놓기까지.
“우와!”
빠르게 일처리를 하는 건우의 모습에 손님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크하하하하, 어이! 포터. 일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차라리 우리 밑에서 짐꾼으로 일하지. 그래.”
“사양하죠. 제가 많이 해 봐서 아는데, 할 게 못 되겠더라고요.”
“크하하하하, 그런가. 이것 참 아쉽군. 새내기를 맞아줄 자신은 있었는데.”
털북숭이의 남자는 털털하게 웃으며 맥주를 거침없이 들이켰다.
‘어딜 가든 처음은 짐꾼 신세네.’
건우는 저도 모르게 신세 한탄을 하며 볼을 긁적였다.
-저 싹퉁바가지 없는 놈이 내 후손이 지 종인 줄 알아.
‘고정하세요.’
세이비어는 크게 발끈해 씨익, 씨익 거침 호흡과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포터(Porter)
그 별칭은 탑에서는 짐꾼을 부르는 호칭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 단어는 크게 변질돼 짐꾼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 되기 이르렀다.
이런 취급이 익숙해 무덤덤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구태여 자처해서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런 수모를 겪으며 일을 하는 것은 이 일이 그만큼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플레이어들이 무심코 흘리는 정보들 말이다.
바로 지금처럼…….
“너희 ‘교란자’란 녀석 알고 있냐?”
“교란자? 그게 누군데.”
“얼마 전에 탑에 시스템이 3일간 마비된 거 기억하고 있지.”
“어후, 말도 마. 나는 그때, 세상이 멸망하는 줄 알았다니까. 근데, 그게 왜?”
“그게 교란자란 녀석이 벌인 짓이래.”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게 한 사람의 소행으로 가능한 일이야?”
“그 정보는 어디서 들은 건데? 래쉬”
멈칫!
서빙 중 건우는 귀를 쫑긋 세우며 발을 멈췄다.
-누가 봐도 너를 지칭하는 말이구나.
‘그러게요.’
건우는 테이블에 흑맥주 6잔을 내려놓은 뒤, 대화가 들려온 곳을 쳐다봤다.
검사, 힐러, 마법사, 전투원 2명으로 구성된 파티.
그중 검사이자, 래쉬라 불리는 남자는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고층에서 활동 중인 아버지 친구가 한 말이야. 판테온 길드의 고위 간부인 거 알고 있지?”
“우와! 만약 그게 사실이면, 지금 위층은 아주 뒤집혔겠네.”
“정체불명의 강자가 탑을 들쑤셔놨는데, 잠이 오겠어? 어떻게든 잡아서 없애버리겠지. 랭킹을 뺏기면, 탑 내 영향력도 줄어들잖아.”
“하긴.”
그들은 모두가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탑에서 랭킹은 지대한 역할을 한다.
그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플레이어를 십존(十尊)이라 칭한다.
명예욕으로 이 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분명 있겠지만.
탑이 지정한 랭킹에 오르면, 평생 상상할 수도 없는 혜택이 주어지기에 원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십존 중에 그 누구도 무엇을 받았는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도전자를 철저히 짓밟는 모습은 플레이어들에게 동경과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크하하하하, 아무튼 튜토리얼만 잘 끝내면 승승장구한 인생이야! 크하하하”
래쉬는 흑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저벅저벅.
그러다가 쟁반을 든 채, 바삐 움직이고 있는 렌을 발견하고는…….
씨익.
입가에 웃음기를 그리며 슬쩍 발을 걸었다.
우당탕!
“크윽!”
렌은 음식물을 뒤집어쓰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렌은 고통을 호소하다 래쉬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분개했다.
“크하하하하하, 아이쿠 조심하지 그랬어?”
사과는커녕 래쉬는 렌에게 비아냥거렸다.
“쯧쯧, 어째 누린내가 난다 했더니만. 네가 촌장 아들한테 그렇게 기어오르는 놈이라며? 아 맥주 맛도 별로고 넘어졌으면 민폐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해야지. 요즘 어린 것들은 기본이 안 돼 있다니까. 아비가 없어서 그런가.”
울컥!
치욕적인 한 마디에 렌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휘익!
하나, 바로 그 순간.
뒤에서 건우가 흑맥주를 래쉬를 향해 내려찍는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경악했다.
‘뭐 하는 짓이야!’
“뭐야? 무서워서 쫄았냐?”
상황을 모르는 래쉬는 의기양양하게 웃다가…….
콰앙! 쨍그랑!
“크아아아아악!”
맥주잔에 머리를 작렬이 부딪쳐 비명을 내질렀다.
안에 담겨 있던 맥주는 그의 머리와 몸을 흠뻑 적셨다.
건우는 소스라치게 놀란 척 래쉬의 몸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말했다.
“아이쿠! 손님, 손이 미끄러졌네요. 죄송해요. 어디 다친 데 없어요.”
“…….”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주변은 긴장과 경악으로 물들어 침묵이 이어졌고.
-발연기하지 마. 이 자식아.
세이비어는 쯧쯧 혀를 차며 핀잔을 주었다.
186.